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6
135화
한 달간 치러지는 뉴월드 리그.
하지만 참가 희망 팀들은 많았고 본선 진출이 가능한 팀은 20팀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선 진출을 위한 예선전이 열렸고, 일성 플라워즈 역시 예선전에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이슈가 있었다.
시범 리그에서 최종 순위 1~5위에 든 팀들은 자동 본선 진출권을 얻었는데, 1위 팀이었던 MK T1에 진출권을 따낸 선수가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그와 관련해 논란이 일어났었다.
MK T1의 진출권을 박탈시켜 일성 플라워즈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으나…… 현 규정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
게다가 월드와이드 측에선 내심 다른 생각도 있었으니…….
―아무래도 황재호 선수를 향한 세계의 관심 때문이겠죠.
예선전 중계를 맡은 해설자가 말했다.
―황재호 선수가 예선전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분위기는 본선에 가까울 정도거든요?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중계진도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죠.
예선전임에도 오늘의 경기는 전 세계에 라이브 중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누가 뭐래도 재호의 영향이었다.
―사실 일성 플라워즈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이 많은 게 사실이죠. ―그렇습니다. 단순히 랭킹에 따라 선수를 뽑던 이전과는 많이 바뀐 요즘이지만, 그렇다 해도 열세라는 평이 많은 게 일성 플라워즈입니다.
―사실 그래서 더 기대가 큽니다. MK T1에서 황재호 선수가 데뷔전을 치를 때도 지금과 거의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왔었거든요? 과연 이번에도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무언가를 보여줄지!
―자! 그럼 예선전 첫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 *
일성 플라워즈의 경기 참가 선수는 재호, 사만다, 다키스트, 레드.
전직을 통해 새 출발을 한 완식은 당연하게도 당장 대회 출전은 불가능했다.
지금은 출전해 봐야 조롱거리만 되고 끝날 가능성이 아주 높았기에 본인 스스로도 원하지 않았다.
재호는 이번 대회 참가 명단을 제출하는 과정에서야 완식이 전직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제로 바뀌었다는 걸 처음 봤을 땐 혹시 시스템 오류인가 의심을 했을 정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팀을 위해서라면 확실히 그게 나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혹여나 팀만을 위한 희생을 택한 것은 아닐까란 점.
애초에 게임이란 게 재밌자고 하는 것 아닌가?
재호가 아는 완식은 절대 사제 클래스 타입이 아니었다.
만약 미리 사실을 알았다면 팀에서 쫓아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렸을 일.
재호가 완식에 대해 아는 만큼 완식 역시 재호를 알았기에 말없이 선택한 게 분명했다.
‘일단은 그런 걸로 알고 있고…….’
중요한 건 막 시작된 예선전.
“다들 어때? 접속 상태 양호해?”
재호는 먼저 팀원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본선과 달리, 예선은 장소 상관없이 개인 캡슐에서든 참가를 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준 월드와이드.
기기 성능 차이에 따른 격차가 발생하기야 하겠지만, 예선까지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는 제약을 걸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이상 없습니다.”
“저도 괜찮군요.”
“나도 끝냈어.”
대답과 동시에 그들은 재호에게 본섭에서 미리 받은 꽃템들을(레드는 이미 쓰던 것들이 한 세트였다.) 꺼내서 착용했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뭐해?”
재호는 화환을 착용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는 다키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다키스트가 망설이는 이유는 모두가 가진 고질적 문제 때문이었다.
“창……피하단 말이야…….”
“창피하다니요!! 다키스트 씨! 이 위대한 아이템에 대해서 어찌 그런 평가를 한단 말입니까?!!! 꽃이야말로 궁극의 완성 세팅! 아직 꽃맛을 못 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
다키스트를 향한 레드의 호통!
하지만 그런 레드를 바라보는 다키스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너 때문이잖아!!!’
창피함의 원인은 바로 공작새로 착각할 정도로 화려하게 꽃으로 치장한 레드 탓이 컸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우아하게 살랑거리는 꽃다발…….
인간 화환 그 자체.
물론 다키스트도 이 화환이 얼마나 대단한 아이템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레드 옆에서 꽃으로 치장을 하고 있자니 자신 역시 같은 꼴로 보일 것 같아 불안했다
‘뭐…… 이해가 안 될 건 아니지.’
재호는 다키스트의 심정을 이해했다.
솔직히 레드의 과한 치장은 재호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긴 했으니까.
“그래도 너랑 사만다 화환은 최대한 무난해 보이도록 만들었어.”
대회를 앞두고 늘어난 주문에 재호의 제작 숙련도는 물론 미적 감각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화환은 마치 귀족들이 걸치는 숄처럼 상당히 품위 있어 보였다.
“후우……. 알았어.”
결국 체념하고 다키스트는 화환을 착용했다.
“좋아. 그럼 보자…….”
그제야 재호는 주변 풍경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전장은 랜덤이었다.
다만 예선전에선 이미 무난한 전장들로만 선정을 해 놓았다고 월드와이드에선 발표를 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보이는 풍경 역시 특별할 것 없는 정글이었다.
사사삭―
물론 야생의 정글인 만큼, 무서운 생명체들이 살고 있지만.
화르륵―
재호는 악마초 정령화를 시전한 후, 파이라의 화염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사만다는 자신의 단도에 화염 정령력을 끌어올려 기다란 검으로 만들었고, 레드 역시 스태프를 든 채 한 손엔 불덩이를 소환했다.
“……너희 다 불이야? 난 불 아닌데…….”
역시 전투태세를 취하려던 다키스트가 멈칫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니…… 혹시 나만 빼고 컨셉이라도 맞춰 온 건가 싶어서…….”
“그런 거 없으니까 전투 준비나 해.”
아우우우우―
그 순간, 긴 울음이 정글에 울려 퍼지더니 사방에서 늑대인간들이 튀어나와 달려들었다.
은밀히 접근해 갑자기 튀어 나온 탓에 방어만 하기도 벅찬 상황.
하지만 근접 전투원인 재호와 사만다는 물론, 마법사들인 레드와 다키스트까지 쉽게 피하곤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콰과과광―!!!
화염 계열 공격을 세 사람이나 퍼붓다 보니 끊이지 않는 폭음과 탄내!
그에 반해 다키스트는 조용하면서도 은밀한 암흑 마법들로 적들의 움직임을 약화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번 예선전에서 최고 관심사였던 일성 플라워즈! 몬스터의 기습에 인상 깊은 대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초반 몬스터들이야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거든요? 다만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슈타이저(레드) 선수와 엠마(다키스트) 선수 입니다. 마법사 계열은 육체 능력, 특히 민첩 쪽은 거의 투자를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놀라울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지난번 시범 리그에서 황재호 선수가 압도적인 피지컬을 보인 이후, 각 팀들은 선수단을 대폭 개편했죠. 일성 플라워즈 팀의 구성 역시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전 조금 다른 생각도 드는군요. 엠마 선수를 보십시오! 어어, 바로 지금!!!
해설자가 말하는 순간, 후방에서 무방비 상태로 적에게 노출된 다키스트!
헌데 그녀는 방어 마법을 시전하는 대신, 바닥을 굴러 공격을 피해 버렸다.
―바로 저런 모습! 대체 어느 마법사가 적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닥을 구릅니까?!
―화, 확실히 이례적인 광경이긴 합니다. 헌데 저 행동이 그 정도로 대단한 걸까요?
―물론이죠! 엠마 선수는 시범 리그 출전 당시, 모든 관객들을 안쓰럽게 만들 정도로 끔찍한 전투력을 보였었죠. 그때는 저런 민첩한 동작들이 전혀 없었다 이겁니다! 무엇이 과연 엠마 선수를 저 정도로 적극적이고 역동적으로 행동하도록 바꾸었을까요?!!
해설자의 말에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정답을 알 것 같았다.
쿠드득―
화염창으로 배를 뚫어 버린 뒤, 뒤에서 공격해 오는 늑대인간을 향해 뒷차기로 대응하는 재호.
창을 뽑자마자 그대로 내던져 뒤쪽 적의 미간을 뚫어 버린 동시에, 앞에 있던 녀석에겐 회전력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재호!
바로 황재호!
―하긴, 저런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가 뽑은 사람들이니 당연하겠죠.
―그렇습니다!! 일성 플라워즈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재호는 자신이 있었던 겁니다! 완벽한 팀을 만들 자신이!!
해설자는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하지만 모두가 그 이야기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고작 첫 몬스터와의 조우 아니었던가?
저런 적을 상대로는 모든 참가자들이 화려한 전투를 벌이는 게 가능했다.
일성 플라워즈의 진짜 실력.
그건 다른 팀과 충돌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 * *
‘흠……. 확실히 골렘이 없으니 몬스터 사냥엔 시간이 걸리는군.’
점수표를 확인한 재호.
1위는 32점의 뉴욕 올스타즈 팀.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는 17점으로 9위였다.
15점 차로 큰 격차가 나는 상황.
‘32점은 몬스터만 잡아선 불가능한 점수야.’
아무래도 최소 두 팀과 충돌해 승리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일성 플라워즈는 아직까지 단 한 팀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확률상 한 팀 정도는 만날 법도 하거늘, 이상하리만치 보이지 않았다.
정글 여기저기엔 전투 흔적이 남아 있었고, 일성 플라워즈는 그 흔적을 쫓아 다른 팀을 찾아 다녔다.
몬스터만 잡아선 절대 쫓을 수 없었기에 반드시 다른 팀과 싸워야 했다.
쿠르르릉―
그리고 마침내, 멀지 않은 곳에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제대로 점수 올려 보자!”
재호를 필두로 소리의 진원지로 달린 일성 플라워즈.
“……음?”
크어어어?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건 왠지 얼빠진 표정처럼 보이는 몬스터들이었다.
“헉?! 저길 봐!”
그때, 뭔가 발견한 다키스트가 반대편 덤불 너머를 가리켰다.
“?!!!”
그곳엔 뒤도 보지 않고 줄행랑치는 타 팀 선수들이 있었다.
“……설마?”
재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데스 아로마!!
통제 불가능한 향기가 재호의 존재감을 사방팔방 뿌려댔고, 다른 팀들이 그 향기를 피해 다닌 것이었다!
―아아, 망했어요……!
―데스 아로마가 이런 식으로…….
사태를 이미 진작 파악한 중계진들은 탄식했다.
―이건 정말이지…… 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이건 프로답지 못해요!
―뭐, 이것 역시 전략이라면 전략이겠지요. 하지만 실망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대회를 앞두고 많은 팀들이 황재호 선수에게 꽃템을 받아 갔거든요? 그러면서 뭐라고 했었습니까? 황재호 선수의 거품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이야기를 해놓고선 속칭, 빤스런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 역시 사정은 있었다.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 점수를 올려야 하니 위험성은 최대한 줄여야 했다.
즉, 모든 팀들이 일성 플라워즈와의 충돌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다 보니 일어난 상황.
데스 아로마가 느껴지면 도망쳐라!
이 현상은 시범 리그 당시에도 나타나긴 했었다.
그래도 당시엔 나름 공략을 시도해 보는 팀들도 나오긴 했었다.
전부 실패하긴 했지만…….
그 탓인지 지금은 완벽하게 모든 팀들이 피하고 있었다.
중계 화면을 통해 확인되는 전체 지도를 보면 일성 플라워즈는 무인도 그 자체.
예선은 총 세 개 조로 나누어 진행이 되며, 각 조의 상위 다섯 팀이 본선에 진출하도록 되어 있었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자 팀원들도 슬슬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큰일 난 것 아닙니까?”
“야…… 망한 것 같아……”
“이 비겁한 놈들!! 싸움을 피하다니!!!”
팀원들의 이런저런 반응에도 재호는 일단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이대로 쫓아가선 절대 못 잡아.”
전투 종료 후, 재호가 팀원들에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 도망만 가는데 방법이 없잖아.”
다키스트의 항의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해서 잡지 말자는 거지.”
“응?”
“이번에 시범 리그 때와 다르게 변경된 룰이 있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으나, 상황이 이렇게 되니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몬스터 등급제.
경기 시작 20분이 지난 시점부터 몬스터 사냥을 통해 얻는 점수는 1점에서 2점으로 증가한다.
이건 시범 리그에도 있었던 규칙.
여기서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있었다.
30분부터는 레이드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무려 10점을 제공한다는 것!
―아! 맞습니다! 이번부터 변경된 규칙이죠.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평을 많이 내리지 않았습니까? 더군다나 실제 경기가 그때까지 지속이 되리란 보장도 없으며, 레이드 중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는 위험도 크니.
―하지만 지금으로선 일성 플라워즈가 본선으로 올라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인 것도 사실이죠. 어쩌면…… 다른 팀 입장에서 상당히 괴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일성 플라워즈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말이죠…….
그렇게 일성 플라워즈는 무한 몬스터 사냥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