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8
187화
트리플체인 길드나, 피스앤러브나 이 강제 노역소에서 벗어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사실 처음부터 잠자코 시키는 것만 했다면 진작 자유의 몸이 되고도 남았을 일이었다.
그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탓에 온갖 폭력과 재호를 향한 비방을 쏟아내다 이 지경이 된 것이지.
어쨌든 두 길드는 너무 멀리 와 버려 도망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엘프들이 지키고 있으니 불가능했고, 심지어는 멋대로 죽는 것도 불가능했다.
사육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처지!
그래서 이전부터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준비를 해 왔고, 마침내 탈출 가능성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준은 좀 더 버텼다.
지금까지 끔찍하게 당해 왔는데 그냥 순순히 떠날 순 없는 것 아닌가?
어떻게든 재호에게 한 방 먹여야 속이 풀릴 상황이었다.
팍―팍―팍―
작업을 하는 척 곡괭이질을 한 뒤, 깨진 절벽 틈에 주먹만 한 무언가를 집어넣은 동준.
‘크크……. 이건 생각도 못 했을 거다.’
그가 준비한 건 바로 폭탄!
외부에 남아 있는 트리플체인, 피스앤러브 두 길드의 길드원들이 몰래몰래 구해서 전해준 폭탄들.
엘리시아 화원 내에서는 전달 받는 게 불가능했지만, 외부 작업을 나온 상태에선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걸 노리고 트리플체인과 피스앤러브 길드원들이 골짜기 작업을 자처하기도 했고.
이걸 이용해 재호가 골짜기에 들어오는 순간, 매장시켜 버리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하지만 길드 내부적으로는 말도 많고 불만도 많은 작전이었다.
―저기… 하우스님.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한 길드원이 동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이거 이렇게 해 봐야… 결국 우리만 손해 아닌가요?
―뭐?
―아니… 그렇잖아요. 이거 터뜨려 봐야 알시아가 죽을지도 미지수고, 죽는다고 해도 다시 부활할 텐데. 결국 다 같이 죽자는 거잖아요.
―쯧!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다 같이 죽는다?
맞는 말이었다.
동준의 목적도 그것이었고.
―다 같이 죽으면 누가 손해일 거 같아?
―노예로 부려지기만 하고 죽으니 우리 손해 아닌가요?
―아니! 어차피 철저하게 우리의 이득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곳에서 탈출이 불가능했다.
말도 안 되는 강제 노역 기간을 다 채우는 수밖에.
―하지만 폭탄으로 죽는다면? 그러면 저장된 부활 포인트로 돌아가게 된다. 마침내 이곳에서 탈출하게 되는 거야.
어쩌면 재호에게 직접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작업장을 망가트리는 동시에 자신들은 죽으면서 자연스럽게 탈출을 하게 되는, 일석삼조의 계획!
그 이야기를 들은 길드원은 현실 욕지거리를 뱉고 있었다.
‘아니, 그냥 폭탄으로 자폭하고 바로 죽으면 되는 거 아냐?’
위험하게 왜 굳이 알시아한테 한 방 먹이겠다고 그 난리인데!
하지만 자신의 계획에 심취한 동준은 계속 떠들었다.
―이곳을 무너뜨리면서 우리는 황재호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만약 황재호도 죽는다? 그거 하나로도 우리는 이름을 날리게 되는 거다. 단순히 한 번 죽는 게 아니야. 향후 황재호의 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게 되는 거다! 동시에 우리의 이름도 널리 알리는 거지!!
‘아니, XX!!! 그래서 굳이 왜 그래야 하냐고!!!’
동준의 개인사에 대해 알지 못하니 길드원들은 이런 무리한 집착에 짜증만 날 뿐이었다.
―아무튼, 다들 헛소리 말고 준비해! 황재호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보나마나 엘프들 주렁주렁 달고 오겠지. 우르르 들어오는 순간 터뜨려 버려!
트리플체인과 피스앤러브 길드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재호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멀쩡히 엘프들이 지키고 있는데 설마 그런 흉흉한 음모를 꾸밀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상태로 티나를 데리고 사막 골짜기로 향하던 재호.
그런데 브리즈에게서 급히 온 귓속말에 걸음을 멈췄다.
―아, 알시아님! 말칸트 대왕이 이리로 오는 것 같습니다!!!
크루마의 지배자이자 서쪽 사막의 패자 말칸트 대왕!
―어?
―페르마 사막에 진입한 걸 길드원이 발견했답니다!
대체 그 양반이 왜?!
―큭……. 죄송합니다! 사실 말칸트 대왕이 크루마를 떠났다는 건 이전부터 소식을 듣고 있었는데… 설마 이쪽으로 올 거라곤 예상도 못 했습니다.
―아냐,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재호는 발걸음을 돌렸다.
설마하니 말칸트가 재호와 적대하고자 온 것은 아닐 테지만… 일단은 화원에 있는 게 좋을 듯싶었다.
* * *
두두두―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어?”
제일 먼저 그 소리를 들은 건 피스앤러브 길드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곧 멀리서 일어나는 커다란 모래 먼지를 발견했다.
―오, 온다! 옵니다!!
그는 급히 소식을 알렸고, 빠르게 현장의 모두에게 전해졌다.
―좋아! 다들 준비해라! 황재호는 물론, 다른 놈들도 다 진입하는 순간 터뜨리는 거다!!
―좋다! 지금이야말로 ‘평화 수호 사랑의 체인 혁명’을 할 때다!!
동준과 요스케의 외침!
“후우…….”
길드원들은 각오를 다졌다.
솔직히 이런 무식한 방식의 작전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길드장들이 솔선수범하고 있으니 뺄 수도 없었다.
‘좋아! 해 보는 거다!!’
각자가 심어 놓은 폭탄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인벤에서 폭탄을 꺼냈다.
두두두두―
이제 선명히 들리기 시작한 말발굽.
“어?”
골짜기 입구 쪽에서 대기 중이던 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접근해 오는 걸 보곤 흠칫했다.
“너, 너무 많지 않아?”
“그, 그러게……. 알시아 맞아?”
“저 가운데… 커다란 사람이 한 명 보이긴 한데…….”
“그럼 맞겠지.”
“근데 저 사람들이 오는 방향이 엘리시아 화원은 맞아?”
“맞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현장 감시를 하던 엘프들이 다가오는 무리를 향해 접근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말 탄 무리들이 곧장 골짜기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왜 갑자기 소식이 없는 거야!
동준은 소식이 없자 조급증이 나 소리쳤다.
―어… 이, 일단 골짜기로 들어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알시아가 아…….
―뭐?! 들어왔다고?! 이 멍청한 자식!!!
―아니, 알시아가 아닌…….
―야! 작전 시작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명령을 내린 동준!
그리고 마침내 그의 시야에도 말을 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
헌데 면면을 살피니 엘프들이 아닌 인간들.
“평화! 수호! 사랑! 트리플체인의 혁명!!!”
“야야! 자, 잠깐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요스케는 용맹하게 외치며 폭탄을 들었고 동준은 다급해졌다.
―야야! 폭탄 터뜨리지 마! 기다ㄹ……!!
급히 길드원들에게도 전했으나…….
콰과광―!!!!
골짜기 반대편에서 일어난 폭발!
콰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 골짜기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아, 아니라고! 알시아 아니… 커헉!!!!!”
동준이 다급히 외쳐보지만 이미 늦은 일.
게다가 이미 등 뒤에서 터진 요스케의 폭탄이 그를 덮쳤다.
“흠?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
그때, 묵직하고 여유로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폭음을 뚫고 들려왔다.
짜악―
그 목소리의 주인은 말에 올라탄 채, 자신의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으니.
쩌어어엉―!!!!
사람의 손바닥으로 만든 것이라 생각하기 힘든 파괴적 충격파가 터져 나오더니 위에서 덮쳐 내려오던 바위들이 일순간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폭발로 인한 화염도 성냥불처럼 힘없이 픽 꺼져 버리더니 주변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이……?”
폭발과 무너진 골짜기에 묻혀 죽을 거라 생각했던 동준은 당황했다.
“어?”
역시 살아남은 요스케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헉?!!!”
그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헛바람을 들이키는 요스케.
“마, 마, 말칸트?!!!”
이전 활동 지역이 크루마였던 요스케는 단번에 말칸트를 알아보았다.
“호오? 넌 그 정신 나간 임모탈리언이군.”
그리고 유명한 미친놈이었던 요스케를 말칸트 역시 알아보았고.
“껄껄껄, 아주 지독하고 치밀한 놈이로군. 대륙 반대편에서까지 내 암살을 준비할 줄은.”
그는 요스케의 집요함에 감탄했다.
한편, 동준 역시 충격으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마, 말칸트라고?’
그 역시 크루마 출신이기에 말칸트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말칸트가 왜 여기 있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비명.
―하우스님! 성공했습니까?!
―저희는 다 죽었어요!!
―드디어 자유야!!!
이미 먼저 폭탄을 터뜨리고 죽은 다른 저레벨 길드원들의 귓속말.
동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야! 대박 소식! 나 엘리시아 화원에 노예인데 방금 엘리시아 화원 영지 내에서 말칸트 대왕 테러 당함!!
└얘는 어디서 튀어나온 관종이냐?
└ㅋㅋㅋㅋㅋ말칸트 그 싸움광이 뭐하러 꽃집을 가냐?
└그렇게 치면 황재호도 마찬가지 아니냐? 걔는 직접 꽃집을 하는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황재호는 싸움광은 아니지.
―등신들아! 너희가 못 믿을 것 같아서 내가 영상도 찍어 놓음. (링크)
└어? 진짜 말칸트네?
└뭐야? 폭탄 터뜨린 거???
└엌ㅋㅋㅋ 황재호 미쳤네. 말칸트 잡겠다고 함정 판 거?
―ㄴㄴ정확히는 황재호가 한 건 아님. 여기 노예 중에 유명한 고인물들 있는데, 트리플체인이라는 길드하고 하나는 그 유명한 피스앤러브임. 뭔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걔네가 저지름
└ㅋㅋㅋ와 그놈들 기어이 사고 쳤구나.
└그래서 어떻게 됨? 말칸트 죽음? 아니면 걔네가 죽음?
―결과는 나도 모름. 난 폭발에 휘말려서 진작 뒤졌거든.
└아 뭐야. 갑분싸 만드네.
└누구 결과 아는 사람 없음?
말칸트 정도의 초네임드 NPC의 테러 소식은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기대하고 궁금해하던 결과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었다.
“흠…….”
말칸트와 그의 호위병들에게 붙잡힌 채 무릎을 꿇은 동준과 요스케.
그 맞은편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재호가 말칸트와 서 있었다.
“그러니까 이놈들이 말칸트 대왕님을 죽이려고 했다고요?”
“뭔가 어설프긴 했지만 그래 보였네만.”
하지만 재호는 대충 어찌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자식들 분명 나 노리고 사고 친 거겠지.’
타이밍이나 원한 관계 등등, 여러 가지 따져 보면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고작 폭탄 몇 개로 말칸트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가 이리로 올 줄 어떻게 알고?
“쯧……. 이 녀석들 끌고 가 버려.”
재호는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폭탄은 어디서 구했냐, 왜 이런 짓을 했냐, 그런 것들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귀찮은 사고를 친 놈들일 뿐.
“재, 재호야!!!”
그때, 갑자기 재호를 부르며 발을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한 동준!
“제발 한 번만 봐 주라! 내가 진짜 미쳤었어! 딱! 딱 한 번만 봐주면 안 되냐?! 그러면 나 다시는 네 앞에 얼씬도 안 할게!!”
이젠 영원히 노예 생활을 하게 될 거란 두려움에 그는 이성을 잃어 버렸다.
“너, 너도 알잖아? 응? 우, 우리 외할아버지! 나 저번 일로 외할아버지한테도, 외삼촌은 물론 엄마, 아빠한테도 완전 찍혔다고! 현생도 조졌는데 뉴월드에서도 망하면 난 진짜 아무것도 없게 된단 말이야!!!”
구질구질한 동정심 유발.
하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이 자식! 당장 놓지 못해?!!”
퍽! 퍽!!
“억! 악!!”
엘프들의 몽둥이찜질을 받으면서도 버텼으나 결국은 모래에 머리를 박고 질질 끌려 나갔다.
“평화 수호 사랑 체인의 혁명의 봄은 온다!!”
“?”
그리고 요스케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토해내며 끌려갔고…….
“후…….”
재호는 혀를 내두르며 말칸트와 마주했다.
“그나저나 대왕을 여기서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요?”
“그렇긴 하군. 뭐, 갑자기 찾아온 것에 대해선 미안하다오. 사절을 먼저 보내긴 했는데 아직 도착을 하지 않은 모양이로군.”
“저기 대왕님.”
그 말을 들은 수행 기사 한 명이 슬쩍 입을 열었다.
“보통은 사절을 보낸 뒤, 답신을 받고야 움직이지… 사절보다 먼저 나서는 경우는 없습니다.”
“으하하하! 그랬나? 미안하오. 도저히 몸이 달아 견딜 수가 있어야지.”
호탕한 웃음으로 능글맞게 넘긴 그는 재호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소문 다 들었다오! 그대가 악마들을 붙잡아 투기장을 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