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말칸트는 이전에도 재호에게 악마와의 싸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대악마와 싸운 재호를 향한 그의 순수한 부러움.
그리고 이번에 엘리시아 화원을 찾아온 이유도 거기에서 있었다.
악마와 싸워 볼 수 있다!
“그런 거면 차라리 리젤란 숲으로 가는 게 더 빠르지 않습니까?”
대륙 서북의 바다에 있는 섬에 있는 리젤란 숲.
악마와 싸우고 싶다면 차라리 그리로 가는 게 더 가까웠다.
게다가 엠베이 숲의 악마들은…….
‘아마 말칸트 대왕 정도면 손가락으로 싸워도 압도적이겠지.’
하지만 말칸트도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나는 아예 리젤란 숲에서 살았을지도 모르지.”
그가 리젤란 숲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
“빌어먹을 교단 놈들이 절대 허락을 안 하니 원.”
“아…….”
그곳을 통제하는 건 5대 교단을 필두로 한 교단 연합이었다.
아무리 한 나라의 왕이라 하더라도 교단 연합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 괜찮은 건가?’
문득 푸른산호 섬에서 자신이 저질러 놓은 깽판이 떠오른 재호.
다행히 다른 교단들의 지지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이 나와서 넘어가긴 했지만… 옵티마 교단 내에선 재호를 요주의 인물로 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뭐, 어쨌든……. 잘 왔습니다. 일단은 화원으로 가죠.”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무너진 골짜기를 바라본 재호.
계속 준비했던 휴양지 건설 계획은 모두 돌무더기 아래에 깔려 버렸다.
지금까지 들어간 노력들이―재호가 한 건 없지만― 사라져 버렸으니 허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곳을 포기할 수밖에 없나?’
주변에 비해 모래도 적고, 적당히 그늘도 만들어지는 드문 장소였다.
게다가 불꽁꽁화로 환경 개조도 상당히 이루어진 곳을 버리려니…….
“……그럴 수 없지.”
재호는 의지를 다시 불태웠다.
“티나!”
“네!”
“아나볼릭 교단 쪽에 이야기해서 이쪽 바위를 건설 자재로 쓸 생각 있는지 물어봐.”
“네!”
“그리고 쓴다고 하면 이거 무너트린 애들보고 다 옮기라고 하고.”
“네!”
척―!
명령을 받은 티나는 주먹을 내밀었고.
탁―
재호 역시 주먹을 맞부딪혔다.
그렇게 트리플체인과 피스앤러브 길드는 새로운 지옥이 시작되었다.
* * *
“오호라……. 이곳이 바로…….”
사막 가운데 펼쳐진 드넓은 녹지.
그 위에서 발달한 도시와 재호의 형형색색 화원의 전경을 본 말칸트는 탄성을 흘렸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하하, 과찬입니다.”
그의 극찬에 재호가 웃었다.
“역시 동대륙의 패자다운 위용이오. 제국의 황성조차 이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래요?”
이야기를 가만 듣다 보니 느껴지는 위화감.
뭔가 대화 핀트가 조금 이상한 듯싶었으니.
“황금 장원이라니! 껄껄껄! 보기보다 굉장히 사치스럽군. 허나 군주라면 겉으로 보여지는 권위 역시 중요하지! 특히 그대는 뛰어난 투사이기도 하니 저 정도는 당연한 일 아니겠소?!”
“…….”
“아, 물론 저 풀냄새 나는 정원도 멋지긴 하네.”
아무래도 말칸트는 가운데 꽃집이 재호의 거처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 한 모양이었다.
“혹시 그대가 선물해 준다던 화분이 저곳에서 키워내는 것이오?”
“아, 그런 셈이죠.”
그러고 보니 말칸트에게 꽃 선물을 해 주겠다고 하고선 깜빡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여기까지 오신 김에 하나 챙겨드리죠.”
“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네만…….”
정신 수양의 이유로 난을 키우고 있긴 하지만 귀찮은 일을 더 늘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재호도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꽃집 홍보를 위한 일이니까.’
바로 서쪽 대륙에 엘리시아 화원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일이었다.
지금도 유명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호가 유명한 것.
꽃집은 유명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이름이 알려졌지만, 아직 NPC들에겐 꽃집으로서 이름이 전혀 안 알려졌지.’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건 포드 백작 부인 헤라 정도.
‘아. 라셀 왕도 있었지.’
하지만 그 꼬마 왕은 벌써부터 자신의 무병장수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논외였다.
“잠시 장원이나 구경하고 계시죠?”
“주인이 없는 왕성을 내가 어찌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겠는가?”
말칸트 입장에선 말도 안 될 소리였다.
“괜찮습니다. 제가 가이드를 소개해 드리죠.”
재호는 바로 귓속말로 베어고릴즈를 찾았다.
그는 말칸트 대왕에게 황금 장원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당황했으나, 이런 대단한 기회를 놓치진 않았다.
일개 플레이어가 말칸트 대왕과 마주 이야기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는가?
“아, 안녕하십니까!! 모험가 베어고릴즈입니다!!!”
잔뜩 힘 들어간 베어고릴즈의 인사를 뒤로하고, 재호는 화원으로 얼른 돌아왔다.
그러곤 이미 사정을 전해 놓은 메이와 함께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말칸트 대왕이면… 사실 꽃은 전혀 안 좋아할 것 같은데요?”
메이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뭐, 정신 수양으로 분재를 하긴 해. 딱히 좋아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흠……. 그렇다면 꽃을 돌보는 것 자체를 계속 하도록 만들어야겠네요. 그게 얼마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느끼도록 만들어서요.”
그게 아니라면 그저 귀찮은 짐밖에 되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사실 근처에 가만히 두기만 해도 효과는 보긴 할 텐데…….”
말칸트가 난을 직접 돌본다는 걸 아는 재호는 좀 더 욕심을 내고 있었다.
서대륙의 패자인 말칸트가 정성껏 꽃을 관리하는 모습 자체를 광고로 이용할 꿍꿍이였다.
“흠, 불로장생초는 어때요? 사실 제일 가치 있는 건 그것 아닌가요?”
그건 그랬다.
이름만큼이나 대단한 성능을 지닌 불로장생초.
하지만 문제는 재호도 아직 불로장생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관찰 진행률 : 90%]여전히 마지막 세 번째 옵션은 베일에 싸여 있었기에 섣부른 선물은 도리어 효과를 반감시킬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말칸트 대왕은 그보다… 좀 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효과를 원할 거야.”
이를테면 강력한 자양강장 효과를 낼 수 있는 거라든가… 정력이나…….
“으음, 일단 계속 찾아보고는 있는데…….”
메이는 도감을 뒤적거리며 중얼거렸다.
재호도 도감 뒤쪽부터 살피기 시작했으나, 딱 와닿는 효과를 지닌 건 보이지 않았다.
“직접적인 효과를 느끼게 할 수 있을 만한 거라면… 바람꽃이 어때요?”
“바람꽃?”
[1. 이동속도가 증가합니다.] [2. : 매 걸음마다 민첩 및 이동속도가 1%씩 증가하여 최대 20%까지 중첩됩니다. (제자리에 멈출 경우 초기화)] [3. : 중첩이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사용자가 반투명해집니다.]이동속도와 관련된 효과들.
확실히 직접적으로 느낄 순 있겠지만, 문제는 효과 자체가 계속 이동을 해야 적용되는 것이었다.
“뭐, 분재를 하게 되면 거기에 맞춰서 효과가 변형되기야 할 테지만, 그래도 아이템으로 사용될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재호는 팔짱을 낀 채 가만히 고민했다.
확실히 직접적으로 효과를 느낄 만한 건 움직임과 관련된 옵션.
특히나 몸 쓰길 좋아하는 말칸트라면 더없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제대로 쓰게만 만든다면…….
“아!”
순간, 번쩍 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 재호.
“그거면 되겠다!”
말칸트를 위한 특별한 분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플레이어들이 쓰듯, 아이템으로 만들면 간단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사용 기한이 있었고, 그것을 연장하려면 한 달에 한 번은 화원을 방문해야 했다.
말칸트가 그런 귀찮은 짓을 할 리도 없거니와 재호가 바라는 것도 꽃템의 홍보가 아니었다.
아주 평범한, 일반적인 꽃집으로서의 홍보이지.
그래서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꽃템으로도 쓸 수 있고, 분재로서 꾸준한 관리도 할 수 있는 궁극의 형태!
“어……. 그래도 이건 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메이.
“……알아. 솔직히 나도 무리수라는 거.”
재호도 순순히 인정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덩굴로 연결한 두 개의 화분.
그 화분엔 당연히 바람꽃이 심어져 있었고, 그 위로는 구멍이 뚫린 투명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착용할 수도 있으며 분재로서도 기능을 하는 혁명적 아이템!
“그걸… 과연 말칸트 대왕이 목에 걸까요?”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기껏 만들어 낸 것이 고작 화분 목걸이…….
“내 창의력의 한계라 어쩔 수가 없어…….”
결국 몰려오는 자괴감에 재호는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도 효과를 맛보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몰라.”
게다가 페스티벌 느낌 물씬 나는 화려한 꽃다발보다는 이게 차라리 말칸트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뭐, 저는 잘 모르겠어요.”
“…….”
메이에게 들은 가장 냉정한 한마디였다.
어쨌든 이걸 가지고 승부를 봐야 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었고, 마침 베어고릴즈에게서 말칸트가 슬슬 지루해한다는 귓속말도 왔으니까.
“오! 돌아왔군.”
재호가 급히 황금 장원으로 돌아가자 말칸트가 반겨 주었다.
“구경은 어땠습니까?”
“아주 흥미로운 역사를 품은 장소였소. 듣다 보니 알시아 왕 그대는 악마와 유독 연이 깊은 것 같다 싶었다오.”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군요. 그리고 연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닙니다.”
혹여 이상한 오해를 받을까 싶어 재호는 얼른 선을 그었다.
“하하, 아무튼! 그럼 이제 악마 투기장으로 가는 것이오?”
“네, 출발하시죠. 아 그리고 여기, 말칸트 대왕님을 위해 준비한… 흠흠, 화분걸이입니다.”
재호는 메이의 혹평을 받은 ‘두 개의 화분을 덩굴나무로 연결해서 만든 물건’을 내밀었다.
너무 조악한 탓에 시스템조차 아이템으로 인정해주지 않은 물건…….
하지만 화분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버프는 약하게나마 효과가 있었다.
[1. 이동 속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2. : 매 걸음마다 민첩 및 이동속도가 0.5%씩 증가하여 최대 10%까지 중첩됩니다. (제자리에 멈출 경우 초기화)]마지막 효과인 는 받을 수 없었지만.
“음……?”
역시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말칸트의 표정.
“아, 들기 편하라고 손잡이를 만들어 준 것이오?”
“그게 아니라 목에 걸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목에… 걸어?”
말칸트의 표정은 명백했고, 그 결과는 곧장 시스템으로 드러났다.
[말칸트의 호감도가 소폭 감소합니다.]‘쫄면 안 된다! 이겨 내야 해!’
재호는 굴하지 않았다.
일단 딱 한 번만!
한 번만 맛을 보여주면 말칸트도 이 화분에서 특별한 버프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걸 느끼리라.
“흠흠, 이 화분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말이죠… 엘리시아 화원에 있는 신목과 블로리아의 정기를 받아…….”
재호는 열렬히 이 아이템이지만 아이템이 아닌 것을 홍보했고,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흠, 꽃에 그런 효과가 있다고?”
말칸트가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
“헌데 지금까지 그대가 말하는 것과 같은, 그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오. 물론 민간요법이나 약제용으로 몇몇 꽃들이 쓰인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애초에 꽃들에게 숨겨진 능력들을 이끌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재호가 정령화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거 참……. 확실히 그대의 이야기는 앞서 봤던 황금 장원에 대한 것보다 흥미롭다오.”
괜히 옆에 있던 베어고릴즈가 시무룩해진 건 비밀이었다.
“어떻습니까? 일단 한번 사용해 보면 바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내키지는 않다오. 투사인 내가 그런 걸 달고 있다니……. 그림이 너무 아니지 않소?”
결국 가장 우려하던 문제가 걸림돌이 되었다.
재호보다 더한 상남자, 말칸트 대왕.
그가 가지는 본능적인 거부감!
헌데 재호가 뭐라고 더 이야기하기도 전에 말칸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의 친우인 그대가 주는 선물을 무시할 순 없지. 뭐, 단순히 나를 욕보일 생각으로 이런 요상한 물건을 건네는 것도 아닐 테고. 그러니……”
씨익―
말칸트가 입가에 불안한 미소가 걸렸다.
“그대가 그걸 걸고 나와 결투를 해 보는 게 어떻소? 만약 그대가 이긴다면 나는 죽는 그날까지 그걸 매고 다니겠다고 약속할 테니.”
“?”
결국 안 하겠다는 소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