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9
128화
―너 미쳤냐?
어지간해선 재호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을 상대.
하지만 방금 들은 소리는 도저히 미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소리였다.
―지금 간첩질 하는 걸로도 피 말려 죽겠는데 프로팀으로 같이 참가하자고?!
재호가 스카웃 제안을 한 건 다름 아닌 테일러!
―계속 생각해 봤는데, 너 말곤 아는 사람이 없어.
재호가 아는 플레이어들 중, 고레벨 유저는 극소수였다.
그중, 재호와 그나마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이들은 사만다와 레드.
두 사람은 레벨도 300을 넘었기에 나름 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완식의 경우엔 250대의 레벨.
클래스 역시 개성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강철기사’라는 레어 클래스였다.
하지만 싸움을 별로 안 좋아하는 메이를 대회에 참가시킬 순 없었기에 완식을 넣어야 했다.
떨이 취급에 본인은 불쾌해했지만.
남은 한 명은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사만다가 프라임 길드원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했으나, 죽장이나 우스터를 제외하면 안면도 없는 그들을 팀으로 들일 수 없었다.
새삼 자신의 게임 인맥이 종잇장처럼 얇다는 걸 깨달은 재호.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이가 테일러였다.
적도, 아군도 아니라 애매하지만…… 그래도 게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친분(?)이 있는 사이였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길드 내에서 잘나가는데 너랑 한 팀을 했다간 몽땅 무너진다고. 그렇게 되면 네 입장에서도 좋을 거 없을 텐데?
―후…… 역시 그렇겠지?
재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기에 더 이상 제안하기가 어려웠다.
“알시아님.”
그때, 고민에 빠져 있던 그를 찾아온 콜센터 직원.
“알시아님을 찾는 귓속말이 왔습니다.”
“음? 날 찾는다고?”
작업 의뢰가 아닌 이상, 다 무시하는 것이 콜센터 운영 방침.
헌데 그걸 알면서도 굳이 이렇게 찾아왔다면 중요한 것일 게 분명했다.
“네. 그…… 알시아님의 퀘스트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무조건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합니다.”
“?”
그런 말을 할 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재호는 직원에게 상대방의 귓속말 코드를 받은 뒤, 말을 걸어 보았다.
―나야.
―누군데?
―다키스트.
―다키스트?
잠시 고개를 갸웃했던 재호는 곧 아! 하고 떠올렸다.
―마녀!
―……흑마법사라고 해 주지 그래.
―근데 퀘스트라니, 무슨 말이야?
―너 여왕님 퀘스트 받은 거. 나도 그 퀘스트 받았어. 아니, 정확히는 비슷한 거지만 어쨌든 널 도와야 하는 게 내 퀘스트야.
―날…… 도와……?
재호의 눈이 반짝였다.
* * *
“……해서 마지막 멤버는 다키스트야.”
“…….”
너무 뜬금없는 사람이 언급되자 말문이 막힌 완식.
“다키스트가 누구입니까?”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사만다와 레드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이전 여정에서 만난 사람이야.”
“알시아님이 추천하신 걸 보면 뛰어난 실력자인 모양이군요.”
레드의 말에 완식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멤버를 보고 그 소리가 나와? 그리고 문제는 그거뿐만이 아니야. 너 내가 말했던 거 기억 안 나냐? 걔 시범 리그에서 너한테 울면서 털렸다니까?”
이미 소속팀이 있는 다키스트.
그런 사람을 대체 어떻게 팀으로…….
“잘렸대.”
“……어?”
다키스트에게 제안을 할 때 이미 확인했던 재호.
“그때 거품이니 뭐니 욕 많이 먹고, 팀 내 평가도 나빠서 계약 해지됐나 봐.”
그렇다면 딱히 문제될 건 없었으나…….
“아놔……. 너 이렇게 대책 없이 했다간 지난번 대회에서 쌓은 명성 다 까먹는다?”
할 말이 없어진 완식이 다른 걸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다키스트가 이 팀에서 유일한 유니크 클래스라는 것.
* * *
게임단 이야기를 마친 뒤, 꽃집을 떠난 완식, 사만다, 레드.
“참나, 이런 식으로 대충 프로게이머 데뷔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
“그래도 수락한 거 보면 싫지는 않은 거 아냐?”
“그거야 그렇지.”
사만다의 말에 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게이머.
그냥 게이머는 널리고 널렸지만 ‘프로’는 아니었다.
그런 기회를 잡아 보고 싶은 건 모든 플레이어들이 마찬가지 아닐까?
“하지만 너무 대책이 없잖아. 무슨 동네 대회 나가는 것처럼.”
“알시아님이라면 이미 계획을 다 세워 놓았을 겁니다!”
“게다가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 우린 스폰서가 없어서 돈 들어가는 건 죄다 직접 때워야 한다고.”
쫑―긋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옥한돌.
그는 자신의 땅에서 작업을 하던 중으로, 화원과 접경된 노른자 땅인 덕분에 그들의 이야기가 들린 것이었다.
‘황재호 선수도 대회를 참가하는 건가?’
재호의 팬인 한돌은 최근 소식까지 모두 찾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재호가 대회에 참가한다는 내용은 없었거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따로 팀을 꾸려서 나가는 것 같은데……. 스폰서도 없다고?’
그는 곧장 접속을 종료한 뒤, 최측근인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며칠 뒤…….
“얘들아. 우리 스폰서 생겼어.”
“응?”
“네?”
재호의 말에 완식과 사만다가 의문을 드러냈다.
“갑자기 웬 스폰서?”
“저희 모르게 몰래 알아보고 계셨던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재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 오전, 갑자기 재호에게 온 메시지 하나.
[안녕하십니까. 일성 전자 비서실장 김수정입니다.]거기까지 본 재호는 그대로 꺼 버렸다.
더 볼 필요도 없이 스팸 메시지였으니까.
하지만 연이어 ‘황재호 선수, 일성 전자…….’, ‘메시지 확인하시면 답장 한 번만 부탁…….’, ‘사기 아닙니다. 꼭 답장…….’ 등등, 메시지가 끊이지 않자 결국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웬걸?
“진짜로 일성 전자더라.”
“……갑자기 일성 전자가 왜 널 스폰하는 거지? 음모가 있나?”
완식은 의심부터 하고 봤다.
애초에 외부로 전혀 알리지 않고 준비하던 일이거늘, 며칠 사이에 어떻게 일성 전자에서 알고 나선단 말인가?
“나도 안 그래도 이상하다 싶었는데…… 짐작되는 건 있어.”
재호는 그들을 이끌고 엘리시아 화원 외부로 향했다.
“저기 저 플레이어 보여?”
재호가 가리킨 것은 화원과 붙어 있는 건설 현장.
“음? 저 집 짓고 있는 아저씨?”
“응. 전부터 저 사람 왠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이번 스폰서 제안을 받은 뒤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어……?”
그제야 완식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응. 아무래도 맞는 것 같지?”
바로 정체를 숨긴 일성 전자 회장 옥한돌!
커스터마이징이 제한적인 뉴월드.
그 탓에 외모는 누가 봐도 옥한돌이었으나…….
‘혹시……?’ 하다가도 ‘에이― 아니겠지.’라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호 역시 그랬었으나, 갑작스러운 일성 전자의 스폰서 제안 탓에 다시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 아니겠지.”
어김없이 흘러나온 완식의 뻔한 반응.
“일성 전자 회장이면 엄청 바쁠 텐데 여기서 게임하고 있다고?”
“어?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저쪽 골목 지나가면서 게임단 이야기를 했었잖아.”
“어…… 어?”
사만다의 말에 당황한 완식.
“그래서였군.”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저 막노동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일성 전자의 회장이라고 확신한 상태.
“그냥 계속 모른 척하자. 보아하니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
재호가 두 사람을 다시 꽃집으로 데리고 가며 말했다.
“와…… 말도 안 된다. 일성 전자 회장이 앞마당에 산다고?”
완식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단 표정이었다.
“진짜, 가짜를 떠나서 이미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이야. 우린 앞으로 일성의 스폰서를 받게 된 거니까.”
“그래……. 아! 그럼 팀 이름은?! 우리 아직 팀 이름 안 지었잖아.”
완식이 소리쳤다.
“간지 나는 걸로 제대로 짓자! 팀 이름에 혹시 일성 들어가야 하냐? 일성이라고 하면 뭔가 맛이 안 사는데…….”
“엘리시아 화원.”
“아,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꽃집 이름으로 할 생각은…… 뭐?”
“팀 이름은 엘리시아 화원으로 생각하고 있었지.”
“……이 자식아!!!”
참지 못하고 재호의 멱살을 틀어잡은 완식!
“제발……! 제발 좀 무난하고 멋진 걸로 하면 안 되냐?!!! 사만다! 너도 한 마디 좀 해!!”
“난 팀명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알시아님이 정하시면 됩니다.”
“아, 안 돼!!!”
완식은 무릎을 꿇고 절규했다.
* * *
완식의 눈물겨운 애원.
재호는 그에 감동을 받……긴커녕, 애초에 그걸 팀명을 할 생각은 없었다.
게임단은 재호 혼자의 것이 아닌, 다른 팀원들의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저 완식의 반응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일성 플라워즈]그래서 결정한 팀명이었다.
“아아아아악!!!!!”
물론 그것 역시 완식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마찬가지였다.
[(속보)일성 전자를 업은 채, 뉴월드 리그 참가!] [게임단 ‘일성 플라워즈’ 창단!] [소속 선수는 알시아 황재호, 근육팡팡 함완식, 사만다 아만다, 레드 슈타이저, 다키스트 엠마.] [무명의 플레이어들이 대거 포함! 기만인가 자신감인가?]재호의 리그 참가 소식은 전 세계에 속보로 전해졌다.
시범 리그에서 압도적 파괴력을 보였던 재호.
그런데 MK와의 트러블과 계약 해지 후, 공식 리그가 코앞으로 다가옴에도 참가 소식은 들려오지 않으니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심지어는 뉴월드 제작사인 월드와이드조차도 재호를 따로 만나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황재호라는 캐릭터 하나의 흥행 파급력은 대회 주관사 입장에서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 형평성과 관련된 잡음이 나올 것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상황.
가뜩이나 월드와이드 입장에서도 파괴적 행보를 보이는 재호 탓에 한국의 스타플레이어 키우기 아니냔 오해도 받고 있었으니…….
일성 플라워즈 창단 소식에 월드와이드 임원진들이 축하 회식을 했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이었다.
전 세계 커뮤니티에서도 일성 플라워즈 소식에 난리가 났다.
―근데 저 팀원들 누군지 아는 사람? 난 황재호 말고는 모르겠는데?
└레드는 불꽃삐추임. 저번에 파이라 레이드 때 분신 공격 한 놈.
└근육팡팡이랑 사만다는 예전에 엘리시아 사천왕이라고 걔네들이고.
└그러고 보니 메이는 참가 안 하네. 나 브이튜브 보고 완전 팬 됐는데.
└메이는 딱 봐도 쌈질 안 하게 생겼잖아.
―근데 사만다 본명이 아만다인거 나만 웃긴 부분이냐?
└ㅋㅋㅋㅋ나도 개터짐. 왜 하필 저 패션 센스에 이름도 아만다냐?
└엌ㅋㅋㅋㅋㅋ
―야 근데 다키스트는 대체 누구냐? 얘는 완전 듣보 아니냐?
└랭킹에도 안 보이던데.
└공개 활동을 안 하면 랭킹에 누락될 수도 있음.
└애초에 그 팀원 전부 랭킹엔 못 든 사람들임ㅇㅇ
└아, 맞네. 황재호 레벨 200도 못 찍었었지.
└저 팀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지 의문이네.
―ㄴㄴㄴㄴㄴ 다키스트 걔임. 지난 대회 때 황재호한테 개 털리고 오열했던 애.
└엌ㅋㅋㅋㅋ 걔였냨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 왜 하필 걔를 데리고 왔냐?
└찾아보니 원소속 팀에서 쫓겨났다 함ㅋㅋㅋㅋ
└황재호 무슨 패기냨ㅋㅋ
그렇게 모두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일성 플라워즈를 주목했다.
과연 이번엔 얼마나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재호의 자만으로 끝날지…….
* * *
“윽?!”
“우웁! 이 지독한 냄새……!!”
뾰로로로…….
엘리시아 화원에 나타난 어둠의 존재…….
거리를 걸을 때마다 근처의 엘프들은 물론, 정령들까지 노골적인 역겨움을 드러낼 정도!
부들부들…….
그런 수모를 겪고 있는 이는 바로 다키스트였다.
“저기…….”
“네?”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을 안내하는 플레이어를 불렀다.
“혹시…… 저한테서 냄새…… 나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네? 아뇨? 아무런 냄새도 안 나는데요?”
고개를 갸웃하는 상대.
‘그럼 대체 왜……!!!!’
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엘프들을 바라봤다.
“우웁!”
눈이 마주치자 헛구역질까지 하는 그들의 모습에 그녀는 결국 고개를 푹 떨궜다.
“아― 엘프들 때문이시구나.”
그제야 눈치챈 그가 말했다.
“혹시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 같은 클래스를 가지고 계세요?”
“?! 그, 그걸 어떻게…….”
“엘리시아 화원은 저주나 흑마력 같은, 생령과 반대되는 힘과 완전히 상극이거든요. 그리고 엘프나 정령은 그걸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구요.”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노골적으로…….”
그건 엘리시아 화원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곳이 얼마나 종족 차별이 심한 곳인지…….
하지만 곧 화원 중심부에 도착한 그녀는 좀 전까지의 수모는 모두 잊어 버렸다.
“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커다란 나무 아래, 연못을 담은 커다란 꽃과 그 옆에 자리한 동화 같은 통나무 꽃집.
그 뒤편엔 거울처럼 맑고 넓은 오아시스와 화려한 색채의 꽃밭까지 펼쳐져 있으니, 다키스트는 넋이 나가 버렸다.
‘오는 길에 본 풍경도 멋지다고 생각은 했는데…….’
밀키웨이로 수놓인 거리도 충분히 아름다웠건만, 엘리시아 화원의 중심부는 그 이상!
왜 사람들이 이곳에 땅을 사려고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 알 것 같았다.
“아, 저기 계시네요.”
그가 가리키는 곳은 꽃집 옆에 지어진 정자.
그 아래에 일성 플라워즈 팀원들이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