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9
118화
파이라보다 더 강한 흑마법사?
재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 되는 존재가 이런 지하에 숨어 지낼 이유가 없단 생각이 든 것이었다.
스노우라는 자를 잡아 족치기 위해 직접 나서고도 남을 힘이니까.
‘어쩌면 저 강력한 힘은 이 장소에 한정된 걸지도.’
그녀가 말하길, 재호 일행이 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알아챘다고 했다.
즉, 이 공간 전체가 하나의 마법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좋아. 받아들이지.”
재호는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것을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 문제였고, 일단은 이곳에서 나가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후후, 잘 생각하였느니라. 그렇다면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다. 아, 그 난쟁이들과 멍청한 도련님은 선물이다.”
생각보다 싱겁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버린 상황.
물론, 단 한 명.
큰 곤란에 빠진 사람이 있긴 했다.
“그리고 다키스트. 넌 나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보자꾸나. 뭐라고 했더라…… 공주병?”
“여, 여왕님…… 그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거리던 다키스트는 결국 무릎을 쾅 찧으며 주저앉았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변명을 해서 뭐할까?
“후훗…….”
그때, 키노는 나지막이 웃음을 흘렸다.
“잘 생각해 보거라. 내가 모든 걸 알면서도 왜 굳이 너를 일곱 번째 장로로 임명을 하였는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발을 까닥거리며 장난스럽게 대답한 키노.
“앞으로도 우리는 정령화장과는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야. ‘정령화장’이란 이름엔 그 정도의 가치가 있거든.”
“그 말씀은…….”
“앞으로 넌 우리 독사과 흑마법사단을 대표하여 엘리시아 화원과 교류를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한 지위를 준 것이지. 나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고, 임모탈리언은 역시 임모탈리언이 상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가, 감사합니다!”
일단 구사일생한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었으나, 바꿔 말하면 그녀는 영원히 이곳에 묶인 채로 재호를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아…… 망했다…….’
땅에 파묻은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글썽였다.
* * *
들어올 때는 절벽을 뚫고 들어왔으나, 나올 때는 정문 안내를 받은 재호 일행.
“그것을 지니고 있으면 숲의 어둠이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재호, 완식, 티나가 받은 검은 유리구슬들.
[눈먼 자들의 안구] [등급 : 고급] [위대한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마법구입니다.이것을 지니고 있는 당신은 그 어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 : 어둠 속에서도 주변을 환히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손에 쥔 채로 밖으로 나오자, 놀랍게도 온통 새카맣던 주변이 환히 보였다.
“이거 두고두고 유용하겠는데?”
“이거 대박이다. 어둠에 완전 면역이 된다는 소리 아냐!”
일도 잘 풀린 데다 예상외의 소득도 올렸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아, 그런데 댁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잡혀 온 거야?”
숲을 이동하던 재호는 일곱 명의 드워프들에게 물었다.
이미 그들이 재호가 향하던 락타디움 출신이란 이야기는 들은 상황.
하지만 이곳에서 락타디움의 거리는 제법 되었기에 왜 하필 그들이 잡혀 있었던 건지 의문이었다.
“우리 드워프들의 생존력이 오우거 심줄보다 더 질기기 때문이지.”
“그 마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오래 사는 것 아닌가? 우리의 끈질긴 생명력을 자신의 양분으로 썼던 거야.”
쉽게 말해 가성비가 좋기 때문.
“물론 우리는 락타디움에서 잡혀 온 건 아니다. 그곳은 철통 방어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럼?”
“외부 광산 작업장으로 원정을 가던 중 붙잡혔지.”
“자네는 왜 락타디움으로 향하는 건가? 대책 없이 가 봐야 드워프들은 상대도 안 해 줄 게 뻔한데.”
“아, 혹시 불카라고 알고 있어?”
“불카?”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모르는 듯한 기색.
“부우울카아―?”
그때, 가장 후방에서 걷던 나이든 드워프 한 명이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지금 불카라고 이야기했나?”
“아, 아는 사이인가 보네.”
“흥! 그딴 도박중독자 녀석은 모른다!”
“잘 아네. 내가 그 영감 때문에 진짜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뭐? 그 자식 아직도 도박하고 다녀? 쯧!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맞아. 오죽하면 악마랑도 도박을 하더라.”
“도박에 빠지면 악마한테도 영혼을 판다더니 딱 그 짝이로구만!!”
갑자기 신나게 불카를 욕하기 시작한 둘.
“아무튼 그 양반이 모루를 찾아준 대가로 지금은 내 밑에서 일하고 있거든? 근데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더라고.”
일부러 마납가루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던 드워프는 전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렸다.
“응? 모루를 찾았다고? 그럼 지금 모루는 불카 그 자식 손에 있는 건가?”
“그런데?”
“이 썩을 놈의 자식!!!! 내 당장 오함마를 챙겨서 그 자식 손모가지를 으깨버리고 모루를 찾아 와야겠어!!!”
“엇? 혹시 그 집안 가보를 담보로 다박을 했다던 그 미친놈인가?!”
듣고 있던 드워프들도 눈치를 챘다.
“이런 죽일 놈! 당장 가자고!!!”
“지, 진정해!”
갑작스러운 드워프들의 급발진에 재호가 급히 말렸다.
“뭐, 그 양반을 만나서 뭘 하든 상관은 없는데 절대 멋대로 가서 깽판 치지는 마. 그 동네가 조금…… 험하거든. 나하고 같이 가야 해.”
엘프와 악마, 그리고 거인까지…….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재호가 유일했다.
정확히는 악마와 거인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엘프였고, 그 엘프들이 재호의 말밖에 안 듣는 것이지만.
어쨌든 재호 없이 이 다혈질의 드워프들이 달려갔다간 대형사고가 날 게 뻔했다.
“흥! 좋아! 일단 그럼 락타디움으로 갈 필요가 있겠군. 연장을 챙기려면 말이야.”
“역시 그거지?”
“그래. 그거를 챙겨야겠어.”
들으면 들을수록 무서운 소리였다.
‘그거’가 뭐기에…….
* * *
“오오오― 대빌!! 무사하구나……!”
“아, 아버지……!”
감격스러운 부자 상봉.
하지만 대빌은 아버지인 라디부 백작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죄책감 때문에?
아니…….
그의 손에 들린 커다란 몽둥이 때문이었다.
“흠흠, 라디부 백작.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를 들어 봐.”
“폐하. 이 창피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못난 아들 놈 때문에 폐하께서 이런 고생을…….”
“아니, 시킨 건 너였잖아.”
라디부에게 다가간 재호가 몽둥이를 뒤로 치웠다.
“일단 다행인 점은 네 아들이 흑마법에 빠진 게 아니란 거야.”
“음? 그럴 리가 없습니다.”
“…….”
아들을 향한 지독한 불신.
재호는 대빌이 사실 마녀의 저주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과 타프카 숲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아, 악마가 살고 있단 말씀입니까?!!”
“정확히는 혼혈이야. 반쪽은 인간이라 하더라고. 혹시나 싶어 말하는데 괜히 군사 끌고 숲으로 가진 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고.”
“흐음……. 대악마까지 막아낸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실 정도면 대단한 괴물이겠지요. 잘 알겠습니다.”
다행히 라디부는 쉽게 받아들였다.
“아, 그리고 부탁인데 내 얼굴들 좀 줄이고.”
재호는 여전히 소름 돋는 자신의 초상화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감옥에서 자신을 보더니 경기를 일으키던 대빌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아들이 그런 저주에 홀린 것 자체도 정신력이 약해 그런 것! 폐하의 초상화를 아예 벽지로 만들어 아들을 더욱더 철저히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
자신의 초상화에 자신도 모르는 특별한 힘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사람 미치게 만드는 힘은 확실히 있을 것이다.
재호의 귀에 대고 꼰대가 속삭였다.
“아! 그리고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알시아님! 가져오너라!”
라디부의 외침에 사용인들이 커다랗고 화려한 함을 낑낑대며 들고 왔다.
“음? 뭐야?”
보상은 분명 코페이 왕실 반지였을 텐데……?
달칵―
라디부가 커다란 함을 열자 그 안에 있는 자그마한 반지.
“……좀 지나친 거 아냐?”
너무나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에 재호는 헛웃음이 나왔다.
“후후……. 이것은 저희 집안의 가보입니다. 이 정도는 기본이지요. 보십시오! 그 누구도 훔쳐가지 못하도록 함에도 알시아님 초상화를 붙여 놓았습니다!”
“?!!!!”
그제야 뚜껑 아래에 붙은 초상화를 발견한 재호가 경악했다.
“아니, 미친…….”
차마 끝까지 말할 수 없었던 재호는 속으로 삼켰다.
“여기…… 받아주십시오!”
“그, 그래.”
반지를 받은 재호.
[코페이 왕실 반지] [등급 : 전설] [코페이 왕가의 적통에게만 내려오는 권위의 상징입니다.몰락한 코페이 왕가의 후손들은 브레잘을 향한 적개심으로 이 저주받을 반지들을 모두 파괴해 버렸습니다.
이것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코페이 왕실 반지입니다.] [ : 이 반지를 착용하면 모든 공격력이 20% 증가하나, 체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용도를 금방 알 수 있는 아이템 옵션.
브레잘이 만든 저주 아이템으로, 왕가의 후손들마저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이용하려던 그의 목적이 보이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다른 후손들은 모두 이 반지를 파괴했는데, 라디부만 가지고 있는 것에서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었고.
‘확실히 미친놈이다…….’
사실 첫 만남부터 그 사실은 느끼고 있었지만…….
“후후, 마음에 드십니까?”
“뭐…… 그럭저럭…….”
어쨌든 아이템 옵션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강력한 일격을 노릴 때 쓰면 좋을 만한 물건.
“다행입니다. 그것을 잘 보관해 두길 잘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본래의 주인을 찾아가게 되었으니.”
‘이거 저주받은 반지라는 건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 같았다.
알고 있다면 본래 주인이라는 말은 못 할 테니까.
* * *
티스트 영지를 다시 떠나려던 재호 일행.
들어올 때는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이었으나 떠날 때는 열 명이 되어 있었다.
“알시아 폐하!!”
“음?”
그때, 막 성문을 나서려는 재호를 급히 달려온 경비대장이 불러 세웠다.
“이제 떠나시는 겁니까? 혹시 어디로 가시는 것인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나? 락타디움으로 가려는데?”
“라, 락타디움 말씀이십니까? 그곳은 드워프들의 도시 아닙니까?”
“그렇지. 원래 그쪽에 볼일이 있었거든.”
“으음……. 그렇다면 혹시 크루마는 가시지 않으십니까?”
“크루마?”
크루마는 뉴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였다.
재호 역시 처음 게임을 시작할 당시, 완식에게 추천 받을 정도로 뉴비 친화적인 도시이기도 했고.
“뭐, 락타디움 근처라고 듣긴 했는데…… 왜?”
“폐하께서 잡아 온 수배범 때문에 말입니다. 확실히 갈킹인 건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럼 된 거 아냐?”
“아닙니다. 이제 현상수배를 내걸었던 크루마 쪽에 보내야 하는데, 저희 인력으로는 조금 어려워서 말입니다. 게다가 저희 쪽에서 보상을 드리는 것보단 녀석을 잡은 폐하께서 직접 끌고 가면 더 큰 보상을 드릴 겁니다.”
[*퀘스트*] [당신이 잡아 온 갈킹은 크루마까지 호송하십시오.티스트는 죄수를 무사히 호송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며, 당신에게 제대로 된 보상도 해 주기 어렵습니다.
적당한 보상만 받고 여기서 손을 떼거나, 직접 크루마로 갈킹을 호송하여 더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선택1 : 티스트 경비대로부터 3천 골드 획득.] [선택2 : 갈킹을 크루마까지 호송 후, ???]
선택 퀘스트.
티스트와 달리, 크루마에서는 정확히 어떤 보상을 받게 될 것인지는 확인 불가였다.
“흠……. 근데 생각보다 몸값이 싸네.”
“보상 생각은 하지도 않고 가려던 놈이 배부른 소리나 하고 앉았네.”
재호의 말에 완식이 대꾸했다.
“그럼 저 물음표 보상에 한번 걸어볼까?”
“괜찮겠냐?”
“뭐가?”
“네가 끌고 가려는 건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야. 게다가 갈킹 녀석, 주변에 같이 어울리는 다른 방송 크루도 있어. 귀찮은 일에 말릴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을걸?”
재호의 시선은 티나, 그리고 일곱 명의 드워프를 향했다.
“쟤네들 있으면 어지간해선 문제 안 생길 거야.”
하지만 재호는 착각하고 있었다.
티나 한 명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돌발 상황들을 겪어 왔었는지.
워낙 만성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그것 자체를 정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 그럼 곧장 갈킹 녀석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잠시 사라졌던 경비대장은 팔다리에 쇠고랑을 채운 갈킹을 끌고 나왔다.
“또 보네?”
“…….”
가운데가 훤한 갈킹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경비대장의 배웅을 뒤로한 채, 재호 일행은 락타디움을 향해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