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
17화
[ 칭호로 인해 엘프들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로 인해 엘프들의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정령화장을 향한 엘프들의 신뢰는 절대적입니다.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재호와 마주한 엘프들의 호감도는 순식간에 수직 상승했다.
이미 그들의 입가에 걸린 훈훈한 미소는 럭시 숲 엘프들의 표정과 똑같았으니.
‘이거…… 너무 날로 먹는 것 같은데?’
재호조차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들……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이미 알면서도 예의상 물어본 질문.
“신목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 계신 곳이 저희들이 있을 곳이지요.”
“하하…….”
다행히 표정을 봐선 이들 역시 사막에 신목을 심은 것에 딱히 불만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럭시 숲의 엘프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과연 정령화장다운 장소군요.”
“후후, 틴라이트님께서 참 좋아하시겠습니다. 그분께서도 보통 괴짜가 아니셨으니.”
“하핫! 저도 그분에게 속아 벌레 수프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릅니다. 성년이 되면 꼭 복수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훌쩍 떠나버리실 줄은 몰랐죠.”
“술에 취해 신목께 노상방뇨를 한 일은 어떻구요.”
“…….”
그들의 대화를 듣던 재호는 엘프들을 대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상한선을 정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정령화장이나 현재 재호를 향한 그들의 호감도는 어지간한 것엔 꿈쩍하지 않을 테니…….
‘신목에 오줌을 갈기는 것까지도 가능하단 거군.’
하지만 재호는 도저히 그 이상의 불경한 짓이 뭐가 있을지,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 * *
전 세계의 관심이 테라스 대륙에 집중되었다.
갑작스러운 엘프 대이동.
인간들 앞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던 엘프들이 우르르 나타난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추측했다.
―저는 악마들의 침공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엘프들은 악마들에 의해 멸종 위기까지 내몰렸었죠. 그때의 경험 탓에, 어떠한 탐지 능력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대륙에 악마들이 재등장한다면 서동혁 대표의 ‘폭풍전야’도 납득이 되지요.
―전 반대입니다. 전례를 보아도 서 대표의 설레발은 신빙성이 아주 떨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고요. 전 왜 하필 테라스 대륙인가? 그 점에 집중해 보려고 합니다. 그곳엔 플레이어 사이에서 악명 높은 럭시 숲이 있죠. 전럭협이라 불리는 집단을 제외하면 별로 특이할 곳 없는 그곳에서 얼마 전, 수상쩍은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아마 기억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럭시 황족’이라고 불리던…….
―잠깐, 잠깐만요! 김 평론가는 이 사태가 한 명의 플레이어로 인해 일어났다고 주장하려는 겁니까?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말하는 것뿐입니다.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하하핫! 재밌군요. 사실 저도 그 럭시 황족에 대해선 압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합성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았던 게 사실이죠. 즉,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사태에 대해 토론하는데 또 다른 불확실한 사건을 가지고 오진 말지요.
―아니, 애초에 여기서 무엇 하나 명확한 것 없는데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왜 없습니까? 저는 실제 엘프와 친분이 있다는 한 유저에게서 정보를…….
TV 토론회에서도 난리가 났다.
상당히 정답에 접근한 주장이 나오긴 했으나, 별다른 관심을 못 받고 사그라졌다.
다른 전문가들의 말처럼, 플레이어 한 명으로 인해 종족 대이동이 발생했다기엔 비약이 심했으니까.
하지만 ‘그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사람들에 의해, 재호의 스크린샷은 커뮤니티에서 다시 부각이 되었다.
재호를 아는 몇몇 사람들도 보았으나, 역시 그들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 * *
“야, 너 솔직히 말해.”
“응?”
재호의 집까지 찾아온 완식의 표정은 심각했다.
“너 대체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닌 거냐?”
“뭔 소리인지 설명이나 좀 하고 물어.”
“이거!”
완식이 스마트폰을 들이밀자 화면엔 과거 럭시 숲에서 엘프들과 어울리던 재호의 모습이 나와 있었다.
“……뭐야, 난 또 뭐라고. 나 럭시 숲에서 시작한 거 알잖아?”
“아니까 묻는 거야. 너 이번 엘프 대이동이랑 관련 있지?”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재호는 잡아뗐다.
보통 사람이라면 재호의 분위기에 위축되어 받아들였겠지만 완식은 아니었다.
“이 새끼 이거 불안해서 발가락 떠는 거 보소? 망할! 진짜 너냐?! 이 초유의 사태의 중심에 있는 게 너라고?!”
“아!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해!”
결국 재호는 완식의 입을 틀어먹으며 인정했다.
“미친……. 운빨 X망겜! 너 같은 겜알못이 이런 초대형 이벤트를 일으켰다고?!! 으아아아악!!!”
완식이 진심으로 분해하자 재호는 얼굴을 찌푸렸다.
“누군 원해서 그런 줄 알아? 난 그냥 조용히 꽃집이나 하고 싶다고.”
“미친놈. 아직도 그 소리냐?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는데도 빌어먹을 꽃집 생각밖에 없다고?”
“나한테는 꽃집을 할 수 있단 게 일생일대의 기회인데?”
“…….”
더 이상 반박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완식.
“후……. 그래. 이런 놈이었지. 미안하다. 내가 잠시 망각하고 있었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완식은 차분함을 되찾았다.
“뭐, 애초에 럭시 숲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장소였으니까……. 거기 주인 없이 널브러져 있던 히든퀘들이 많긴 했겠지. 그렇다고 해도 운이 오지게 좋긴 한 것 같지만.”
“언제까지 뒤끝 남길래?”
“흠흠……. 아무튼 새꺄! 어떻게 나한테 비밀로 할 수가 있냐?”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았잖아.”
“그……건 그렇지.”
속 터지는 재호의 플레이에 반쯤 관심을 끊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저 ‘잘 지내냐?’라는 상투적인 안부가 전부…….
“아니, 잠깐만! 애초에 너 나 차단은 풀었냐? 심심하면 차단해댔잖아!”
“아, 맞다.”
“썩을 놈……. 그런데 진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냐?”
“그냥 뭐, 엘프들이랑 친해지면서 퀘스트 좀 얻었어. 엘프족 생존이 걸린…….”
대략적인 사정을 알려주자, 지금까지 재호의 게임 스타일을 비웃기 바빴던 완식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그는 재호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 생각보다 게임 제대로 하고 있었구나.”
“……뭐냐? 지금껏 욕하기 바쁘던 놈이.”
“아니, 난 그냥 꽃꽂이나 하고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멀쩡히 퀘스트 진행 중이었구나.”
새삼스럽단 표정의 완식.
“하하, 혹시 플레이어 최초의 왕이 너라거나 하지 않지?”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농담처럼 던졌다.
“에이,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치? 하핫! 그냥 농담 한번 해 봤다. 근데 너 발가락은 왜 그러냐?”
* * *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완식은 한바탕 난리를 친 끝에야 집으로…… 아니, 캡슐방으로 달려갔다.
‘나도 당장 거기…… 뭐라고? 아! 페르마 사막! 거기 간다!!’라는 외침을 남겨둔 채.
‘뭐, 별 상관없겠지.’
사실 재호는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완식의 게임 센스는 상당히 좋았다.
그간 ‘평범하고 정석적인’ 루트를 따라 착실히 레벨링을 한 그는 200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레어 클래스도 얻어 완숙에 접어든 상태.
곁에 두면 도움이 되면 되었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낮았다.
“그건 그렇고…….”
게임을 접속하자 눈앞에 펼쳐진 시장통…… 아니, 공사판.
숲의 종족이라고도 불리는 엘프들이 사막 여기저기에 오두막집을 만들고 있었다.
신목의 목소리를 따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엘프들이 모여들고 있었으니, 벌써 인구 규모는 작은 도시 수준에 달하고 있었다.
“이거……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초반에 제대로 틀을 다져 놓지 않으면 일대가 엉망진창이 될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든 재호.
―야, 완식.
―어어, 대장. 무슨 일이야?
―…….
재호는 자잘한 문제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너 혹시 건축가 아는 사람 있냐?
―건축가?
―엘프들 숫자가 불어나는 게 장난 아니라 이대로 두다간 나중에 개판 날 것 같아서.
―글쎄……. 난 사냥만 했더니 전투 클래스밖에 없어.
―쓸모없는 놈.
[님을 차단하였습니다.]왠지 귓가에 들리는 듯한 완식의 욕설.
그러거나 말거나 재호는 다음 후보를 향해 귓속말을 보냈다.
―잘 지내고 있어?
―아씨, 바쁜데 누구…… 헉?! 폐하!! 아, 아니 알시아님!!
재빠른 태세 전환으로 수습한 사만다.
“…….”
―메이? 지금 많이 바빠?
굉장히 바쁜 것 같은 사만다 대신, 함께 있을 메이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앗! 알시…… 아니빔ㄴ아리ㅏ다!!!
‘바쁜 모양이군…….’
―다음에 귓속말할게. 그쪽 볼일 먼저 끝내.
재호는 사만다에게 다시 귓속말을 보냈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래?
―어차피 싸움은 골렘이 다 합니다! 그러니 용무가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사만다가 필사적으로 부정하자 재호는 본론을 꺼냈다.
―혹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건축가 있어?
―건축……가 말씀입니까? ……아! 있긴 있습니다만.
―오! 혹시 여기서 일해 볼 생각 없는지 물어봐 줄 수 있어?
재호는 이곳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려주었고, 사만다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녀 입장에선 클래스 승급을 위한 호감도 작업의 일환이었다.
―최대한 빨리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사만다의 답은 약 10분 뒤에 돌아왔다.
―‘지안트’라는 플레이어입니다. 건설 특화 클래스로 여러 나라에서 건축 퀘스트를 진행한 경력이 있으니 실력은 확실합니다!
―지안트?
―옙! 이미 대충 이야기는 해 놓았습니다.
사만다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만다의 추천을 받은 지안트는 프라임 길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무소속 플레이어였다.
‘뛰어난 건축가’라는 레어 건축 클래스를 가진 그는 이쪽 계통에선 상당한 유명인사였다.
게임 초기부터 건설 쪽으로만 집중한 그는 비록 레어 클래스라고 하지만, 건축 쪽으론 랭커라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유니크 클래스 승급 퀘스트도 이미 받아 놓은 상태이기도 했고.
다만 문제는…… 그 퀘스트 난이도가 너무 높아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는 점이었다.
[*클래스 퀘스트*] [당신은 이미 건축가로서의 실력은 정점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그 너머를 바라보기 위해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합니다.
아무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작품을 남기십시오.
그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의 업적을 길이 빛내 줄 것입니다.] [퀘스트 완료 시, 로 승급.]
바로 퀘스트 설명의 마지막 구절이 문제였다.
‘아무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작품을 남기십시오.’란 요구사항이 너무 두루뭉술했던 것이다.
그런 차에 사만다에게 받은 제안.
‘……페르마 사막이라.’
사만다의 귓말을 받은 그는 고민에 빠졌다.
낙후 지역에서의 건설도, 막노동도 다 해 보긴 했다.
그도 뉴비이던 시절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막은 이야기가 달랐다.
애초에 모래투성이인 곳에 건물의 기반조차 제대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뛰어난 건축가로 승급 이후, 대부분의 작업이 대도시에 국한된 점도 망설임에 한몫했다.
‘새로운 도전……이라기보단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 느낌인데.’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날 건축물을 지으라 요구하고 있었다.
과연 텅텅 빈 사막에 집 몇 채를 짓는다고 한들, 그게 사람들에게 얼마나 회자될까?
―아, 왠지 네 고민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살짝 말해주는데 지안트.
그 순간, 사만다에게 귓속말이 추가로 도착했다.
―가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엘프들이 거기로 이주해 오는 중이거든.
―?!!!!
엘프 대이동!
지안트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이 테라스 대륙으로 간다는 건 모든 유저들이 알 정도로 큰 사건이었으니까.
―엘프들의 집을 짓는 거야?!
―아마도 그렇지 싶어.
―어, 어떻게 그쪽이랑 이어진 거야? 엘프들은 편협하기로 유명하잖아.
―그게……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 아무튼 나중에 다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가 보는 게 어때? 너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거야!
확실히 엘프들의 도시라고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엘프라…….’
엘프들을 위한 건축물을 자신이 지어 준다?
―최대한 빨리 갈게!!!
그렇게 지안트는 결정을 내렸다.
* * *
“반갑습니다.”
재호가 웃으며 악수를 청했으나, 마주선 지안트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덜덜덜―
심하게 요동치는 지안트의 손.
‘내, 내가 사만다를 섭섭하게 했던가?’
잠시 자신의 과거 행적을 되짚어 보았지만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행동은 없었다.
“이런 불모지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
자신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선 으레 나오는 반응이었기에 재호는 이해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중요한 건 도시 설계였으니까.
“오시는 길에 보셨겠지만 여건이 많이 나쁩니다.”
아직 대부분이 천막으로 대충 만든 오두막에서 지내는 엘프들.
그들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으나, 보고 있는 재호가 괜히 미안했다.
게다가 무계획하게 마구 지어지고 있는 통나무집들도 문제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곳이 강남 지하철역만큼이나 복잡해질 것 같았으니.
그만큼 빨리 찾아와준 지안트가 더 고마운 상황.
“저들이 지낼 만한 장소를 만들었으면 싶어서 말이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호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 하나가 떠올랐다.
[당신은 왕의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퀘스트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