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0
119화
멍한 얼굴로 재호 일행을 따라 걷는 갈킹.
“쟤 좀 이상하지 않냐?”
재호가 완식에게 물었다.
“나라도 머리 뜯기고 저 꼴 나면 미칠걸?”
“아니, 현실에서 뜯겨 나간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저 녀석 걸음을 보라고.”
“걸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완식은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보폭이 일정하잖아. 정신줄을 놓은 것치곤 보폭이 너무 일정해.”
“……아니, 뭘 그런 걸 트집 잡고 그러냐? 알고 봐도 전혀 모르겠구만.”
완식은 툴툴거렸으나, 재호의 예리한 눈썰미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압도적인 전투력은 단순히 피지컬이 좋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이런 사소한 관찰력 역시 전투력에 포함되는 것!
“게다가 저 녀석 눈이 흔들림 없이 일정해. 마치 영혼이 없는 것처럼.”
“그거 머리 다 뜯겨서 그렇다니까?”
“아냐. 꼭 로봇 같은 게…….”
그 순간, 재호는 갈킹에게서 일어난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눈동자의 미세한 흔들림을 읽어낸 것이었다.
게다가 발걸음 보폭도 바뀌었고.
하지만 말없이 멍하니 걷는 건 여전했다.
‘뭐지?’
재호는 관심을 끊은 척, 고개를 돌렸다.
“……내 착각인 모양이네.”
“그래.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완식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사실 재호의 의심은 틀리지 않앗다.
‘뭐야? 갑자기 왜 여기서 접속된 거야? 뭔 일이 있었던 거지?’
바로 감옥에 수감된 직후, 갈킹은 로그아웃을 했다가 방금 접속한 것이었다.
로그아웃을 하면 캐릭터는 사라지는 게 일반적.
하지만 붙잡힌 죄수의 경우엔 캐릭터가 그대로 남아 있도록 설계 되어 있었다.
그건 흔히들 알려져 있는 사실.
완식도 불곰국 감옥에 갇혀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단, 그 상태에서 감옥 밖으로 끌려나온 사례는 거의 없었다.
갈킹이 바로 그런 경우였고.
로그아웃이 된 사이에 끌려나왔기에 시스템이 대신 움직여 주고 있던 것.
플레이어 캐릭터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 아주 기본적인 프로그래밍만 되어 있기에, 재호의 눈에 특유의 정형화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잘됐어. 도망가기 딱 좋아.’
그런 자세한 사정을 알 길이 없었던 갈킹.
그는 앞서 걷는 이들의 눈치를 살금살금 살폈다.
[당신은 체포당한 상태입니다.] [강제로 구속을 풀 경우, 당신의 악명이 대폭 증가하며 처벌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250레벨만 넘으면 플레이어들은 뉴월드 세계관에서도 초인에 속했다.
그들을 이런 평범한 쇠고랑으로 붙잡아 두는 건 불가능한 일.
그리고 어차피 잡힌 마당에 악명이 늘어난들 뭐할까?
다시는 안 잡히면 되지.
애초에 그가 해 온 모든 콘텐츠들은 정체를 숨기고 한 것들이었다.
걸리지만 않으면 잠재 악명으로 처리되고 말 것.
파각―!!!
상황을 보던 갈킹이 순식간에 쇠고랑을 부셔 버렸다.
“으하하하! 잘 있어라 ㅂ……!”
파각―
쇠고랑 부서지는 소리와 비슷한, 머리통 깨지는 소리.
“이거 봐! 이 자식 이상했다니까?!”
도망치려던 그보다 더 빨리 반응한 재호.
“감히!!”
퍽퍽퍽―
그리고 티나가 달려들어 자빠진 갈킹을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컥! 억!!! 그, 그만!!! 죽는다고!!! 어? 아니지, 더! 더 때려!!! 날 죽여줘!”
자칫 오해할 법한 변태적인 외침.
하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그쯤 해 둬, 티나.”
재호가 그녀를 진정시키고 갈킹에게 다가갔다.
“연기력 장난 아니네. 거의 로봇처럼 움직이더라.”
“…….”
로봇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로봇이었으니까.
* * *
잠시 후, 갈킹을 추궁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된 재호.
“와……. 넌 어떻게 그딴 걸 알아보냐?”
완식이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와……. 이 새끼는 인간이냐?’
갈킹 역시 경악했고.
“역시 알시아님이에요!”
오로지 티나만 재호를 칭찬했다.
“어쨌든 쇠고랑이 망가졌는데…….”
갈킹을 묶어 둘 게 사라졌으니, 조금만 방심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
“어차피 그거 해 놔도 부술 수 있는데 상관없지 않아?”
“그래도 도망갈 때, 잠시 지체시킬 순 있으니까.”
“흠흠―”
그때, 지켜보고 있던 드워프들이 헛기침을 하며 나섰다.
“우리가 새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응? 아무 연장도 없는데?”
“연장은 우리가 다 가지고 있다. 단, 용광로가 없는 게 문제지.”
“용광로라……. 그냥 땔감을 태워선 안 되는 건가?”
“충분히 오래 태울 수만 있다면. 단,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뭔가 빠르게 가열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면…….”
재호의 눈길이 슬쩍 징징이를 향했다.
―?
“너 나름 화덕의 정령이잖아.
―……?
―푸흐흐…….
꼰대의 비웃음.
“농담이고. 티나, 혹시 불의 정령들이랑 좀 친해?”
“샐러맨더 정도는 부를 수 있습니다.”
“오!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 하급 정령이라고 해도 단순 가열엔 충분할 테니. 단, 조건이 있다.”
“조건?”
“그렇다. 가는 길에 보이는 아무 마을에서 술만 사 주면 된다.”
“이거 원, 며칠째 술을 입에도 안 댔더니 말라 죽을 맛이야.”
“……그래. 그 정도야 뭐.”
그렇게 쉽게 협상을 마친 뒤, 드워프들은 허리춤에 달려 있던 작은 주머니를 풀었다.
그러더니 그 안에서 웬 커다란 솥단지와 모루 등, 온갖 장비를 쑥쑥 꺼내기 시작했다.
“?!”
“후후……. 처음 보는 모양이군. 드워프들은 장인의 종족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마법의 종족이기도 하지.”
불카에게 들었던 이야기긴 했다.
단, 어디까지나 마납가루의 대단함만 보았지, 이런 도라X몽의 주머니 같은 건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인벤토리 시스템과 같은 것!
“흣차.”
순식간에 간이 대장간을 차린 드워프들.
그리고 티나의 간이 계약을 통해 불러낸 하급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가마 안에 밀어 넣었다.
카악! 칵! 칵!!
척 보기에도 저항하는 정령의 모습.
“들어가기 싫어하는 거 같은데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어차피 잠깐 계약한 거니까요.”
티나는 그런 정령을 기어이 구겨 넣었다.
“…….”
참, 보면 볼수록 엘프란 종족은 여러모로 민폐란 생각이 들었다.
화르르륵―!!!
잔뜩 열이 받은 샐러맨더가 불을 뿜어내자, 기다렸다는 듯 드워프들이 근처 나무로 만든 장작들을 던져 넣었다.
“오호! 역시 불의 정령이라 좋구먼!”
드워프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마에다 철광석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흠, 조금 모자랄 거 같군. 혹시 철광석 남는 것 있나?”
“철광석? 철광석이라…….”
“난 없어.”
완식은 고개를 저었다.
“……왜 날 보는데?”
재호가 갈킹을 쳐다보자 그는 발끈했다.
“없어?”
“있어도 내놓겠냐? 내 수갑을 만드는데 내가 왜?”
하긴 맞는 말이었다.
“혹시 이걸로도 가능할까?”
재호는 인벤토리에서 철 주괴 몇 개를 꺼냈다.
바로 불카의 마법 주괴였다.
“흐음? 이건…….”
그것을 받아든 가장 나이가 든 드워프가 날카로운 눈썰미로 알아챘다.
“불카가 만든 것인가?”
“어떻게 알았어?”
“드워프 특유의 섬세한 손길이 보이지 않느냐? 이 주괴 모서리를 보면 단순히 평면으로 보이겠지만, 무려 12각으로 이루어진 다각형 형태다. 그렇기 때문에 빛을 받으면 더욱 반짝이는 것이지. 그리고…….”
그는 한참이나 드워프 부심을 부렸고, 재호는 선 채로 잠시 눈을 붙였다 떴다.
“그런 것이다!”
“아, 그랬군. 어쨌든 쓸 수 있는 거지?”
“흥. 가능하다. 불카 녀석, 도박에 찌든 줄 알았더니 그래도 실력은 여전하군.”
휙―
가마 속에다 주괴를 던져 넣은 그.
“근데 불카랑 무슨 사이야? 원래 잘 아는 사이인 거 같은데?”
재호는 그에게 물었다.
“그걸 왜 궁금해하는 거지?”
[호감도가 낮아 대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돌발 퀘스트*] [이름 모를 나이든 드워프.그는 불카와 아주 깊게 연관이 되어 잇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깊은 상처 탓에 그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와의 친분을 쌓아 불카의 숨겨진 과거에 대해 알아내십시오.
그럼 불카와 드워프 족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건 : 이름 모를 나이든 드워프와의 호감도를 최대치로 올리십시오.] [보상 : 불카와 드워프족의 관계 개선 시너지.]
사실상 불카에게 받은 퀘스트의 연계 퀘스트라고 봐야 했다.
‘호감도를 어떻게 올리지?’
재호는 막막함을 느꼈다.
사실 지금까지, 호감도 작업에 있어 곤란함은 거의 겪어 보지 못한 재호.
이른바 날먹한 경우가 워낙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조금도 아니고 최대한으로 올리라니…….’
드워프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재호는 한쪽에서 동료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다.
“호감도는 보통 해당 NPC한테 받은 퀘스트를 하다 보면 오르는데…….”
완식은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완식의 말처럼, 호감도를 최대치로 만들어야 완료되는 퀘스트는 대체적으로 고난이도로 분류되곤 했다.
그만큼 호감도 쌓기 어려운 상대이니 그런 조건이 붙는 것.
“그냥 쌩으로 호감도 작업하는 거라면…… 선물 같은 걸 주는 게 좋으려나?”
완식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겪어 본 드워프의 성질머리면 겨우 그런 걸로 호감도를 최대한으로 달성하는 건 불가능할 터.
“아니면 걔들한테 물어봐.”
“걔들?”
“전럭협.”
“?!!!”
호감도 쌓기 극악의 난이도인 엘프를 공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그들!
“상대가 나빠서 그렇지, 그 정도로 노력하면 어지간한 NPC는 다 넘어올걸?”
“…….”
영 못미더운 소리지만 밑져야 본전이었다.
―호감도 작업 말씀이십니까?
브리즈에게 귓속말을 하자 그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 주었다.
―사실 저희 전문 분야는 엘프라서 조금 난감하긴 하지만, 마침 다른 이종족 호감도 작업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래? 근데 대상이 없잖아.
―원래 모든 연구는 이론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브리즈는 당당하게 말했다.
―저희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드워프는 고집 세고 귓구멍 막힌 종족입니다. 뚝심이 강해 어지간해선 마음을 열지 않는 종족이죠.
‘그건 엘프도 그렇지 않나?’
―알시아님 생각대로 선물 공세로는 택도 없을 겁니다. 특히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드워프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들의 본능을 건드려야 합니다!
―본능?
―드워프들이라고 하면 어떤 종족입니까? 바로 장인의 종족 아닙니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인들의 마음을 열도록 만들려면 그 장인의 욕망을 건드려야 합니다.
―장인의 욕망…….
제법 그럴듯한 말.
―그러니 일단 가장 먼저 할 일은 드워프에게 가서 무릎을 꿇는 발바닥에 입맞ㅊ…….
―앗! 갑자기 몬스터가?! 고마웠어!
잘 나가다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버리는 브리즈와의 귓속말을 끝낸 재호.
그래도 앞부분은 꽤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욕망이라…….’
재호의 시선은 드워프들을 향했다.
따앙― 따앙―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작업에 몰두한 드워프들.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의 모습은 진정한 장인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그들의 욕망을 자극할 만한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 * *
“후우― 완성했군.”
따끈따끈한 새 쇠고랑을 완성한 드워프들.
재호는 그것을 받아 들고 확인했다.
[강력한 제압의 쇠고랑] [등급 : 전설] [드워프들이 만든 초강력 쇠고랑입니다.이걸 풀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는 전설이 될 것입니다.] [ : 강제로 해제를 시도할 경우, 착용자를 점점 더 조입니다.] [ : 강제로 해제에 성공할 경우, 100% 확률로 흡수한 충격의 두 배로 폭발을 일으킵니다.]
“와…….”
재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쇠고랑의 성능?
아니.
불카의 확률 망 옵션을 100%로 만들어 버린 능력에!
“혹시 주괴들도 100%로 만들어줄 수 있어?”
재호의 물음에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간단한 구조의 물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더 복잡한 제작품일수록 확률은 낮아진다.”
“음? 쇠고랑보다 주괴가 더 간단한 거 아냐?”
딱 보기에도 훨씬 복잡하게 생긴 쇠고랑.
“단순히 생김새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주괴와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위한 쇠고랑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지.”
“음…… 그러니까 용도가 분명하고 단순할수록 조작이 쉽다는 거지?”
“그런 셈이다. 그건 오직 착용자를 구속하기 위한 것. 하지만 만약 칼을 만든다면 고려해야 할 것이 아주 많아지지. 횡으로 베거나 종으로 베건,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찌르거나…….”
‘뭔 소리지?’
재호는 솔직히 이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느낌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였을 뿐.
찰칵―
어쨌든 새로 만든 쇠고랑은 갈킹의 손목에 걸렸다.
아이템 옵션을 확인한 갈킹은 입을 쩍 벌렸다.
“자, 잔인한 놈!!! 날 죽이려고 하는 거냐?!!”
“죽긴. 탈출 시도만 안 하면 안 죽어.”
“잡힌 놈이 탈출 시도를 안 할 리가 없잖아!!! 게임을 왜 이렇게 재미없게 하냐?!!!”
“야, 그건 아니다.”
완식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너 탈출하려다 터져 죽으면 오히려 방송은 대박 칠걸?”
“……!”
반박하기 어려운 소리에 갈킹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근데 네가 한 방에 죽을 정도로 강한 데미지를 줘야 한다는 거 명심해.”
하지만 이어진 재호의 추가 설명에 그는 포기했다.
자신에게 그런 강력한 일격 기술은 없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