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90
189화
영지 주변에서 결투를 했다간 주변이 초토화될 위험이 있어 일단은 엠베이 숲으로 출발했다.
마침 엠베이 숲에는 투기장도 있었으니.
‘그래도 이기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이전의 결투와는 분위기나 성격이 확연히 달라 말칸트가 적당히 봐주면서 즐기는 것도 없을 터였다.
이 우스꽝스러운 화분 목걸이를 걸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할 테니.
승패를 확실히 가리기 위한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쯧……. 한 번만 써 보지.’
자존심을 포기 못하는 말칸트를 원망해 보지만 다른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도착한 엠베이 숲.
“오호……. 과연 분위기부터 보통이 아니군.”
말칸트는 흉흉하고 음침한 엠베이 숲의 분위기에 기대감을 키웠다.
그 기대감은 투기장 주변에 쫙 깔린 인파를 보고 더 커졌고, 관중석에 앉아 막 시작한 결투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애초에 슈퍼스타 아레나는 일반적인 결투장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쇼에 가까웠으니.
“이게 무슨…….”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것인지, 말칸트는 입을 쩍 벌린 채 바닥을 뒹구는 참가자와 악마를 바라봤다.
‘역시 당황하는군.’
결투를 신성시하는 말칸트라면 이런 촌극에 경악하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바닥을 구르는 악마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챘을 테고.
“뭐, 이곳의 투기장은 이런 곳입니다.”
재호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가 실망한 건 어쩔 수 없는 일.
괜히 궁색한 핑계를 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 투기장은 결투 자체에 목적이 두기보다는 드워프들의 제작품들을 구매하기 위한 경연 대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미 아시겠지만, 악마들 역시 그다지 강한 녀석들이 아니죠.”
여전히 침묵에 빠진 말칸트.
“아쉽지만… 이곳의 악마들은 대왕님을 만족시켜주기 어려울 겁니다.”
“……맞는 말이오.”
마침내 입을 연 말칸트.
“헌데… 꽤나 흥미롭군.”
“?”
예상 밖의 반응에 재호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반짝반짝―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는 듯, 눈을 빛내며 결투장을 내려다보는 말칸트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양쪽 모두 필사적으로 싸우는군. 헌데 그것에서 투지는 느껴지지 않으니, 정말 기이하군 기이해…….”
“예?”
“말 그대로라오. 어찌 상대를 무릎 꿇리기 위한 투쟁이 아닌데도 저 정도로 처절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 어어? 저 멍청한! 저기서 어찌 저런 선택을 내린단 말인가?!!”
“???”
어느새 말칸트는 슈퍼스타 아레나에 상당히 몰입하고 있었다.
“어허! 그때는 머리보다 하반신을 공략해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게 더 좋거늘!”
“저 멍청한!! 저 악마 녀석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왜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게야!!”
“그렇지! 바로 그거야!!!”
카다란 주먹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과몰입 하는 말칸트.
“…….”
예상 밖의 전개에 재호는 당황했다.
분명 처음만 하더라도 표정이 썩어 들어가고 있지 않았던가?
―1! 2! 3!! 4!!!
카운트가 시작되었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악마.
그리고 맞은편에 선 플레이어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비틀거렸다.
“몇 초면 끝나는 것이오?!!”
“예?”
말칸트가 재호를 향해 급히 물었다.
“어… 10초일 겁니다. 아마…….”
“그렇…….”
“어엇?! 대왕님!!! 저 악마가 일어나려고 합니다!!”
“뭣이?!! 그렇게 당하고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악마!
그리고 카운트는 8초!
―9……!!
“9!!!”
“9!!! 9 다음은?!!!”
―1………!!!
“빨리 카운트 해!!!”
마지막 카운트를 길게 늘이며 뜸들이자 흥분해 당장이라도 뛰어들 것 같은 말칸트!
―10!!!!! 경기 종료!!!
마침내 마지막 카운트와 함께 결투가 종료되었다.
승자는 드워프 심사위원들의 합격 목걸이를 받곤 떠났고, 다음 경기 시작 전까지 잠시 공백이 생겼다.
“후……. 이거 원, 그대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구려.”
침착을 되찾은 말칸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흠흠, 취향에 맞으셨나 봅니다?”
재호의 물음에 말칸트는 껄껄 웃었다.
“사실 처음에는 불쾌했다오. 그대도 알겠지만 난 결투를 정말 사랑하기에.”
“잘 알죠.”
“헌데… 이게 참 보다 보니 꽤 흥미롭게 보이는 것 아니겠소? 마치 개미들의 싸움을 보는 듯한…….”
“…….”
일그러진 말칸트의 흥미였다.
“그리고 크루마의 투기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오. 지금까지 나는 내 스스로를 만족하기 위해 투기장을 진행했으나… 그대는 보는 이들을 위한 투기장을 만든 것이지 않소?”
“……맞습니다!”
아무래도 경기에 몰입했던 탓에 재호가 드워프가 어쩌고저쩌고 했던 건 못 들은 모양이었다.
“나는 방금 진심으로 한 명의 관중이 되어 결투를 지켜보았다오.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그는 크게 만족한 듯, 눈을 가만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시아 왕. 혹시 괜찮다면 우리의 결투는 잠시 미룰 수 있겠소? 일단은 이 경기들을 좀 더 봤으면 좋겠는데.”
“물론입니다. 얼마든지요.”
재호로선 대환영이었다.
당장 승산 없는 결투를 진행해 박살나는 것보단, 잠깐이라도 대책을 세울 여유가 필요했으니.
* * *
“어떻게 하면 말칸트 대왕을 이길 수 있을까?”
투기장에 푹 빠진 말칸트를 내버려두고 악마 마을로 온 재호.
그곳의 술집에 자리 잡고 앉은 재호는 자신의 두뇌파 인맥을 모두 모아 놓고 물었다.
드워프 드렐리어, 고블린 쉰들러, 그리고 엘프 티나…….
엄밀히 말하면 티나는 두뇌파가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껴 앉았다.
“흠……. 말칸트 대왕은 내가 본 어떤 인간보다도 강하지. 그대가 강한 건 인정하지만 솔직히 그와 제대로 싸워선 이기는 게 어렵다고 본다네.”
드렐리어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소문을 들은 적 있지. 고블린 대왕과 싸운 적이 있는데, 대왕의 폭탄 세례에도 그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더군.”
쉰들로도 우울한 소리만 했고.
“저희가 투기장 밖에서 몰래몰래 화살을 쏠까요?”
“…….”
어찌된 게 가장 선한 이미지를 가진 엘프가 가장 비열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죽이거나 전쟁할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그러면 안 되지.”
일단 티나의 제안은 딱 잘라 버렸다.
“흠…….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단 게 여전하지만, 그래도 그대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여지가 있지 않은가?”
드렐리어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해.”
뉴월드의 NPC들과 달리 레벨과 능력치라는 직관적인 성장법이 존재하는 임모탈리언들.
드렐리어가 말한 게 그런 것이라 생각했던 재호였으나, 그가 말한 바는 조금 달랐다.
“그대는 제대로 된 전투 장비가 없지 않은가?”
“음?”
재호는 그 누구보다 강력한 무기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틴라이트의 모종삽과 파이라의 화염창.
게다가 재호와의 궁합도 좋아서 기본 능력치보다 훨씬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아니 아니. 무기를 말하는 게 아니네. 그대의 현재 복장을 한번 돌아보게. 그게 과연 싸우는 자의 복장인가?”
이렇다 할 방어구 없이,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받은 기본 의상에 앞치마를 두른 정도.
물론 때에 따라 꽃템들을 두르긴 했지만,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이템에 전혀 의지하지 않고 있었다.
피지컬+무식한 깡딜
그것이 재호의 전부였다.
“제대로 복장을 한번 갖추어 보는 건 어떤가?”
드렐리어의 제안에 재호는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바로 쓸 만한 것들이 있나?”
“후후, 그야 말해 뭐하겠는가? 어차피 그대는 우리들의 걸작은 모두 사용해도 좋다네. 충분히 자격이 있으니.”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클클, 좋아. 그렇다면 나도 고블린들 기술의 정수가 담긴 폭탄들을 좀 주겠네.”
“아냐, 그건 됐어.”
결투에서 폭탄을 쓸 필요는 전혀 없었다.
“좋아! 그럼 이리로 따라 오게나.”
재호를 이끌고 무덤 지하로 내려간 드렐리어.
대중에게 공개된 전시실을 지나친 그는 곧장 대장간으로 향해 작업장 깊은 곳에 보관된 다양한 장비들 중, 몇 개를 소개했다.
“그대는 무겁고 둔한 중갑보다는 경갑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
“음… 그렇긴 한데 경갑도 딱히. 단단한 걸 몸에 걸친다는 것부터가 영 불편한데.”
천 옷이 아닌 이상, 재호의 타고난 기동성엔 약간의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건 어떤가? 탄력 좋고 가벼운 오우거 힘줄을 기본으로, 주요 급소만 최소한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기동성까지 살린 경량 상체 갑옷이지.”
[기민한 잠입 조끼] [등급 : 전설] [방어도 : 350] [완벽한 방어는 어렵지만 중요한 순간에 당신의 목숨을 구해줄 것입니다.] [ : 낮은 확률로 치명타를 막아내며, 높은 확률로 물리 피해를 반감시킵니다.] [ : 당신의 발소리가 80% 감소합니다.]“응? 이건 암살자용 같은데?”
재호의 물음에 드렐리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용자가 쓰기 나름 아니겠나?”
“맞는 말이긴 한데…….”
일단 재호는 앞치마 위에 조끼를 껴입었다.
다행히 앞치마는 상체 방어구로 구분되지 않는 것인지, 껴입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다음은 이것.”
[어둠 폭발의 장화] [등급 : 전설] [방어도 : 280] [드워프와 악마, 고블린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특별한 장화입니다.] [ : 근처에 엘프가 있을 경우, 민첩성이 20% 증가합니다.] [ : 발차기 공격 시, 힘 능력치에 비례한 추가 피해를 적에게 가합니다.]재호를 불안하게 만드는 세 종족의 합작품!
상당히 개성 넘치는 옵션들을 가지곤 있었으나, 두 개 모두 재호에겐 유용했다.
‘엘프들이야 언제나 옆에 있는 데다, 그간 내 발차기 공격도 큰 피해는 주지 못했었으니까.’
이번에도 재호는 만족하며 장화를 신었다.
“음, 이 정도만 해도 될 것 같은데?”
슬슬 이 이상 뭔가를 두르면 불편함에 몸이 고장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껄껄껄. 그대 표정을 보니 그래 보였지. 허나 투구까지는 챙겨 주는 게 좋지 않겠나?”
“투구? 그거 쓰면 전투할 때 너무 불편하지 않으려나?”
“어허! 그건 싸구려들이나 그런 것이지. 우리 드워프들이 만드는 건 다르다네.”
드렐리어는 멀리 있던 드워프에게 손짓했고, 그는 곧 웬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이건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만든 건 아니라네.”
“음? 방금 드워프들이 만든 건 다르다고 했잖아.”
“후후, 물론 드워프가 만든 건 맞지. 단, 이 자리에 없는 드워프란 말이네.”
“……?!”
그 순간, 재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드워프의 모습.
재호에겐 드워프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만들어준 장본인!
“맞네. 바로 불ㅋ……!”
텁―
재호는 드렐리어가 열던 상자를 강제로 눌러 닫았다.
“보나마나 이건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아. 그러니까 다른 걸로 주던가 아니면 안 받을게.”
불카!
가족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락타디움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도박쟁이.
그가 재호를 그리워하며(?) 만들어 보낸 것이 바로 이 상자에 든 투구였다.
“내가 확인해 봤네만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이더군. 다행히 그 못된 손버릇도 딸 덕분에 나아진 듯하고.”
“아, 맞다. 사위였었죠.”
새삼 깨달은 사실에 재호는 영 찝찝한 표정으로 상자를 받았다.
‘뭐, 만나면 바로 잡아 죽일 것 같던 영감이 확실히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정말로 괜찮은 물건이겠지.
[그리움이 담긴 관조의 투구]“불카…….”
아이템 명에 담긴 그의 마음을 확인한 재호는 멈칫했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등급 : 전설] [방어도 : 310] [불카의 그리움과 추억이 담긴 투구입니다.] [오직 당신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적의 마나 잔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사용한 스킬을 다른 스킬로 전환합니다.] [ : 빠른 속도로 다리를 떨어 이동 속도를 대폭 증가시킵니다.]“……괜찮은 거 맞아?”
재호는 진지하게 물었다.
여기서 말하는 ‘그리움’은 과연 무엇에 대한 그리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