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6
165화
고잉헬 호는 살아 있는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생명력을 잡아먹으며 흨우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그 자체가 몬스터나 다름없는 배.
콰드득―!!!
엘프들을 노리는 것 같던 촉수들은 그대로 지나치더니 교단 함선의 선체를 붙들었다.
“?!”
“이, 이런!! 잘라 내라! 잘라 내야 한다!!”
난리가 난 함선 갑판.
“크하하하! 모두 고잉헬의 먹잇감이 되어라!!”
“저 미친놈이?!”
엘프를 노리는 거면 아무리 멀미로 약해진 상태라 해도 피할 순 있었다.
하지만 배가 가라앉아 버리면 죄다 물고기 밥이 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런 폭풍우 속에선 생존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터.
재호는 호기심은 접고 직접 행동으로 나섰다.
재호는 갑판 위에 널리고 널린 해초들.
재호는 그것들이 어떠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바다엔 올 일이 전혀 없었으니까.
일단은 덩치를 키우기만 해도 충분히 효과는 볼 수 있으리란 게 재호의 판단이었다.
쿠구구구―
쑥쑥 자라기 시작한 이름 모를 해초.
“어……어?”
그런데 보통 크게 자란다고 하더라도 10미터 이상은 어지간해선 자라지 않았거늘… 이 해초는 끝없이 자라났다.
심지어는 고잉헬 호의 돛대보다도 더 높이!
“뭐, 뭐냐?!”
시선을 빼앗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흨우 선장도 처음으로 당황했다.
콰드드드―
결국 너무 크게 자란 것이 스스로도 부담이었는지, 해초는 돛대에 줄기를 휘감으며 지탱했다.
쩌―억
이어 줄기 끝에 맺힌 커다란 봉오리가 초롱처럼 축 늘어지더니 쫙 갈라졌다.
딸랑―
폭풍우 속 어둠을 은은하게 밝히는 빛.
그리고 주변을 순간적으로 고요하게 만드는 청아한 방울 소리…….
주변 풍경,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에 모두의 시선이 벌어진 꽃초롱에 고정되었다.
“저게… 뭐야……?”
재호는 곧장 관찰을 시도했고.
아무것도 모른 채, 위험한 심해로 나아가는 천해어들에게 위험한 생태계를 경고를 해 주곤 합니다.] [효능 : 1. 주변에 위험이 닥치면 방울을 울려 경고해 줍니다.
2. : 적대 대상을 3초간 무장해제시킵니다.
3. : 당신이 나아가야 할 곳을 알려줍니다.] [스킬 효과로 인해 일시적으로 관찰 진행률이 100%가 달성되었습니다.] [스킬 효과가 종료되더라도 도감 정보는 업데이트되지만, 진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효과 활용은 불가능합니다.]
“아!”
이런 식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재호는 처음 알았다.
업그레이드된 스킬 효과는 대상의 정령을 불러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상, 재호가 해당 꽃의 정령을 불러내려면 관찰 진행률 100%가 조건.
강제로 정령을 불러내면서 일시적으로 최대치로 고정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새로운 꽃을 키울 때,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했다.
미리 모든 정보를 알고 재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엔 큰 차이가 있으니까.
“근데 정령은?”
블로리아 출신이라면 벌써 재호에가 달려들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난리가 났을 텐데…….
―저기 있다.
재호의 어깨에 올라탄 꼰대가 팔을 들어 심연 등불초의 초롱을 가리켰다.
“응? 물고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물고기 꼬리.
하지만 다시 자세히 보니 하반신만 물고기였고, 상체는 인간형인 정령.
다른 정령들처럼 귀여운 외모로, 정수리에는 심해 아귀처럼 초롱이 기다랗게 달려 있었다.
“근데 왜 안 오고 숨어 있지? 징징이랑 비슷한 과인가?”
―아마 녀석은 블로리아 출신이 아닐 것이다.
꼰대가 설명했다.
―애초에 블로리아는 꽃의 정령들을 위해 틴라이트가 만들어낸 가상의 정령계. 바다가 터전인 녀석들은 포함될 수 없었지. 틴라이트가 바다와 친했던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부끄러워서 저런다는 거야?”
―아니, 어색해서 그런 거겠지.
재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꽃의 정령들이라면 환장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살벌한 모습에 선뜻 다가오지 못하는…….
“흠흠, 어쨌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재호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잠시 심연 등불초 탓에 찾아온 소강상태.
“꼰대! 일단 저 녀석 좀 설득해!!”
정령이 협조를 해 준다면 저 커다란 심연 등불초에선 광역 버프나 디버프가 발생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직접 대화가 가능한 꼰대가 나서야 했다.
―일단은 해 보겠다.
대답을 뒤로하고, 재호는 흨우 선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이놈! 무슨 개수작질을 한 것이냐!!”
바다 위, 오랜 세월 무법자로 살아온 흨우조차 경험해 본 적 없는 황당한 상황.
츄아악―
교단 함선을 공격하던 촉수들은 방향을 돌려 돛대를 부수려는 심연 등불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여… 역시 알시아다!!!”
“저 괴물 자식! 아무튼 종잡을 수 없는 전투를 벌인다니까!”
불곰 길드도 감탄사를 터뜨리며 주변의 자잘한 촉수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타앗―
촉수들을 빠르게 타 넘고 마침내 흨우 선장 앞에 도착한 재호.
“네놈!! 뭐하는 놈이냐!!”
카앙―!!
재호의 공격을 갈고리 의수로 막은 흨우 선장이 허리춤의 칼을 뽑아 휘둘렀다.
쐐액―
바닷물에 잠겼던 것치곤 상당한 예기를 품은 칼날.
재호는 허리를 젖혀 피했고, 그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몇 가닥이 쉽게 잘려나가는 걸 확인했다.
‘빠르다!’
재호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상대는 최소 네임드 몬스터!
퍼억―
재호는 회피하던 회전력을 이용해 발차기를 날렸고, 상대는 갈고리를 이용해 막았다.
“흐읍!”
“?!”
손으로 잡은 것과 달리, 갈고리인 탓에 재호는 다리를 빼내지 못하고 허공을 날았다.
콰앙―!!!
그대로 내던져진 재호는 갑판을 부수고 아래로 추락했다.
“알시아님!”
“알시아!”
“야 인마!!”
팀원과 엘프들은 물론, 불곰 길드마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지금까지 스스로 바닥을 구를지언정(?) 누군가에 의해서 바닥에 패대기쳐지는 건 본 적이 없었기에 충격을 받은 그들.
쿠웅―
갑판 아래의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재호는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흨우 선장을 발견하곤 몸을 굴렸다.
“크하하! 보기와 다르게 제법 날랜 놈이구나!!”
“그게 내 밥줄이거든.”
재호는 퉁명스레 대꾸했으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패대기치는 공격으로 체력이 10%나 깎였어!’
상대는 진짜 괴물이었다.
동레벨의 다른 유저라면 감히 비벼보지도 못할 정도의…….
“!!”
흨우 선장의 외침과 함께 허공에서 나타난 커다란 피투성이 손이 재호를 덮쳤다.
왠지 모르게 흨우 선장의 비어 있는 왼손이 떠오르는 슬픈 공격.
콰드드득―
바닥을 갈아엎으며 다가오는 공격을 피한 재호는 다시 돌진했다.
“막아라! 심해 악어!!”
쿠드드드―
“윽?!”
재호가 발을 디딘 갑판이 부서지더니 새로운 촉수들이 튀어나왔다.
“악어라며!!”
화염창으로 바꿔 든 재호가 그대로 촉수를 쑤셔 버렸다.
치이이이―!!!
다행히 갑판 아래인 탓에 폭풍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다.
오징어 굽는 냄새와 함께 촉수가 고통스럽게 마구 오그라들었으니.
쩌억―
촉수를 관통하고 바닥에 꽂힌 창을 지지대로 삼아 허공을 난 재호가 발차기를 날렸다.
“큭!”
예상 못한 움직임에 급히 회피했으나, 흨우 선장의 어깨는 충격에 크게 휘청거렸다.
화르륵―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호는 화염창을 크게 휘둘렀다.
“네 움직임은 다 보인다!”
갈고리를 세워 창을 막으려던 흨우 선장.
파스스―
“?!”
하지만 재호는 순간적으로 화염창을 화염구 상태로 되돌려 버렸다.
그 탓에 서로의 공방은 허공을 갈랐으나, 재호는 반대 손에 들려 있던 모종삽이 남아 있었다.
!
푹!
[치명타가 터졌습니다!]“커헉?!”
목덜미를 찌른 재호의 모종삽에 흨우 선장이 크게 비틀거렸다.
모종삽 자체에 실린 충만한 생령의 기운 탓에 그에게는 더 큰 고통이었다.
“이, 이게 뭐냐!!”
노예 선원들의 생명력을 갈취하는 입장이긴 해도, 그의 속성 자체는 악마와 비슷한 저주받은 존재.
재호와 상극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본 스펙 자체가 재호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겨우 이 정도로 쓰러질 리는 없었다.
“알시아!”
때마침 갑판 아래로 뛰어 내려온 일성 플라워즈 팀원들과 몇몇 불곰 길드원들.
팀원들이야 재호를 돕기 위해서였고, 불곰은 흨우 선장 레이드에서 공적을 쌓기 위함이었다.
콰과과광―!!!!
게다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된 모양인지, 바깥의 교단 함선도 포격을 시작했다.
고잉헬 호 여기저기에 생겨나는 구멍들!
“크윽! 좋다!! 그렇다면 어디 제대로 한번 싸워보자꾸나!!!”
쿠르르르―
쏴아아―
선체에 뚫린 구멍에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헉?! 저 자식 또 잠수한다!!!”
“젠장! 안 돼! 그 전에 끝내야 해!!!”
다급해진 불곰 길드원들이 흨우 선장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튀어나온 촉수들이 어지럽게 그들을 막아섰다.
“내 친히 너희들에겐 저주를 내리지 않으마!!”
흨우 선장의 저주에는 장단이 있었다.
체력이 20%로 감소하는 대신 수중 호흡이 가능해지는 것.
“어디 뭍것들아! 고통에 몸부림쳐 보거라! 네 녀석들이 죽기 직전에 내 노예로 만들어 주마!! 크하하하!!”
“헉?! 알시아님! 발아래를 조심하십시오!”
빠르게 차오르는 물을 피해 올라가려던 사만다가 가장 먼저 발을 붙잡는 촉수를 알아챘다.
“어푸프! 야! 나 잡혔어!!”
“저, 저도… 커헉!”
하나둘 익사 위기에 처한 팀원들.
그걸 본 불곰 길드원들은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야…… 이거 일망타진할 기회 아니냐?
―그……런 것 같은데?
갑자기 반전된 분위기에 그들은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흨우 선장 쪽으로 다가갔다.
“헤헤…… 선장님.”
“저희가 잠시 미쳤었던 것 같습니다.”
“?!!”
“이 쓰레……푸학!!”
돌변한 그들의 태도에 일성 플라워즈 팀원들이 분개했다.
노골적으로 돌변한 그들에게 신뢰라곤 도저히 가질 수 없었으나, 흨우 선장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크하하하! 좋다! 재밌는 녀석들이로구나!!”
“헤헤! 원래 약육강식 아니겠습니까?”
“약육강식! 좋다! 너희들에게 증명할 기회를 주겠다!”
척―
그는 팔을 들어 재호 일행을 가리켰다.
“저 녀석들을 처치할 기회를 주겠다. 그동안 바깥에서 귀찮게 구는 녀석들을 처리하고 오겠다!”
“알겠습니다!”
자리를 떠나고 남은 일성 플라워즈와 불곰 길드.
“후후…… 섭섭해하지 말라구.”
“어차피 게임이란 게 그런 것 아니겠어?”
“……그런데 있잖아.”
그때, 조용히 일성 플라워즈를 관찰하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알시아 녀석…… 너무 태연하지 않아?”
“응?”
그러고 보니 허우적대며 난리가 난 이들과 달리, 평온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재호.
[ 칭호가 활성화됩니다.] [잠수 능력이 상승합니다.] [ 칭호가 활성화됩니다.] [수중 민첩성이 상승합니다.]불곰 길드원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재호의 현 상태였다.
* * *
“알시아니이이임!!”
바다 아래로 사라진 고잉헬 호.
교단 함선 갑판에 매달린 엘프들은 애처롭게 재호를 불렀다.
어두운 바닷물 속엔 심연 등불초가 내는 빛만이 보일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차마 바닷속으로 잠수할 용기는 없는 엘프들.
“우웁……!”
걱정은 걱정이고, 메스꺼움에 전혀 싸울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촤아아아악!!!!
그 순간, 교단 함선 주변을 포위하듯 솟아난 촉수들!
콰아악―!!
콰직!
순식간 배를 움켜쥔 촉수는 선체를 강하게 압박하게 시작했다.
“떼어내라!! 떼어내지 않으면 침몰한다!!”
선장의 다급한 명령.
“크하하하! 날뛰어라! 심해 악어야!!”
그리고 우뚝 솟은 촉수 하나에 당당히 선 흨우 선장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
피이잉―!!
날카로운 섬광!
그 섬광은 흨우 선장의 어깨를 뚫어 버렸다.
“크헉?! 누, 누구냐!!!”
어마어마한 데미지에 흨우 선장이 충격을 받고 소리쳤다.
“파하!이 자식!!! 흐읍! 파할!시아님을 내놔!! 흐읍!”
그 공격을 성공시킨 것은 다름 아닌 티나!
“너, 너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냄새를……? 우욱!”
충격을 받은 다른 엘프들.
“파후!후……. 흐읍! 파하!전 깨달았어요! 흐읍!”
티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파하!답은 음파 호흡법이에요! 흐읍! 파!”
무의식중에 계속 코로 호흡하는 걸 막기 위한, 티나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발버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