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정열맨은 재호에게 자신의 모든 사정을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직접 마주한 재호의 거대한 존재감에 압도당해 술술 털어놓은 것으로 보였지만…….
어쨌든 덕분에 일은 훨씬 수월해졌다.
“네가 널 계속 내버려뒀던 이유는 다른 게 아냐. 그래도 화원을 돌보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봤기 때문이지. 그리고 메이나 엘프들도 널 좋게 봤고.”
특히 엘프가 나름의 인정을 한 점은 엄청난 것이었다.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슬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봐.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고 할 순 없잖아?”
“제가 당장 불곰 길드를 탈퇴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무슨 소리야. 탈퇴를 왜 해?”
“예? 그럼…… 역시 저를 쫓아내시려는…….”
“그럴 필요 없어. 넌 여기서 지금까지처럼 화원에서 일하며 돼. 물론 불곰 길드와도 계속 교류하고.”
“……설마?”
의미심장한 정열맨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2호 이중간첩이 되는 거다.”
“……2호요?”
“아.”
“역시…… 저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었군요. 사실 어떻게 제 정체를 알시아님이 바로 알아챘는지 의문이었거든요.”
다행히 그는 별다른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 그렇지. 나라고 불곰 길드에 첩자를 심어두지 않았을까?”
“그래도 제 정체를 아는 걸 보면 상당히 높은 사람인…… 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 넘는 소리를 했습니다.”
“괜찮아. 어쨌든 내 제안은 이거야. 너는 앞으로 줄칸과 상의해, 적당한 정보를 계속 불곰 길드에 제공해. 그리고 불곰국의 정보도 우리 쪽에 알려주는 거지. 물론, 이건 상호 합의가 필수적인 일. 만약 이걸 어길 시엔…….”
“저,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전 엘리시아 화원에 뼈를 묻어 거름이 될 겁니다!!”
과한 충성심.
엄밀히 따지면 그건 재호를 향한 충성이라기보단 화원의 정령들을 향한 애정에 가까웠다.
“그런데…… 화원에 불을 지르라는 명령은 어떻게 하죠?”
“아, 그거?”
재호는 아직 화원에 머물고 있는 화염 전문가, 쉰들러를 찾았다.
* * *
며칠째, 황금 장원에 혼이 빼앗긴 채 머물고 있는 쉰들러.
그는 재호의 부탁에 겨우 장원을 빠져나왔다.
“흠……. 그러니까 상대의 눈을 속일 만한 요란한 폭탄이 필요하다 이거군.”
마법이 가장 간단하지만, 문제는 정열맨이 마법사가 아니란 점이었다.
횃불로 불을 붙이는, 단순한 방식의 방화를 할 수밖에 없는 정열맨이었고, 그런 식으로 해선 불곰 길드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그래서 재호는 폭탄을 떠올린 것이었다.
“헌데 폭발한 이후라면 얼마든지 눈을 속일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엔 어떻게 속이려는 거지?”
불곰 길드가 원한 목표물은 화원.
그곳이 아닌 엄한 곳에서 아무리 크게 터뜨린들,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왜냐?
테일러와 정열맨을 통해 불곰 길드 수뇌부가 얼마나 오합지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정열맨이 불을 질렀다고 생각했던 사건도 납득 과정을 보면 어처구니없었다.
‘불을 질렀습니다!’ 보고를 하니, ‘어? 진짜 질렀네?’ 하곤 넘어간 것.
그래서 재호는 생각했다.
중요한 건 연출이라고.
정열맨이 얼마나 화려하고 시원하게 저질렀나!
이것만 충족시켜주면 불곰 길드 쪽에서는 납득하고 넘어갈 확률이 아주 높았다.
“그럴듯한 폭파 연출이 필요해.”
“후후, 그거야 어렵지 않지. 다만 이곳엔 공방이 없으니 숲으로 좀 다녀와야겠다. 마침 슬슬 돌아갈 때가 되기도 했으니.”
“그럼 갈 때 사람 한 명도 데리고 같이 가.”
“그러지. 그 전에 조금만 더…….”
쉰들러는 떠나기 전, 황금 장원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근데 알시아님.”
“음?”
“방금 저도 계획을 길드에 전했는데…… 지금 슈아르 산림 쪽을 불곰 길드가 포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응? 거길 왜?”
“아무래도 보물 상자 때문인 것 같은데…….”
“아!”
재호는 금방 이해했다.
사라진 보물 상자에 특수한 잠금이 되어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그리고 그걸 열 수 있는 건 재호와 고블린들 뿐.
아마 슈아르 산림을 포위하고 감시하는 건, 골드투스가 고블린과 접촉하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어차피 재호를 건드릴 순 없을 테니까.
“그래서 못 들어간대?”
“그렇진 않다고 하네요. 그냥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뭐, 잘 됐네. 확실히 알리바이도 얻을 수 있을 테고.”
“그리고…… 뭔가 과할 정도로 좋아하는 느낌도 들던데요?”
정열맨의 보고를 막 받은 크로킹.
“아, 나도 고블린 폭탄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봤어. 그거 제대로 물건이던데.”
“그걸로 알시아가 새로 개간 중인 화원 부지에 터뜨리겠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부길마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왜? 폭탄도 쓰는데 이왕이면 심장부에 터뜨리면 좋잖아. 그 꼴 보기 싫은 꽃집을 터뜨리던가.”
“지난번 방화 이후로 화원 내부는 노리기 어렵대. 그나마 외부 개간지는 딱히 경계를 서고 있지 않아 공격하기 수월하고.”
“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중요한 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지. 게다가 운 좋게 화원을 방문했던 슈아르 고블린 하나와 친해졌다고 하니 여러모로 이점이 많아.”
혹시나 정열맨을 빌미로 고블린과의 호감도를 쌓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흠……. 그 녀석. 길드 들어온 지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다른 간부 놈들보다 훨씬 유능한걸.”
“확실히 압도적인 실적이긴 해.”
“……좋아! 랭커 놈들 요즘 말도 안 듣고 짜증났는데, 이참에 본보기로 녀석을 키워 보자고!”
크로킹의 통 큰 결정으로 인해, 정열맨은 초고속 성장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테일러도…… 녀석 왠지 모르게 말 안 통하는 타입이라 좀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같이 좀 챙겨주자고. 그래도 그나마 역할 좀 하는데.”
설마하니 정열맨과 테일러 둘 모두, 재호의 첩자라는 사실은 짐작도 못 했다.
* * *
이미 불곰 길드 쪽에 전달이 된 대로, 정열맨은 아무 제지 없이 슈아르 고블린 은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러곤 챙겨 온 폭탄을 들고 재호가 준비해 놓은 사막을 찾았다.
나름 개간지 구색을 갖춘 사막.
물론 그 어떤 식생도 심어져 있지는 않았다.
애지중지 키운 녀석들을 폭탄의 희생양으로 삼을 순 없었으니까.
“어…… 괜찮을까요?”
정열맨 역시 정령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정말 단순히 폭발만으로 길드 간부들을 속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음, 아마 되지 않을까?”
재호의 질문 상대는 정열맨이 아닌 뒤에 선 쉰들러.
숲으로 갔던 그는 다시 돌아왔고,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황금 장원 때문…….
“크큭.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 작가가 빠져서 되겠나?”
…이 아니었다.
“…….”
어쨌든 정열맨이 가진 의문에 대한 답은 되었다.
“그럼 시작하지. 크큭.”
쉰들러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폭탄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대충 폭탄을 놓고 터뜨리면 되지 않을까 싶던 작업이었으나, 쉰들러는 굉장히 정밀하고 신중하게 설치를 했다.
“그냥 터뜨리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지.”
“지금까지 그랬던 거 아냐?”
“무슨 소리! 가뜩이나 지금 하려는 폭파는 주변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화려하게 연출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음? 딱히. 어차피 화원은 여기서 충분히 거리가 있어 상관없는데?”
“어허! 황금 장원이 있지 않나!! 혹시라도 그곳에 피해가 간다면…… 크윽!!”
쉰들러는 급기야 가슴을 부여잡더니 비틀거렸다.
상상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은 듯한 모습에 재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그래. 네 맘대로 해.”
결국 재호는 쉰들러가 하는 걸 30분이나 더 지켜보다 자리를 떠났다.
다시 재호가 찾은 건 두 시간이 막 지나고 뉴월드 세계에 어둠이 드리운 뒤였다.
폭파 예정지로 간 재호를 향해 쉰들러가 땀에 전 모습으로 환영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아주 기대가 되는군!”
“그래? 그럼 얼른 시작해.”
연속 접속 시간도 거의 다 되었기에 일을 빨리 처리하고 종료해야 했다.
“좋아! 시작해!”
쉰들러의 신호에 개간지 앞에 있던 정열맨이 점화 장치를 작동시켰다.
치이이이이―
심지가 타 들어가기 시작하고 잠시 후…….
콰왕―!!!
개간지 영역의 가장자리에서 먼저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광―!!
안쪽으로 파도치듯 연이어 폭발이 일어나며 화염이 용솟음쳤다.
“?!”
그러곤 솟구친 화염이 허공에서 소용돌이치며 커다란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지금!!!”
삐이이이익―!!
쉰들러의 외침과 동시에 개간지 중심에서 작은 불꽃이 쏘아졌다.
그 불꽃이 허공의 화염구에 닿는 순간에 일어난 놀라운 광경!
퍼어어어엉―!!!!
짜자자자작―!!
화염구가 잘게 쪼개지더니 사방으로 별똥별처럼 쏟아졌다.
퍼버버벙!!!
게다가 하나하나의 불꽃들은 또 한 번 폭발하며 빛을 뿜어냈으니, 엘리시아 화원 쪽의 모든 이들의 이목이 절로 집중되었다.
“와! 뭐지? 불꽃놀이야?!”
“이벤트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대박……! 영상 찍고 있어?!”
밤이 되면 더 아름다운 엘리시아 화원 앞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는 황금 장원 너머로 펼쳐지는 불꽃놀이에 모두가 넋이 나가 버렸다.
그날 인터넷은 [엘리시아 화원 불꽃놀이 영상]으로 도배된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 * *
정열맨이 촬영한 영상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어두워서 개간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은 건 덤이었고, 외곽부터 차례로 일어난 폭발은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그리고 그 폭발의 후폭풍이 모여들어 2차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크로킹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야! 영상 봤어? 대박이던데, 원래 고블린들 폭탄이 저 정도야?”
“나, 나도 처음 알았어. 쪼렙 때 사냥했던 고블린들은 저런 거 전혀 없던데.”
부길마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
“크큭, 알시아 그 자식 눈알 뒤집히겠던데? 지금 인터넷에서도 난리더라.”
조금 다른 의미였으나, 크로킹의 행복 회로는 그런 점들은 삭제해 버렸다.
“여러모로 고블린들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싶었어. 그 정도의 위력이라면 대규모 전투에서 효율이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크로킹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렇게 된 거, 정력맨 그 녀석을 고블린 대사로 임명해!”
“……응?”
“우리가 말했던 거 있잖아. 녀석한테 굵직한 자리 하나 주기로 한 거. 앞으로 고블린 대사로서 슈아르 전역의 통제를 녀석이 하는 걸로 해!”
“크, 크로킹. 그건 좀…… 과하지 않아?”
하지만 잔뜩 흥이 오른 그를 막을 순 없었다.
* * *
호텔 헬스장에서 열심히 땀을 빼고 있던 재호.
그러다 문득, 막 헬스장으로 들어서는 완식의 모습을 발견하곤 흠칫했다.
“너 왜 그러냐? 얼굴이 반쪽이 됐어?”
“으응? 아… 이거…….”
완식은 한숨을 푹 쉬며 재호 옆에 털썩 앉았다.
“하아……. 넌 대체 이런 것들 어떻게 한 거냐?”
“갑자기 뭔 소리야?”
“아니……. 전에 말한 어쩌다 보니 얽힌 대형 퀘스트……. 나 이렇게 피곤한 건지 처음 알았다…….”
개미지옥에서 발생한 마계 균열.
그곳에서 완식은 연일 생명력을 쪽쪽 빨려가며 혹사를 당하고 있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각 교단들이 소식을 듣곤 전력 대응을 시작한 탓에, 옵티마 교단 소속인 완식은 꼼짝없이 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문득, 이보다 더 굵직한 퀘스트들을 해 온 재호가 새삼 존경스러웠던 것이다.
“그야 뭐…… 해결 안 하면 내가 곤란하니까 어떻게든 했지.”
“…….”
싱거운 대답에 완식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괴물 새끼. 아무튼 미치겠다. 이게 게임이라는 걸 아는데도 거기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으면 정신력 갉아 먹어.”
매일매일 저주에 몸부림치다 스스로를 제물로 바쳐버리는 사람들.
그럴수록 균열은 더 커져가고, 다시 사람들은 더 미쳐갔다.
그런 아비규환을 보고 있으니 밥맛도 뚝뚝 떨어진 게 최근의 완식이었다.
“덕분에 근손실 장난 아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다크서클만 생겼지 근육은 여전해 보이니까.”
“누가 눈에 보이는 걸 말하디? 수치상으로 말이야 수치!”
짜증스럽게 소리친 완식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시 일어났다.
“아무튼 부럽다 부러워! 섬에 너 같은 괴물들이 들어와서 퀘스트 좀 해결해 주면 좋은데!”
“거길 내가 왜 가냐? 절대 갈 일 없지.”
재호는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하지만 짜잔!
절대라는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