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6
125화
말칸트가 진정으로 바라는 싸움.
그를 어떻게 해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재호는 그에 대한 힌트를 헬스에서 찾았다.
헬스는 단순히 무거운 걸 들거나 길게 반복한다고 해서 효율이 나는 운동이 아니었다.
머리로는 근육의 움직임을 상상하고, 육체는 그것을 느끼며 움직여 주는 것.
머리와 몸이 일체되었을 때 오는 자극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헬스였다.
말칸트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일 터!
완식이 말하길, 말칸트는 순수한 육체파 파이터.
그렇다면 ‘만족’의 기준도 그것에 맞춰야 했다.
멋지게 잘 싸워 그를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가 몸 쓴 맛이 나도록 해 줘야 하는 것!
뿌우우우우―
투기장 가운데 마주서자 나팔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으하하! 그럼 시작해 보자고!”
자세를 낮추고 두 팔을 앞으로 들어 올린 말칸트.
재호 역시 상체를 살짝 굽히곤 전형적인 복싱 자세를 취했다.
무기는 쓰지 않았다.
재호의 예상이 맞는다면, 이 퀘스트는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직 말칸트와 어울려 주는 것.
쾅―!!!
폭음과 함께 먼지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
재호의 눈으로도 쫓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빠른 말칸트의 돌진!
후웅―!!!!
재호는 본능적으로 그의 주먹을 피해냈다.
‘무조건 피해야 해!’
억지로 막으려고 하다간 뼈가 부러질 게 분명했다.
퍽―!!!
강력한 돌진으로 재호에게 접근한 말칸트는 연이어 어깨로 받았다.
초근접 상태에서의 어깨 공격임에도 그것에 담긴 위력은 무시할 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폭발적 속도는 없었기에, 재호는 두 손으로 밀어내듯 몸을 튕기며 충격을 흡수했다.
후욱―
몸이 잠시 공중에 뜬 순간을 놓치지 않은 말칸트의 주먹.
“?!!”
완벽히 꽂힐 것이라 확신했던 말칸트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상체를 돌려 펀치를 빗겨내더니 자신의 팔을 휘감는 것이 아닌가?
부웅―
그러더니 그의 시야가 갑자기 뒤집혔다.
꽈아앙―!!!!!
무게 실린 펀치의 힘을 역이용해 2미터가 넘는 말칸트를 메다꽂아 버린 재호!
“?!!!!”
“헉!!!”
투기장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의 경악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와― 미친……. 설마 했는데…….”
지켜보던 완식도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
재호와 비슷한 레벨의 다른 플레이어라면 첫 공격에서 이미 저승길이었다.
그걸 피한 것만으로도 재호의 반사신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거늘, 심지어는 반격까지 이어졌으니.
완식이 아는 선에선 말칸트가 바닥에 등이 닿은 적은 단 한 번도…….
“?!!”
하지만 먼지가 걷히며 드러난 현장의 모습은 생각과 달랐다.
“으하하하!!! 역시 내 짐작이 맞았어! 알시아 왕! 그대는 진짜배기였어!”
호탕하게 웃는 말칸트.
그는 분명 재호에게 엎어치기를 당했는데, 두 발로 지면에 굳건히 서 있었다.
“그러는 대왕님도 대단하군요.”
그를 내던진 당사자인 재호는 알고 있었다.
뒤집히는 그 순간, 몸을 튕겨 내 재호의 엎어치기를 막아낸 것을.
“좋군, 좋아!”
그러면서 다시 빠르게 접근한 그.
후웅― 훙―!!
초근접 상태에서 변칙적으로 들어온 연속적인 훅 공격.
재호는 더킹을 하며 공격들을 연신 피해냈다.
‘살 떨리네.’
보고 피하는 게 아닌, 감으로 피하는 수준.
대회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위력적인 피지컬에 재호의 몸도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파앙―!!
재호도 조금씩 말칸트를 향해 팔을 뻗기 시작했고, 두 남자의 신들린 공방에 구경꾼들은 넋이 나갔다.
뉴월드에서 보기 힘든 순수 피지컬 싸움!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은 두 남자.
그런데 주먹은 서로 닿지 않고 옷깃만 스치고 있었으니, 보는 사람들조차 목이 타들어갔다.
“야…… 이거 말이 돼? 알시아 레벨 아직 200도 안 됐을 텐데?”
“피지컬이 도대체 얼마나 좋은 거야? 말칸트야 고레벨 NPC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알시아는 사람이잖아!”
“미친……. 저러니까 대회에서 원맨쇼 했지.”
“안 그래도 요즘 선수들 현실 트레이닝도 받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재호와 말칸트의 결투는 방송으로도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고, 전 세계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으니…….
‘아니, 왜 격투기 선수 안 한 거지?’
* * *
[사선을 넘나드는 전투를 계속 유지하였습니다.] [힘이 증가합니다.] [민첩이 증가합니다.] [체력이 증가합니다.] [연속 회피에 성공하였습니다.] [회피력이 증가합니다.] [전설급 NPC 말칸트와의 결투가 음유시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말칸트와의 결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추가되는 알림들.
“으하하하!! 역시 임모탈리언이군!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종족들다워!!”
그러한 변화를 읽어낸 말칸트.
“전 피가 말라서 죽을 맛인데요?”
또 한 번 그의 공격을 피해내며 재호가 말했다.
“으흐흐, 그렇소? 헌데 그 미소는 무엇이지?!”
어느새 이 전투를 즐기고 있는 재호.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과 달리, 재호의 열세인 것은 분명했다.
땀범벅에 스테미너도 서서히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었으니까.
반면 말칸트는 결투를 시작할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즉, 그는 이게 전력이 아니란 뜻이었다.
재호의 예상대로, 그는 이 육체 결투 자체를 즐기고 있을 뿐.
‘음?’
그때, 순간적으로 드러난 말칸트의 옆구리 빈틈.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무조건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만한 큰 빈틈!
‘함정인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재호가 볼 때, 말칸트는 저런 식의 함정으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할 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게다가 살을 내주고 뼈를 깎는 승부수를 띄울 만큼 막상막하도 아니었고.
‘그래도 일단 공격하자!’
주먹이 날아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재호는 말칸트의 반격을 준비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재호의 머릿속에 시뮬레이션 되었고.
뻐억―
마침내 재호의 주먹이 말칸트의 옆구리에 꽂혔다.
[단단한 것을 맨손으로 때렸습니다.] [충격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습니다.] [말칸트에게 일격을 먹였습니다.] [힘이 증가합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윽?!’
돌덩이 같단 게 이런 걸 말하나 싶을 정도!
때린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니!
당황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곧 이어질 말칸트의 반격에 대비하고 선 재호.
하지만 우두커니 선 말칸트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음?”
재호도 그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리고 낯익은 깃발이 보였다.
“학살자 알시아는 당장 게임을 접어라!!”
“폭력을 조장하는 말칸트는 물러나라!!!”
컨셉에 얼마나 충실하려는 것인지, 투기장까지 난입해 시위를 하는 피스앤러브 길드!!
그 경악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저 미치광이들이 물불 안 가리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필 이 세기의 결투에 끼어들어 깽판을 칠 줄은……!
“쯧, 저 자식들이 또…….”
말칸트도 피스앤러브를 알고 있는 듯, 혀를 차더니 가볍게 한쪽 발을 굴렀다.
콰과과과과과광―!!!!!!
“헉?!!!”
그 동작으로 인한 후폭풍은 충격적이었다.
“으아아아악?!!”
“커헉!!!”
피스앤러브 길드원들 아래의 땅이 폭발과 함께 뒤집히더니 그들을 집어삼켜 버렸다.
쿠르르르―
먼지가 걷히니 살아 있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소. 크루마의 골칫거리들인데 설마 여기까지 기어 올 줄은 몰랐군.”
“괜찮습니다.”
“뭐, 이렇게 된 김에 슬슬 돌아가 보는 게 어떻겠소?”
사실 재호는 피스앤러브가 고마웠다.
이 결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 들던 참이었으니.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말칸트가 당신에게 큰 호감을 보입니다.]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하며, 당신의 적들은 당신 앞에서 위축됩니다.]* * *
말칸트는 크게 만족했다.
자신이 이 정도로 몸을 쓰게 만든 상대는 재호가 처음이었으니까.
‘역시 피지컬로만 싸운 거였어.’
재호는 자만하지 않았다.
말칸트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템포에 맞춰 합을 겨룬 것.
피스앤러브 앞에서 보인 압도적인 파괴력의 스킬이 증거였다.
“자! 이걸 받아주시게.”
성으로 돌아온 말칸트는 재호에게 [???]로 뜨던 두 번째 보상을 내밀었다.
“그대라면 이걸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소. 아니, 그대가 아닌 그 누구도 이걸 제대로 쓸 수 없겠지!”
그가 준 것은 한 쌍의 너클 무기였다.
[사막 투사의 혼] [등급 : 전설] [공격력 : 720] [젊은 시절, 수행을 위해 서대륙 떠돌던 말칸트가 사용했던 전투 너클입니다.많고 긴 전투로 담금질된 너클은 사용자와 함께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질 것입니다.] [ : 결투에서 승리할 때마다 공격력이 0.1씩 증가합니다.] [ : 강력한 정권이 공격 대상이 아닌 후방의 적들에게 범위 고격을 가합니다.]
점점 강해지는 건 뛰어난 옵션이지만, 은 조금 애매한 느낌.
공격 대상에겐 피해를 입히지 않고 그 뒤에 있는 적들을 노리는 특이한 스킬이었다.
“으하하하! 소싯적 그걸로 재미 좀 많이 봤다오! 이제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지만, 알시아 왕 그대라면 녀석을 더 높은 곳까지 끌어 올릴 수 있으리라 믿소.”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야기를 듣기로 그대가 크루마의 수배범들을 잡아 주었다고 들었소. 내 그에 대해서도 크게 보답을 하겠소!”
[말칸트의 호감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말칸트가 당신에게 보답을 하고자 합니다.] [말칸트의 기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는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보상!
백지수표와 다름없는 보상이었다.
말칸트의 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자신과 만족스러운 결투를 하고, 수배범을 잡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보상을 줄 정도면…….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겠다.’
재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 그대가 원하는 걸 말해 보시오!”
말칸트의 재촉.
“…….”
너무 무리한 요청을 해서도 안 되고, 시시한 걸 부탁하기엔 아쉬운 상황.
재호의 고민이 조금씩 길어지던 그때.
‘어?’
문득 말칸트 뒤쪽으로 화초들이 보였다.
“대왕님은 꽃을 좋아하십니까?”
분명 그는 직접 화초를 기르고 있다고 했었다
물론 그 목적은 재호와 사뭇 달랐지만…….
“꽃? 딱히 좋지도, 싫어하지도 않지. 하지만 난은 좋아한다오. 정신 수양에 아주 좋다는 걸 그대도 알듯이.”
그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대왕님께 ‘정신 수양에 좋은’ 꽃들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음? 그건 부탁이 아니지 않소?”
“아닙니다. 그 꽃을 잘 길러주시고, 주변에 엘리시아 화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하는 것. 그게 제 부탁입니다.”
재호가 세운 계획.
바로 말칸트를 이용해 꽃집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꽃 장사는 아무래도 NPC들을 대상으로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과거 오톨크의 축제에서 귀족들에게 세뇌…… 아니, 홍보를 했으나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았다.
게다가 베어고릴즈도 귀족에게 선물로 자신의 꽃을 주지 않았던가?
그쪽 역시 아무런 리액션이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것이었다.
바로 서대륙의 패자를 모델로 세워서!
“흠…… 뭐, 나야 상관은 없소만…… 정말 그걸로 되는 것이오?”
“충분합니다!”
재호는 확실히 말했다.
[말칸트와의 호감도가 소폭 감소하였습니다.]‘?!’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재호가 정말로 꽃을 좋아하는 기색이자 살짝 실망한 것이다.
‘……쪼잔하네.’
그 말을 밖으로 낼 순 없었다.
* * *
말칸트를 위한 꽃은 화원으로 돌아간 뒤, 따로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다.
“바쁘게 떠난다니 참 아쉽군. 하지만 그대 역시 한 나라의 왕. 계속 붙잡아 놓을 순 없는 노릇이겠지 않겠소.”
재호가 크루마를 떠나겠다고 밝히자 아쉬움을 보이는 말칸트.
그의 머릿속에는 재호아의 결투가 계속 아른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온몸의 근육을 사용했더니, 그때의 전율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따금 찾아와 나와 겨루어 줄 순 없겠소?”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말칸트의 결투 시, 능력치 성장 가능성이 올라갑니다.]“하하, 물론입니다.”
재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는 최고의 훈련장을 재호는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