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08
207화
결과적으로 갈킹의 머리는 진짜 머리였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중단발까지 길러냈던 것이다.
이젠 아니게 되었지만.
“크흐흑…….”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가 티나의 참교육에 정신을 차린 갈킹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흠흠. 그러게 왜 도둑질을 해? 붙잡으려다 사고가 나버렸잖아.”
“웃기지 마!! 분명 저 엘프가 ‘진짜 머리카락인지 궁금해서요.’라고 말하는 걸 분명히 들었다고! 방송에 이미 다 나왔어!!!”
“아, 그래? 그럼 미안.”
사과를 한 재호는 다시 갈킹과 그 일당을 살폈다.
“뭐, 어쨌든 이번엔 너희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갈킹을 잡은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이 사태에 대해서 물어보기 위해.
“응…? 너 몰라?”
재호의 말을 들은 갈킹이 도리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 사태의 장본인이 모른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진심으로 모른다고?”
“그럼 굳이 왜 널 붙잡았겠어?”
“정말로 해코지 안 하는 거야?”
“그렇다니까.”
비어 버린 그의 정수리를 보면 이미 심한 해코지를 당한 뒤라고 봐야겠지만.
“지금 보다시피 불곰국은 무너졌어.”
단순 설명이야 안 될 것도 없기에 갈킹이 입을 열었다.
지금의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불곰국이 무너지고 다음날, 룬가 왕국이 침공해 오면서였다.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일.
가만히 있던 룬가 왕국을 먼저 침략한 게 불곰국이었으니까.
룬가 왕국 입장에선 이 잔인하고 무식한 침략 행위에 대한 보복을 해야만 했다.
본래는 영토 내로 침입한 크로킹을 비롯한 불곰국 핵심 병력을 쳐야 했으나, 척후를 통해 그들이 전멸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드래곤도 사라졌고.
그 탓에 룬가 국왕과 귀족들의 분노는 곧장 불곰국의 심장으로 향했고, 그 결과가 현 상황이었다.
“근데 이미 끝장난 거 아냐?”
재호는 멀리 보이는, 불곰성 잔해 주변을 포위한 룬가 왕국 병력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냐. 지금 저렇게 포위만 해 놓은 상태야. 저 안쪽은 오염이 되어서 진입이 불가능하거든.”
“오염?”
“마나 오염이라던가?”
성을 통째로 날려 버린 폭발.
그 후폭풍은 단순히 성이 사라진 걸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주변을 오염시켜 버린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
룬가 왕실 마법사들의 분석 결과, 광범위한 마나 오염이 심해 안으로 들어가는 건 극도로 위험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이 정도의 농밀한 마나가 흘러나오는 걸 보면… 현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 드래곤일 것이라고.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아직 불곰 길드가 버틸 수 있는 게 그 마나 오염 때문이란 거 같더라고.”
굳이 위험 반경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룬가 왕국은 저렇게 포위한 채로 더 나아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안에서 다시 부활한 크로킹을 비롯한 불곰 길드는 심신이 점점 메말라 가는 중이었다.
웅장함을 자랑하던 성은 온데간데없는데다 계속 휘몰아치는 마나 오염에 지속적인 피해를 입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룬가 왕국의 최정예 병력까지 쳐들어왔으니…….
“그리고… 크흠……. 뭐… 드래곤이 여기서 죽었다고 방송에 나왔잖아? 그래서 한몫 챙겨 보려는 놈들로 북적이는 중이지…….”
최초로 등장한 드래곤의 사체.
거기서 나온 아이템들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품고 있을 건 자명했다.
“그래서 너희도 그걸 노리고 온 거야?”
“으응? 아, 아니! 우리는 진작 포기했어. 직접 확인했는데 전리품 권한이 없더라고.”
룬가 왕국의 포위망을 피해 몰래 숨어 들어갔다 온 갈킹 일당.
그들 말고도 이미 많은 이들이 실제 드래곤 사체를 확인했으나, 소유권 문제 때문에 획득이 불가능했다.
그 소유권이야 두말할 필요 없이…….
“네가 가지고 있는 거 아냐? 그래서 아이템을 찾으러 온 거고.”
갈킹의 물음에 재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린 더 이상 그걸 욕심내지 않을게. 아니, 애초에 포기한 상태였지만…….”
시간이 되기 전에 재호가 올 것이 분명했기에 그 전에 최대한 왕국 내 빈집들이나 털고 있던 중이었다.
“흠……. 그렇다면 아이템을 회수하러 가려면 룬가 왕국부터 문제가 되겠군.”
드래곤 레이드 직후, 룬가 왕국의 재호를 향한 불쾌함은 시스템으로 확인했었다.
순순히 안으로 들여보내 줄 리가 없었다.
“흠흠…….”
그때, 헛기침을 하며 재호의 눈길을 끈 갈킹.
“그… 우리가 개구멍 하나를 알고 있는데… 알려줄까?”
대신 자신들에게도 콩고물 정도는 조금 달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재호는 단칼에 고개를 저었다.
“됐어. 생각해 보니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어차피 이곳에서 키노를 만나기로 했었다.
대화로 문제없이 해결이 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싸움이 일어나도 키노가 다 해결해 주리라.
* * *
불곰성 폐허에 갇힌 채,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크로킹과 길드원들.
사람들은 그들이 주변을 포위한 룬가 왕국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론 조금 달랐다.
그래도 명색이 정상급 플레이어들로 구성된 간부진들.
그들의 수준이면 뒤도 안 보고 도망가자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
바로 무너진 지하에서 발견된 오기크의 사체 때문이었다.
대륙 최초의 드래곤 레이드.
그 전리품이 고스란히 잠들어 있었으니.
재호한테도 졌고 드래곤도 잃어, 거기다 왕국까지 사라졌으니…….
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조금이라도 메우려면 드래곤 레이드 전리품이라도 챙겨야 했다.
그런 이유로 굳이 오염된 땅속에서 이를 꽉 물고 버티는 것이었다.
[우선권 종료까지 남은 시간 : 13시간]좀 오래 버텨야 했지만.
“회복약 남은 사람 없어?”
“젠장. 성이 통째로 날아가지만 않았으면 물자가 이렇게 부족할 일도 없었을 텐데…….”
“나 힐 좀!”
“또? 조금만 쉬었다가 하자…….”
“쉬긴 뭘 쉬어. 스킬 노가다 되고 좋잖아. 빨리 힐 줘! 안 그럼 나 죽어!”
“으으……. 피가 부족해…….”
중환자실 그 자체인 불곰 길드.
“후……. 그래도 룬가 왕국에서 밀고 들어오지 않으니 다행이군.”
크로킹이 포션을 들이키며 말했다.
“오기크 그 자식은 허세란 허세는 다 부리더니… 등신 새끼.”
크로킹이 무리수를 던지게 된 결정적 이유가 오기크 때문이었다.
재호와 싸울 때, 그냥 잠깐 나타나 브레스 한 번만 쏴 줬어도 이겼을 텐데…….
방송을 통해 공개된 걸 보니 괜히 엄한 곳에서 이상한 NPC와 치고받다 결국 죽어 버렸다.
자신이 죽더라도 오기크가 살아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개판이 될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슬슬 경계를 강화해야 할 것 같아.”
부길마가 말했다.
“점점 파리 숫자가 늘어나. 길드원들 말로는 와띠스 놈들도 보인다던데.”
“쯧……. 귀찮은 놈들.”
생각해 보면 거의 되찾을 뻔했던 오기크의 보물을 날려 먹은 것도 와띠스 놈들과 골드투스 때문이었다.
“경계 인원을 더 늘려. 개구멍도 죄다 막고! 이 근처로 아무도 얼씬 못하게 해!”
크로킹의 명령은 길드에 공지되었고,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을 시킬 거면 회복 템이라도 제대로 보급해 주든가!
자기는 죽기 싫다고 회복 템 잔뜩 쌓아 놓았으면서!
황재호와의 전투에서 앞장서는 것 같기에 좀 변했나 싶었더니…….
전부 드래곤 빨이었다.
* * *
-뭐, 그런 상황이야.
갈킹에게 뜯어낸 정보는 어디까지나 외부 시점에서 본 대략적인 정황.
재호는 내부의 자세한 사정을 테일러에게 따로 들었다.
-아주 무식하기 짝이 없네.
다 죽어가는 마당에 전리품까지 욕심을 내고 있었으니.
-그야 당연하지 않겠냐? 지금 불곰 길드는 폭파되기 직전이야. 이미 랭커들 중에는 잠수 탄 애들도 한둘이 아니라고.
상처뿐인 절망적인 상황 속, 뭐라도 건지려는 게 당연했다.
-그럴 거면 왜 덤볐대?
-……누가 드래곤을 잡아 버릴 줄 알았을까?
테일러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되물었다.
-뭐, 결론은 불곰 길드는 지금 지하에 박혀서 안 나오고 있다는 거지?
-응. 룬가 왕국이 다행히 밀고 들어오진 않는다더라고.
“끝났네.”
불곰 길드는 살아남을지 몰라도, 불곰국은 끝이었다.
이런 큰 피해를 회복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룬가 왕국과의 관계도 개선이 안 될 테니까.
그 후, 불곰국 외곽에서 시간을 때우던 재호 일행.
“후후, 오래 기다렸느냐?”
그들 앞으로 마침내 키노와 일장로가 나타났다.
“나머지는?”
“그들은 보금자리 이전을 준비 중이니라.”
“그래?”
재호는 금방 납득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키노 한 명만 있어도 무력은 충분하리라.
‘드래곤 하고 일대일로 맞붙는 사람이니.’
재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 불곰성 터를 바라보는 키노.
“대체 그 똥강아지의 귀에다 뭘 심었던 것이냐?”
“이미 말했듯 고블린 폭탄.”
“폭탄만으론 이런 개판이 되지 않아.”
위대한 흑마법사인 키노는 현재 불곰국의 상태에 대해 금방 파악했다.
“마력 폭주 상태이니라.”
룬가 왕실 마법사들과는 조금 다른 판단.
“폭탄만으로 저 정도 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그랬다면 이 대륙은 고블린이 지배했을 게야.”
“하긴…….”
일리 있는 말이었다.
폭탄은 강력하긴 했으나 사용 조건이 까다롭고 위력의 한계가 있었다.
무조건 많이 터뜨린다고 강한 게 아니었고, 정교한 설계와 설치를 통해 증폭시킬 수 있는 걸 재호는 직접 확인했었다.
하지만 오기크의 귓구멍에 설치한 건 고블린이 아닌 재호가 직접 한 것.
그냥 무작정 터뜨렸다고 봐야 했다.
“드래곤의 내부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심장에 무한에 가까운 마나가 잠재되어 있는 건 분명하지.”
그리고 오기크가 최후를 맞이하면서 통제를 잃은 막대한 마나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와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이 땅은 죽은 땅이니라. 머지않아 이 지독한 마나에 잠식된 괴물들도 나타날 거야.”
키노는 예언에 가까운 말을 남기곤 앞으로 나아갔다.
“가자꾸나. 정령화장아. 이런 불쾌한 곳에 굳이 오래 있고 싶지는 않으니.”
키노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확실히 심각한 상태이긴 한 모양이었다.
* * *
자박- 자박-
정말 눈에 띄는 무리였다.
재호의 존재감은 말할 필요도 없고, 뒤를 따르는 오우거들과 역시 한 분위기 하는 키노까지.
“어? 알시아 옆에 저 여자……!”
“그 정체불명의 NPC 아냐?”
“헐! 대박! 실제로 보니 분위기 장난 아니다.”
“기 엄청 세 보이네. 알시아랑 잘 어울린다.”
“넌 뭐 들었냐? NPC라니까.”
뉴월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드래곤 레이드 영상을 안 본 사람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
그리고 그 영상 속에서 재호보다 더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던 게 바로 키노였으니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이템 챙기러 온 거겠지?”
“NPC도 레이드 전리품 나오나?”
“그렇지 않을까? 보니까 저 NPC가 다 한 거처럼 보이던데.”
“하긴. 황재호 혼자 다 먹으면 너무 사기지.”
주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걸음을 옮긴 그들은 룬가 왕국 기사단과 마주했다.
“알시아 왕.”
재호 앞에 선 이는 룬가 왕국의 기사단의 총 지휘관으로 온 바포 공작.
그는 재호를 향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룬가 왕국의 바포 공작이오.”
“반갑다. 알시아다.”
재호도 지지 않고 퉁명스럽게 소개했다.
“여긴 왜 온 것이오?”
“이곳에 우리 물건이 있어서 가지러 왔지.”
“…드래곤 말이군.”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대가 드래곤을 사살했다는 소문은 들었소. 허나 그 사태를 벌어진 장소는 엄연히 룬가 왕국의 영토 내. 그곳으로 드래곤을 끌어들여 전투를 벌인 것에 대한 보상으로 드래곤 사체는 우리가 가지겠소.”
“그래?”
“그렇소. 어차피 그대가 드래곤을 처리했다는 증거도 없지 않소?”
결국 모른 척, 그냥 잡아떼겠다는 소리였다.
“일단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드래곤은 내가 유인한 게 아냐. 불곰국이 끌고 온 거지.”
“어쨌든 그대를 노린 것은 사실이지 않소? 그대의 영지가 피해를 보는 걸 피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소.”
“궤변이란 거 본인도 알지?”
엘리시아 화원으로 오려면 결국 룬가 왕국의 영토를 가로지를 수밖에 없었다.
오기크의 성질머리를 봤을 때, 결국 불곰국과 룬가 왕국은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어림없는 소리.”
물론 바포 공작은 그걸 절대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그대는 한 나라의 왕이 되어 어찌 이토록 타국에 민폐만 끼치고 다니는 것이오?”
“민폐라니. 따지고 보면 내가 드래곤한테서 당신 나라를 구해준 건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깟 도마뱀 정도는 우리의 정예 기사단이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소!”
“얼씨구. 죽은 오기크가 열 받아서 부활할 소리하고 앉았네.”
재호와 바포 공작 사이의 실랑이가 조금 길어지려는 것 같자, 아까부터 영 불편한 표정이던 키노가 앞으로 나섰다.
“유치한 말싸움만 하고 있는 것이야. 간단하게 테스트해 보면 되는 것 아니냐?”
“음?”
바포 공작이 이해 못하고 미간을 좁히자 키노는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결코 웃으면서 할 말은 아니었다.
“어디 한번 싸워 보자꾸나. 그대들이 우리를 이기면 드래곤을 잡을 수 있단 것도 허언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