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4
13화
“아무리 봐도 영 초짜로 보인단 말이야…….”
골렘들의 보고를 받자마자 곧장 이곳으로 달려온 사만다.
하지만 막상 직접 마주한 메이에게서 풍기는 진한 뉴비 향기에 얼굴을 찌푸렸다.
쿠드드―
“꺄아악!!!”
메이를 포위하고 있던 샌드골렘 하나가 그녀의 팔다리를 붙잡고 결박했다.
“……역시 뉴비인가?”
너무 쉽게 제압당해 버리자 사만다는 확신을 가졌다.
스릉―
갈고리처럼 생긴 짧은 칼을 그녀.
“넌 뭐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어…….”
비록 패션 탓에 위협적인 느낌이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번쩍거리는 칼날은 무서웠다.
“제…… 제 동료가 저 아래로 빨려 들어갔어요!!”
“그건 알아. 방금까지 네가 무슨 수작을 하고 있었냐고 묻는 거다.”
“그, 그러니까요…….”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으나, 예민해진 사만다를 납득시키기엔 한참 모자랐다.
애초에 모래 아래로 사라진 동료를 찾으려고 모종삽으로 땅을 파헤치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였으니까.
‘분명 꿍꿍이가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입을 열……?’
쿠구구구구―
그때, 두 사람이 디디고 선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저, 저도 몰라요!!!”
진동은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윽?!”
급히 도약해 소용돌이를 피한 사만다는 즉시 골렘들을 소용돌이 주변으로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화아아아―
소용돌이 가운데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황금빛.
그곳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
“아, 알시……아님?!!”
메이는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쳤으나, 사만다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 남자는……?!!’
분명 길드 공지에서 요주의 인물이라고 올라왔던 플레이어!
결코 헷갈릴 수 없는 외모와 분위기였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여자도…….’
역시나 재호와 함께 알려진 메이였으나, 특색이 없어 알아보지 못했었다.
‘실제로 보니 장난 아니게 살벌한데…….’
당시 죽장이 공지할 때만 해도 사만다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직접 만나보니 그가 호들갑 떤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아우라.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선은 세상 모든 생명체를 아래에 두고 있는 최상위 포식자와 같았다.
비록 메이와 마찬가지로, 패션은 뉴비 냄새가 나긴 했으나…….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지는 게이머 조상님들의 격언이 있었다.
[헐벗은 상대일수록 두 번 세 번 경계하라!]저 허름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무장 상태는 먹잇감을 유혹하기 위한 것!
‘안 된다.’
절대 싸워선 안 된다는 경고가 그녀 머릿속에 울렸다.
상대는 진짜배기다!
혼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사만다는 문득, 재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왕관이 눈에 들어왔다.
“?!!!!!!!!”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 사만다.
“그, 그, 그, 그건……!!!!”
덜덜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가 클래스 승급 퀘스트의 단서를 얻을 당시, 기록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왕관……!
“설마 브레잘의 왕관?!!!!!”
“헉?!”
그녀의 외침에 재호도 덩달아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 * *
지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재호가 본 건 샌드 골렘들과 요상한 패션의 사만다, 모종삽을 든 메이였으니 곧장 상황을 이해하기엔 어려웠다.
심지어는 자신이 쓴 왕관까지 단번에 알아보았으니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레벨 높아 보이는데…….’
소환수로 보이는 골렘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재호가 레벨 및 마나 부족으로 모래시계의 소환수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걸 생각한다면, 상대가 범상치 않은 플레이어라는 게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너…… 너 이 자식!!! 그걸 어떻게 구한 거야?!!!”
한편, 재호보다 몇 배는 더 긴장한 상태인 사만다!
그녀의 퀘스트는 브레잘을 만나 그의 호의를 얻은 후, 작위를 얻어 유니크 클래스인 ‘모래시계의 수호자’로 승급을 하는 것.
그런데 브레잘의 왕관을 재호가 쓰고 있었으니…….
‘자, 잠깐. 그럼 내 승급 퀘스트는? 저 인간이 날 승급시켜 주는 건가?’
그녀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일단 브레잘을 토벌한 시점에서 상대의 실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왕관을 빼앗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대놓고 승급을 요구하는 것 역시 너무나 큰 도박이었다.
아쉬운 건 전적으로 자신이거늘, 먼저 약점을 드러내는 짓은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하나였다.
목적을 숨긴 채로 친분을 쌓은 뒤, 자연스럽게 거래를 하는 것.
마침 갱신된 퀘스트 알림 역시 그쪽 길을 추천해 주고 있었고.
[*클래스 퀘스트*] [코페이의 저주받은 왕이었던 브레잘은 사라지고 새로운 왕이 등장했습니다.새로운 왕의 신뢰를 얻는다면 좋은 보상을 내려줄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NPC의 호감을 얻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난이도.
심지어 상대가 플레이어인 탓에 퀘스트 설명조차 ‘내려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었다.
‘후우…….’
결국 사만다는 결정을 내렸다.
어렵게 얻은 유니크 클래스로의 승급 기회를 이대로 날려 버릴 수 없었다.
비록 이 사람이 정말 클래스 승급까지 시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제 와서 다른 유니크 클래스를 찾는 것도 말이 안 돼!’
털썩―!!!
재호 앞에 무릎을 꿇은 사만다.
“새, 새로운 왕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으응?”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당황한 재호.
사만다의 머릿속에선 아주 긴 사고를 거쳐 나온 행동이었으나, 실제로는 고작 5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여자는 뭐야?’
재호는 메이에게 설명을 요구했으나…….
털썩―!!
사만다 옆에서 덩달아 무릎을 꿇은 메이!
“추, 축하드려요!! 아니, 드립니다!”
“……쓰읍.”
재호는 이 이해 불가한 상황에 입맛을 다셨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 * *
“후……. 돌아가서 사만다를 도와줘야겠어. 우리가 생각이 짧았어.”
방금 전, 죽장은 같은 길드 멤버인 크루와상에게 한소리를 들은 참이었다.
어떻게 사만다의 도움만 날름 받아먹고 돌아갈 수가 있냐고.
갑작스럽게 만난 재호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려 판단력이 흐려졌던 모양이었다.
“사만다 도움까지 받으면 내 방패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스터의 물음에 죽장은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일방적인 도움을 받기만 해서 기분이 상해 있는데, 또 도와달라고 해 봐야 좋은 소리는 못 듣겠지.”
어지간히 기분이 상한 모양인지, 현재 귓속말까지 차단당한 상태였다.
“일단은 만나서 사과가 먼저야.”
그나마 크루와상 덕분에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알 수 있었으나, 허허벌판이라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헤맨 죽장과 우스터는 마침내 사만다를 찾아냈다.
그런데…….
“신기루인가?”
우스터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니. 내 눈에도 똑똑히 보여.”
죽장 역시 저 멀리 보이는 광경에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믿지 못할 광경.
프라임 길드에서 요주의 인물 낙인찍은 상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만다의 모습!!
뿌득―
우스터는 이를 갈았다.
“이제 알겠군……. 애초에 사만다는 우리를 속였던 거였어.”
“서, 섣부르게 판단하진 말자고.”
사만다를 오랜 시간 봐 온 죽장이었기에 최대한 이성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클래스 아이템을 잃어버린 입장에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저걸 보고 어떻게 그래?! 딱 봐도 주종관계가 확실한데!!! 귓속말을 차단한 건 명백히 우리를 배신했다는 뜻이야!!”
“……일단은 이만 돌아가자.”
“돌아가긴 뭘 돌아가!!! 당장이라도 기습을 해서…….”
꽈악―
죽장이 우스터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었다.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 사만다 하나만 해도 혼자서 3인분은 할 수 있는 클래스인데, 정체불명의 플레이어까지 있어. 게다가…… 정말로 사만다가 굴복한 상대라면……. 그 자존심 강한 사만다가 저럴 정도라면 상대는 어느 정도겠어?”
“크윽…….”
우스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이 쉽게 추스러지지 않는 걸 어쩌리.
자신의 클래스 아이템이 저놈에게 있는데!!
“내가 사만다와 따로 이야기해 볼 테니 우선 이 사안은 길드에도 비밀로 해. 앞뒤를 모두 확인한 뒤에 대처해도 늦지 않으니까.”
* * *
“그러니까…… 퀘스트를 따라 코페이의 왕을 찾아왔다고?”
“그렇습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극존칭으로 대하는 사만다.
재호는 숨 막힐 정도의 불편함을 느꼈다.
“그…… 말투가 좀……. 편하게 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재호의 등에서 풍기는 아우라는 본의를 곡해시켜 전달하기 딱 좋았다.
즉, 사단장이 사병의 어깨를 두드리며 ‘편히 쉬게나.’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
척―
그 결과, 사만다의 자세는 각 잡힌 차려에서 열중쉬어로 바뀌었다.
‘군인인가……?’
“저…… 그런데 진짜로 왕이 된 거예요?”
메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꽃집은?
“이거 그냥 구색만 갖춘 거예요.”
재호는 머리 위에 얹힌 왕관을 벗으며 말했다.
“여기서 꽃집을 시작하려면 필요할 거 같아서.”
“……네?”
“……?”
그거랑 꽃집을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가?
아니, 애초에 사막에도 꽃집을 열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저기…… 죄송한데 아무리 그래도 사막에서 꽃집은 아니지 않나요?”
어지간해선 반론을 제기하지 않던 메이의 한마디.
“꽃……이라니 그건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사만다까지 의문을 더했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미친놈 보는 듯한 시선은 두 여자가 같았다.
“저길 봐!”
두 사람의 반응에 재호는 자신이 튀어나왔던 모래 구덩이를 가리켰다.
“헉!”
“오, 오아시스?”
어느새 찰랑일 정도로 차오른 물은 사라지지 않고 고이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사만다는 경악한 얼굴로 조심스레 손을 담가 보았다.
방금 지하에서 올라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
“브레잘이 죽은 뒤 이 땅의 저주도 풀리면서 지하수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 모양이야.”
재호는 물가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그래서 난 여기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어. 이 황무지를 다시 키워보기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이펠츠 꽃의 씨앗.
그것을 조심스럽게 심고는 스킬을 사용했다.
“.”
손이 닿은 지면에 은은한 빛이 스며들더니 이내 미세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
재호가 하는 행동에 의문을 보이던 사만다는 곧, 그곳에서 피어나는 새싹을 보고는 입을 쩍 벌렸다.
‘뭐, 뭐야 저게?’
분명 대단한 것 같긴 한데…… 대체 저런 스킬을 왜 배운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진심.
‘정령화장이 그랬듯, 나도 이펠츠 꽃부터 시작하겠어.’
재호의 결심은 그러했다.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부적합한 환경에서의 식물 성장 보너스를 받습니다.] [사막에서 꽃을 피우는 당신의 기행에 명성이 오릅니다.] [당신이 코페이의 왕이란 것이 알려질 수도 있습니다.]마지막 알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재호는 왕 놀음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차오르는 오아시스의 물만큼, 재호의 기대도 퐁퐁 차올랐다.
* * *
월드와이드의 관찰팀의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알시아라는 플레이어였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결코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꽁꽁 숨겨진 클래스를 얻은 것도 모자라, 100레벨이 되기도 전에 클래스 퀘스트를 두 개나 받은 플레이어.
헌데 이젠 숨겨진 공략법으로 300레벨의 던전도 클리어하더니 왕까지 되어 버렸다.
“……이거 밸런스 붕괴 아닌가요?”
한 직원의 말.
브레잘을 잡을 당시 레벨이 45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애초에 클리어가 불가능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정령화장이란 클래스의 패시브가 교묘하게 작용해 상위 던전과 유니크 클래스 하나가 허무히 사라져 버렸다.
“아냐……. 운빨이라고 하기엔 영리하게 잘 싸우기도 했어.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선택지는 어지간해선 내리기 힘들 거야.”
물론 반박하는 이들도 있었고.
“밸런스 이전에…… 설정 붕괴가 일어나는 거 같은데? 정령화장이 저주받은 왕의 후계자라니…….”
뉴월드 설정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확실히 알시아가 보이는 행보는 기겁할 만한 것이었다.
시스템적으로 저런 행위가 용납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
그 어떤 클래스보다 자연친화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정령화장이거늘, 그런 존재가 저주받은 망자를 소환하더니 텃밭을 일구려 하고 있었다.
“근데…… 애초에 시작부터 평범해 보이진 않았어.”
“……하긴 그렇죠. 저런 살벌한 외모를 가지고선 꽃집이라니…….”
조금씩, 재호의 기행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관찰팀 직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