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재호와 마주 앉은 드시는 스트레스성 복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왜 하필 또 이 인간이란 말인가…….
“이,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드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발 귀찮은 일이 아니길 바라며…….
“나는 오늘만 보고 산다.”
“예?”
“……난 오늘만 보고 산다?”
“갑자기 무슨…….”
“아니, 그거 있잖아. 난 오늘만 보고 산다.”
“갑자기 무슨…… 헉?!”
문득, 재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깨달은 드시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나, 나도 오늘만 산다.”
떨리는 목소리로 화답했고.
“그게 얼마나.”
재호가 묵직한 팔뚝을 내밀자 드시도 자신의 팔뚝을 대어 X로 교차시켰다.
“같은 건지 보여주마.”
이어진 드시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등신 같은 행위가 바로 테일러가 알려준 액스페이스 접선법이었다.
―어차피 뒷골목 사정이야 그렇고 그런 거지. 다만 근본도 없는 양아치들한테는 해도 소용없어. 좀 굵직한 애. 그런 놈들을 상대로 해야 해. 라셀 왕국이면 전에 만났던 드시. 걔 정도면 충분해.
물론 드시를 직접 찾아갈 생각이었지, 이런 식으로 만날 계획은 아니었다.
“크흠…….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지 않아?”
“아! 그, 그렇습니다.”
드시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사과했다.
엄연히 액스페이스는 별개의 조직.
뒷골목에서도 액스페이스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비밀 단체만큼 위험한 건 없었으니까.
“근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액스페이스 쪽에는 접선 요청자의 신분에 대해 확실히 밝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만날지 만나지 않을지도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어차피 돈 되는 일은 다 하는 게 걔네들 아냐?”
“뭐, 그렇긴 합니다. 보자……. 지금 곧장 돌아가 접선 요청서를 보내면 오늘 밤 중으론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부탁해.”
후다닥―
아무래도 재호 앞에서 떠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던 모양인지, 드시는 전력질주로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금방 답을 받을 수 있었다.
[자정. 구 적탑 거리 ]다행히 액스페이스 쪽은 거절하지 않았다.
‘걔네들도 그 상자를 열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니까.’
* * *
그날 자정이 되어 재호는 티나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과거에 비해 적탑이 있던 거리는 썰렁했다.
아무래도 엘리시아 화원으로 적탑이 이전을 한 탓에 유령 마을이 되어 버린 듯싶었다.
동시에 액스페이스 같은, 음침한 녀석들이나 빈민들이 지내기엔 더 좋은 장소가 되었단 뜻이기도 했다.
“이야, 뭐야? 이곳에 웬 엘프야?”
티나를 본 걸인 하나가 수작을 걸어왔다.
“이봐, 엘프 누님! 나랑 같이 맥주나…… 헉?!”
하지만 뒤늦게 티나 옆에 선 재호를 발견하곤 입을 틀어막았다.
“커, 커험. 취, 취했나……. 갑자기 졸리네…….”
그는 운이 좋았다.
만약 더 나가 재호에 대해 허튼 소리를 했다면 머리에 바람구멍이 뚫렸을 테니까.
[코주부 바]마침내 목적지를 찾은 재호.
끼이이이―
낡은 나무문 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빛이라곤 촛불 몇 개가 전부인 내부.
“알시아.”
어둠 속, 2층 난간에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골드투스.”
자박― 자박―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 그녀는 평소와 달리, 커다란 건블레이드는 내놓지 않은 상태였다.
“이 자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액스페이스는 공사는 확실히 하거든.”
“그거 잘 됐네. 나도 괜히 힘 빼고 싶지 않거든.”
재호는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골드투스와 마주앉았다.
파치직―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히는 가운데서 일어나는 불꽃.
치지지이…….
하지만 이내 곧 골드투스가 먼저 슬그머니 시선을 내려 버렸다.
골드투스는 재호를 상대로 초면부터 당당함을 유지할 정도로 배짱 있는 사람이었으나, 그렇다고 지속적인 눈빛 교환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약육강식이라는 본능의 문제…….
“흠흠, 그래서 우리와 만나길 바란 이유는 뭐지?”
“뭐, 너도 알고 나온 거 아냐? 굳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네가 나온 것만 봐도 말이야.”
“……좋아. 나도 뭐, 숨기지 않을게. 맞아. 이데란의 보물을 우리가 가져간 것 때문에 왔겠지.”
골드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어차피 그 멍청한 와띠스 녀석이 자기 억울하다고 전 세계에 내 얼굴을 까발렸으니까.”
“아, 나도 봤어. 그거 좀…… 풉.”
“……죽을래?”
“죽는 건 너지.”
“?!”
어느새 검을 뽑아들어 골드투스의 목젖을 겨눈 티나.
눈으로 쫓을 수 없는 발검 속도에 골드투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스으으―
그러자 주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액스페이스 조직원들.
“……야, 솔직히 타이밍 놓쳤지?”
“…….”
재호의 물음에 골드투스와 조직원들은 침묵했다.
“아냐?”
“……아니다.”
어둠 속의 누군가 불쑥 대꾸했다.
“에이, 누가 봐도 늦은 건데? 만약 진짜로 휘둘렀으면 얘 벌써 죽었을 텐데?”
“어, 어차피 임모탈리언이라 죽어도 상관없다!!”
“야!!!”
울컥해 소리친 골드투스.
아무리 그래도 그런 궁색한 소리를…….
“됐고! 이러려고 만난 거 아니잖아!!”
“알았어. 티나.”
재호의 제지에 티나는 다시 검을 내렸고 액스페이스 조직원들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삭막해진 분위기.
“다시 돌아가서…… 맞아. 다 알고 나온 자리야. 그리고 너도 내가 왜 이 자리에 나왔는지 알 테고.”
골드투스의 말에 재호도 순순히 인정했다.
“우린 서로가 필요한 걸 각자 가지고 있지. 우린 보물, 넌 상자를 여는 법. 제법 괜찮은 거래가 가능할 것 같지 않아?”
“글쎄……. 원래 주인이 있는 물건을 훔쳐가 놓고서 그런 소리하는 건 너무 뻔뻔하잖아.”
“후후, 무슨 소리야? 애초에 이 보물은 글로벌 알림까지 뜬 초대형 퀘스트의 보상이야. 네 손에 들려 있었을 뿐, 주인은 없는 것이었단 뜻이지.”
“어처구니없는 소리네.”
“뭐, 어쩌겠어? 이미 물건을 쥔 건 우리야. 그러니 거래를 제안하는 바야.”
골드투스가 손가락 두 개를 세우며 말을 이었다.
“8 대 2. 물론 우리가 8이겠지?”
“응? 반반으로 나누자고 해도 거절할 판에 2할만 준다고? 제정신이야?”
“어머나? 괜히 욕심 부리다 몽땅 잃어버리고 후회하면 늦어. 협의는 없어. 무조건 8 대 2야.”
“ㅎ……!”
스르륵―
재호가 뭐라고 이야기하려는 찰나, 다시 나타난 액스페이스 조직원들.
“?”
그들을 향해 재호가 의문을 보였다.
입만 여는 시늉을 했는데 왜?
“크, 크흠.”
헛기침과 함께 그들은 다시 사라졌다.
“……설마 아까 내가 놀린 것 때문이야? 그래서…….”
“시끄러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왠지 모르게 붉어진 얼굴의 골드투스가 소리쳤다.
“아, 그래. 뭐, 내가 하려던 말은 헛소리하지 마였어.”
재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이 자리에 물건을 가져나오진 않았을 테니까 이만 돌아가지.”
“협상 결렬인가?”
“그렇지. 애초에 그 2를 준다는 것도 신뢰가 불가능한 일이니까.”
재호는 티나와 함께 출입문으로 향했다.
“뒤통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액스페이스는 접선 장소에서는 절대 피를 보지 않거든.”
“하하, 그거 참 고맙네.”
재호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골드투스를 바라봤다.
“잘 간수하고 있으라고. 찾으러 갈 테니까.”
“후훗, 얼마든지.”
술집을 떠난 재호와 티나는 곧장 구 적탑 거리를 빠져나왔다.
“……완전히 믿는 거 같지?”
재호의 물음에 티나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시아님 연기 잘 하시던데요!”
“에이,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칼 들이대는 애드립은 기막혔어. 덕분에 분위기가 완전 살벌해졌으니까.”
“헤헤, 그건 진심이었는데요?”
“……어쨌든 좋았어!”
재호는 사만다를 향해 주먹을 불쑥 내밀었다.
“뭔가요?”
“아, 이거 몰라? 주먹끼리 부딪치는 거.”
“주먹끼리요?”
꽈아악―
“야야, 힘 빼.”
귀에 선명히 들리는 티나의 주먹 마는 소리에 재호가 기겁했다.
“힘 빼고 가볍게 툭 부딪치는 거야. 의리의 표시지.”
“아!”
톡―
재호는 티나의 주먹과 가볍게 툭 부딪쳤다.
티나는 다른 어떤 엘프보다도 재호와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었다.
재호가 원정을 나설 때면 언제나 함께 했으니.
그것을 인정하는 재호의 제스처였다.
“자, 가자!”
그대로 몸을 돌리고 앞서 걷는 재호는 미처 보지 못했다.
티나의 눈동자가 불안할 정도로 강렬하게 반짝이고 있음을.
* * *
액스페이스 쪽에도 적절히 리액션을 보여 줬겠다, 화원으로 돌아온 재호는 여유롭게 화원을 살폈다.
“새삼…… 많이 발전했구나.”
드넓은 부지에 걸쳐 형형색색 꽃들이 펼쳐져 있고, 그 위로는 정령들이 조잘거리는 아름다운 풍경.
엄연히 재호가 상상했던 꽃집과는 전혀 달랐다.
원래는 현실에 있는 꽃집들처럼, 아기자기한 화분들로 가득한 동네 꽃집을 꿈꿨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그나마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걸 꼽으라면 월화수로 지은 아담한 통나무 꽃집 정도?
그렇다 해서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냐면 절대!
재호는 지금이 오히려 더욱 행복했다.
어차피 현실에선 똥손+알레르기로 꽃집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뉴월드에서의 생활은 최고였고, 이 황홀한 풍경을 자신이 일구어 냈다고 하니 눈물…….
“저기, 알시아님…….”
“음?”
메이의 부름에 재호는 감상을 벗어났다.
“전에 이야기했던 정열맨 있잖아요. 지켜보라고 했던.”
“아, 그랬었지. 왜? 뭔가 수상쩍은 게 보여?”
“최근 들어서 일에도 영 집중하지 못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라구요. 알시아님이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그래? 한번 만나 봐야겠네. 어디 있어?”
“하우스 쪽에 돌면서 물을 주는 중이에요.”
메이의 이야기를 듣고 재호는 곧장 정열맨을 찾아 나섰다.
‘흠……. 위험 요소를 굳이 남겨둘 필요는 없겠지.’
테일러에게 그가 첩자라는 사실을 들은 뒤, 지금까지는 별말 없이 있었지만, 슬슬 정열맨의 처분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온 듯싶었다.
하지만 쫓아내는 건 오히려 또 다른 첩자를 불러들이는 법.
그렇다면 방법은…….
* * *
“하아…….”
추욱 처진 한숨.
불곰 길드의 첩자 정력맨……이라고 길드에 알려져 있는 정열맨.
어쩌다 보니 길드 내에서도, 엘리시아 화원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최근 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엘리시아 화원에 다시 방화를 시도해 타격을 입혀라.
자신이 불을 질렀던 것으로 길드에 알려진 사건은 사실 화재를 막아내었던 것이었다.
“아니지. 애초에 내가 아니었어도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테니까.”
그 당시, 화원에 불을 지르는 게 별다른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걸 직접 확인했었다.
화염 마법 전문가들인 적탑의 마법사들이 온 천지에 화재 방지 마법을 둘둘 쳐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불곰 길드 쪽에선 또 요구를 해 왔다.
‘멍청한 놈들 아냐? 굳이 어렵게 들어온 첩자를 계속 둘 생각을 안 하고 그딴 명령을 왜 하는 거야? 내가 정보도 계속 넘겨주고 있잖아!’
각고의 노력 끝에, 화원 내부의 노동자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정열맨은 길드 쪽에 재호의 근황에 대해 꾸준히 전달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이데란 보물 쟁탈전에선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
그런데 뜬금없이 또 불을 지르라니…….
‘설마 이번에 보물 놓친 거 때문에 단순히 짜증나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설마가 사실이었다.
스으으―
그때, 잡생각에 빠져 있던 정열맨 앞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헉?! 아, 알시아님!!”
본능적으로 상대를 알아챈 정열맨이 차려 자세를 취했다.
“정열맨 맞나?”
“맞습니다!”
“……저기, 힘 좀 빼면 안 돼?”
바짝 군기 들어간 모습이 재호 입장에서 오히려 숨 막혔다.
마치 초창기의 사만다를 보는 느낌.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
재호는 빠르게 포기했다.
어차피 계속 이야기해 봐야 이런 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메이한테 들었어. 요즘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예?”
웬 고민 상담?
하지만 이어진 말에 그는 돌이 되고 말았다.
“혹시 불곰 길드 쪽에서 뭐라고 한 거야?”
쾅―!!!!
“?!!”
순식간에 재호의 시야에서 사라진 정열맨.
“요, 용서해 주십시오!!”
어딜 도망가거나 한 게 아니라, 광속 무릎 꿇기 때문이었다.
“저, 절대 엘리시아 화원에 해를 입힐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전 이곳을 사랑합니다!”
“으, 응. 그, 그래.”
기대 이상의 적극적인 실토에 재호는 준비했던 구구절절한 설득 멘트들은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