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91
190화
수상쩍기 그지없는 옵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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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보면 불안함은 더 커졌다.
‘특히 이 라는 거……. 이거 완전 금단 증세 아냐?’
얼마나 강력한 증상이면 아이템에까지…….
‘어쨌든… 이래서 드렐리어는 괜찮다고 한 거군.’
금단 증세를 보인다는 건 적어도 현재는 불카가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니까.
“어떤가?”
드렐리어의 물음에 재호는 조금은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다.
“뭐… 나쁘지 않네요.”
과도한 운빨 옵션이 없는 게 어디인가?
“디자인도 그렇게 과하지는 않고.”
재호는 적당히 만족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확실히 제법 알고 지낸 사이라 그런지, 불카는 재호가 과도한 디자인의 아이템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투구라기보다는 사실상 왕관에 가까운 디자인.
착용해 보니 이마 위쪽으로 부드럽게 감기는 게 착용감도 나쁘지 않았다.
“괜찮은데?”
“음! 자네 행색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성능만큼은 믿을 만할 거네.”
그의 말대로 재호의 패션은 상당히 기괴했다.
쇠사슬로 만들어진 앞치마와 그 위에 걸친 경량 갑옷.
그리고 시커먼 부츠와 머리 위의 왕관까지.
이후 말칸트와 싸움에서 화분까지 목에 걸면 사만다보다 더 최악의 패션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 부분은 포기하자.’
어차피 재호의 외모로는 커다란 판금 갑옷 정도는 입어 주거나, 아니면 아나볼릭 교단처럼 팬티만 입는 게 제일 어울릴 테니까.
* * *
말칸트 대왕은 슈퍼스타 아레나에 흠뻑 빠져 버렸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너무나 모욕적인 행사라고 생각했으나, 보다보니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서로 합을 맞춘 탓에 흥미진진하고 다이내믹한 공방.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으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극적인 연출.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의 결투가 말칸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급기야는 도박에도 손을 댔으니.
“어? 대왕님은 악마 쪽에 거셨습니까? 승률은 인간 쪽이 훨씬 높지 않습니까?”
“후후, 길고 짧은 건 대보아야 아는 법이지.”
실제로 경기는 악마가 이기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 투기장의 목적 자체가 승리보다는 심사위원을 만족시키는 것.
그러다보니 각각의 참가자들은 다양한 각본을 준비했고, 그중에는 자신의 패배라는 도박수를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결투의 결과는 참가자들의 각본에 달려 있었으니, 말칸트의 수많은 결투 경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본디 말칸트 같은 뛰어난 투사는 상대의 수준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고, 그 탓에 결투의 승패도 바로 파악이 가능했으니…….
허나 이 저주와 같은 눈썰미가 통하지 않는 이곳이었으니 오랜만에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잘 즐기고 있습니까?”
“음?”
그때, 돌아온 재호가 말칸트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알시아 왕이었군. 으하하,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오!”
말칸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전표를 흔들며 말했다.
‘이젠 도박까지 하는 거야?’
아주 제대로 퇴폐 문화를 즐기고 있는 그의 모습은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희 결투는 어떻게 합니까?”
“아, 맞아. 우리도 결투를 해야 했었지.”
말칸트는 팔짱을 낀 채, 고심에 빠졌다.
“사실 좀 고민이 된다오.”
“예?”
설마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재호는 만반의 준비를 다 해왔건만?
“여기서 우리가 진지하게 치고받고 하는 건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 아니겠소?”
“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죠?”
내심 전혀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왠지 말칸트가 바라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에 재호는 일단 동조해 주었다.
“그래서 말이오, 우리도 저곳에서 결투를 한번 꾸며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어찌 생각하시오?”
“……?”
전혀 예상 못한 제안에 재호는 당황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씀입니까?”
“재미있어 보여 말이오. 서로가 다 알면서 싸우는 게.”
“근데 저희 결투에는 내기가 걸려 있지 않습니까?”
“껄껄껄. 어차피 정상적으로 결투를 벌이면 그대가 패배하는 건 기정사실 아니오? 아, 물론 그대를 폄훼하려는 건 아니라오. 알시아 왕 그대는 충분히 강하오. 내가 좀 더 강할 뿐이지.”
훅 들어오는 팩폭에 재호는 할 말이 없어졌다.
아이템을 둘둘 둘러도 말칸트는 현재 재호가 상대하기엔 많이 벅찬 상대인 건 분명했으니.
“그래서 나름대로 고민을 해 보았다오. 어쨌든 그대도, 나도 내기가 걸려 있어야 재미가 있을 테니.”
“내기라고 하면… 다른 조건을 걸고 화분을 받겠단 겁니까?”
“그렇소. 결투가 끝난 뒤, 관중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소?”
승패에 상관없이, 재호와 말칸트의 결투를 본 관중들의 인기를 더 많이 가져오는 쪽이 승리하는 것!
‘차라리 이게 가능성은 훨씬 높아 보이긴 하는데.’
재호에겐 임모탈리언의 특권이자 조금은… 치사한 방법이 있었으니까.
“뭐, 좋습니다!”
재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 * *
[말칸트 VS 알시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꿈의 매치가 슈퍼스타 아레나에서 펼쳐진다!]재호와 말칸트가 대결을 약속한 뒤, 투기장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빠르게 소문이 퍼져 나갔다.
-말칸트가 왜 거기 있음?
└몰라. 갑자기 황재호랑 나타나더니 죽치고 앉았던데?
└가짜 아냐? 말칸트 왕은 왜 자기 나라 버려두고 저기서 도박하는데?
└ㅇㅇ아무래도 짝퉁 같은데. 저기 이름만 결투장이지 하는 건 사기 쇼잖아.
└근데 가서 구경하면 나름 재미는 있음.
└대박 소식이 있어요! 이번에 대결에서 알시아 님과 말칸트 인기투표도 한다네요? 알시아한테 투표한 거 인증샷 남겨 놓으면 엘리시아 화원 10% 할인권 준다고 하니 모두들 놓치지 마세요! 저도 얼른 가 봐야겠네요! (찡긋)
└와! 대박! 저도 얼른 참석해서 대박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어쨌든 황재호랑 말칸트도 그런 식으로 싸운다는 거지? 지난번 결투도 꿀잼이었는데 이번에도 직관 가야지.
└대박 소식이 있어요! 이번에 대결에서 알시아 님과 말칸트 인기투표도 한다네요? 알시아한테 투표한 거 인증샷 남겨 놓으면 엘리시아 화원 10% 할인권 준다고 하니 모두들 놓치지 마세요! 저도 얼른 가 봐야겠네요! (찡긋)
└와! 대박! 저도 얼른 참석해서 대박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위에 광고들 뭐냐? 겁나 대놓고 홍보하네.
└근데 10% 할인권이면 괜찮지 않나? 황재호가 만드는 것들 가격 꽤 나가잖아.
└난 메이가 만드는 것도 그럭저럭 쓸 만하던데.
└등신아. 기왕 살 거면 비싼 거 사야 할인 더 많이 받지!
-대박 소식이 있어요! ……(찡긋)
└와! 대박! …….
재호가 믿은 건 바로 전럭협의 광고!
그리고 꽃집 할인권을 미끼로 내걸었다.
어느 정도 출혈은 좀 있겠지만, 충분히 할 만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한편, 게임 내에서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각본을 짰다.
엘프, 말칸트의 기사들, 악마, 드워프, 고블린, 그리고 거인까지…….
‘쓸데없는 인력이 너무 많이 끼어들었는데…….’
그래서 더 불안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서로 양보 없는 아이디어 어필은 끔찍한 막장 각본을 만들어냈다.
이대로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말칸트는 박수까지 치며 만족을 표했다.
그러니 할 수밖에.
이 각본을 실현시키기 위해 며칠이나 시간이 필요했다.
이건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노동력이 들어갔고, 어쩌면 향후 엠베이 숲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를 작업도 함께 이루어졌다.
-님들. 요즘 엠베이 숲에 계속 들리는 폭음 뭔지 아셈?”
└아, 안 그래도 계속 시끄럽던데.
└사람 모아 놓고 대악마 소환 제물로 쓰려고 음모 꾸미는 거 아냐?
└뭔 미친 소리?
이 막장 각본을 위한 준비는 비밀리에 진행되었으나, 모든 걸 완벽히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런 괴팍한 소문까지 돌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런 온갖 종류의 걱정보다는 사람들의 호기심이 더 컸다.
결투 당일 날, 엠베이 숲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들이 찾아왔으니까.
* * *
해가 완전히 진 어두운 밤, 재호와 말칸트의 결투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와아아아-!!!
알시아! 알시아!!
황재호! 황재호!!!
재호의 닉네임과 본명이 뒤섞인 응원 소리.
말칸트! 말칸트!
말칸트 대왕 화이팅!!!
말칸트 대왕을 응원하는 소리 역시 만만치 않았다.
우우우! 알시아 죽어라!
말칸트 대왕님! 알시아의 사지를 찢어 주세요!!
간간히 재호를 향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섞여 있긴 했지만…….
후우욱-
순간, 갑자기 투기장을 밝히던 모든 불이 꺼지더니 어둠이 찾아왔다.
“뭐야? 갑자기 불이 왜……?”
“갑자기 꺼진 거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끈 것 같은데?!!”
파아아앗-!!!!
금방 밝혀진 강한 빛 하나가 투기장 가운데를 비추기 시작했다.
그 빛은 한 인간의 그림자를 길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림자에서도 느껴지는 단단하고 볼륨감 넘치는 근육!
“알시아다!!!”
빛이 쏘아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사람들이 외쳤다.
피이이잉-!!!
동시에 반대편에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진 불꽃 하나.
파바바방-!!!!
허공에서 화려하게 폭발을 일으킨 불꽃, 그 가운데를 뚫고 재호보다 커다란 근육 덩어리가 투기장 가운데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팔짱을 낀 채, 우뚝 선 그는 바로.
“말칸트 대왕이다!!!”
“와아아!! 대박!!!!”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한 등장 연출과 함께, 슈퍼스타 아레나 최대, 최고의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 * *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려한 연출로 등장한 재호와 말칸트.
말칸트는 이 과감한 연출에 취한 듯 보였으나, 재호는 창피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대회 우승했을 때보다 더 요란한 거 같은데…….’
다시 불이 밝혀진 경기장 가운데에 마주 선 두 사람.
말칸트는 두 주먹을 팡팡 마주치며 재호에게 윙크했다.
“후…….”
낮게 한숨을 흘린 재호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를 겁니다! 말칸트 대왕!!”
“후후, 그대의 힘은 아직 미천하여 나를 꺾기엔 모자라다오. 하기에 나는 한 손으로만 상대를 해 볼까 한다오.”
“크… 크흡큭! 감히 나를 무시하는 겁니… 까?!!”
오글거리는 대사를 꾹꾹 눌러 뱉으며 재호가 자세를 잡았다.
“후후…….”
그리고 말칸트도 오른팔은 뒷짐을 진 채, 왼팔만 앞으로 내밀었다.
“어디 왼팔을 오른팔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시오.”
“웃기는 소리!!!”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소리를 뻔뻔하게 외치며 재호는 말칸트에게 달려들었다.
현란하게 오고가는 공방.
둘 다 타고난 전투 센스를 지니고 있기에 합은 완벽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공격들.
“하아아압!!”
평소라면 절대 입 밖으로 뱉지 않을 기합과 함께, 재호의 회심의 일격이 말칸트의 환히 열린 머리로 향했다.
덥썩!!
꼼짝없이 적중할 거라 생각했던 펀치는 말칸트의 코앞에서 막혀 있었다.
그리고 그 펀치를 멈춰 세운 것은 끝까지 뒷짐 지고 있던 말칸트의 오른팔이었다.
“훗, 제법이오.”
터엉-!!!
그리고 번개처럼 쏘아진 반격에 재호의 몸이 투기장 벽으로 날아 박혔다.
콰앙-!!!
하지만 바로 튀어나와 반격을 했고, 말칸트도 이젠 왼팔에서 오른팔로 바꾸어 재호와 맞섰다.
콰르르릉-
서로 강력한 유효타는 없이, 칼날처럼 스치기만 하는 공격들!
스치기만 해도 사망!
그 살 떨리는 공방에 사람들은 완전히 몰입했다.
지난번 결투보다 훨씬 수준 높은 공방이었고, 그건 모두 잘 짜여진 각본 덕이었다.
그리고 그 각본은 슬슬 너무 많은 뱃사공의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재호가 정말 괴로워했던 클라이막스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흠, 슬슬 지루하군. 이제 끝을 내는 게 좋겠소.”
‘나 지루해요’라는 티를 팍팍 내며 말칸트는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그리곤 재호를 향해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으니.
“흡?!”
재호는 두 눈을 부릅뜨며 두 팔을 들어올렸다.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굳이 방어를 시도하는 억지 연출!
하지만 상대 말칸트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언가 특수한 스킬을 썼을 거라 추측했다.
툭-
하지만 그 공격엔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었다.
‘실제로’는 말이다.
번쩍-
갑자기 투기장에 터져 나온 강렬한 섬광!
콰과과광-!!!!
동시에 땅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 사람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어마어마하나 일격!! …인 줄 알겠지만 사실 그건 몰래 심어둔 고블린들의 폭탄이었다.
그리고 폭발이 관중의 눈을 가리는 사이, 투기장 안으로 허겁지겁 달려 들어온 티나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화앗-!!!
마법으로 일순간에 먼지를 걷어내자 말칸트의 공격을 막아낸 엘프!
…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말칸트!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티나는 자신의 검을 척 겨누며 소리쳤다.
“당신은 지금 악마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거예요!!! 왜 그 사실을 모르는 거죠?!”
각본이 암벽 등반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