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
재호 일행은 락타디움의 안으로 들어갔으나, 갈킹을 비롯한 죄수들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은 골렘과 함께 바깥에 남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들을 한껏 받고 있었다.
“헉?! XX!! 몹인 줄 알았네.”
“몹 맞는 거 같은데?”
“아냐! 여길 봐!”
난동을 피우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를 받은 골렘은 쭈그려 앉아 있었고, 그 주변에는 쇠사슬로 접근 금지를 시켜 놓은 상태.
그 앞엔 [몬스터 아닙니다. 때리지 마세요. 때리면 몬스터로 변함.]이라고 경고문이 쓰여 있었다.
“어후…… 대체 누가 저런 끔찍한 걸 끌고 다니지?”
“아까 보니까 알시아가 왔더라고. 알시아 골렘 아닐까?”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저 녀석들은 걔들 아냐? 방송하는 애들.”
“응? 방송? 엇? 갈킹이잖아?!”
“뭐? 갈킹?!”
몇몇 사람들이 갈킹을 알아보자 주변에서도 점점 모여들기 시작했다.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개인 방송인답게 인지도 역시 높은 갈킹.
물론 나쁜 쪽으로.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건 최악이었다.
애초에 그의 콘텐츠는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아까 방송 보니 알시아한테 된통 당하더라고요. 그 후로 방송을 꺼 버려서 어떻게 됐나 싶었더니 이러고 있었네요.”
“이 쓰레기 같은 놈! 너 때문에 내가 피해 본 게 얼마나 큰지 알아?!”
퍽―
그 순간, 갈킹에게 날아든 고철 하나.
“컥?! 뭐야? 어떤 새끼야?!!!”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퍽―! 퍼벅―!!
“윽?!”
갈킹을 향해 마구 날아드는 온갖 쓰레기들.
“우우우우― 죽어라 갈킹!”
“벌레 같은 놈!!”
항상 듣는 말이기에 별로 멘탈에 타격은 없었…….
“대머리래요!”
“뭐야?! 어떤 놈이 대머리로 놀리는 거야!!”
그리고…….
“왜 나한테만 그래?!!! 저 자식들도 있잖아!!”
바로 같은 크루의 플레이어들은 내버려두고 자신에게만 화살이 향한 것!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재호의 골렘이 얼마나 무서운지.
생긴 꼴도 굉장히 살벌했고…….
“낄낄, 꼴좋다!”
“치, 치사한 새끼들!”
같은 크루원들의 놀림에 갈킹이 짜증을 냈으나…….
사실 골렘이 무서운 건 그도 마찬가지였기에 차마 건드리진 못했다.
* * *
밖에서 소란이 벌어지는 사이, 재호 일행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락타디움의 내부에서 풀코스 관광 중이었다.
“여긴 완성된 물건들의 품평을 위해…….”
“이건 실패작을 재활용하기 위한 재활용광로…….”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 위한 온천…….”
별의별 장소를 다 돌아본 재호의 감상은?
“대박인데…….”
만약 재호가 대장장이였다면, 이곳이야말로 천국이라고 느낄 정도로.
“후후, 대륙의 이름 날리는 기사들도 락타디움에서 만든 검을 구하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이지.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모든 물건들은 저마다 주인이 정해져 있다네.”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그냥 들고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당치도 않은 소리! 우리가 만드는 것들은 혼이 담겨 있는 신기들! 사용자가 선택하는 게 아닌, 무구들이 주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그래……. 이게 본래의 드워프겠지.’
재호는 불카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며 생각했다.
“흠흠, 그러니까 이제 알겠지? 그간 살펴본 결과, 그대가 사용하는 그 모종삽은 필시 드워프 장인의 혼이 담긴 것! 그런 것을 어쭙잖은 대장장이에게 맡기다니! 그건 모욕이나 다름없네!”
“흠…….”
“더 이상은 우리도 자네를 설득할 방법이 없어. 여길 외지인에게 보여줬다는 건 우리도 그만큼 자네를 좋게 생각하고 있단 거야!”
[더 이상의 호의를 거부할 경우, 호감도가 대폭 하락할 수 있습니다.]‘쯧……. 이젠 어쩔 수 없나 보네.’
이미 동행한 다른 드워프들의 호감도는 최대치 가까이 오른 상태.
여기서 관계가 틀어진다면 다시 회복하긴 어려울지도 몰랐다.
‘저 드워프 노인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아서 문제지.’
퀘스트를 완료를 위해 호감도를 쌓아야 하는 핵심 대상.
그는 분명 재호의 모종삽에 관심이 있었다.
헌데 고집인지 뚝심인지, 끝까지 눈길만 흘깃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여기 있어.”
“오오오!!!”
“드디어……!”
결국 재호는 모종삽을 꺼냈다.
댕―댕―댕―댕―
“응?”
그때 갑자기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 종소리.
이윽고 여기저기서 드워프들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작업 중지!”
“중지! 중지!!!”
“이 털복숭이 자식아! 중단하란 소리 안 들려?!!”
“??”
갑작스러운 상황에 재호가 당황했다.
“이런 제기랄!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재호에게 모종삽을 막 받아 들었던 드워프 역시 욕설을 뱉으며 다시 돌려주었다.
“지금은 안 돼! 작업 중단이야.”
“음? 갑자기 왜?”
“락타디움의 규칙이야. 락타디움의 밤이 되면 모든 업무를 중단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재수 없다는 징크스가 있거든.”
“그냥 보는 것도?”
“그래서 징크스지.”
[*퀘스트*] [대장장이들의 성지 락타디움에는 오래된 징크스가 있습니다.락타디움의 밤.
바로 락타디움의 용광로를 언제나 뜨겁게 달구어 주는 용암이 식어버리는 것입니다.
용암이 식기 시작하면 다시 끓어오를 때까지 락타디움의 모든 업무는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드워프들의 생각과 달리, 이것은 엄연히 인과관계가 있는 현상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것을 해결한다면 락타디움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보상 : 칭호를 획득합니다.] [ : 락타디움의 드워프들은 당신에게 절대적인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어? 야, 이거다!”
재호는 완식에게 말했다.
“이거면 지금 막혀 있는 퀘스트들 줄줄이 뚫릴 것 같은데?”
하지만 완식은 콧방귀를 뀌며 심드렁한 모습이었다.
“이 퀘스트 유명해.”
“뭐?”
“우리만 받는 특별한 퀘스트 아니야. 락타디움의 밤이 되면 락타디움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한테 뜨는 퀘스트거든.”
“아…… 그래?”
“그래. 아우, 나도 김 팍 샜다. 이 안에 들어온 김에 무기 하나만 슬쩍 부탁해 볼까 싶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정도로 난리인 걸까?
그에 대한 의문은 금방 확인이 되었다.
“어?”
재호는 문득, 어느 순간부터 락타디움 내의 후끈한 열기가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용암이 식고 있는 거야!”
재호의 의문에 드워프가 답해 주었다.
“용암이…… 식는다고?”
“물론 완전히 식지는 않지. 그랬다간 아예 굳어 버릴 테니까. 이 빌어먹을 화산은 평소엔 그 어떤 장소보다 압도적인 열기를 뿜어내지만 이따금 이렇게 맛이 가 버리거든. 그럼 평소보다 절반 이하로 온도가 내려가 버려!”
즉, 평소 하던 대로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우린 그저 손 떼고 쉬는 거지. 자자, 자네들도 나가서 맥주나 마시자고!”
그렇게 재호 일행은 쫓겨나다시피 밖으로 나왔다.
“음? 뭐냐, 이 거지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발견한 쓰레기 무덤에 완식이 흠칫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파묻힌 한 사람.
“……갈킹이네.”
쓰레기를 뒤집어썼어도 찬란하게 빛나는 정수리 덕분에 재호는 알아볼 수 있었다.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냐?”
“…….”
갈킹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 * *
게임을 종료한 재호는 잠자리에 들기 전, 락타디움의 퀘스트에 대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락타디움 밤 퀘스트에 대하여] [락타디움의 이상 현상은 단순한 자연 재해?] [모종의 마법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 주장.] [드워프들의 자작극…….]온갖 무성한 소문들.
그중 어느 하나도 확실한 건 없었다.
“별로 쓸 만한 정보는 없네.”
아쉬움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덮으려던 순간, 재호의 동작을 멈춘 글 하나.
“……베어고릴즈?”
낯익은 닉네임이 작성한 영상.
[락타디움 화산 조사! 정체불명의 화산꽃 발견?!!]영상을 재생시키자 락타디움의 화산을 등반하는 베어고릴즈의 모습이 나왔다.
―후― 열기가 보통이 아니라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숨 쉬기도 어려울 정도예요! 다들 아시겠지만 현재 락타디움의 밤 상태거든요? 그런데도 분화구 인근에는 강렬한 열기가 느껴집니다!
화면조차 이글거리는 것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었다.
―분명 락타디움 대장간으로 흘러내려오는 용암들이 식어 버려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말입니다! 제가 몇 번 이곳에 등반해 본 결과, 실제 분화구의 온도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즉, 분화구 내의 용암은 전혀 식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대장간의 열기가 식어 버리는 걸까요?
거기까지 말한 베어고릴즈가 화산이 흘러내리는 계곡 사이를 가리키며 가리켰다.
―저길 보십시오!
“?!!”
거리가 멀고 열기 때문에 화질이 선명하진 않았으나, 그곳에 웬 커다란 꽃 하나가 자라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화성암처럼 구멍이 송송 뚫린 꽃받침.
그 위로 자란 용암처럼 새빨갛고 커다란 잎이 자란 꽃.
―저는 저 꽃이 의심스럽습니다. 식물이 결코 자랄 수 없는 자리에 꽃이 있다? 굉장히 수상한데요, 어쩌면 저게 이 사태의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곧장 이어진 영상은 그 이후에 촬영된 것이었다.
락타디움의 밤이 끝난 뒤에 다시 화산을 오른 베어고릴즈.
―아……. 안타깝게도 제 가설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꽃은 여전히 활짝 피어 있군요. 아쉽게 됐습니다. 만약 저 꽃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면 확실한 심증을 얻게 되는 것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직접 채취하는 건 어렵습니다. 내려가는 동안 이 열기를 버틸 수가 없어요!
하지만 영상을 본 재호는 두 눈을 빛냈다.
락타디움 밤과의 연관성?
어쩌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기 꽃이 있지 않은가?!
그곳에 꽃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
그게 바로 황재호였다.
* * *
일단 등반은 등반이고, 재호는 휴학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흐음……. 지금처럼 계속 학교를 다니면서 병행하는 건 안 되겠니?”
재호의 휴학 신청서를 받아든 학과장 교수는 아쉬워하면 말했다.
“교수님도 아시잖아요. 저 성적 많이 떨어진 거.”
“평균 A+에서 A―로 떨어지긴 했지.”
교수 입장에선 이대로 놓아주기 아쉬운 모범생.
게다가 재호가 재학생이란 것만으로도 학교와 학과 입장에선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보고 있었다.
글로벌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명문대!
하지만 이미 재호는 결심을 내린 상태.
“이제 한번 제대로 게임을 해 보려고요.”
“제대로?”
교수의 말에 재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A―였던 걸 A+로 올려 볼까 싶어서요.”
“너…….”
교수도 재호 관련 영상은 모두 찾아봤다.
그리고 남들과 마찬가지로 경악하고 감탄했고.
그런데 그게 A―라고?
“끄응……. 그래,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는데 자퇴할 건 아니지?”
“어휴……. 그랬다간 저희 부모님이 가만히 안 있을 걸요?”
“그래……. 그러면 됐다.”
그는 결국 휴학 신청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자,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는 뭘. 휴학했어도 한 번씩 학교에 나오고 해. 너 보고 싶어서 안달 난 후배들이 몇이나 되는지 아니?”
“하하, 제 성격 아시잖아요? 그럼 이만 가 볼게요.”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재호.
“그…… 재, 재호야!”
그때, 망설이던 교수가 재호를 불러 세웠다.
“흠흠……. 그… 나랑 사진 한 번만 찍자.”
“……네?”
“그리고 사인도 좀……. 우리 애가 좋아해.”
* * *
다시 접속한 재호는 곧장 베어고릴즈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아! 제 락타디움 영상을 보셨군요!
―네. 마침 락타디움의 밤 퀘스트가 떠서 정보를 찾다 보게 됐어요.
재호는 그 영상 속, 꽃에 대해서 베어고릴즈에게 물었다.
―흠……. 저는 포기하긴 했는데 알시아님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달리 꽃의 전문가시니 말입니다.
―아, 그 퀘스트는 일단 둘째치고, 전 꽃을 채집하려고요. 혹시 좀 편한 등반 루트 좀 알 수 있을까요?
―거기 어디든 다 어려워요. 화산이다 보니……. 게다가 그 꽃이 있는 곳까진 가 보지도 못했어요. 체력 감소폭이 너무 크거든요.
―그래요?
―네, 만약 간다고 해도 나올 수 있단 보장은 못 하겠죠. 그래도 가 보시겠다면 정상까지의 등반 루트는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