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
12화
그곳에서 싸우고 있던 브레잘의 황금 골렘과 반군은 돌발 상황에 전투를 멈춘 상태였다.
“이, 이방인이여! 이게 무슨……. 헉! 서, 설마?!!!”
“왜? 그 설마가 뭔지 말 좀 해달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어, 어떻게 그것을 네놈이 가지고 있는 것이냐!!!!!!
“넌 또 무슨 소리야?!”
―이노옴!!!! 안 된다!!
쿠르르르―
굉음과 함께 재호가 들어왔던 입구 반대편의 벽이 모래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코페이 왕국이 붕괴되기 시작합니다.]그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고 어두운 알현실.
그 끝에는 온통 썩어 문드러져 뼈만 남은 시체가 왕좌에 앉아 있었다.
“?”
자세히 살핀 재호는 그것이 시체가 아닌, 언데드로 변한 이곳의 주인임을 깨달았다.
“그, 그렇게 빤히 보지 마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인지, 그는 커다란 망토를 둘러 자신의 몸을 감쌌다.
“흠흠…….”
왠지 봐선 안 될 은밀한 것을 엿본 느낌에 재호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날 비웃는 것이냐?!!!”
그 모습에 브레잘이 발끈했다.
“아, 아니. 보지 말라며? 그보다 언데드였어?!”
이 화려한 공간과 금은보화의 주인이 볼품없는 시체라는 것은 굉장히 모순이었다.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받은 저주 중 하나일 것이라 추측이 되었다.
“네놈이 어떻게 그것을 손에 넣었는지 알 순 없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얌전히 내놓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아까부터 대체 뭘 말하는 거야?”
“모래시계!!!!”
그 말에 인벤토리를 확인한 재호.
“헉? 뭐야?! 이게 왜 여기 있어?!”
정말로 인벤토리에 들어와 있는 모래시계!
재호는 그것을 꺼내 가만히 살폈다.
[]신기하게도 내부의 모래는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줘야 해?”
“큭!! 후회하게 될 것이다……!”
쿠웅― 쿠웅―
뒤로 다가오는 묵직한 발소리에 재호는 잽싸게 몸을 날렸다.
콰앙!!!!
그 자리에 내리꽂히는 황금 골렘의 주먹.
파스스스―
헌데 그 무엇보다 단단해 보이던 골렘의 주먹이 모래가 되어 바스러졌다.
게다가 어느새 골렘의 외형은 흙과 모래로 이루어진 볼품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브레잘에 저항하던 반군들 역시 지하에서 봤던 언데드처럼 모래가 되어 사라지는 중이었고.
“그러고 보니…….”
이 공간 자체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멈췄던 시간이 흐른다는 게 이런 뜻인가?’
크어어어―
바닥을 후려친 골렘의 팔은 다행히 재생이 되지 않았다.
원인은 바로 지하에서 여전히 뿜어져 나오는 물 때문.
“으으!!! 시계……! 시계를 내놓아라!!!”
급기야 발작적으로 몸을 일으킨 브레잘이 옆에 놓여 있던 자신의 녹슨 칼을 들었다.
파삭―
왕좌에서 내려오는 브레잘의 갑옷의 끄트머리가 바스라지는 걸 놓치지 않은 재호.
‘정상이 아니군!’
모래시계를 건드린 그 순간부터, 이곳의 모든 것들이 본래의 시간대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브레잘 역시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약해진 상대라면 가능할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브레잘의 머리 위에 뜬 정보를 확인한…….
[lv.??? 브레잘] [체력 : ?????/?????]“…….”
재호는 그 판단을 거두었다.
레벨이 물음표로 표시되는 몬스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무리 겜알못이라도 저런 녀석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쾅―!!!!
재호는 머리 위로 꽂히는 묵직한 대검을 재빨리 피했다.
다행히 브레잘의 검술은 둔하고 직선적이라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앗! 갈비뼈 보인다!!”
“?!!”
이어진 재호의 인신공격!
확실히 브레잘은 자신이 언데드라는 사실이 콤플렉스인지, 움직임이 더 둔해졌다.
“이놈! 고통 받을지어다!!!”
하지만 브레잘에게도 다른 방법이 있었다.
[망자의 손길이 당신의 움직임을 제약합니다.]바로 저주!
“뭐, 뭣이?!”
자신의 저주에 면역 반응을 보이자 당황한 브레잘.
그 사이, 재호는 훌쩍 거리를 벌렸다.
어차피 상대를 두들겨 패서 잡을 생각은 일치감치 포기!
‘시도해 볼 방법은 하나……!’
바로 손에 들린 모래시계였다.
모래가 모두 위로 올라갈 때까지 버틴다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쥐새끼 같은 놈!!! 저주!! 저주!!!”
속도로는 재호를 잡을 수 없었던 브레잘이 연신 저주를 퍼부었으나, 정령화장 클래스의 타고난 생령은 그런 부정한 힘을 원천적으로 거부했다.
물론 무한히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상대는 어쨌든 지금 수준으론 확인이 불가능한 네임드 몬스터.
그런 존재가 쏘아대는 저주에 무한히 저항하는 건 완벽한 밸런스 붕괴였으니까.
[너무 많은 저주에 적중당하여 랜덤 디버프가 발생합니다.] [공격 적중률이 하락합니다.]‘어차피 때릴 생각은 없었어.’
[움직임이 둔화됩니다.]‘헉, 이건 좀…….’
둔해빠진 브레잘의 공격을 피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대로 가단 무조건 사망인데.’
콰앙―!!!
땅에 깊게 박혀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파편들.
그 순간, 튀어 오른 흙먼지 사이로 재호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건!’
마치 사용해 달라는 듯, 새파란 빛을 내는 그것!
“!”
스킬이 향한 곳은 바닥 여기저기 깔린 덩굴 이끼였다.
그간 스킬 레벨이 꾸준히 올라 이젠 49에 달하는 스킬.
식물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그 스킬은 절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급속도로 시간이 흐르며 붕괴되기 시작한 공간이란 점이 중요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만큼, 본래 존재했어야 할 식생들의 성장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빠른 상태였던 것이다!
거기에다 성장 버프까지 받아 버렸으니, 덩굴은 순식간에 커졌다.
“?!!!”
콰드드득―!!
굵직하게 자란 덩굴이 땅에 박혀 있던 브레잘의 녹슨 검을 덮어 버렸고.
[의 새로운 활용법을 발견했습니다.] [ 스킬을 터득하였습니다.]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느낌의 스킬명.
하지만 덩굴을 힘으로 뜯어내는 브레잘을 눈앞에 두고 그딴 걸 가릴 여유는 없었다.
“!!!”
[대상 식물의 성장 속도를 500% 증가시킵니다.] [대상의 일반적인 형태보다 훨씬 크고 단단합니다.] [20초간 지속됩니다.]주변에서 뻗어 나온 촉수, 아니 덩굴들이 브레잘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이런 얄팍한 수에 당할 줄 아느냐!!!”
“이미 당한 것 같은데?”
“이, 이노오오옴!!!!”
“앗, 바지 벗겨졌다!”
“?!!!”
하지만 시간은 재호의 편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모래시계의 모래는 위로 향했고…….
투둑― 땡그랑―
브레잘은 점점 더 부패하고 녹슬어갔다.
그리고 끝끝내,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만 브레잘.
“그 불쾌한 힘 때문이었어……!”
브레잘도 그제야 깨달았다.
재호가 지하에 숨겨진 자신의 보고로 향한 것은 운이 좋아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저 정도로 강력한 저주 저항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어떻게 모래시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지 머릿속에 뻔히 다 그려졌다.
“안 된다! 난 이대로 사라질 순 없는 몸이다……!!!!!”
이젠 뼈까지 바스러지기 시작한 브레잘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 처절한 비명도 금방 잠잠해졌고…….
[폭군 브레잘이 영멸하였습니다.] [생존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비전투 공략으로 경험치가 하향 조정됩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하였습니다.] [레벨업…….]‘두들겨 패서 잡은 게 아니면 경험치가 적게 들어오는 거구나.’
새로이 알게 된 사실.
그래도 결코 적은 양은 아니었다.
지하에서의 전투로 45를 찍었고, 브레잘 공략을 통해 이젠 60이 되었으니까.
[대악마 칼리토가 미소 짓습니다.]“음?”
추가로 마지막에 떠오른 불길하기 짝이 없는 알림.
하지만 당장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 * *
브레잘 공략 후, 획득한 다양한 전리품들의 확인을 시작한 재호.
,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 조금 특이하다 싶은 아이템은 두 개였다.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코페이의 왕위 계승자] [코페이의 마지막 왕 브레잘이 악마와 맺은 계약의 증표입니다.] [대악마 칼리토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 : 모래시계에 봉인된 코페이의 병사를 소환합니다.] [ : 저주받은 코페이의 수호신을 소환합니다.]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코페이 국왕] [브레잘이 쓰던 화려한 왕관입니다.] [왕관을 쓰는 순간부터 당신은 코페이의 새로운 주인이 됩니다.] [*주의 : 코페이는 악마와 결탁한 것이 알려져 주변국과 적대시했던 나라입니다.만약 역사 속의 저주받은 왕국을 다시 부활시킬 경우, 많은 국가들이 당신을 적대할 수도 있습니다.]
섣불리 받아들이기엔 상당한 위험성을 가진 아이템들.
하지만 재호는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가능성을 이 아이템들에서 보았다.
스으―
고개를 숙이자 어느새 무릎까지 고인 지하수.
뿜어져 나오는 양을 보니 이곳이 처음부터 사막은 아니었으리라.
‘난 정령화장이니까.’
전대 정령화장인 틴라이트 역시 불모지에 불과했던 장소에 럭시 숲을 키워냈다.
자신이라고 해서 안 될 것 없지 않은가?
[이 ‘엘리시아가…….’라고 말합니다.]“아니, 그런 의미가 아닐 거야.”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엘리시아라는 장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동안 계속 고민하고 브레잘 공략의 자유로움을 통해 방금 내린 결론.
“엘리시아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장소야.”
[이 ‘그게 아니…….’]하지만 재호는 이미 의욕적으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 사막에 자신의 화원을 일구어낸 미래를.
그리고 모래시계의 스킬을 이용한 무상 인력 공급까지!
[이 ‘망자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해 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재호는 머리 위에 왕관을 올렸다.
‘적대할 수도 있다.’였지, ‘적대한다.’라고 확정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니까.
자신이 하기에 따라 충분히 평화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겜알못이기에 내릴 수 있는, 퀘스트 디자인을 마구 헤집는 선택.
하지만 그만큼 뉴월드의 시스템에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플레이어 최초로 왕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잠재 악명이 대폭 상승합니다.]영 좋지 않은 효과도 따라왔다.
[‘코페이’ 혹은 당신만의 국가를 선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코페이를 계승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악명이 크게 증가합니다.] [국가를 선포하시겠습니까?]“아니.”
재호는 단칼이 잘랐다.
미쳤다고 그것을 동네방네 소문을 낼까?
필요한 건 그저 이 사막 위에 화원을 만들기 위한 구실이었다.
“!”
이번엔 모래시계의 스킬을 테스트해 본 재호.
[현재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소환 가능한 병사의 숫자는 최대 두 명입니다.] [주변 바닥이 물로 이루어져 있어 소환이 불가능합니다.]“아.”
전혀 예상 못한 장애물.
“어쨌든 현재로선 두 명밖에 안 된다는 거군. !”
[현재 레벨로 소환이 불가능합니다.] [현재 마나량으로 소환이 불가능합니다.]“……그럼 그렇지.”
뭐, 골렘은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어차피 레벨은 올리면 되는 거고…… 마나는 전혀 관리 안 했었는데 좀 찍어야겠군.”
재호의 현재 능력치는 힘과 민첩, 체력에만 골고루 투자되어 있는 상태.
만약 여기서 마나까지 찍는다?
만약 완식이 듣는다면 뒷목 잡을 일이었다.
* * *
모종삽을 꺼내 재호가 사라진 땅을 팍팍 파헤치던 메이.
쿠르르르―
“헉?!”
그 순간, 모종삽이 닿은 곳에서 모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알시……아님?”
―…….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기대와 전혀 달랐다.
“고, 골렘?!”
바로 모래로 이루어진 샌드 골렘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하나가 아닌, 포위하듯 둘러싼 수십 마리의 골렘들.
―당신.
“?!!”
골렘에게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메이가 펄쩍 뛰었다.
―흠……. 이상한데.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메이를 이리저리 살피는 골렘.
“누, 누, 누구세요?!”
전투 능력은 꽝 그 자체인 메이.
현재 주 무기로 사용하는 활의 숙련도는 제법 오르긴 했지만 근거리에서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고, 어그로를 끌어줄 재호도 없으니 불가능했다.
스스스―
메이를 관찰하던 골렘의 형태는 천천히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흡……?”
상대의 충격적인 모습에 헛바람을 들이킨 메이.
알록달록한 형광 패션에다 관절부위마다 털이야, 깃털이야 온갖 치장을 한 난해한 패션.
‘창피함’이란 감정이 메마른 게 아닐까 의심이 되는 그녀는 바로 사만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