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비밀정원 다이어리]마침내 첫 방송이 이루어진 메이의 단독 코너.
재호는 러닝머신을 달리며 방송을 시청했다.
내용 자체는 그다지 특이할 것 없었다.
메이와 엘리시아 화원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들.
하지만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엔 완벽히 성공했다.
게다가 이전에 비해 많이 알려졌다곤 해도 여전히 비밀스러운 게 많은 엘리시아 화원.
그 장소에 대한 호기심에 많은 게이머들도 본방송을 시청했다.
그 결과, 방송 후 집계된 첫 화 시청률은 무려 8%.
게임 전문 방송이란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시청률이었다.
추가로 국내외의 인터넷을 통해 시청한 시청자까지 합치면 OMGN 역대 시리즈 방송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
“됐어! 이거야!!!”
OMGN 국장 이건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됐어!!!”
메이의 방송은 물론, 매일 하던 헬스까지 거른 채 게임을 하던 완식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직 퀘스트*] [세상을 떠돌며 두 손에 피를 묻혀 온 당신.하지만 구원을 희망하는 당신에게 감격한 옵티마 교단은 기회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이 세상에 흩어진 병자들을 위해, 당신은 스스로를 희생하는 법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 희생을 통해 당신의 죄악은 정화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조건 : 대륙 각지의 고통 받는 이들의 구원(100/100)] [보상 : 로 전직.]
“후후……. 고생하셨습니다. 드디어 그대도 저희와 함께할 수 있겠군요, 형제님.”
완식 앞에 선 고위 사제의 격려와 함께.
[로 전직하였습니다!]과거, 클래스를 갈아타는 걸 미친 짓이라고 평했던 완식.
그랬던 그가 사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걸 포기하고서 새 출발을 시작한 완식.
옵티마 교단의 사제가 된 그는 이제 최대한 빠르게 레어 클래스로 승급을 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교단 건물 앞의 정원에 쪼그려 앉은 채 고민에 빠진 완식.
“어? 완식!”
그때 누군가 반가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응? 진아?”
완식을 부른 이는 재호와 MK T1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진아.
둘은 우승 뒤풀이에서 제법 친해진 사이였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완식의 물음에 진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야 옵티마 교단 정교회 소속이니까 이 주변에서 활동하는 게 당연하지. 너야말로 왜 여기 있어? 아까 보니까 교단 건물에서 나오던데.”
“아, 나? 나 클래스 초기화했어.”
“엇? 너도?”
“음? 너도라니? 설마…….”
재호가 진아에게 새 출발을 조언할 때만 해도 비난했던 완식.
자신은 부득이하게 그런 선택을 하긴 했으나…… 진아는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힐러 랭커인 데다 라는 유니크 클래스까지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도?’라고 묻는 걸 보면…….
“그러고 보니 너 무기가……?”
진아의 허리춤에 달린 것은 지팡이나 마법서 같은 것이 아니라 기다란 장검.
게다가 등에는 커다란 방패도 달려 있었고, 덮어 쓰고 있던 로브도 사실은 망토였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은빛 갑옷이 숨겨져 있었으니…….
“나 성기사 됐어. 아직은 레어 클래스에 불과하지만…….”
현재 그녀가 얻은 레어 클래스 명.
“……그거 영 어감이 이상하네.”
“뭐, 어쩔 수 없지. 나 옵티마 교단에서 유니크 클래스까지 받았었으니까……. 갑자기 칼을 잡겠다고 하니 저런 식으로 재수 없는 이름이 붙어 버렸어.”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나저나 너도 당연히 성기사?”
“으응? 나? 크흠……. 사제…….”
완식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역시! 너나 재호나 외모만 보면 전투 쪽으로…… 응? 잠깐만. 뭐라고?”
당황한 진아.
“사제?”
턱을 긁적일 때마다 꿈틀거리는 완식의 전완근은 전혀 사제의 것이 아니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진심으로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진아.
“아…… 그게…….”
완식의 자초지종을 들은 진아는 가슴 아픈 사연에 눈물을 닦았다.
“아…… 웃겨…….”
“웃기다니! 난 엄청 고민하고 결정한 거라고.”
“아니, 근데 솔직히 웃기잖아. 네 근육을 봐. 나 지금까지 뉴월드 하면서 단 한 번도 근육맨 사제는 본 적이 없어.”
“그거 편견이야. 그리고 재호가 옆에 있어서 난 뭘 하든 그 자식의 열화판밖에 안 된다고.”
“뭐, 그건 백번 동의하는 부분이지. 재호는 진짜 말도 안 될 정도로 잘 싸우니까.”
진아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쨌든 넌 지금 최대한 빨리 승급을 하는 게 목적이란 거지?”
“그렇지. 대회는 이제 코앞이고, 최소한의 밥값을 하려면 레어 클래스 정도는 얻어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게. 어차피 난 지금 선수도 아니니까.”
유니크 클래스의 힐러 출신답게, 사제 레벨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제일 확실한 건, 대륙에 숨어 있는 생지옥 같은 장소들을 찾아 가는 거야. 그곳에서 무한 노가다를 하는 거지.”
“노가다……?”
“응. 가 보면 알아.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못 버티고 도망치는 곳이거든. 일단 교단에 가서 파견 요청을 해. 아마 ‘개미지옥’ 간다고만 해도 승급 퀘스트가 뜰 거야.”
“?!!”
완식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 진짜로?!”
“응. 사제들 사이에선 제법 알려진 방법이야.”
‘별로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고.’
진아는 뒷말은 조용히 삼켰다.
굳이 알 필요는 없는 이야기였으니까…….
* * *
최근에 들어온 화관 주문.
재호는 의뢰자가 찾아오기로 한 날에 맞춰 물건을 완성했다.
그리고 잠시 후 찾아온 의뢰자와 인사를 나누려다 멈칫했다.
“음?”
왠지 낯익은 얼굴.
“크, 크흠…….”
어색한 헛기침을 흘리는 상대.
“손님은……?”
이름까진 몰라도 얼굴은 기억하고 있던 재호가 입을 열었다.
“오, 오랜만입니다. 타오바오입니다.”
“누구……?”
“……그…… 판다즈 팀 소속인데…….”
시범 리그 첫 경기에서 재호에게 탈탈 털린 뒤, 리그 첫 탈락자로 이름을 올린 그!
“아……!”
그제야 재호는 타오바오를 기억해 냈다.
“흠흠……. 뭐, 워낙 짧게 스쳐 지나갔으니…….”
타오바오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자신에 비하면 재호는 뉴월드계의 슈퍼스타였고, 자신은 널리고 널린 랭커이자 선수 중 한 명이니까.
“그런데 혹시 이거 대회 대비해서 준비하는 겁니까?”
“흠흠……. 꼬, 꼭 그게 아니더라도 성능 좋다고 소문이 많이 났으니 말입니다. 한번 써 볼까 싶어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백프로 대회 때문이란 걸 알았다.
“……역시 판매가 안 되는 겁니까?”
그의 불안한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될 건 없죠.
엘리시아 화원은 어디까지나 꽃을 파는 꽃집이었고,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했다.
대회는 이 세계와는 관련이 없는 현실 세계의 문제.
더군다나 대회 당시, 타오바오와 딱히 감정이 상할 만한 일도 없었다.
각자가 우승을 위해 경쟁했을 뿐.
“받으세요.”
재호는 테이블에 놓여 있던 완성 화관을 타오바오에게 넘겼다.
[휘날리는 신속의 화관] [등급 : 고급] [궁극의 속도를 추구하는 이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너무 빠르게 달리다간 당신의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 : 매 걸음마다 민첩 및 이동속도가 1%씩 증가하여 최대 20%까지 중첩됩니다. (제자리에 멈출 경우 초기화)] [ : 중첩이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사용자가 반투명해집니다.]
“헉?!!”
고급 등급에다 대성공도 뜨지 않은 평범한 아이템.
하지만 그걸 받아든 타오바오 입장에선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창을 주무기로 들고서도 빠르고 민첩한 공격과 움직임을 자랑하는 라는 유니크 클래스였다.
반면 주 스킬들은 모션이 큰 참격 계열인 탓에 능력치만큼 공격 효율을 내기가 까다로운 클래스.
그래서 그는 속도와 관련된 아이템 제작을 의뢰했었다.
근거리 전투 클래스인 이상, 중첩은 어지간해선 최대치로 유지되어 있을 터.
20% 증가하게 되면 차원이 다른 공격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도 사기야.’
반투명 상태에서 움직이면 그만큼 눈으로 쫓기 어려울 테고, 그만큼 전투 효율도 배로 증가시키는 옵션!
“가, 감사합니다!”
타오바오는 이런 어마어마한 아이템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재호에게 감동을 받았다.
‘진정 대인배로구나!’
분명 같이 대회에 참가하는 상대임에도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은 늘 경쟁에 치여 왔던 타오바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꽃집을 하는 것이겠지…….’
이런 여유와 아량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꽃집에 어울리는 존재라고…….
‘진정한 강자로구나.’
그는 재호를 향해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 * *
화관을 구매하고 돌아온 타오바오.
그는 테스트 사냥에서도 크게 만족했고, 팀 연습에서도 그것을 당당히 꺼냈다.
“윽! 그게 뭐야, 타오바오!”
“너도 설마 그런 변태 아이템을 쓰려는 거냐?!”
팀원들이 질겁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후후, 잘 보라고. 너희들은 경험해 보지 않은 신세계에 나는 발을 담갔으니까.”
창을 붕붕 돌리며 시동을 걸기 시작한 타오바오.
그리고 그날 연습 후, 판다즈는 소속 선수들 전원은 엘리시아 화원에 작업 의뢰를 넣었다.
* * *
대회를 약 2주 남긴 어느 날, 꽃집으로 갑작스럽게 작업 의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소 주문량의 다섯 배에 달하는 물량.
꽃집은 역대급 호황이었으나, 그 이면의 사정을 본다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대부분이 대회 때문이니까…….’
물론 대회가 끝난 뒤, 그들이 꽃집의 고정 고객이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긴 했지만…….
일단 현재로선 부작용이 컸다.
어김없이 재호를 폄하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황재호의 피지컬은 온몸에 두른 꽃 아이템 덕분이다!
직접 꽃의 효과를 맛 본 몇몇 선수들은 더더욱 확신을 가졌다.
꽃만 뒤집어썼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으니까.
과연 그런 안일함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그들은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 * *
대회가 점점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일성 플라워즈도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훈련 요일을 정해 놓고 진행했었으나, 이제는 매일 엘프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훈련법에 거부감을 느꼈던 다키스트도 이젠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그녀는 이제 인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엘프들과의 대련을 통해 자신의 전투 피지컬이 상승하고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
‘반사 신경이 엄청 빨라졌어.’
이건 시스템의 영역에서 벗어난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반사 신경은 타고난 것이라고들 말했으나, 엘프들과의 훈련은 그것이 개선될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게다가 능력치 노가다 작업으로도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압도적 강자와의 반복적인 전투는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제 알 것 같아.”
다키스트가 함께 휴식을 취하던 사만다에게 말했다.
“응? 뭐가?”
“알시아가 그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이유.”
매일 이런 훈련을 한다면 누구라도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글쎄……. 그건 아닐걸?”
“응?”
다키스트의 반문에 사만다는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전직을 하고 엘프들에게 훈련받을 때 들은 건데, 알시아님은 게임을 처음 시작하자마자 엘프하고 싸웠대.”
“……레벨 1때 싸웠다고?”
“응.”
“에이, 말도 안 돼!”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럭시 숲 엘프들이 직접 이야기해 줬어. 심지어 다 대 일로 싸웠는데 안 죽고 버텼다더라.”
“거, 거짓말! 그게 사람이야?!”
피지컬이 적당히 좋아야지, 1레벨에 엘프와 주먹질을 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뭐…… 전럭협 애들 중엔 그 당시 사건을 직접 본 애들도 있다더라고. 자기들은 알시아님이 엄청 고레벨인 줄 알았대.”
“…….”
다키스트는 금방 겸손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상기했다.
재호는 괴물이라고.
“안 그래도 요즘 그런 이야기 많이 나오잖아. 알시아님 실력이 사실은 꽃 아이템 덕분이라고.”
“아, 맞아. 나도 기사 본 것 같아. 굳이 경쟁 팀들에게도 그걸 팔 필요는 없지 않아 싶긴 했는데.”
“뭐, 줘도 상관없다는 뜻이지. 알시아님은…….”
사만다의 판단은 그러했다.
“언론들이야 자극적인 걸 좋아하니까. 알시아님은 뉴월드 판에서 가장 큰 떡밥이기도 하니 계속 물어뜯는 건 어쩔 수 없지. 대부분 사람들도 거기에 휩쓸리기 마련이고.”
하지만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다.
MK T1의 팀원이었던 다른 선수들.
그들 역시 꽃 아이템들을 착용했으나, 재호처럼 압도적인 피지컬을 보여주진 못했었으니까.
“……참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네.”
두 사람의 시선은 저 멀리, 화원을 돌며 풀피리를 불어대는 근육질 남자에게 머물렀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이자, 엘프도 인정한 천재 싸움꾼의 평범한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