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옵티마 교단과의 거래를 약속하고 재호의 뒤통수를 노리는 일부의 불곰 길드원들.
그들 중, 가장 몸이 튼튼한 탱커이자, 재호를 향한 충심(?)을 온몸으로 보여줬던 버팔로가 성역 지대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악마 및 마수들과 몇 번이나 마주쳤다.
키이이익!!!
하나하나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압도적 다수는 곤란했기에 그는 연신 도망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젠장! 알시아 그 인간이랑 다닐 땐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들이! 죄다 어디 숨어 있던 거야?!!!’
하소연할 곳 없는 억울함을 삼키며 달리던 그는 어느 순간, 악마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도착한 약속 지점.
“어, 왔냐?”
“쿨주먹.”
기다리고 있던 불곰 길드원이 버팔로를 맞이했다.
“그래서 뭘 해야 하냐?”
“이거.”
버팔로는 인벤토리에서 푸독에게 받은 신호탄을 건넸다.
“이걸 쏘면 신호가 발생하는데, 그러면 교단 연합에서 그곳을 향해 대규모 폭격 마법을 쏠 거야.”
“근데 그 미친 짓을 다른 교단에서 수락하더냐? 보니까 다른 놈들은 딱히 알시아랑 척진 사이도 아닌 것 같던데.”
“당연히 그 인간들은 모르지. 알시아가 악마들 거점을 알아내 신호를 보내는 걸로 알고 있거든.”
“아주 작정했군. 왜 그렇게 죽이려고 하는 거지?”
“난들 아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옵티마 교단 공적이나 받아가는 거지.”
“쯧, 일단 알았다. 그러니까 이 신호탄만 쏘면 알시아는 무조건 죽는다는 거지?”
“엘프도 싹다 뒤질걸? 아무리 괴물이라도 교단 연합이 작정하고 시전하는 광역 마법이야. 그걸 버틸 리가 없어.”
“근데 그럼 우리도 죽는 거 아니냐?”
“한 번만 참아.”
버팔로는 쿨주먹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했다.
“딱 한 번만 죽으면 알시아 노예에서 해방이라고. 뭐, 충분히 멀리서 쏘면 범위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알아서 해 봐.”
그 말에 쿨주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한 번만 죽으면…….”
‘넌 아니겠지만.’
돌아서서 멀어지는 쿨주먹의 입가엔 미소가 슬그머니 걸렸다.
* * *
버팔로가 복귀한 뒤, 교단 연합의 마법사와 사제들은 대형 마법진을 완성하고 대기 중이었다.
신호만 포착되면 즉시 마법을 시전할 계획이었다.
이름만으로도 살벌한 이것은 수십 명의 고위 사제들이 신성력을 쏟아 부어 시전하는 파괴적인 마법이었다.
신의 자비는 조금도 없는…….
신성 마법이 다른 계통의 마법보다 살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그 아래에 있을 모든 악마들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리라.
하지만 그 탓에 다른 교단들은 크게 반발했었다.
이런 식의 대규모 마법을 한번 사용하게 되면 일대의 악마들은 확실히 쓸어버리겠지만, 그만큼 사제들의 피로도는 상승하고 악마 웨이브에서도 대응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폭격 지점 인근에 있을지도 모를 섬의 주민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었다.
성직자로서 차마 그런 피해자들을 외면할 순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옵티마 교단의 강력 주장에 결국 뜻을 굽혔고, 그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였다.
“어? 저길 보십시오!”
그때 들려온 망루에서 섬 중심부를 살피던 병사의 외침.
“시, 신호입니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새하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호와 공명한 마법진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사제단의 외침에 레니움 주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시지요.”
그의 말에 푸독이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모든 신의 이름으로!”
파아앗―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빛의 기둥을 쏘아낸 마법진.
하늘을 뚫고 솟아닌 빛의 기둥은 신호가 떠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나 내리꽂혔다.
어둠을 정화하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광경.
하지만 그것은 강대한 신벌이자 무시무시한 파괴의 힘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후폭풍도 없었지만 저 빛에 닿은 모든 생명체에게 자비는 허용되지 않았다.
신이라고 해서 만물을 모두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기에.
“와……. 이거 장난 아니네.”
“이 정도 대규모 마법은 게임하면서 난생 첨 본다.”
지켜보던 불곰 길드원들은 압도적 위용에 입을 쩍 벌렸다.
확실히 이 정도 마법이면 제아무리 알시아나 엘프들이라 해도 살아남는 게 불가능해 보였으니.
―야, 너네 괜찮냐?
그들은 이 마법에 직격당했을 길드원들에게 물었다.
“그럼 뒤지지, 안 뒤지겠냐?”
그리고 들려온 대답은 귓속말이 아니라 육성이었다.
“헉! 뭐, 뭐해?! 왜 여기로 와!”
깜짝 놀란 그들이 죽고 부활한 길드원들의 등을 떠밀었다.
“배에 처박혀 있으라고 했잖아! 너네가 여기 나오면 괜히 잡소리 나온다고!!!”
“알아.”
“알면 당장 가…… 어?”
알면서도 나왔다고?
게다가 무덤덤한 그들의 표정은 뭔가 수상했다.
“너, 너희들… 무슨 짓을 한 거야……?”
“단순하게 생각해. 우린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한 일이니까.”
“뭐라고……?”
탕―탕―
그 순간, 성벽 위로 올라선 웬 성기사가 자신의 방패를 두드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니움 주교, 그리고 푸독 단장.”
“진아킴 성녀……?”
갑자기 앞으로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 레니움 주교는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시죠?”
조심스레 예를 갖춘 레니움.
옵티마 교단 내에서 진아의 입지는 생각보다 더 컸다.
클래스는 바뀌었으나 교단 내 지위는 여전히 성녀로, 괜히 클래스 이름이 가 된 게 아니었다.
비록 실질적인 권력보단 상징성이 더 큰 보직이 성녀라지만, 그렇다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재호가 기대한 것도 그러한 부분이긴 했으나… 사실 대충 높은 지위가 아닐까 생각만 하고 맡긴 일이었다.
다행히 진아는 재호의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었고.
“두 사람에게 묻고 싶군요.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른 척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다른 교단들도 이 사태의 전말에 대해 알고 있으니 말이지요.”
재호에게 부탁을 받은 뒤, 진아와 완식은 푸독과 레니움 주교 모르게 바삐 뛰어다녔다.
바로 푸독과 레니움의 독선에 반감을 가진 다른 교단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각기 입장들을 확인하고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규모 폭격에 반대하는 이들은 전부 해당되었으니까.
극렬히 반대하던 타 교단이 갑자기 이 계획을 수락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레니움 주교와 푸독의 수상쩍은 행동의 목적을 확인하기 위한 것!
“왜 이런 짓을 꾸몄죠?”
“무슨 말씀인지 도통 모르겠군요.”
“당신은 알시아 폐하와 함께 온 동료들을 제거하기 위해 이 작전을 세운 것 아닙니까?”
“허허……. 그래도 진아킴님께서 아직 옵티마 교단의 성녀 자격을 가지고 있기에 충고를 드립니다.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시다간 교단의 큰 문책을 받게 될 겁니다.”
레니움 주교의 은근한 협박.
하지만 남들 모르게 힐끔 눈빛을 보낸 진아.
그 눈빛을 받은, 방금 부활한 불곰 길드가 행동을 계시했다.
“이 쓰레기 자식들!!! 감히 우리를 속여?!”
“??”
그들이 나타났다는 걸 아직 알아채지 못하고 있던 푸독과 레니움은 갑작스러운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우린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했어!! 근데 알시아도! 엘프도! 아무도 안 죽었잖아!!!”
“왜 우리만 죽는데?!!! 이러면 우린 또 영원히 알시아의 노ㅇ…가 아니라 선원으로 살아야 하는 거잖아!!!!”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야!! 엉?!!”
마구 쏟아내는 비난에 누구보다 당황한 건 푸독, 레니움과 합의를 했던 다른 길드원들.
―야야! 너 미쳤어?! 갑자기 왜 지랄이야?!
―판 다 조질 일 있어?!!! 닥치고 걍 배로 돌아가!!!
하지만 아예 귀를 막아 버린 그들은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생존(?)과 탈출(?)을 위한 그들의 신들린 연기에 다른 교단들도 앞으로 나섰다.
“사실 처음 진아킴 성녀께 이야기를 들었을 땐 믿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악마들의 처단을 위해 이곳까지 와 주신 알시아 폐하를 죽이려 할 것이라곤…….”
“허허…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하군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어느 정도의 희생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호를 보내자면 적진 가까이 다가가야 할 테니 말이죠. 아무래도 저들은 그 여파에 휩쓸린 모양입니다.”
푸독의 침착한 반박에 진아가 다시 나섰다.
“그렇다면 왜 알시아 폐하께는 알리지 않고 조무래기에게 그런 임무를 전달한 것이죠?”
쿨럭―
조무래기 발언에 움찔한 불곰 길드.
그들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진아는 말을 이었다.
“저를 통한다면 알시아 폐하와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단 사실을 아셨을 텐데 말이죠?”
뉴월드 세계의 사람들은 임모탈리언들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대화를 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적진 한가운데서 지휘를 하고 있는 지휘관 모르게 이런 일을 꾸미는 건 말이 되지 않지요. 그렇지 않나요?”
“…….”
말문이 막힌 푸독과 레니움.
그러자 본격적으로 다른 교단들도 날을 세웠다.
“우리가 그대들의 주장에 동의한 건, 그래도 지금과 같은 최악의 이유는 아닐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설마하니 악마들을 노리는 게 아니라 정말로 대륙의 영웅인 알시아 폐하를 노린 거였다니!”
쏟아지는 그들의 격렬한 반응.
이쯤 되니 더 이상 진아가 나서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러한 당신들의 행위가 옵티마 교단을 대변하는 것이라 봐도 되겠습니까?!”
급기야 옵티마 교단 전체를 걸고넘어지기 시작하자 레니움도 푸독도 사태가 커졌음을 직시했다.
“다들 진정하십시오! 지나치게 흥분한 것 같으니……!”
“진아킴 성녀는 교단 내에서 문제가 많은 인물이오! 이건 의도된 함정일 가능성이…….”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른 5대 교단들은 라이벌인 옵티마 교단의 영향력을 깎기 위해서, 중소 교단들은 혹여나 자신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올지도 모르기에 옵티마 교단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으니까.
“이 새끼들아!! 이게 뭔 짓거리야!! 왜 이러는 건데?!”
싸움이 난 건 불곰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옵티마 교단 쪽에 붙었던 이들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저지른 동료들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어댔다.
“우리는 안 억울한 줄 알아?!! 알시아하고 엘프들이 안 죽은 걸 어쩌라고!!! 덕분에 우리만 X되게 생겼는데!!”
“뭐?!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돌아가는 꼬라지 보니까 저 진아킴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다 알고 있었던 거 같은데!! 알시아한테 정보 흘린 거 아냐?!!”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어떻게 같은 길드원한테 그럴 수가 있냐!!”
“그, 그렇지만…….”
“너희들한테는 우리의 우정이 고작 그 정도였냐!! 섭섭하다 이거야!”
“……그래. 미안하다.”
결국 그들은 고개를 숙였다.
“하긴 그 괴물 녀석은 어떤 식으로든 알아낼 방법이 있었겠지. 저 성녀도 알시아와 아는 사이고…….”
“제기랄! 대체 알시아 그 자식은 인맥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 거야?!!”
“됐어.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어.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야.”
대표로 나선 쿨주먹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갈 거다.”
“……뭐?”
“흨우 선장에게 호구로 잡힌 뒤로, 우리는 무엇 하나 얻은 게 없어. 게다가 이대로 피하고 도망간다면 이 섬을 온 최초의 목적조차 상실하게 되겠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 배신자 그룹이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이 와중에 또 악마를 잡으러 가겠다고? 갔다가 알시아한테 뭔 꼴을 당하려고?”
“야! 그러고도 너희가 러시아 남자냐!!! 고작 이 고생을 하고도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고 싶냐?!!”
“?!!”
시베리아 북풍과 같은 엄청난 패기!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냐?”
“크큭……. 하긴 그래. 이제 와서 후회를 논하는 건 의미 없지.”
그리 말한 배신자 그룹이 주먹을 불끈 쥐며 그들에게 내밀었다.
“좋아! 한번 해 보자!”
그렇게 그들은 의기투합했다.
동료라 믿는 녀석들이 자신들을 진짜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