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아나볼릭 교단은 이미 재호와 시스템으로 맺어진 동맹 관계였다.
그런 상태에서 재호가 정식으로 아나볼릭 교단의 전입을 제안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재호의 걱정은 아나볼릭 교단이 들어설 부지였는데, 안타깝게도 인간 거주 구역 내에는 그들이 들어올 만한 자리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재호의 고민을 알아챈 피게르가 저 멀리 보이는 황금빛 사막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이곳은 저희들이 지내기엔 너무 안락한 장소입니다. 저 멀리 펼쳐진 뜨거운 사막! 저곳이야말로 저희들에게 어울리는 환경이죠.”
“뭐… 그래도 괜찮다면…….”
저들이 알아서 한다고 하니 재호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사용하지 않는 사막을 개척해 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재호에겐 큰 이득이었다.
[엘리시아 화원에 아나볼릭 교단이 들어섭니다.] [아나볼릭 교단의 교황청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뜬금없는 교황청?
‘설마?’
재호는 교황청 알림에서 아나볼릭 교단의 가슴 아픈 뒷사정을 추측할 수 있었다.
‘떠돌이 교단이었나…….’
상상만 해도 슬픈 추측.
그에 대해선 굳이 캐묻지 않기로 했다.
* * *
길고 길었던 뉴월드 리그.
그 끝이 이제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사실 이미 종합 1위는 진작 확정된 상태였다.
당연히(?) 일성 플라워즈.
워낙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탓에 1위 경쟁은 긴장감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2위 경쟁은 그만큼 치열했고, 동시에 일성 플라워즈가 매번 보이는 기행 덕에 대회는 크게 흥행했다.
그리고 열린 마지막 경기.
역시나 이변 없이 일성 플라워즈가 1위를 했고, 최종적 순위가 결정이 났다.
[종합 1위 일성 플라워즈] [종합 2위 판다즈] [종합 3위 CUSA]마지막까지 치열했던 2위 경쟁에서 결국 승리한 건 판다즈.
한때 한국 최고의 선수로 꼽혔던 쉐이크 이수민을 영입하고도 3위에 그친 CUSA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운이 나빴지.
└ㅇㅇ나도 그렇게 생각함. CUSA는 이상할 정도로 일성이랑 자주 마주침.
└야, 그렇게 치면 판다즈도 만만치 않음.
―판다즈가 2위하고 CUSA가 3위한 건 전략 차이임. 일성 플라워즈를 피하냐 안 피하냐.
└맞음. CUSA가 첫 경기 때도 그러더니 이상할 정도로 일성 맞상대하더라.
└CUSA가 아니라 이수민이 황재호한테 집착하는 거 같던데?
└나도 그렇게 느낌. 이수민 뭔가 황재호한테 자격지심 있나?
└황재호 때문에 MK에서 나왔었잖아. 그래서 자기 혼자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ㅋㅋㅋㅋㅋㅋ라이벌ㅋㅋㅋㅋㅋ 지금 황재호 라이벌이 대체 어디 있냐?
―근데 MK는 몇 위임? 선수 물갈이 다 해버리곤 아예 사라져 버렸네.
└17위임ㅋㅋㅋㅋㅋㅋ
└와 MK 그냥 떡락이네. 거기 감독 문제 있다는 소문 있더니 진짠가 보네.
그 사이, 일성 플라워즈는 메인 무대로 올라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금은 늘 해왔듯, 그날 경기에 대한 행사만 이루어졌다.
공식 시상식은 추후, 2, 3위 팀도 한자리에 모여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건 좀 김빠지는데?”
호텔로 돌아온 뒤, 호텔 뷔페에 준비된 우승 팀 자체 행사를 위해 준비를 하던 완식이 툴툴거렸다.
“맞아. 분위기 탔을 때 트로피랑 메달 받아야지. 일주일 뒤면 다 식어 버리잖아.”
다키스트 역시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래도 일성 쪽에서 제대로 챙겨주잖아?”
두표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그들을 격려하며 말했다.
“아마 다음 리그는 좀 더 개선이 되겠지. 이번이 첫 대회니까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그의 말대로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일성, 정확히는 한돌이 엄청 신경을 써 주었다.
이미 계열사 호텔인 이곳에서 특급 대우를 받고 있었는데, 오늘은 아예 뷔페까지 전세를 내 준 것이었다.
행사에 참석하는 팀 관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일성이라는 거대 스폰서가 있었으나, 게임단의 규모 자체는 굉장히 소규모였고, 두표 몇몇 사무직 직원, 선수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실제 행사장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모두 선수들의 가족과 지인들이었다.
외국인인 사만다와 레드, 다키스트의 가족들도 일성 전자의 배려로 며칠 전 입국해 함께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이 한심한 녀석을 어쩌나 했었는데 이렇게 사람 만들어 주어서…….”
“아! 뭔 소리야 엄마!!!”
다키스트는 시뻘게진 얼굴로 항의했으나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연신 재호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른 부모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불곰 길드에서 활동을 했던 레드의 경우엔 더했는데, 그들은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허허, 재호 네가 고생이 많다.”
평소에도 친분이 있던 완식의 부모는 재호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방송 보니까 완식 이놈이 하는 거라곤 하나도 없이 업혀만 가던데 말이야.”
“아, 뭔 소리예요? 난 아직 준비가 안 된 거라고 했잖아요!”
완식이 억울한 목소리로 외쳤다.
“시꺼! 어쨌든 이번에 날로 먹은 건 맞는 말이잖아!!”
“아니, 아들 기 좀 살려 주면 안 돼요? 날로 먹었다는 게 할 말이에요?!”
투닥거리는 부자를 뒤로하고 자리를 옮긴 재호.
‘음… 학부모 상담을 하는 담임선생님이 된 느낌이네.’
그다음에 만난 건 사만다의 가족들이었다.
최근 방송 촬영 도중에 알게 된 대로 군인 가족으로, 모두 각이 딱 잡힌 분위기로 주변의 공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하, 반갑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 재호.
“반갑소.”
강렬한 눈빛으로 재호와 악수를 나눈 사만다의 아버지.
재호를 처음 보는 이들은 모두 위축되기 마련이건만, 그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만다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오.”
“아닙니다. 저야말로 큰 도움을 받았죠.”
“음!”
그러더니 휙 돌아선 그.
“?”
연이어 사만다의 어머니, 형제자매들과도 묵묵히 인사를 나눈 재호는 기묘한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 가족은 원래 이런가?’
재호의 의문을 풀어준 건 조용히 다가온 사만다였다.
“다들 즐거워해 다행입니다.”
“……?”
즐거워하는 게 저렇다고?
“다들 감정 표현엔 서투르니 말입니다.”
“아…….”
하긴 사만다를 보면 대충 짐작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이의 부모까지, 그렇게 재호는 학부모들과의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거 참, 새삼 네가 엄청난 녀석이 되어버렸다는 게 느껴지는구먼.”
우람은 화려한 행사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운이 좋았죠. 일성 전자 회장님이 그래도 게임단을 좋게 봐 주거든요.”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을 해 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
그리 말하는 우람은 연신 카메라를 찍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창들에게 자랑할 목적으로 추측되었다.
“그건 그렇고, 한 달 동안 고생했어.”
은혜는 미소와 함께 재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럼 집으론 언제 오는 거니?”
“이제 가려면 당장 갈 수도 있죠.”
“그래? 좀 더 머물면 안 돼?”
“왜요? 어디 놀러 가요?”
“아니, 곧 이사해서. 너도 따로 집 구할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아, 예… 예?”
재호는 당황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흠흠, 우리 집도 좀 많이 노후되지 않았냐? 그래서 이참에 이사하려는 거지.”
“근데 나는 왜 쫓아내는데요?”
“어허! 쫓아내다니! 독립시키는 거지.”
“똑같은 말 아니에요?”
“자식아! 이제 너도 성인이고 돈도 많겠다, 독립해야지!”
도리어 버럭 하고 나오는 우람의 모습에 재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예요?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꿍꿍이는 무슨!”
“이 양반아. 걍 말하면 되는 걸 괜히 큰소리내고 있어?”
“으응…….”
은혜의 잔소리에 우람은 금방 쭈굴해졌다.
“뭐, 여러 이유가 있단다.”
은혜는 재호에게 진지하게 설명했다.
재호의 유명세 탓에 동네 주민은 물론, 기자나 팬들까지 동네에 너무 몰리는 게 컸다.
주민들의 피해는 물론, 두 사람들의 사생활도 여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거니 싶긴 하지만, 네 아빠 말처럼 지금 집이 워낙 낡기도 했고.”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편안함이었다.
재호가 없는 집안의 편안함!
약 한 달간, 재호가 호텔 생활을 하면서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낸 우람과 은혜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었다.
그래서 의논 끝에 재호를 독립시키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결국 쫓아내는 거잖아요.”
“이 자식아! 돈이라도 없으면 모르겠는데 좀 나가서 살아! 우리도 좀 알콩달콩 살아 보게!”
결국 튀어나온 우람의 진심에 재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알았어요.”
결국 재호는 받아들였다.
뭐, 별수 없었다.
이제 의리로만 사나 싶던 부모님이 갑자기 젊은 시절 기분 좀 내 보겠다는데 마다할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
재호가 목소리를 낮추고 슬그머니 몸을 기울였다.
“나도 동생 생기는 거… 아악!!!”
팔뚝을 콱 꼬집는 은혜의 손길에 재호가 비명을 질렀다.
“하여튼 저 능글거리는 성격은 딱 제 아빠랑 똑같아.”
“뭐, 뭐?! 내가 뭘!”
우람이 울컥하며 재호를 노려봤다.
“애비 욕 먹이는 불효자놈!”
“그건 또 뭔 헛소리예요?!”
“아냐 그럼?!!”
소리 목소리를 높이고 투덕거리는 도플갱어 둘.
“둘 다 똑같은데 뭘 싸워!!”
마냥 험상궂기만 한 둘의 모습이지만 이번만큼은 귀엽게 느껴지는 은혜였다.
* * *
불댕댕이 헬트리버.
다시 크기가 작아진 녀석은 꽃집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재호는 엠베이 숲에서 악마들이 관리를 했으면 싶었으나 메이도, 녀석도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꽃밭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
메이는 녀석에게 단단히 충고를 했다.
온몸이 불덩이인 녀석이었고, 아무리 화력을 줄여도 꽃들 입장에선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카릉―
재호나 메이가 마수의 속내를 알 길은 없었으나, 다행히 녀석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괜히 까불다 불이라도 질러 버리면 재호와 엘프들이 나설 테니까…….
두 번에 이은 집단 폭행은 녀석에게 트라우마처럼 각인된 상태였기에 녀석도 늘 조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뭐, 귀엽긴 하네.’
재호는 꽃집 앞에 퍼질러 누워 팔자 좋게 자고 있는 헬트리버를 보다 걸음을 옮겼다.
화원을 떠나 재호가 향한 곳은 영지 휴양지로 개발 중인 사막 골짜기.
메이가 뽑아 왔던 불꽁꽁화도 돌려놓고 작업 상황도 체크할 겸 찾아갈 생각이었다.
* * *
땅― 땅―
사막의 열기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노동을 하고 있는 죄수들.
불꽁꽁화가 있을 땐 적당히 선선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찜통 그 자체였다.
―길마님.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그 골짜기에서 작업 중이던 트리플체인의 길마 동준.
화원에서 작업 중인 같은 길드원 문성에게서 온 귓속말에 그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사실이야?
―확실해요.
―흠… 그렇단 말이지…….
그는 절벽을 깎아 내던 작업을 잠시 멈추고 근처의 다른 죄수에게 다가갔다.
“어이, 요스케.”
동준이 말을 건 상대는 바로 피스앤러브 길드장 요스케!
“하우스!”
강제 노역 신기록 경쟁자이기도 한 둘은 현재 비밀리에 동맹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금 황재호 그 자식이 이곳으로 오고 있어.”
“황…재호……? 알시아?!
“쉿! 목소리를 낮춰! 엘프놈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훗, 피스앤러브는 그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다!”
“…….”
잠시 멈칫했던 동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다시 말을 이었다.
“뭐, 어쨌든. 알시아가 지금 온다고 하니 그 계획을 실행하기에 좋은 기회지 않아?”
그의 말에 요스케는 한 손으론 자신의 입을 비틀어 가리더니 비죽거리며 웃었다.
“‘평화 수호 사랑의 체인 혁명’ 말이군.”
“…….”
허락하지 않은 작전명을 읊자 동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요스케와 동맹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이 애매하게 허세 들린 성격은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이 꼴이 아니었음 이런 찐따 같은 놈이랑은 절대 어울리지도 않을 텐데…….’
하지만 피스앤러브 길드는 강제 노역소 내에서 트리플체인과 함께 2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이 불가피했다.
‘젠장……. 황재호 이 새끼……! 날 이 꼴로 만든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지난번 사건 이후, 외할아버지 희범과 외삼촌 한돌에게까지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버린 그.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이 뉴월드 세계뿐이었다.
그리고 재호는 이 뉴월드 세계마저 망가트린 놈이었고.
‘복수한다. 절대 쉽게 안 당한다고……!’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