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06
205화
스노우가 천과수를 태웠다.
쉽게 납득은 안 되는 이야기.
“난 천과를 얻기 위해 대륙의 천과수를 찾아 돌아다녔다. 허나 그때마다 한발 먼저 나타난 스노우가 천과수를 모두 태워 버렸단다.”
그러나 나중엔 키노도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내게 주기 싫어하는데… 어미가 되어 계속 투정을 부릴 순 없지 않겠느냐? 그래서 나중엔 내가 직접 천과수들을 찾아 몽땅 태워 버렸지. 후후…….”
결말이 조금 비뚤어지긴 했어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실망과 좌절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겠지.’
누구도 알지 못할 먼 과거의 역사였다.
태생적으로 정반대의 정체성을 품은 모녀.
그리고 결국 좁혀지지 못하고 비뚤어진 그들은 타오르는 증오만이 남아 버렸다.
사실 둘 모두 반쪽은 인간이라는 공통점도 있었으나… 이미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악마로 살아온 키노와 천사로 각성한 스노우의 사이는 좁혀지기 어려웠으리라.
[*퀘스트*] [키노는 당신이 천과수를 다시 대륙 널리 번성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그리고 천계로 사라진 스노우를 다시 중간계로 불러내, 자신이 딸이 보는 앞에서 천과수를 태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건 : 천과수 번영 및 스노우 소환] [보상 : ???]
레자르를 통해 받았던 천과수 퀘스트와 같은 방향성을 품은 키노의 퀘스트.
‘그런데…….’
문득 재호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걸 키노는 알고 있었다.
타프카 숲에 천과수가 숨겨져 있던 것도, 스노우가 천계로 떠난 것도.
키노에게 처음 받았던 퀘스트는 분명 스노우를 틴라이트 때문에 놓쳤고, 어디론가 숨은 그녀를 찾아 죽이라는 게 퀘스트였다.
재호가 스노우를 찾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죽이라는 퀘스트를 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스노우가 다시 대륙으로 돌아오도록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단, 죽음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이.
이 앞뒤가 안 맞는 설정들 때문에 키노의 진술은 의심이 들었다.
게다가 줄곧 어색하게 생각했던 키노의 저 공허한 표정은…….
‘설마.’
재호는 눈치 빠르게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애초에 키노는… 스노우를 죽일 생각이 없었던 건가.’
그렇다면 굳이 천과수를 번성시킨 뒤, 다시 태우겠다는 이유는 스노우를 괴롭히겠다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나려고…….’
하지만 굳이 그런 걸 캐묻지는 않았다.
그랬다간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될 것 같았으니.
* * *
“야야, 어떻게 됐어?”
키노와의 대담을 마치고 나온 재호에게 다키스트가 촐싹거리며 물었다.
“잘 해결됐어.”
“그래? 보상은?”
본래 있던 키노의 퀘스트 보상.
[???]로 표시되어 있던 것은 드래곤 레이드의 전리품 일부를 받는 것을 합의가 되었다.“와! 대박! 그걸로 무기나 새로 만들어야지.”
“전 반지 하나만 만들 수 있을까요?!”
잔뜩 신이 난 다키스트와 티나.
재호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대화는 비밀로 해다오.]키노가 그렇게 부탁했기에 재호는 동료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굳이 신이 나 떠벌릴 이야기도 아니었고.
타프카 숲을 떠나는 재호.
키노와는 며칠간의 휴식과 정비 후, 불곰국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숲에 있던 오우거들의 저주도 풀어주기로 했고.
쿵쿵쿵-
“난쟁2! 돌아왔다!”
멍청한 자기소개와 함께 마침 나타난 오우거.
“네 친구들도 이제 제정신이 들었을 거야.”
“오! 형제들! 난쟁2 기다린다!”
신이 나 어디론가 쿵쿵 달려간 오우거.
커다란 키 때문에 저 멀리 있는 다른 오우거들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난쟁2! 여기 있다!!”
반가움에 크게 소리친 오우거.
“음? 둘째 형님!!”
“아우야!!”
쾅쾅쾅-
역시 반가워하며 달려온 오우거들이 서로 얼싸 안고 웃었다.
원래 지적 능력이 거의 없는 몬스터로 알려진 오우거들의 우애.
그 신기한 광경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이상했다.
“그런데…….”
이상함 속에서 더 이상한 것 하나를 발견했다.
“그 흑마법사들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우릴 놓아준 것이지?”
“스노우 님은 어떻게 된 것인가…….‘
“난쟁2! 우릴 도와준 은인 여기 있다!”
“은인?”
“그런데 형님들. 둘째 형님이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우거들 사이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는 난쟁2의 말투.
“왠지 갑자기 멍청이가 된 것 같은…….”
“난쟁2! 멍청하지 않다!”
“난쟁2야. 왜 그렇게 오우거처럼 구는 거냐?”
그걸 지켜보는 재호는 침묵했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 진짜 머리를 심하게 다쳤던 모양이군.’
혹시나 불똥이 튈까 긴장했으나, 자신의 멍청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피해자의 강경한 주장 덕에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에게 자유를 되찾아 준 게 당신이란 거군.”
머리 위에 [오우거 난쟁1]이라고 뜬 오우거가 재호에게 말했다.
“또한 정령화장이라 했지. 오랜 세월을 넘어 이렇게 다시금 정령화장과의 인연이 이어지는군.”
“어… 그런가. 그런데…….”
너무너무 궁금한 것 하나.
이걸 물어보지 않으면 오늘 잠도 못 잘 것 같았다.
“너희… 오우거인데 왜 이렇게 똑똑해?”
끄덕끄덕-
뒤에 있던 메이와 다키스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보통의 오우거가 아니다. 거인족과 오우거 혼혈로…….”
“아, 거기까지만 들을게.”
조금도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다.
“우웁…….”
간신히 상상을 멈춘 재호와 달리, 선을 넘어 버린 모양인지 다키스트는 헛구역질을 해댔다.
“흠흠, 그래서 너희는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우리는 스노우 님의 호위병으로서 존재했으나, 현재는 안 계시지. 그렇기 때문에 정령화장인 당신과 함께 다니겠다.”
“……왜 그런 식으로 결정이 나는데?”
“정령화장 틴라이트는 스노우 님의 친구이기도 하기 때문이지.”
“…….”
뭐,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을 것도 같았다.
이미 재호는 거인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있었으니까.
대화가 통하는 비슷한 덩치를 우르르 데려다주면 자연인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오우거 문제도 해결이 되었으니, 남은 건 공동묘지를 원래 주인에게 전해주는 일뿐이었다.
“오오오! 드디어……!”
어둠이 걷힌 타프카 숲으로 찾아온 라디부 백작이 감격했다.
“마침내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떳떳이 고개를 들 수 있겠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알시아 폐하!!”
[라디부 백작의 호감도가 최대로 증가합니다.]그래서 보상은?
“저희 라디부 가문은 알시아 폐하께 영원토록 충성할 것입니다!”
[라디부 백작과 엘리시아 화원이 영원한 동맹이 되었습니다.]“음? 이거 반역 아냐?”
라디부 백작의 영지는 엄연히 룬가 왕국 소속.
“괜찮습니다! 전쟁을 해서라도 독립을……!”
“아니, 괜한 짓은 하지 말고. 그냥 동맹으로만 지내자.”
혹여나 전쟁을 일으키면 또 재호가 도와야 하는 상황이 올 테니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백작과의 무조건적인 동맹은 대단한 거야.”
부러워하는 다키스트.
그녀는 고작 라디부와의 호감도가 최고치에 가깝게 오른 것 말곤 딱히 없었으니.
“후……. 어쨌든 이렇게 또 일단락되었네.”
아직 전리품 회수가 남아 있긴 했으나, 그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회수할 수 있으리라.
* * *
[OMGN 드래곤 레이드 영상 ‘메이’ 녹화분 입수! 무편집 방송!]접속을 종료하자마자 메이가 가진 영상을 구매한 OMGN.
값을 매길 수 없는, 그 누구도 담지 못한 생생한 드래곤 레이드의 영상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조금 달랐다.
웅장한 대 전투를 기대한 이들이 많았으나, 메이가 찍은 영상의 초반부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사막을 건너는 것부터 해서 드워프, 고블린들을 만나는 건 평화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폭탄을 챙기고 재호에게 소환된 뒤부터 반응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웬 동굴? 드래곤은 어디 감?
└함정 파는 건가? 근데 드래곤이 폭탄으로 잡히긴 함?
└매장시키려는 거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을 때려잡는 건 지금 황재호 레벨론 말도 안 되니까.
└그래서 드래곤은 언제 나옴?
└님들 이거 드래곤 레이드 맞음요?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던 중, 슬슬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채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재호와 메이가 동굴 밖으로 자유낙하를 하는 순간 확신으로 바뀌었다.
-미친ㅋㅋㅋㅋ황재홐ㅋㅋㅋㅋ
-동굴이라기엔 뭔가 좀 이상하다 싶더니 드래곤 귓구멍ㅋㅋㅋㅋ
-와, 대체 저딴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임?
-개 잔인하네. 귓구멍에 폭탄을 그만큼 처박아 놨다고?
-엌ㅋㅋㅋ근데 바로 잡힘. 여기서 뒤질듯.
└응. 바로 뒤통수침.
그 뒤로 이어진 전투가 방송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와 스피커를 찢을 듯한 굉음들.
눈을 어지럽게 하는 현란한 빛들이 사방에서 부서졌으니.
이 웅장한 전투를 관찰자 시점이 아닌, 전투 한가운데에 선 메이의 시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금방 잊혀질 정도로 압도적!
-그런데 저 드래곤이랑 맞짱 뜨는 여자 누구임?
└겁나 섹시함ㄷㄷㄷ
└아니, 근데 진짜 왜 저렇게 셈? 스킬들 수준이 장난 아닌데.
└전설 NPC 아니려나?
└대체 황재호는 전설 NPC들이랑 어떻게 호감도 쌓은 거냐?
실시간 채팅 및 커뮤니티가 불타오르는 사이, 전투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상으로 추락한 오기크는 점점 힘을 잃어갔고, 마지막 순간에 광채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저러고 끝?
└방송 상에선 드래곤 잡긴 잡았다는데?
└저게 뭐 잡은 거임. 빤스런 한 거지.
└드래곤이 빤스런 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님?
-어? 진짜 잡았는데? 메이가 칭호 보여줌.
└뭐야? 어떻게 된 거??
-해설 나오네. 오기크가 불곰성으로 도망갔는데 거기서 폭탄 터졌다 함. 그때 죽은 듯.
└아! 맞아! 불곰성 이번에 테러 당했잖아!
마침 참고 자료로 나오는 현재 불곰성 전경.
“…….”
외출 준비를 하며 방송을 보던 재호는 입을 쩍 벌렸다.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움푹 파인 대지만 남은 불곰성.
도대체 폭탄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기에 그 웅장하던 성을 싹 지워 버릴 정도란 말인가?
뚜루루루-
그때 울리는 휴대폰.
-어, 재호야. 준비 다 했어?
두표였다.
“네. 옷만 입으면 돼요.”
-알았어. 차는 아래에 대기 중이니까 내려오면 돼.
오늘은 중요한 외부 일정이 잡혀 있었다.
어쩌면 개명 신청의 갈림길이 될지도 모르는 중대한 일정.
[세계 전자 기술 박람회]“후…….”
컨벤션을 찾은 재호는 입구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보며 심호흡했다.
오늘 이곳에서, 재호의 이름을 내건 일성의 신형 캡슐이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재호는 메인 모델로서 참석을 해야 했고.
‘재호하다’가 될 것이냐, ‘알시아하다’가 될 것이냐!
‘부디 좋은 의미로 자리 잡히길.’
“와아! 황재호다!!”
“팬이에요!!!”
“드래곤 진짜 잡았어요?!”
쏟아지는 질문에 미소와 인사로 답하며 힘겹게 들어간 재호.
불과 이틀 전에 드래곤 레이드가 있었기에, 기자들의 관심도 굉장히 뜨거웠다.
그 탓에 박람회는 거의 황재호 단독 팬미팅이 된 듯한 분위기였으니, 일성 전자 캡슐 홍보팀은 저절로 춤이 춰질 정도였다.
하지만 반대로, 뜨거운 관심을 기대했다가 완전 찬밥이 되어 버린 이들도 있었으니…….
꽈드득-
타사 캡슐의 한국 홍보 모델로서 참석한 수민.
그는 관심의 빈부격차에 두 눈이 활활 타올랐다.
“저 새끼가…….”
“수, 수민아! 말조심!”
깜짝 놀란 매니저가 그에게 주의를 줬다.
하지만 그런다고 진정될 리가 없었다.
“이게 말이 돼? 여기가 무슨 황재호 팬미팅이야? 전자 기술 박람회지! 전문 기자라는 놈들 수준이 왜 저래?!!”
“이, 일단 진정 좀 하고…….”
그래도 수민의 분노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곳은 엄연히 기술 박람회.
전 세계의 기업들이 자사의 신제품이나 새로운 기술의 시연 등, 미래 체험 현장이거늘.
그래도 수민의 말처럼 죄다 연예부 기자에 빙의된 건 아니었다.
정말 전문적인 취재를 위해 온 기자들도 있었으니까.
8대 2의 심하게 편중된 비율이긴 해도…….
“황재호 선수!”
일성 전자 부스에서 무대 인사 후, 제품 공개를 하기 직전에 이루어진 짧은 질의 시간.
기자 한 명이 재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일성 전자의 캡슐은 가성비는 물론, 기술적으로도 모자란 부분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황재호 선수와 같은 최정상급 선수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의 가치와 일성 캡슐의 가치가 비슷한 선상에 있다고 보십니까?”
질문의 요지는 결국…….
너무 돈만 보고 섣부르게 홍보 모델을 자처한 것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