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74
173화
“윽! 저 변태들은 뭐야?”
실제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뱉은 건 한 명이었으나, 생각하는 건 모두 같았다.
아주 튼튼해 보이는 강철 팬티 한 장을 걸친 채, 새하얀 망토를 걸친 웬 무리.
“오호? 당신은……?”
그때, 팬티맨 무리의 가장 앞에 서 있던 이가 재호를 보곤 눈을 빛냈다.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투기와 위용. 감추려고 해도 드러나는 단련된 근육. 필시 그대가 알시아 왕이겠군요.”
그리 말한 상대가 살짝 허리를 굽히며 재호에게 예를 표했다.
[아나볼릭 교단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아나볼릭 교단의 주교 스트로앤과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가만있다 엉겁결에 호감도가 증가한 재호.
“처음 뵙겠습니다. 저희는 아나볼릭 교단 사제단이며, 저는 주교 스트로앤입니다.”
“아나…볼릭……?”
완식이 말했던, 진짜 제대로 싸운다는 교단이 바로 이들이었다.
‘진짜 싸움 좋아할 것처럼 생기긴 했네.’
시도 때도 없이 위협적으로 꿈틀대는 근육은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 같았다.
“……응?”
그때 문득,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 버린 단어를 알아챈 재호.
“사제……요?”
어딜 봐서?
“하하, 강한 육체에 강한 정신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나볼릭 교단은 사제와 성기사를 따로 구분 짓지 않습니다.”
“으음…….”
그렇다니 그런 줄 알 수밖에.
“대륙에 퍼진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꼭 한 번 뵙고 싶었는데, 하필 이런 상황에서 뵙는군요. 아쉽습니다.”
왜 이런 상황에서 만난 게 아쉽다는 걸까?
여유만 있으면 한판 붙어 보자고 하려던 것인가?
“뭐……. 반갑습니다.”
재호는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교단들이 모인 곳에 있었다면 도저히 못 봤을 리 없는 패션이었다.
“저희는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구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겁내어 안전한 곳에서만 머무는 건 저희들 방식이 아니니 말입니다.”
“음……. 악마들을 잡고 다닌 겁니까?”
“악마도 잡고 사람들의 저주도 중화시키고 하지요.”
“아, 맞다. 사제였지.”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인근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그 불똥개가 골칫거리였습니다. 이 일대에 돌아다니는 생명체들은 사람 악마 가리지 않고 잡아먹어 대는데, 일반적인 방법으론 죽일 수가 없어 골칫거리였지요.”
“흠……. 그래서 지금처럼 작아진 상태일 때 죽이겠다?”
“하하, 아쉽게도 악마들을 근본적으로 죽이는 건 불가합니다.”
“어? 아네요?”
모르는 이들이 더 많지 않나 싶었더니…….
“안전한 곳에만 있는 자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스트로앤 주교의 슬픔이 가득한 눈빛이 잿더비로 변한 주변을 찬찬히 살폈다.
“비록 순수한 악마가 아니라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수를 함부로 죽이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직접 관리를 할 생각입니다.”
“흠…….”
재호는 메이 옆에 착 붙어 떨어지지 않는 헬트리버를 바라봤다.
확실히 위험한 녀석이긴 했다.
다만 그런 녀석을 더 위험해 보이는(?) 이들에게 넘겨주려니 걱정되었다.
그리고 쇠사슬도…….
“그런데 폐하는 이곳까지 어쩌다 오신 겁니까?”
재호가 속으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모른 채 스트로앤이 물었다.
“아, 우린 균열을 닫으러 가는 중입니다.”
“균열을… 닫는다……? 그게 가능합니까?!”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묻는 그에게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론은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말을 들은 스트로앤은 다른 사제들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알시아 폐하. 부탁 한 가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돌발 퀘스트*] [아나볼릭 교단은 호전적인 교단으로, 악마 퇴치와 봉사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입니다.그들은 균열을 닫기 위해 움직이는 당신과 함께 하기를 원하며, 악마들을 퇴치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성공 조건 : 아나볼릭 교단과 함께 균열 차단에 성공.] [보상 : 아나볼릭 교단과의 동맹.]
―어… 이 사람들 아무리 봐도 이상해 보이는데…… 친해져도 괜찮은 걸까?
―저도 아나볼릭 교단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저 특이한 복장이라고만 들었지, 성향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성향이야 뻔하지 않아? 대충 봐도 피 좋아하게 생겼잖아!
―어…… 외모로만 판단해선 안 돼요! 그렇게 치면 알시아님도…….
파티 채팅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과연 아나볼릭 교단을 받아들여도 될 것인가?
단순히 교단과 우호 관계가 되는 거라면 받아들여도 문제가 될 건 없겠지만, 동맹은 조금 부담이었다.
만약 제정신 아닌 교단이라면 훗날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았다.
―뭐? 아나볼릭 교단을 만났어?
결국 처음 아나볼릭 교단에 대해 알려준 완식에게 귓속말을 보낸 재호.
―개 멋있지 않냐? 솔직히 나 보자마자 교단 옮기고 싶더라. 서포터 클래스를 받으려는 것만 아니면 옮겼을 텐데. 거긴 죄다 전사밖에 없…….
―쓸데없는 말은 됐고. 여기 정상 아닌 거 같은데 진짜 괜찮은 곳 맞아?
―야! 걔들이 여기 온 교단들 중에 제일 멀쩡한 놈들이야. 여기 놈들 하는 꼴 봤잖아! 저주로 죽어가는 인간들을 찾아가기는커녕, 직접 오게 만들곤 정화나 한번 해 주곤 다시 쫓아내! 하지만 아나볼릭 교단은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인데 비교가 되냐?
-어? 주민들이 다시 쫓겨 나간다고?
그 순간, 완식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은 재호.
―야! 고맙다!
―응? 뭔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갚아.
귓속말을 끝낸 재호는 곧장 스트로앤에게 다가갔다.
“스트로앤 주교님. 아까 분명, 이 근처에서 구호 활동 중이라고 했죠?”
“예. 말씀하십시오.”
“혹시 그 사람들을 좀 만날 수 있겠습니까?”
“예? 뭐, 안 될 건 없습니다만…….”
“어쩌면 제가 그들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는 막 지어낸 소리였고, 본심은 따로 있었다.
‘어쩌면 지뢰밭의 비밀이 그들에게 있을지도 몰라!’
재호는 그렇게 추측했다.
* * *
아나볼릭 교단의 안내를 받아 은밀하게 감추어진 동굴로 향한 재호 일행.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요. 원래 이 일대엔 악마들이 들끓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보이질 않는군요.”
스트로앤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알시아 폐하에게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 때문인 것 같긴 합니다.”
뛰어난 전사답게 금방 원인을 파악했다.
‘아, 사제…….’
재호는 곧장 정정했다.
어쨌든 도착한 동굴 내부는 은신처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함인지, 조금의 불빛도 없었다.
“여기입니다.”
그리고 도착한 공동.
“끄으으으…….”
“괴로워……. 괴롭습니다 전사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다른 아나볼릭 사제들.
‘그래도 기도 자체는 평범하네.’
북을 두드린다거나 군무를 추는 건 전혀 없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항구의 교단까지도 찾아갈 기력이 없는 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생을 향한 의지로 아직 정신을 붙잡고 있지요.”
스트로앤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나볼릭 교단은 바로 이런 자들을 위해 박차고 나왔습니다. 강한 생존 의지를 품고 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자들을 위해 말입니다.”
외모만 보면 악마와 싸우고 싶어 나온 것 같았지만, 속내는 강한 신념과 신앙심을 품고 선의를 행하는 그들.
‘또 외모만 보고 판단했구나…….’
오늘도 고쳐지지 않을 반성을 하며, 재호는 도감을 열었다.
“저도 좀 돕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들을 보니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일단은 기운이라도 좀 회복시킨 뒤에 이야기를 해 보자.’
이들에게 효과를 볼만한 꽃들을 살펴본 재호.
‘나리꽃이 괜찮겠네.’
[1. 저주 및 마법 저항력이 소폭 증가합니다.]2. : 저주에 당하면 당신의 민첩성은 2%씩, 최대 10%까지 증가합니다.]
나리꽃이 지닌 두 가지 효과.
여기서 필요한 건 첫 번째였다.
“메이. 혹시 나리꽃 좀 가지고 있어?”
“나리꽃이요? 자, 잠시만요.”
온몸에 쇠사슬을 칭칭 감고 낑낑 거리던 메이가 고개를 들었다.
헬트리버를 여기까지 순순히 데리고 오려니 그녀가 직접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쿠웅―
쇠사슬을 내려놓자 동굴에 울려 퍼지는 묵직한 충격.
“……쟤도 능력치 진짜 개판으로 찍긴 찍었어.”
다키스트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자신이라면 진작 스테미너가 바닥이 났을 터.
하지만 화원에서 노동만 반복했던 메이는 모든 스텟이 힘과 체력에만 몰빵 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단순 스텟만으로 보면 동렙의 어지간한 기사들보다 높을 정도.
20미터에 달하는 쇠사슬을 짊어지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그리고 힘과 체력이 늘어난 만큼, 인벤토리 용량 역시 남달랐다.
사실상 화원에서 재배에 성공한 모든 꽃들은 그녀의 인벤토리에 가득가득 있다 해도 무방한 수준!
“네! 있어요.”
노란 꽃을 한 아름 꺼내 재호에게 건네는 메이를 보던 다키스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역시 쟤네들 이상해…….”
한편, 재호가 갑자기 꽃을 챙기자 스트로앤이 다가와 의문을 표했다.
“이 꽃에는 대부분의 저주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죠.”
“예? 그게 정말입니까?!”
“완치가 되는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저주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정도죠.”
저주를 풀려면 저주를 건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일 터.
재호는 이 나리꽃들로 잠깐이라도 고통을 덜어주는 게 목적이었다.
‘어차피 화분으로 만드는 건 의미가 없을 테고…….’
동굴인 데다 균열 인근이라 모든 게 오염된 상태.
아무리 재호의 손을 거친 꽃들이라 해도 오염된 환경에서 물, 빛 없이 버티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포션을 만들어 최대한 물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달그락― 달그락―
구석에서 자리 잡고 포션 제작을 시작한 재호.
그리고 메이도 옆에서 능숙하게 거들었다.
“꼰대야! 여기 기운 좀 불어 넣어줘!”
―알았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니 군말 없이 다가온 꼰대.
“아, 그리고 징징이 넌 좀 멀리 가 있고.”
―……알았다.
꼰대와는 조금 다른 어감의 ‘알았다.’였다.
* * *
재호와 메이가 나리꽃으로 약을 만드는 사이, 반대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불곰 길드.
그들은 조금 전, 사망했던 길드원들의 귓속말을 받고 심각해진 상태였다.
―이건 기회라니까? 보니까 옵티마 교단 놈들 알시아랑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또 뒤통수를 치라고? 아무리 내가 알시아를 죽이고 싶지만 슬슬 양심에 과부하가 오기 시작한다고.
파티 채팅으로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그들.
괜히 입 밖으로 꺼냈다간 엘프들의 예민한 청각에 걸릴 위험이 있었다.
―그쪽 위치를 알려만 주면 얘들이 알아서 한다는데?
―아니, 뭘 믿고? 그거도 알시아 함정이면?
―야! 절대 아냐! 너희도 봤잖아! 알시아하고 푸독 그 성기사 놈이랑 말싸움하던 거.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우리 이 저주 걸린 거 풀려면 알시아 죽일 수밖에 없잖아.
고잉헬 호에 귀속된 저주.
그것을 풀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선장의 허락을 받거나, 선장을 죽이고 자신이 새로운 선장이 되거나.
―솔직히 알시아 그놈이 우릴 풀어주겠냐?
―너 아까 알시아한테 점수 따려고 분신자살하지 않았냐?
―그, 그땐 어쩔 수 없었고! 아무튼 난 이쪽에 붙는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모두 옵티마 쪽에 붙기로 했어! 너희도 당연히 이쪽이지?
―뭐… 그래야겠지.
어쨌든 같은 길드원이지 않은가?
그들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저기, 알시아?”
하지만 그들은 ‘불곰’ 길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