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1
180화
재호가 패로우와 악마들을 인사시켜주는 사이, 쉰들러는 드워프 드렐리어와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드워프도, 고블린도 태생적으로 장인 정신을 지닌 종족들.
그렇기에 여러모로 통하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흠… 사실 폭발물 자체는 안정성 탓에 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채광 작업에 쓸 수만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
“우리 고블린들의 채광 폭탄은 인간들이 쓰는 것들과는 수준이 다르지. 정확한 폭발 범위 계산과 화력 조절. 게다가 예술성까지.”
“나쁘지 않아. 언제 한번 테스트를 해 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자고.”
“후후, 나도 너희들의 대장 기술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내 고향에 기계공학의 수혜를 받고 있는 오크들이 있는데, 사실 내 욕심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거든. 더 강력한 화력을 버티지 못하는 연장 내구성 때문이야. 너희들의 기술력이면 보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군.”
“음! 좋지! 마침 이곳엔 마음껏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악마들도 있으니 말이야.”
“클클클.”
“껄껄껄!”
방금 돌아온 재호는 수상쩍게 웃는 쉰들러와 드렐리어를 보곤 흠칫했다.
“뭐야? 뭘 꾸미는 거야?”
“음? 왔는가?”
드렐리어는 태연히 재호에게 악수를 청하며 반겼다.
“이번에 많은 일이 있었다지? 티나 양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아주 제대로 한탕 한 모양이더만.”
“응? 어느 틈에 그런 이야기를 다 한 거야?”
티나는 물론 엘프들이 생각보다 더 수다쟁이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작해야 10분 남짓이었는데?
“뭐, 다 들었다고 하니 이야기 진행은 좀 수월하겠네. 이것 좀 봐 줘.”
재호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헬트리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음? 개를?”
“아니, 개가 아니라 이 녀석이 하고 있는 목줄.”
그제야 드렐리어는 재호가 온몸에 쇠사슬을 치렁치렁 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음?”
눈을 빛내더니 바짝 다가와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한 그.
“호오? 호오오……. 오오? 이건…….”
온갖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얼굴을 구기던 드렐리어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손짓했다.
“일단 작업장으로 내려가지.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도 봐야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음? 불안하게 왜 그렇게 심각해?”
하지만 드렐리어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광산으로 내려갔다.
* * *
끼잉?
겁에 질린 헬트리버의 앓는 소리.
그럴 수밖에 없었다.
녀석 주변을 빙 둘러싼 채, 이상한 신음을 흘리는 털복숭이 드워프들의 관심을 받으면 누구라도 두려워질 테니까.
하지만 드워프들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헬트리버가 아니라 녀석의 목줄이었다.
“역시 그렇지?”
드렐리어의 물음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뭐가 그렇다는 건데?”
여전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재호가 물었다.
“이건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광물로 만들어졌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그 증거지.”
마수의 목줄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아주 특이한 성질이 확인되었다. 일단 열에 내성을 지니고 있단 점이고, 두 번째는.”
따앙― 따앙―
망치로 사슬을 몇 번 때린 그.
그러자 전에는 확인을 못 했던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우우우웅―
사슬 전체로 퍼져나가는 붉은 파장.
그러다 마지막엔 헬트리버에게 모여들었다.
화르르―
그러자 미세하게 강해진 헬트리버의 화염.
“충격을 흡수해서 이 녀석한테 전달하는 건가?”
“바로 봤네. 이게 재질의 특수성 때문인지, 아니면 특수한 마법 처리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효과를 보이고 있어.”
커다랗던 헬트리버를 두들겨 팰 땐 덩치가 줄어들더니, 목줄을 통해서 전해지는 충격엔 커지는 현상.
“흠……. 이거 어쩌면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는데.”
재호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패로우가 말하길, 헬트리버는 생명체를 먹으면 먹을수록 커지고 강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높은 신분의 악마들은 그런 식으로 서로 각자의 애완견들을 경쟁하며 자랑한다고.
그러한 점을 고려해 생각해본다면…….
‘더 크고 멋지게 만들려고 사기 친 거 아냐?’
이 쇠사슬만 두드려대면 몸집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
끼이잉…….
게다가 방금 흡수한 충격 탓인지, 눈을 질끈 감고 부들부들 떠는 헬트리버를 보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적어도 녀석은 이 목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보이니, 주인의 이기적인 욕심이 작용했으리라.
“이거 해제는 불가능해? 나는 아무리 봐도 못 풀겠던데?”
“상당히 까다롭군. 충격은 흡수하고, 이 녀석이 점점 덩치가 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런 작은 목줄을 감은 걸 보면, 크기 변화도 될 테니…….”
드렐리어는 수염을 벅벅 긁으며 고민했다.
그도 이 특이한 재질의 물질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라도 벗겨내고 싶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이 녀석을 해체해서 빼내는 건데…….”
“해체? 그러면 그렇게 하…….”
분리가 된다면 그렇게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려던 재호.
하지만 드렐리어의 눈이 목줄이 아닌, 헬트리버를 향한 걸 보곤 말을 멈췄다.
그가 말하는 ‘해체’가 뭘 뜻하는지 알아챈 것이다.
“오! 그래도 되는 건가? 난 또 이 마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지.”
화들짝―
당장이라도 실행하려는 듯한 드렐리어의 행동에 헬트리버가 허겁지겁 재호 뒤로 숨었다.
오죽 무서웠으면 재호에게 붙을까.
“아, 아니. 그건 안 돼.”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 보기엔 털에 불붙은 평범한(?) 강아지인 헬트리버.
그런 녀석을 잔인하게 처리해 버릴 마음은 좀처럼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메이와 제법 사이가 좋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화원으로 돌아오는 동안, 줄곧 메이와 붙어 있었더니 정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앗! 알시아님! 불댕댕이는 잘 있죠? 드워프들이 해결책을 찾아 얼른 답답한 목줄을 풀어 주었으면 좋겠네요!
라고 귓속말이 온 게 얼마 되지 않았었다.
이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아지가 사람을 몇 명이나 잡아먹었을지도 알 수 없건만…….
처음 마주했을 때,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시체를 메이는 못 봤기에 그러리라.
“흠……. 그렇다면 몇 가지 시도해 볼 방법들이 있긴 하다.”
드렐리어는 다른 방법들을 제안했다.
첫 번째.
“아무리 특수한 성질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부피나 면적이 넓어지면 강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이 녀석을 강제로 키운 뒤, 목줄 파괴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흠… 말이야 그럴 듯하지만…….”
과연 이 녀석의 덩치가 커진 뒤에도 지금처럼 얌전히 있어 줄까?
두 번째.
“고블린들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고블린?”
“아마 쉰들러 이 친구는 이미 예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젠 아예 ‘친구’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으니, 재호는 다시 불안해졌다.
“맞아. 나도 가능성을 한 가지 보고 있긴 해.”
한쪽에서 함께 지켜보았던 쉰들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폭탄을 이용해 해체하는 거지.”
“응? 방금 불댕댕이는 해체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클클, 내가 말한 건 이 목줄을 말하는 거다.”
쇠사슬을 들어 올린 쉰들러는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우리 고블린들의 특수 폭약을 이용해 이 녀석에게 가는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이며, 목줄을 부수는 시도를 구상 중이었다.”
“…상식적으로 목에 폭탄을 달고 터뜨리는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표현은 못 하지 않아?”
“그렇지. 그래서 드렐리어가 말한 첫 번째 방법과 합치는 게 어떨까 싶군.”
헬트리버를 최대한 강화한 뒤, 면적이 넓어진 대신 약화된 목줄을 부수자는 것이었다.
“뭐, 아까도 말했지만 계획이야 그럴듯해. 하지만 너희는 이 녀석이 덩치를 키웠을 때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모르잖아.”
박박박―
“?”
그때, 재호의 다리를 긁어대기 시작한 헬트리버.
헥헥헥―
자세히 보면 징그러운 눈동자로 무언가를 간절히 어필하고 있는 듯 했다.
“……너도 이걸 풀고 싶은 거냐?”
끄덕끄덕―
“뭐… 본인이 원한다면……이 아니라. 야!”
재호는 앞주머니에 있던 징징이를 강제로 끄집어냈다.
“이 녀석 사람 말은 죄다 알아듣는데, 너랑 의사소통 안 된다는 진짜야? 거짓말 아냐?”
―트, 틀린 말은 아니잖아! 일방적인 소통은 가능해도, 저 녀석이 말하는 건 모르는데!!
징징이는 억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야.”
재호는 다시 헬트리버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 덩치 커졌다고 갑자기 우리 공격하고 그러면 안 된다?”
끄덕끄덕―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헬트리버!
“좋아! 그럼 당장 준비를 해 보자고.”
“나도 슈아르 산림으로 돌아가 우리 기술자들을 좀 데리고 오지.”
계획이 서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 * *
모든 계획을 확실히 정리한 뒤, 쉰들러는 다시 엠베이 숲으로 돌아갔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재호는 엠베이 숲에 잠시 머물며 완공을 앞둔 투기장을 살펴보기로 했다.
[투기장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투기장 규칙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이미 이 투기장의 목적은 건설 초기부터 정해져 있었다.
[엠베이 숲 투기장에서 악마와의 대결을 하십시오! 그렇다면 드워프제 무기가 내 손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홍보했었으니까.
무기 자체를 상품으로 거는 건 아니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도리어 사람들의 참가 의지를 꺾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준비한 게 ‘구매권’이었다.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물건들 중, 아무거나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 가지는 것!
락타디움에선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혜택이라 할 수 있었다.
단,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어차피 이곳의 악마들을 이기는 건 어지간한 고레벨 유저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승리가 아닌, 대결 그 자체의 재미!
홍보 문구에서도 말했듯, 어디에도 승리하면 드워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심사위원들인 드워프들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가 핵심이었다.
그들이 만족할 만한 대단한 싸움을 해라!
그래서 재호는 투기장 대회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슈퍼스타 아레나]* * *
[지금 바로! 슈퍼스타 아레나로 오세요!!]불의의 사고로 1주일 방송 정지 후,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후카가 완공된 투기장을 홍보했다.
―이름 뭐냨ㅋㅋㅋ 슈퍼스타 아레나 엌ㅋㅋㅋ
└알시아 센스 왤케 구식이냐?
└생긴 걸 봐라. 구식 아니게 생겼는지.
―근데 구매권이 뭐냐? 드워프들이 만든 어떤 물건이든 구매할 수 있다는 거냐?
└ㅇㅇ맞음
―겁나 쪼잔하네. 기껏 투기장 열어선 그냥 상품으로 주는 것도 아니고 구매권을 뿌리냐? 저러고 판매 액수를 말도 안 되게 올리면 결국 아무 보상도 없는 거잖아.
└애초에 너 같은 거렁뱅이가 와서 할 곳이 아니거든? 돈 좀 있는 고레벨 유저들이 와서 돈 쓰라는 거지.
└악마랑 싸워 볼 수도 있으니 개이득임. 관련 경험치 작업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오 그렇게 치면 사제나 성기사 쪽 애들한테 꿀 작업장이겠네?
―야! 지금 테일러 투기장에 가서 방송 킨다더라!
└테일러가? 걔 그래도 되냐? 불곰 길드 충신 중에 충신인데?
└뭐 어때. 드워프 제작 아이템을 어디 쉽게 구할 수 있냐? 어차피 알시아가 불곰이고 뭐고 상관없이 참가할 수 있다고 했잖아.
인터넷에서 나온 이야기대로, 테일러는 누구보다 빠르게 엠베이 숲에 도착했다.
재호와의 개인적 친분(?)이 있기에 미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알시아! 나 왔어.
“어, 왔냐?”
악마 마을로 들어와 귓속말을 보낸 테일러.
그리고 마주 보고 인사한 재호.
―미, 미쳤어?!!
그는 펄쩍 뛰면서도 재호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
재호의 한심하단 눈빛을 느낀 테일러는 헛기침을 하며 슬쩍 멀어졌다.
―그래서 너도 투기장에 참가해 보게?
―당연하지. 안 그래도 슬슬 무기 바꿔볼까 싶었는데. 혹시 무기들 좀 볼 수 있는 곳 없어?
―이쪽으로 와.
테일러는 재호와 10미터 거리를 둔 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저거 테일러 아니냐?”
마침 테일러를 알아본 다른 방문객들.
“오! 진짜 왔네. 근데 저 앞에는 알시아 같은데?”
“뭐야? 왜 저렇게 수상쩍게 알시아를 쫓아가지?”
“설마?!!”
그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재호를 향해 소리쳤다.
“알시아님! 조심하세요!!!”
“이 새끼!! 감히 알시아님을!!!”
“?!!!”
퍽! 퍽퍽!!
“미, 미친놈들아!!! 갑자기 무슨 짓이야?!!”
대뜸 달려든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기 시작한 테일러는 당황해 팔을 휘저었다.
다행히 저레벨 플레이어인 탓에 큰 피해는 입지 않고 있었지만, 그 탓에 반격도 할 수 없었다.
혹여나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더 골치 아파 질 테니까.
―……거기 일 해결되면 귓속말 해.
―야야! 잠깐만! 좀 도와주면 안 되냐?!!
―괜한 의심 받잖아.
재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