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0
19화
다음 날, 메이가 알려준 시간에 맞춰 트리안 마을의 입구에 전럭협 회원들이 모였다.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
이 작은 마을에 이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가 있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게임을 접거나, 숲 어딘가를 떠도는 망령(?)들까지 합치면 수십 배는 더 되리라.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겠죠?”
“메이님이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하지만 브리즈의 대답에는 확신이 없었다.
오늘 갑자기 엘프들을 통해 받은 단체 퀘스트 때문이었다.
[*합동 퀘스트*] [페르마 사막 가운데, 엘프들은 새로운 터전을 닦으려고 합니다.당신은 그 작업을 도와, 새로운 도시 건설의 틀을 닦아야 합니다.] [성공 조건 : 페르마 사막의 도시 건설] [보상 : 20개]
재호가 만들어낸 새로운 대단위 퀘스트.
럭시 숲, 정확히는 트리안 마을 자체를 거의 벗어난 적 없는 그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정도로 큰 퀘스트였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 따질 때도 아니었고, 메이가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한 탓에 받아들인 상태.
“대체 메이 씨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그러게 말이죠. 이 퀘스트와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다들 보상 부분은 확인하셨어요? 이거 대박인데요.”
[] [등급 : 고급] [정령화장이 만든 고급 회복 포션입니다.] [효과 : 1. 전체 체력의 10%를 즉시 회복합니다.2. 10분간, 기본 회복력이 10% 증가합니다.]
최근 재호가 삶고 끓이고 찌고 난리를 친 끝에 만들어 낸 회복 포션!
사실 이 정도의 대형 퀘스트 보상이라기엔 너무 쪼잔했다.
하지만 전럭협 입장에선 그 무엇보다 달달한 보상.
특히 두 번째 옵션이 대단했다.
단순 일회성 회복을 하는 것보다, 10분간 꾸준히 회복되는 게 ‘포레스트 검프’ 작전에도 적합하기 때문!
정작 포션을 만들어냈던 재호는 이펠츠 꽃의 관찰 진행률을 위한 과정일 뿐이었지만, 그것을 퀘스트 보상으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낸 것은 바로 메이.
역시 전 전럭협 회원다운 통찰이었다.
“엘프들에게 얻을 수 있는 회복템보다 월등히 우수한 성능인 데다, 참가만 해도 얻을 수 있으니 최고네요.”
“20개라는 개수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10분 지속이니 충분히…….”
“어이! 너희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숲속에서 나타난 한 엘프가 전럭협에게 소리쳤다.
“여기 브리즈라는 자가 있나?”
그의 외침에 선두에 서 있던 브리즈가 쭈뼛거리며 나섰다.
“저입니다만.”
“너는 나와 함께 페르마 사막으로 가 알시아님을 만나야 한다. 나머지는 조금 있으면 다른 이가 와서 안내를 해줄 것이다.”
그 말에 잠깐의 소요가 일어났다.
왜 브리즈만 숲을 나가고 자신들은 계속 남아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 누구도 항의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 전럭협의 고인물들.
엘프들과 시비가 붙어 봐야 득이 될 건 전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 * *
“여, 여기가 사막이라고……?”
여기저기 오아시스가 자리하고 있었고, 모래보단 초원이 더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트리안 마을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엘프들이 살고 있었으니, 그는 숨이 턱 막혀 왔다.
“앗! 브리즈님! 여기예요!!”
그런 그를 구해주는 익숙한 목소리.
“아, 메이니…ㅁ?!”
반갑게 인사하려던 그는 메이 옆에 선 압도적 존재감의 남자를 발견하곤 숨이 턱 막혔다.
‘흐업?!’
엘프 수백 명보다 더한 위압감을 뿜어내는 그는 바로 ‘럭시 황족’ 혹은 ‘괴물’ 등으로 불리던 존재!
‘저, 정말로 메이님은 지금껏 이자와 다닌 건가?’
쿵― 쿵―
브리즈를 향해 다가온 재호.
“반갑습니다. 알시아입니다.”
‘……날 놀리는 건가?’
이 말도 안 되는 이름은 대체 뭐란 말인가?
“퀘스트를 받아 이미 아시겠지만, 이곳에 엘프들이 살 수 있도록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말에 브리즈는 다시 한 번 당황했다.
‘설마 이 사람이 직접 퀘스트를 제시한 거야?
퀘스트를 만들 수 있는 플레이어라면 상당한 고렙이라는 뜻!
하지만 재호는 브리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브리즈 씨가 현재 가장 오래된 전럭협 회원이시라 하더군요.”
“아……. 그렇긴 합니다. 저보다 더 오래된 분들은 이미 떠나셔서…….”
초대 회장은 안타깝게도 이미 뉴월드를 떠난 이후…….
“아, 저런……. 명복을 빕니다.”
“예?”
재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브리즈.
게임을 접은 것뿐인데…….
하지만 곧바로 재호의 설명이 이어져, 브리즈는 해명을 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이곳에서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브리즈님을 찾았습니다.”
브리즈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한 재호.
인적이 드문 장소.
엘프들의 발이 닫지 않는 웬 토굴집 앞에 선 재호가 안을 가리켰다.
“음?! 이건…….”
그 안을 살펴본 브리즈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폐인이 된 지안트!
“으히히……. 난 정령마 똥보다도 못한 슈퍼 똥이야……. 인간은 다 똥이라구…….”
혼자서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
“……4단계까지 진행이 되었군요.”
“네?”
재호가 알아듣지 못하자 옆에 있던 메이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자존감 등급이에요. 전럭협에선 서로를 케어해 주기 위해 분류를 해 놓았더라구요. 저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
당황스러울 정도로 전문적인 느낌.
거기에 브리즈가 설명을 보태었다.
“전럭협 집중 케어 5단계. 처음 럭시에 도착한 뉴비를 1단계로 두는 등급법이죠.”
“아…… 네…….”
“그 누구든, 엘프들의 차갑고 모멸찬 태도를 본다면 정신이 붕괴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남녀 상관없이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에 자신은 아메바가 된 느낌이 들거든요.”
“…….”
재호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소리였다.
“2단계는 그래도 노력으로 극복해 보려고 하지만 곧 좌절하게 됩니다. 그리고 3단계는 자괴감에 정신이 무너지는 단계.”
“……그다음은요?”
듣다 보니 4단계 5단계도 궁금해졌다.
이미 3단계에서 그 사람은 끝장난 것 같은데, 그 뒤는 얼마나 더 심하단 것인가?
“4단계는 현실 인지의 단계입니다. 자신이 쓰레기라는 걸 인정하는 거죠.”
“…….”
“전럭협이 개입하는 시기이죠. 저희는 적극적으로 교화를 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삶 그 자체를 인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리하여 마지막 5단계…… 체념을 하게 되는 거죠.”
“어…… 음…….”
재호는 차마 등신 같단 말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완벽히 5단계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려우니.”
“참고로 전 2단계에서 알시……아님을 따라 나왔어요.”
메이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아…… 그렇군요…….”
재호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메이의 추천을 받아 브리즈를 부르긴 했으나, 솔직히 못미더운 게 사실.
그가 가진 지나친 전문성이 오히려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맡겨나 보기로 했다.
“지안트 씨는 도시 설계 책임자인데,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흠……. 무턱대고 엘프들에게 접근하면 대부분이 이런 꼴이 되고 말죠. 지금이라도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5단계로 이끌 수 있을…….”
지안트는 말을 맺기 직전, 눈앞에 떠오른 충격적인 알림 하나에 말문이 막혔다.
[*전직 퀘스트*] [당신은 엘프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가히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하지만 엘프들의 인간을 향한 적개심은 쉽게 극복이 불가능한 것.
당신은 그런 엘프들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해 줄 능력이 있습니다.] [성공 조건 ; 엘프들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0/1)] [보상 : ]
주륵―
폭포수 같은 눈물을 주륵 흘리는 브리즈.
‘게임 시작하고 얼마만의 전직인가……!!’
한편 상황을 알 수 없던 재호와 메이는 갑작스러운 브리즈의 눈물에 뒷걸음질쳤다.
“왜, 왜 그래요?”
“아, 알시……아님이 너무 무서워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합?!”
메이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브리즈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저…… 살아갈 이유를 이제야 찾은 것 같아 그렇습니다…….”
재호를 향해 몸을 돌린 그가 고개를 숙였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셔 감사합니다!”
“아…… 네…….”
재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 * *
럭시 숲에 남아 있던 나머지 전럭협 회원들.
그들은 새로 나타난 엘프의 안내를 따라 어딘가로 이동했다.
그러곤 마주한 현실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
“이걸 하라구요……?”
그들의 손에는 엘프가 챙겨준 도끼들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이곳에서 월화수 벌목을 배워야 한다. 본래라면 감히 허용될 수 없는 일이나, 정령화장께서 특별히 부탁하셨기에 기회를 주는 것이니 알아서 잘 하도록.”
“…….”
‘엘프들에게 일거리를 받는 게 어디냐?’가 그들의 기본 마인드이긴 했지만…….
―느낌이 이상한데…….
―이건 꼭…… 노예가 된 것 같은…….
하지만 누구 하나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한 채, 도끼를 들어올렸다.
팍―!
“야 인마! 무식하게 힘만 줘서 휘두르지 마!!!”
대충 휘두르자마자 터져 나오는 불호령!
엘프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언사였으나, 전럭협 회원들에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도끼질 주기는 무조건 8초!”
“10센티씩 8방향으로 때려서 부러지는 걸 최소화해야 한다!!”
“도끼날 각도는 37도로!!!”
쏟아지는 훈수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그래도 그들은 이를 꽉 물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고 이겨내, 이 더러운 곳에서 탈출하고 말리라!!
* * *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재호 역시 꽃집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꽃집 뒤로 만들어 놓은 화원.
일정한 구획을 나누어놓고 종류별로 심어 놓은 그곳은 제법 그럴싸했다.
삐리리리―
[ 효과로 이펠츠 꽃이 성장 버프를 받습니다.] [ 효과로 넴 꽃이 성장 버프를 받습니다.] [ 효과로…….]화원을 거닐며 열심히 풀피리 연주를 해 주는 재호.
그밖에도 나 스킬 등도 사용하며 꽃들을 관리했다.
“흐음…….”
그럼에도 재호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근심 어린 시선이 향한 곳은 아직 제대로 새싹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녀석들.
[이 ‘해가 너무 강해 성장이 어렵다.’고 말합니다.]사막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이 주변에서 제대로 서식하는 건 잡초들과 이펠츠 꽃이 전부였으니까.
럭시 숲의 나무들을 뽑아와 심지 않는 이상, 이 주변에 나무를 심는 건 어려웠다.
‘묘목을 구해주기론 했다지만…….’
단시간 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메이가 새로이 구해 온 새로운 꽃씨들도 많았으나, 이미 심어 놓은 녀석들도 해결되지 않는데 일만 더 벌일 순 없었다.
‘어떻게든 대책을 만들어야…….’
“알시아님.”
고민에 빠진 그때, 사만다가 재호를 찾아왔다.
“아, 정리는 끝났어?”
재호가 화원을 살피는 동안, 꽃집 내 청소를 하던 사만다.
“아, 맡기신 임무는 끝마쳤습니다.”
‘임무…….’
“헌데 창고 쪽에 쌓여 있던 포션들 말입니다.”
사만다가 말하는 건 이펠츠 꽃의 정수들.
“혹시 이번 퀘스트의 보상으로만 사용할 계획이십니까?”
“음? 그건 왜?”
“단순히 그렇게만 소비하기엔 아까워서 말입니다.”
재호는 애초에 별종이라고 말할 만한 플레이어.
뉴월드에서 회복 아이템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만든 포션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사만다는 그 물약의 가치를 확실히 알아보았고, 그대로 묵혀 두는 것이 영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녀는 재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고, 여기까지 관여하는 건 오지랖일 수도 있었다.
자신의 목적으로 한 것만 얻는다면 그대로 돌아서도 상관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
그러나 재호 곁에서 일어나는 어마어마한 사건들을 보고 있으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꼭 전직 때문이 아니더라도…… 여기 붙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디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 전 세계를 들썩일 만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에 자신이 발을 한 짝 담그고 있는 건 결코 손해 볼 일이 아니었다.
“알시아님도 아시겠지만, 다른 게임들과 달리 뉴월드는 즉시 회복템이 굉장히 귀하지 않습니까?”
“응? 아아, 그, 그렇지.”
여전히 재호가 최소 준랭커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만다는 설명을 이었다.
“즉시 회복 10%에 체력 재생률 10%의 포션이라면 플레이어들 사이에 유통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