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04
203화
고블린들이 아쉬워했다곤 하지만 재호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놈들 입에 밴 소리가 그거니까.’
폭탄 양에 대해서는 언제나 아쉬운 소리를 했던 게 고블린들이었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달칵-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폭탄이 들어 있었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재호는 메이와 함께 설치를 시작했다.
* * *
철컥-
잘그락- 잘그락-
[앗!] [헉! 조심해! 그러다가 터질 수도 있어.] [죄송해요.] [그런데 여기 설치하면 드래곤은 어떻게 유인하죠?]오기크는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와 대화에 불안해졌다.
-이 자식들아! 당장 나오지 못할까!!
[헉! 뭐, 뭐죠? 동굴 바로 앞에 드래곤이 있는 건가요?!] [응. 아마 이 안으로 들어올 거야. 그때를 노리는 거지.] [아, 그런 거군요!]-무슨 헛소리냐!! 뭘하는진 모르겠지만 당장 멈춰라!! 내 귀에서 나와라!!!
[귀?] [아, 정신 나간 용이야.]부들부들
상태가 영 나빠 보이는 오기크의 모습.
아니, 나빠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최악이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힘은 한계에 다다라 가는데 아직 해결된 건 하나도 없었다.
키노와 일대일로 싸웠다면 지금쯤 결판이 났을 테지만, 갑자기 난입한 재호 탓에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
대체 왜!
보물을 훔쳐간 도둑놈을 잡으러 나왔는데 왜 이런 꼴이 되었단 말인가!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정신이 산만해지자 오기크의 전투력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키노의 마법이 마침내 그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크헉!!
“우어어엉!!”
콰앙-
피칠을 한 채로 무식하게 달려들어 두들겨 패는 오우거도 있었고.
콰과과광-!!!
티나의 화살도 강력한 피해를 입혔다.
이 상황에서 한가해진 건 순수 흑마법사들.
다키스트는 온갖 마법을 쏟아내고 있었으나 확인되는 피해 수치는 영 별로였다.
“아씨! 뭐야 이게!!!”
속 터지는 상황에 짜증을 부리자 일장로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침착하게, 칠장로.”
“하지만 일장로님!! 흑마법밖에 못 쓰는데 어떡해요!!! 하나도 안 먹힌다구요!”
“인정하게나. 우린 사실 쓸모가 없다는 걸. 지금처럼 블랙 드래곤의 시선이나 거슬리게 하게.”
“이익!!”
냉정한 말에 분통이 터졌으나, 일장로의 흑마법조차 잘 먹히지 않았으니, 다키스트의 수준으론 택도 없었다.
‘왜 흑마법사를 했을까!!’
그렇게 분통을 터뜨리며 다키스트는 일장로의 조언대로 온갖 방해 마법들만 쏟아냈다.
* * *
메이의 방송 시청자 수는 미친 듯이 상승했다.
엠베이 숲에서 고블린과 드워프들을 만나던 순간부터 기대감에 시청자가 크게 늘어났고, 재호 앞으로 소환되고 금방 폭발해 버렸다.
고작 5분 만에 시청자 수가 40만 명을 돌파해 버렸고, 결국 방송이 터진 것이다.
어차피 방송이 터질 거란 건 예상한 일.
엠베이 숲까지 동행했던 유하가 노렸던 그림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극대화되는 순간, 방송이 터진다면 녹화된 현장 영상의 가치가 몇 배는 더 높아질 테니까.
즉,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좋았어!”
메이를 보낸 뒤, 접속을 종료하고 라이브 방송 모니터링을 하던 유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재호와 메이는 웬 동굴에서 열심히 폭탄을 설치했고, 이제 동굴 밖으로 막 나가려던 순간에 방송이 터져 버렸다.
하이라이트를 앞둔 완벽한 순간!
멈춘 방송 화면에는 동굴 바깥, 눈부신 빛을 향해 도약하는 재호와 메이가 있었다.
* * *
마침내 상자 안의 모든 폭탄을 탈탈 털어 설치를 마친 재호.
그리곤 길게 늘어뜨린 도화선에 불을 붙인 뒤, 메이와 함께 달렸다.
콕콕콕-
그 와중에 연신 벽 여기저기를 무기들로 쑤셔대며 깨알 딜도 먹였고.
-크어어어어!!!
구르르르-
“바깥에서 엄청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는 모양이에요!!”
마구 요동치는 동굴(이라 믿고 있는) 탓에 메이가 휘청거리며 소리쳤다.
“그치. 상대는 드래곤이니까!”
메이를 부축해 준 재호는 입구의 빛을 향해 급히 움직였다.
“그런데… 저기로 가면 드래곤은 어떻게 유인하는 거죠?!”
문득, 폭탄으로 피해를 주려면 드래곤을 이리로 유인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메이.
그런데 자신들은 도리어 달려 나가고 있었으니.
“어… 일단 저기서 눈 딱 감고 뛰는 거야! 그러면 다 돼!”
“??”
저기서 뛰어내리는 순간 모든 건 납득이 될 테니까!
“가자!!”
화아앗-!!!
어둠 속에서 벗어나 눈을 뒤덮은 빛!
……이 사라지더니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
“??”
재호도, 메이도 당황했고, 곧이어 온몸을 조이는 압박에 두 사람은 완전히 밀착이 되어 버렸다.
마치 서로 껴안은 듯한 상황.
“이러지 마세요. 누나.”
재호가 정색하며 말하자 메이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내, 내가 붙은 거 아냐!!! 뭔가…….”
푸후우욱-
그때, 두 사람의 얼굴로 느껴지는 후끈한 공기.
고개를 들자 코앞에 오기크의 성난 눈동자가 있었다.
-이 자식들…….
“헉?!! 드, 드래곤!!”
메이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소리쳤다.
“이런…….”
재호는 비교적 태연했으나, 상황 자체는 예상하지 못한 게 사실.
꾸우욱-
현재 두 사람은… 오기크의 한 손에 꽉 붙잡혀 있었다.
-내 귓구멍에다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지?
“귀, 귓구멍?! 역시 귓구멍이었어요?”
깜짝 놀란 메이의 물음에 재호는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뭐, 그렇게 됐어.”
하지만 여유는 거기까지.
-네놈들을 씹어 먹어 주마!!!
쩌어억-
재호와 메이의 머리를 뜯어먹을 기세로 입을 벌린 오기크!
게임에서 허용되는 폭력 수위인가 의문이 듦과 동시에 재호가 다급히 소리쳤다.
“네 귀에 폭탄!!!”
멈-칫
동작을 멈춘 오기크.
-……무슨 소리지?
“왜 모른 척이야? 내가 네 귓구멍까지 들어가서 구경만 하고 나왔을 거 같아? 소리도 잘 들렸을 텐데?”
-……흐, 흥! 고작 폭탄이 이 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줄 아느냐!!
라고 말하지만 분명 오기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귀를 가만히 기울여 봐. 뭔가 타는 소리 들리지 않아?”
재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본 오기크.
치이이…….
들렸다.
분명 뭔가 타는 소리가 들렸…….
“참고로 그 폭탄. 고블린들이 만든 거다?”
-?!!!
고블린의 폭탄은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았다.
과거 어른들에게 듣기로, 몇몇 미친 고블린들은 폭탄 위력 테스트를 위해 잠자는 드래곤들에게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드래곤은 어지간한 고통에 내성을 가지고 있지만, 단잠을 깨우는 고블린 폭탄의 고통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고…….
-저, 정말이냐……?
“물론이지.”
-이, 이놈!!! 당장 멈춰라!! 폭탄을 꺼내란 말이다!!!
죽지야 않을 터.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아플 거란 건 알 수 있었다.
“일단 우릴 놓아야 대화가 되지 않겠어?”
-야, 약속하는 것이냐? 내 귀에 폭탄을 치워준다고?
고통을 모르기에, 도리어 고통을 두려워하는 아이러니.
“약속할게.”
-그, 그럼…….
재호와 메이를 다시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려놓은 오기크.
-그럼 부탁…….
“?!”
펄-쩍.
메이를 번쩍 안아든 재호는 뒤도 보지 않고 오기크의 뒤통수로 내달렸다.
촤아아악-
그리곤 뒷목으로 미끄럼을 탔다.
-어, 어디 가는 거냐!!!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걸 믿냐!!”
-이, 이… 크아아아아!!!
오기크는 미쳐 버렸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미쳐 버렸다.
콰과과광-!!!
눈치 안 보고 싸울 거라고 해놓고도 한편으론 보물을 아까워했던 본심…….
이젠 정말 한 줌도 남지 않았다.
콰드드드드-
주변 모든 걸 태워 버릴 작정으로 브레스와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쾅쾅쾅-
그러면서 연신 고개를 기울인 채, 제자리뛰기도 했으니…….
폭탄이 떨어져 나오길 기대하는 듯싶었으나, 이미 재호가 주변의 털들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해 놓아 그럴 일은 없었다.
-제기랄!!!!!
결국 포기한 오기크.
쿠드드득-
두려움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자신을 묶어 놓은 키노의 마법을 부셔 버렸고.
촤아아악!!!
그리곤 구멍이 숭숭 뚫린 날개를 펼쳐 힘겹게 날아올랐다.
투콰앙-!!!
“으악!!”
“뭐하는 거야!!!”
아직 지상으로 내려서지 못했던 재호와 메이가 비명을 질렀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오기크가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날아오른 이유.
바로 가장 가까운 강이나 호수를 찾기 위해서였다.
귓구멍으로 물을 집어넣으면 도화선의 불을 꺼트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폭탄을 터뜨리기 위한 도화선이거늘, 물로 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쨌든 재호는 오기크를 멈춰 세워야 했다.
이대로 등짝에 실린 채 날아갈 순 없었다.
-야! 거기서 뭐 좀 해 봐!
재호는 다키스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지,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질 알아야 하지!!
-드래곤 귓구멍에 폭탄 박아 놨어! 터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그리고 우리도 아직 이 녀석 등짝에서 못 내렸고!
재호는 빠르게 설명해 주었고 다키스트는 키노에게 그걸 전했다.
“날 보조하거라.”
장로들에게 명령을 내린 키노가 늘 걸치고 다니던 로브를 잠시 벗어 두었다.
“저 똥강아지가 몸이 아주 달은 지금이야말로 나의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순간인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장로들은 키노 주변으로 둘러선 뒤, 집중하기 시작했다.
“크흠… 흠…….”
어물거리던 다키스트도 슬그머니 그 사이로 끼어들었고.
“헉?!”
힘이 쭉 빠지는 느낌과 동시에 키노의 주변에서 시커먼 기류가 일어났다.
“본디 흑마법으로 블랙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극도로 비효율적이지만.”
천천히 들어 올려진 키노의 팔.
“압도적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그다지 의미가 없지.”
구우우우웅-
드넓은 하늘에 그려지기 시작한 거대한 마법진.
태양 빛을 가릴 정도로 농밀한 검은 마법진은 천천히 회전하더니 오기크를 향해 휘어지기 시작했다.
-키노!!!
오기크가 자신을 노리는 키노를 향해 브레스를 쏘았으나,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버렸다.
“후후후. 뭔지 알아보겠지? 가장 위대한 흑마법의 하나니까.”
본래라면 이런 낭비 심하고 위험한 마법을 쓸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으나, 재호라는 변수가 여기까지 끌고 와 버렸다.
키노 입장에선 ‘역시 정령화장’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 그곳에서 어디 발버둥 쳐 보거라.”
촤아아아-
구부러진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수십 가닥의 끈적한 손가락들이 오기크 주변을 감싸며 감옥을 만들었다.
그 아래의 지상엔 또 다른 검은 마법진이 그려졌고, 강력한 인력이 발생하더니 오기크의 거체를 잡아당겼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아!!!!
지금까지와 달리, 진심으로 고통에 찬 오기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꾸득- 꾸득-
지상의 마법진에서 흘러나온 검은 촉수들은 오기크의 몸에 치덕치덕 붙어선 급속도로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위대한 흑마법을 목도하였습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역사의 현장을 직접 지켜본 일인이 되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대단한 마법이란 걸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문제는…….
-야!! 우리는!!!!
드래곤이 지상으로 떨어진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재호와 메이는 지상에서 꿈틀대는 불길한 촉수 때문에 고립된 상태였다.
[현재 귓속말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마법의 영향으로 차단되어 버린 귓속말!
‘설마 배신당한 건가?!’
하지만 재호가 죽더라도 어차피 천과수는 인벤토리에 남을 텐데?
“아, 알시아 님!! 어떡하죠?!”
두 사람의 생명력을 느끼고 빠르게 다가오는 촉수들.
“이, 일단…….”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는 그 순간.
화아아앗-
갑작스레 오기크의 전신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지?!”
기현상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오기크는 사라져 버렸다.
투우웅-
허공에 덩그러니 남겨진 재호와 메이는 지상으로 추락했고, 다행히 키노는 배신할 생각이 없는지 마법을 거두었다.
“우어어! 난쟁2! 간다!”
쿵쿵쿵-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추락하는 재호와 메이를 받아낸 오우거!
잠시 후, 키노와 다키스트를 비롯한 흑마법사들도 재호에게 다가왔다.
“뭐야? 이거도 마법인 거야?”
재호의 물음에 키노는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무슨 일인지 모르겠구나. 를 뚫고 탈출을 하다니.”
“탈출했다고?!”
그 충격적인 이야기에 재호는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상 거의 다 된 밥이라 생각했…….
[블랙 드래곤 오기크를 처치하였습니다!!!!]“???”
“……네?”
“어?”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 세 명에게 같은 알림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