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8
117화
티나의 말대로 감옥의 철문들은 독사과 흑마법사단의 흑마법이 아니면 열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다 때려 부순다면 안 될 것도 없겠지만, 그런 소란을 일으켜 봐야 좋을 것 하나 없었으니.
덜컹―
다행히 적절한 때에 나타나 준 다키스트 덕분에 완식과 대빌을 무사히 감옥에서 꺼낼 수 있었다.
“흐윽…… 감사합니다!!! 아, 아버지가 그토록 추앙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아니, 사족은 됐고. 대체 왜 여기 갇혀 있던 거야?”
“그, 그건…….”
머뭇거리는 대빌.
“너도 흑마법사야?”
“아, 아닙니다!!!”
펄쩍 뛰며 손을 내저은 그.
“그저…… 우연히 이 숲에서 마주쳤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려고…….”
“……음?”
“아마 여왕일 거야.”
재호의 의문에 대한 답은 다키스트가 대신 해 주었다.
“이따금 자신의 아름다움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홀리곤 하는데…… 아마 그때 걸린 덜떨어진 놈인 모양이지.”
“거참……. 왜 그렇게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거야?”
“낸들 알아. 말했잖아. 장난 아닌 공주병이라고.”
툴툴거린 그녀는 철문을 닫곤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자, 이제 됐지? 빨리 여기서 사라져!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은 사절이야!”
“아, 저 드워프들도 꺼내주면 안 돼?”
“뭐? 약속한 건 대빌뿐이었잖아.”
“하는 김에 좀 해 주라.”
“안 돼. 쟤들까지 풀어주면 바로 들통 날 거라고!”
다키스트는 절대로 안 된다며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안에 다른 사람을 넣어 놓으면 안 걸린단 거지?”
“……왜? 무슨 짓을 하려고?”
“다른 사람으로 채워 넣으면 되는 거 아냐?”
“?!!!”
“어차피 이 안에 흑마법사들 많잖아. 그 사람들로 채워 넣으면 되겠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대체 일곱 명이나 되는 사람을 어디서…….”
“저기 일단 두 명.”
재호는 감옥 입구에 쓰러져 있는 두 흑마법사를 가리켰다.
“……시체 아니었어?!”
“아닌데?”
“아씨! 죽은 줄 알고 그냥 들어왔단 말이야!!! 만약 저 녀석들이 듣기라도 했다면…… 어?”
그걸 막으려면 방법은 두 가지.
죽이거나, 죽을 때까지 가두어 놓거나.
“뭐, 확실한 건 전자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도와달라구. 보상도 확실히 해 줄게.”
“…….”
재호의 말에 그녀는 울상이 되었다.
* * *
“부르셨습니까, 칠장로님.”
두근두근―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호칭.
하지만 다키스트의 가슴은 다른 의미로 뛰었다.
퍽―!
“꺽?!”
풀썩―
뒤통수를 얻어맞고 쓰러진 흑마법사.
“고생했어.”
기절한 흑마법사 뒤에서 나타난 재호와 티나가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 걸리면 진짜 죽어…….”
“안 걸리면 되는 거잖아?”
“걸릴 수밖에 없잖아! 드워프에서 인간으로 바뀌었는데!”
“중요한 건 네가 했다는 걸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점이지.”
일곱 구의 시체…… 아니, 일곱 명의 기절한 흑마법사들을 각각의 감옥 앞에 둔 재호.
망설이던 다키스트는 결국 각각의 철문들을 열었다.
그리고 이미 사전 합의가 된 드워프들은 흑마법사들이 자신의 자리를 대체하기 전까지 감옥 안에서 기다려 주었다.
“허허, 이거 원. 내가 대단한 사람을 몰라봤어.”
마침내 빠져나온 드워프들이 재호와 악수를 나누었다.
“헌데 저 마녀와는 무슨 관계인가? 저 여자가 우릴 잡아왔는데, 이제는 다시 풀어준다고?”
드워프들은 다키스트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 저 사람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 그냥 무시하면 돼. 근데 댁들은 왜 쇠고랑을 차고 있어?”
대빌과 달리, 드워프들의 팔다리는 묶여 있었다.
“며칠 전에 여기서 탈출한 걸 내가 다시 붙잡아 왔었어. 대체 뭔 수로 탈출한 건지 몰라.”
그때 생각이 떠오른 다키스트는 다시 울컥했다.
역시나 승급을 코앞에 두고 이 드워프들이 단체로 탈주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흥! 우리 드워프들의 기술력을 우습게보면 안 되지!”
“이런 어설픈 감옥 따위 정도는!”
어쨌든 손발을 묶어 놓은 이유는 알게 되었다.
파캉― 파캉―
티나는 드워프들의 쇠고랑을 모두 부셔버렸고, 다키스트는 흑마법사들로 채운 감옥을 모두 잠갔다.
“하아……. 내가 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뭐, 게임이란 게 그런 거지. 나중에 꽃집에 찾아오면 신경 써서 만들어줄게.”
“됐어……. 거기까지 갈 일도 없을 거야.”
그렇게 감옥 쪽을 정리하고 나선 그들.
이제 남은 문제는 들키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이제 어쩔 거야? 정문으로 뻔뻔하게 나가는 건 안 될 일이고……. 또 내 도움이 필요하단 소리는 안 하겠지?”
“물론이지. 다시 절벽으로 나가면 돼.”
하지만 그 계획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칠장로.”
“?!!!!”
“헙?!”
불쑥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모두가 펄쩍 뛰었다.
어느새 그들 뒤에 나타난 검은 로브의 남자.
“이, 일장로님!!”
다키스트는 금방 그를 알아봤다.
동시에 자신도 끝장났음을.
한편, 재호는 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상대가 누구든, 이곳에서 빠져나가려면 싸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어딜 감히!”
그러나 상대가 한발 빨랐다.
화아아앗―
“?!”
로브 속에서 예고도 없이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그들을 순식간에 뒤덮어 버렸다.
[저항할 수 없는 흑마법의 힘이 당신을 억누릅니다.]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강력한 제압 스킬에 당황한 재호.
저주가 아니기 때문에 재호도 저항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움직임이 가능한 것은 티나 정도.
“하압!”
빠르게 찌르고 들어간 검을 상대는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피했다.
그리고 티나 뒤에서 다시 뭉쳐졌으나, 이미 반대로 향한 티나의 검이 상대의 어깨로 파고든 상태였다.
“음?”
퍼엉―!!
상대에게서 다소 당황한 듯한 신음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검은 폭발이 티나를 날려 보냈다.
“?!”
다행히 티나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나, 지켜보던 재호는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엘프와 일대일로 공수를 교환하는 싸움을 하는 존재는 아직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 이상 싸움을 이어가면 누군가 크게 다치게 될 것 같으니 중단하지. 여왕님은 그대들을 해치려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일장로는 두 손을 들어 더 이상 공격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웃기는 소리!”
티나가 발끈하자 이번엔 그가 재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대가 이 무리의 우두머리임을 알고 있네. 이 이상 싸움을 이어나가지 않도록 중단해 주시게.”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그대들이 벽을 부수고 침입한 그 순간부터 여왕님께선 알고 계심에도 지켜보았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그대들은 어둠이 잡아먹혀 무력하게 죽임을 당했을 터.”
“왜 그럼 지금까지 가만히 내버려 둔 거지? 그냥 허세 아냐?”
재호의 말에 그는 픽― 하고 웃음을 흘렸다.
“우리는 여왕님의 명령에만 따를 뿐. 난 전달자로서 이곳에 온 것이다.”
“……좋아. 일단은 검을 내려, 티나.”
재호의 말에 티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거부하진 않았다.
완식 역시 ‘어쩌려고?’ 하는 표정이었으나…… 재호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전설급 NPC는 로 거짓말을 판별할 수 없습니다.]바로 눈앞의 상대가 지금까지 상대한 마법사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괜히 까불다 죽는다…….’
그리고 여왕이라는 자는 이보다 훨씬 강할 테고…….
재호는 일행과 함께 순순히 일장로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편, 재호보다 더 곤란한 건 사실 다키스트였다.
‘망했다! 망했다!! 아오!! 망했다고!!!!’
침입자들을 돕다가 걸린 것도 모자라, 만약 정말로 이 성소 전역을 키노가 감시할 수 있다면…….
‘내가 욕한 것도 다 들었단 거잖아!!!’
그녀의 얼굴은 급속도로 검게 죽어갔다.
‘……어? 근데 왜 알면서도 승급을 해 준 거지?’
문득 든 의문에 그녀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 * *
요염하게 다리를 꼰 채, 오연하게 일행을 내려다보는 독사과 흑마법사단의 여왕 키노.
[에 빠집니다.] [무기력 상태가 되었습니다.]“윽…….”
“아아, 아름다워……. 흑흑, 절 가지세요!”
어김없이 상태이상에 걸린 완식과 대빌.
“……?”
그때, 완식은 자신과 대빌만 축 늘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 외에는 모두 멀쩡해 보이지 않는가?!
[ 패시브로 저항합니다.]‘흑마법이 아닌 저주군…….’
그 덕분에 재호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
티나는 동성인 데다 원체 튼튼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고, 드워프들은…….
“쯧! 어디서 추접하게 끼를 부리는 거야!”
“수염도 안 난 주제에!”
일반적인 기준에서 많이 벗어난 드워프의 미적 기준이었다.
“흐음……. 역시 평범한 인간이 아니로구나.”
드워프들의 반응은 무시한 채, 게슴츠레 눈을 뜬 키노가 재호를 향해 싱긋 웃었다.
“내 이름은 키노. 독사과 흑마법사단의 여왕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흑마법의 여왕 키노를 만났습니다.] [명성이 증가합니다.] [악명이 크게 증가합니다.]뤼니오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거물 마법사.
그런 거물을 향한 재호의 첫마디는…….
“당신은 악마인가?”
“?!!!”
“흡?”
단도직입적인 재호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헛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어떨까나―? 그 귀여운 친구가 보기엔 어떻지?”
키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건 다름 아닌 징징이!
―음?!
난데없이 지목을 받은 징징이는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네가 보기엔 내가 악마로 보이느냐?”
―…….
스으―
또렷하게 들리는 눈알 굴리는 소리.
징징이는 재호의 눈치를 가만히 살폈다.
“왜 눈치를 보고 그래?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지.”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니까…….
일단 확인이나 해 보자는 생각으로 키노를 가만히 살핀 징징이.
―……어?
그리고 어느 쪽도 아닌, 중립을 지킬 대답을 쉽게 꺼낼 수 있었다.
―반반인데?
“……응?”
“푸후후― 역시 악마답게 알아보는구나.”
―아, 악마가 아니라 정령이야!!
“그 귀여운 친구의 말대로, 나는 악마, 정확히는 서큐버스와 인간 혼혈이다.”
순순히 자신의 정체를 밝힌 그녀.
그 말인즉, 은 그녀의 타고난 악마적 능력이란 뜻이었다.
“자, 나에 대해선 충분히 소개를 한 것 같으니, 너희들에 대해서도 들어보자꾸나.”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후후, 그렇지. 그렇다면 너희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는 궁금하지 않느냐?”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더니 가슴골이 훤히 드러난 키노.
“으으…….”
그 광경에 대빌이 신음을 흘렸다.
행동 하나하나가 평범한 사람은 미치게 만들 정도.
“정령화장 틴라이트. 그의 후계자인 알시아. 알리시아 화원의 주인이자 엘프들의 왕. 나는 너와 협력을 했으면 한다.”
“뭐?”
뜬금없는 소리.
[*퀘스트*] [독사과 흑마법사단의 여왕 키노.그녀는 먼 과거, 일생의 원수이자 적대자인 ‘스노우’를 틴라이트에게 빼앗겼습니다.
이렇게 당신은 틴라이트가 저질러 놓은 과거에 또 얽히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 세상 어디론가 숨어 버린 스노우를 찾아 죽이길 원합니다.
하지만 꽁꽁 숨어 버린 스노우는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었으며, 정령화장의 후계자인 당신이 유일한 단서입니다.] [보상 : ???]
‘약 올리는 거야 뭐야…….’
재호는 떫은 표정으로 키노를 바라봤다.
이 노골적인 퀘스트 내용과 ‘독사과’라는 단체 이름.
게다가…….
힐끔―
재호는 일곱 명의 드워프들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니, 근데 이 드워프들은 그냥 납치당해서 생명력 빨리고 있었을 뿐이잖아.’
억측이라는 생각에 재호는 자신의 상념을 접었다.
어쨌든 상대가 죽일 생각은 없다는 건 잘된 일이었다.
“아, 혹시나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보나마나 죽겠지.’
모두가 그 생각을 했으나 키노의 협박은 생각보다 더 무서웠다.
“이 성소를 파괴한 행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야. 어차피 너희들은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니까.”
[독사과 흑마법사단 성소의 외벽 수리 비용…….] [독사과 흑마법사단 성소의 드워프 장인의 도자기…….] [독사과 흑마법사단…….]동시에 어마 알림이 재호에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
약 천만 골드에 달하는 금액.
“……그런데 마법사들을 죽인 것에 대한 건?”
“글쎄…….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뭐?”
“성소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부터 너희는 나의 환각 마법에 걸린 상태였단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단원들이 마구 죽임을 걸 보고 있을 순 없지 않겠느냐?”
“……미친.”
재호는 진심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정도 능력이면 사실상, 파이라보다 더 강한 수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