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마침내 엘리시아 화원을 떠나는 헤라.
마차에 뚫린 창으로 고개를 내민 그녀는 멀어지는 화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여전한 아쉬움.
그래도 화원의 모든 걸 봤기에 어렵사리 떠날 순 있었다.
‘그래……. 다음에 또 오면 되는 거야.’
며칠 지내보는 동안 본 인간 거주 구역.
아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점도 많았으나, 한돌의 별장만큼은 완벽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특이한 건축 양식과 눈앞에 펼쳐져 있는 엘리시아 화원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이미 한돌에겐 꼭 재방문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놓았으니, 다음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오겠다고 다짐했다.
[헤라 포드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앗? 저 갑자기 그 귀족 아줌마 호감도가 올랐어요!”
갑자기 뜬 알림을 본 메이가 재호에게 말했다.
“나도 그러네.”
재호 역시 마찬가지.
“그 사람 좀 이상하더라. 계속 한 박자씩 늦더라고.”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요?”
“그건 확실히 그랬어.”
재호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난 엠베이 숲 좀 다녀올게. 화원 좀 부탁해.”
“엠베이 숲에요? 아! 드워프들이 왔다고 했었죠?”
“응. 이제 대장간이 완성됐다는 것 같더라고.”
[이 완공되었습니다.]손재주 좋은 종족이라 그런지 단숨에 작업장을 완성한 모양이었다.
“후카를 데리고 가서 광고라도 한번 할까 싶어.”
“아, 드디어 공개하는 건가요?”
지금까지 엠베이 숲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곳에 뭐가 있는지, 그리고 재호에게 점령되어 악마들이 착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도.
“그런데 괜찮을까요?”
메이의 걱정스러운 질문.
“알시아님이 악마와도 관련이 있다는 걸 알면…….”
“어차피 붙잡힌 악마들인데 뭐.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드워프 대장간이 있다고 하면 그런 거 딱히 신경 안 쓸걸?”
오히려 문제는 추후에 발생할 영토 분쟁이었다.
이전에 엠베이 숲에 대해 알려진다면 인근 귀족들이 불만을 드러낼 것이란 경고 알림도 받은 적 있었고.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재호 나름대로 대비는 해 놓은 게 있었다.
‘현재 악마를 통제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니까.’
지금까지 악마들을 방치하고 외면해 온 게 주변 귀족들이니 함부로 나서지도 못 하리라.
엠베이 숲에 대한 소문은 인근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돌긴 했다.
하지만 두려움에 누구도 섣불리 그곳에 접근하지 못했다.
악마가 어떤 존재인가?
엘프들의 고향을 박살내 버렸고, 대륙의 인간들도 어쩌지 못해 방치해 놓고 있는 것이 악마들 아니던가?
악마는 아직 플레이어들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 불완전한 파이라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 않았던가?
엠베이 숲의 악마들이야 하급 악마들이긴 하지만, 재호와 사만다에게 두들겨 맞고도 버텼던 시쿠드를 떠올려 보면 원래는 제법 힘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긴 세월 동안, 엠베이 숲에서 버티는 것도 불가능했을 테니까.
하지만 재호의 등장과 함께 엘프 대이동이라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사태가 일어나며 그들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재호가 악마 시쿠드를 상대로 사만다와 신나게 팰 수 있었던 이유도 엘프들에게 이미 된통 당한 뒤였기 때문이었다.
‘멀쩡한 상태의 악마들과 싸운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거야.’
즉, 시쿠드가 죽고 악마들이 지금 꼴이 된 건 순전히 운이 나빠서일 뿐…….
그리고 그런 악마들을 공포 정치로 통제하고 있는 게 바로 재호!
만약 시비를 걸어오는 귀족이 있다면?
배 째라고 드러누우면 될 일이었다.
“어…….”
재호의 계획을 들은 메이는 표정이 복잡해졌다.
‘알시아님도…… 많이 변했구나. 좀 더…… 게임하는 사람처럼…….’
남들보다 한발 늦은 깨달음.
이미 대륙 각지에서 진상 게이머 기질을 마구 뽐내고 다닌 재호였으나, 메이는 그걸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 *
후카를 데리고 엠베이 숲으로 온 재호.
후카는 카메라를 향해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와…… 여기 분위기 보통 살벌한 게 아닙니다! 악마가 있다는 소문은 이것 때문에 생겨났겠지요.”
사실 후카는 이미 재호에게 엠베이 숲에 대해 모두 들은 상태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모른 척하는 중이었다.
―근데 왜 여기로 가는 거임?
―알시아 엠베이 숲에도 뭐 숨겨 놓음?
―예전에 이 근처에서 퀘스트 하나 했다고 방송에 언급되지 않음?
―그때 뭘 해 놓은 건가?
채팅창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과연 이 흉측하고 으스스한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아, 오셨습니까?”
때마침 나타난 엘프.
그러자 시청자들은 김이 픽 새버렸다.
―뭐야…… 또 엘프야?
―또프…….
―엘프는 엘리시아 화원에서도 실컷 볼 수 있잖아!
―겁나 기대하게 만들어 놓곤 이게 뭐냐? 고작 엘프 보여주려고?
그런 반응들을 보며 후카는 내심 웃었다.
‘좋아. 그렇게 불만을 터뜨리라고. 그래야 더 극적이지!’
“이야! 엘프라니! 이런 살벌한 곳에 엘프라니! 놀랍지 않습니까?!”
―응~ 오바하지 마.
―ㄴㅈ
―ㄴㅈ
시청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 갔다.
후카의 방송은 언제나 매운맛이었거늘, 이런 무미건조하고 익숙한 자극은 필요없…….
“허어억?!!! 시청자 여러분!!! 저길 보십시오!!! 저거 설마……!!!!”
그 순간!
마침내 하이라이트가 등장했다!
재호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근육질 덩치들.
새빨간 피부와 들소처럼 커다란 뿔을 가진 강인한 육체의 생명체들!
“여, 여, 여러분들?! 저, 저거……!!!!”
후카는 한껏 과장하며 소리쳤고 시청자들도 경악했다.
―헉?! 아, 악마다!!!
―뭐야?! 진짜 악마야?!!!!! 악마가 살고 있었다고?
“오셨습니까, 알시아님.”
재호가 다가가자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악마들의 모습에 채팅창은 또다시 난리가 났다.
―뭔데 뭔데!
―왜 악마들이 알시아한테 고개 숙이는 거임?
―전에 파이라 때려잡은 게 알시아 아님?! 근데 왜 악마랑 친함?
―야! 애초에 엘프랑 악마가 같이 있는 것부터가 문제야!
한편, 재호 역시 당황한 상황이었다.
“야, 너희 왜 덩치 부풀리고 있어?”
평소의 모습은 나름 귀여운 구석은 있는 악마들이지만, 덩치를 키우면 헬스장 아저씨들이나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최근에 갑자기 드워프들이 몰려오더니 시비를 걸지 않습니까? 진짜 난쟁이는 자기들이면서 저희보고 난쟁이라고…….”
“됐고 다시 줄여. 어차피 너희들이 몸집을 부풀려도 드워프들은 계속 놀릴 테니까.”
“……예.”
푸슈슉―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악마들의 모습이 다시 작아지자 또 한 번 뒤집어진 채팅창.
“후카! 이쪽으로 와. 내려가야 해.”
“아, 알겠습니다!”
악마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후카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재호를 따랐다.
―아, 뭐야! 알시아 눈치 없이!
―방송 망치네.
그러면서 후카를 데리고 간 곳은 웬 땅굴.
그리고 그 안으로 이끌고 내려가자 방송은 다시 한 번 난리가 났다.
지하는 환히 밝혀져 있었고, 수많은 드워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와……. 악마에 엘프에 드워프까지 있다고?
―저 세 종족이 한곳에 같이 모여 있는 게 가능한 거임?
―주작 아냐?
두 눈으로 보면서도 쉽게 믿기 힘든 경이로운 광경.
시청자들은 조작을 의심했으나, 애초에 조작조차 불가능한 게 현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
쿠웅― 쿠웅―
“엇? 뭐, 뭐죠? 갑자기 동굴에 진동이…… 커헉?!!!!”
동굴 너머에서 나타난 압도적 크기의 생명체!
“아, 자연인!”
―산골 자연인이다.
바로 대륙에 남은 유일한 거인, 산골 자연인!
“거, 거, 거, 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후카.
거인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그도 진심으로 놀랐다.
방송하는 당사자가 그런데 시청자는 오죽할까?
―엘프, 악마, 드워프도 모자라 거인까지……?
그 시각, 이미 재호의 엠베이 숲 공개 방송은 전 세계 핫토픽으로 떠올라 있었다.
* * *
재호가 드워프들과 작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후카는 동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방송을 시작했다.
애초에 자신이 이곳에 온 건 드워프 대장간을 소개하기 위해서!
“대박! 이쪽을 보세요! 락타디움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지하에 흐르는 용암을 이용해 작업을 하네요.”
탈 듯한 열기에 후카는 흐르는 땀을 닦았다.
“지금까지 질 좋은 장비들은 서대륙 쪽에서 많이 유통되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플레이어 인구수도 동대륙보다 서대륙 쪽이 더 많죠. 하지만 락타디움의 대장장이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 흐름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질 좋은 장비들이 이곳에서 풀리기 시작하면…….”
쿵―쿵―쿵―
―으어, 비켜! 급하다!
그때, 갑자기 대장간으로 뛰어 들어온 자연인.
땡땡땡―
동시에 근처에 있던 드워프가 종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집합! 집합!”
“채광이다!”
“어이! 인간! 거기서 비켜라!!”
갑작스러운 소란에 후카는 어버버 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그극―
후카가 비켜서자 드워프들은 용암이 흐르는 구덩이 위를 커다란 철판으로 덮어 버렸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두가 숨을 죽인 그때.
쿠웅―
마침내 거인이 그곳에 섰고, 거적때기 같은 바지를…….
“어?”
―?
―?
―?
뿌드드득―
방송으로 생생히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 그리고 구수함.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거인이 떠나고 난 뒤, 삽을 든 드워프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커다란 된장들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
“…….”
충격에 빠진 후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물론, 채팅창도 멈춰 있었다.
* * *
안에서 후카와 시청자들이 몹쓸 꼴을 당하는(?) 사이, 재호는 드렐리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어때요? 지낼 만해요?”
“클클, 뭐, 나쁘지 않아. 질 좋은 광물이 있고 천연 용광로도 있겠다. 아, 그리고 놀리는 맛이 찰진 악마들도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지.”
“근데 불카는 어딨어요?”
“아, 그 자식은 락타디움으로 돌아갔어.”
“예?”
“가족들을 직접 데리고 오라고 했지.”
“아…….”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과연 살아서 다시 볼지는 걱정이 되었지만.
“그나저나 벌써 작업을 시작한 모양이죠?”
“물론! 우리들이야 망치를 두드리거나 맥주를 마시는 것 아니면 할 것도 없으니까!”
드렐리어는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좋네요. 그럼 손님을 받아도 되겠어요?”
“흠……. 뭐, 오는 건 상관없지만 무조건 팔아 준다고 보장은 못 하겠군.”
장인의 고집이란 그러했다.
자신이 인정한 존재가 아니라면 자식을 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
재호 역시 드워프들의 그런 고집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며칠 고민 끝에 내린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거 어때요? 그러니까…….”
이어진 재호의 설명을 드렐리어는 흥미롭게 들었다.
“오호라……. 그거 재밌겠군. 하긴 악마 녀석들을 보니 보기와 다르게 깡다구는 있어 보였으니.”
다행히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좋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술안주로도 아주 좋겠어! 으하하하!!!”
그렇게 드워프들과 합의가 된 엠베이 숲 대장간 판매 방침.
단, 이걸 위해선 악마들의 협조가 필수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해들은 악마들은 질겁했고.
“아, 아니 왜 저희가 그래야 합니……다! 절대 하겠습니다!!”
엘프들의 불같은 시선을 받은 악마들은 급히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어차피 죽는 건 아니니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재호의 말에 대한 악마들의 반응은 하나였다.
‘이 악마 같은 인간!’
* * *
재호는 후카를 불러 엠베이 숲 대장간의 운영 방침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헌데 그는 뭔가에 홀린 듯, 허공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후카?”
“……예? 아, 예.”
“왜 그래? 갑자기 넋이 나가선.”
“아…… 그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충격적인 광경을 본 탓에 찾아온 PTSD.
“……아닙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후카와 시청자들이지만…… 이건 너무 독했다.
사건 직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급히 방송을 종료했지만 이미 하이라이트(?)는 다 보여준 상황.
이 일로 인해 어쩌면 방송 정지를 받을지도 몰랐다.
“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정신을 차릴 테니 다시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정지를 당하기 전에 재호의 부탁을 들어줘야 했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도 그것이었으니.
“뭐, 알았어. 일단…….”
재호의 설명을 듣고 정리한 후카는 그것을 방송에 내보냈다.
[엠베이 숲 대장간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법!] [락타디움에서 드워프제 아이템들을 구하고 싶지만 구할 수 없었던 이들이여! 엠베이 숲으로 오라!] [엠베이 숲 투기장에서 악마와 대결하십시오! 그렇다면 드워프제 무기가 내 손에!]투기장!
재호가 생각한 계획은 바로 [엠베이 숲 투기장] 건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