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1
20화
“팔자고? 저런 걸 사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다, 당연한 거야?’
“물론 최상급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이거 만드시는 거 간단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미 레시피는 완성된 상태이기에 어려울 건 없었다.
재료도 어차피 흔하디흔한 이펠츠 꽃이었으니까.
“가성비 아이템으로 충분히 어필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게다가 퍼센트 회복 옵션 자체가 동급의 회복 아이템보다 귀하니.”
“흠…….”
사만다의 말을 듣다 보니 고민이 생겨난 재호.
‘돈이라……. 하긴, 요즘 뉴월드로 돈벌이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자신보다 겜잘알인 사만다인만큼, 그녀의 말은 제법 솔깃했다.
‘학자금 대출…… 아버지 헬스장 대출……. 어머니도 쉬는 날 없이 항상 출근하시고…….’
생각하다 보니 지금 게임이나 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사만다.”
재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렸다.
“아는 사람 있어?”
* * *
이번에도 사만다가 이용한 것은 프라임 길드 인맥.
다만 외부인이었던 지안트와 달리, 이번에는 길드 소속 상인 클래스였다.
마침 길드 내에서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고.
―크루와상!
―응? 왜 그래?
―바빠? 괜찮은 물건이 있어서 좀 물어 보려고 하는데.
―아항, 그런 거야 얼마든지 가능하지.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건 걸.
크루와상은 무려 개인 상단을 가지고 있는 유니크 클래스 랭커.
프라임 길드가 얻는 전리품의 판매 대행을 도맡아 하며, 뉴월드의 수많은 귀족들과도 거래를 하는 거물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사만다의 말에는 크루와상은 금방 시큰둥해졌다.
―포션이거든. 대량 판매 가능성을 보고 싶어서.
―포션……?
―응. 옵션 보내줄게.
―뭐…… 일단은 알았어.
포션 같은 것은 상인 입장에서 그다지 인기 품목은 아니었다.
그런 건 시스템 거래소에서 대충 판매하는 게 더 편했으니까.
크루와상 정도의 랭커 상인이 취급을 하려면 최상급 포션은 되어야 할 텐데, 애초에 그런 물건은 매물로 나오기보단 랭커 본인들이 직접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사만다가 양산화 가능한 포션이라고 말했으니 분명 최상급은 아닐 테고.
―[] 이거야.
‘그래도 사만다가 보낸 것이니 뭔가 있긴 있을 테……’
혼자 중얼거리며 옵션을 확인해 본 크루와상.
그러곤 그대로 돌이 되었다.
―어때?
―…….
침묵에 빠진 크루와상.
그녀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었다.
―……사만다!
마침내 크루와상이 입을 열었다.
―이거 양산 가능하다고?
―개인이 제작하는 물건이라 완전 대량은 아니지만 가능하긴 해.
―아냐, 아냐. 너무 많이 풀리면 오히려 가치만 떨어트릴 거야.
크루와상이 보기에, 이 포션은 저렙 혹은 랭커들을 위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낀, 가난한 중위권 플레이어들에게 어필이 될 만한 물건!
―혹시 그쪽 동네에 들어선 상단이 어디야?
―아직 상단은 없어. 여기 이제 막 개발되기 시작한 곳이거든.
―헉?! 그래?
그제야 크루와상은 사만다가 현재 사막에서 생고생을 하고 있었단 사실을 상기했다.
―좌, 좌표 좀 찍어주라! 나도 그리로 갈게!!
그녀는 마음이 급했다.
미개척 도시에 최초로 상단을 뚫는다?
상인으로선 둘도 없을 최고의 기회였으니까.
* * *
“흠…….”
꽃집 앞에 선 재호는 나지막이 신음했다.
저 멀리 사막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통나무를 나르는 사람들.
슥―
꽃집 앞에 마련된 분재실에선 코페이의 망자들이 메이와 함께 꽃들을 관리 중.
“엘프들과 대화를 할 땐 말이죠…….”
꽃집에서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선 브리즈가 지안트를 상대로 ‘엘프 상담’을…….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일단 꽃과 함께하고 싶다던 1차 목표는 달성했다.
그리고 아직 장사는 시작 못 했지만, 꽃집을 차리는 것까진 성공했고.
문제는 바로 주변!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시시각각 만들어지고 있었다.
“뭐…… 개판이구만.”
재호는 코 아래를 슥슥 문질렀다.
[이 ‘다 자처한 일이라고…….’]어차피 세상 모든 걸 자신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알시아님. 이쪽은 제가 말씀드렸던 상인 클래스 친구입니다.”
그때, 사만다가 동그란 안경을 쓴 여성을 데리고 와 재호에게 소개를 해 주었다.
“아, 안녕하세요. 크, 크루와상이라고 합니다.”
잔뜩 위축된 그녀는 바로 크루와상.
재호를 처음 마주한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힘겹게 인사했다.
“반가워요. 알시아입니다.”
재호가 악수를 청했고, 마주 잡은 크루와상의 손은 덜덜 떨렸다.
“상인이라 하셨죠.”
“네, 네!!”
“그럼 일단 물건부터 한번 보실까요?”
마치 암흑가 밀거래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재호는 크루와상을 창고로 끌고(?) 갔다.
나무로 만들어진 창고는 크루와상이 보기에 너무 허술했다.
시스템적으로 개인 창고는 외부인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도록 설계가 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훔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도둑 클래스라면 충분히 가능했고, 이런 나무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면 호구 그 자체였다.
단, 어디까지나 크루와상이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소리.
첨단 보안 시스템인 ‘엘프 가드’들이 있었으니까.
“자, 일단은 여기 있는 게 전부이긴 한데.”
재호는 창고 안 진열대에 올려 진 물건들을 크루와상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바로…….”
실물로 정령화장제 이펠츠 꽃의 정수를 확인한 크루와상.
“흠흠……. 잠시 좀 살펴볼게요.”
재호에게 잔뜩 위축되어 있던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전문가다운 냉정함을 보이기 시작한 그녀.
‘그런데 이것 말고도 다른 게 많네.’
안경을 고쳐 쓴 그녀는 날카로운 눈썰미로 창고 전체를 훑었다.
[당신의 날카로운 눈썰미가 아이템을 분석합니다.] [이 아이템 분석 능력을 대폭 향상시킵니다.]‘헉? 뭐, 뭐야 여기?’
이펠츠 꽃 정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 [등급 : 고급] [이슬 버섯으로 만든 차입니다. 향긋한 버섯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효과 : 저주 저항력이 1% 상승합니다.] [] [사막의 달궈진 모래로 볶은 이펠츠 꽃의 홀씨입니다. 왠지 모르게 짭쪼롬한 맛이 묘하게 중독성 있습니다.] [효과 : 체력이 10 회복됩니다.] [] [등급 : 고급] [도토리를 솔잎으로 감싼 채 구운……]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는 아이템들이 잔뜩 있었다.
실제로 재호 역시 그것들을 제대로 된 아이템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관찰 진행률을 올리기 위한 희생의 결과물로만 생각했지.
하지만 장사꾼인 크루와상의 눈에는 그것들이 단순한 실패작으로만 보이진 않았다.
‘잠재력을 쉽게 단정 지을 순 없어.’
게다가 대부분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 수준임에도 등급은 고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음식 아이템들은 일반 등급에 불과했다.
상위권 플레어들이 사용하는 버프 음식들의 경우엔 고급이 붙긴 했지만…….
이런 일반 음식에 고급이 붙었다는 건 말 그대로 고급 음식이란 뜻!
즉, 재호의 ‘실패작’들의 가치는 플레이어들이 아닌 상류층 NPC들에게 있었다.
“흠흠……. 포션의 품질이야 충분히 플레이어들에게 어필이 가능한 부분입니다만…… 저, 실례가 안 된다면 다른 물건들도 좀 봐도 될까요?”
“뭐, 상관은 없는데 별로 쓸 만한 건 없을 텐데요?”
재호 입장에선 마땅히 버릴 만한 곳이 없어 남겨 놓은 것이었다.
“호호, 혹시 모르니까요. 으음…… 기왕이면 제가 맛 좀 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녀의 적극성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쓰레기를 줄이는 거니까.
우독―오독―
크루와상은 가장 먼저 땅콩보다도 작은 이펠츠 꽃의 홀씨 하나를 씹어 보았다.
‘마, 맛있다……!’
이펠츠 꽃은 현실의 민들레와 비슷한 꽃.
그런 게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싶었으나, 전혀 아니었다.
묘하게 짭쪼롬하고 바삭한 식감이 혀끝에 남아 간질간질했다.
‘게다가 체력도 회복이 되니 NPC 입장에선 건강식으로 어필도 가능할 테고.’
도토리 솔잎 쌈이란 정체불명의 요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솔잎을 돌돌 감은 도토리는 생각처럼 단단하지 않았고, 오히려 말랑말랑한 쪽에 가까웠다.
‘약간은 씁쓰름하지만 서서히 입 안에 퍼져 나가는 솔잎의 향이 일품이야.’
선반에 쟁여 놓은 것들을 하나씩 먹어보는 크루와상.
그걸 지켜보는 재호의 눈빛은 복잡했다.
‘분명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긴 하다만…….’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여긴 꽃집인데.’
아무리 봐도 크루와상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창고에 있는 것들 전부를 유통을 하고 싶은데요!”
결국 모두 맛을 본 끝에 결론을 낸 크루와상.
“포션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요리들도 충분히 상류층에 어필이 될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실력의 요리사셨군요.”
‘……역시.’
재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판매하는 건 상관없습니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어, 어떤……?”
갑자기 재호의 분위기가 묘해지자 긴장한 크루와상.
“전…… 꽃집 사장입니다.”
“……?”
재호는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봤던 표정이었으니까.
“뭔 미친 소리야? 헉?!!”
하지만 실제로 입 밖으로 뱉어 버린다는 점이 다른 사람과 달랐다.
* * *
“그…… 크루와상이 그렇게 나쁜 친구는 아닙니다. 다만 이따금 당황하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뱉는 경우가 있는데…….”
사만다는 열심히 자신의 친구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변명을 했다.
“뭐, 별로 신경 안 쓰니까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아도 돼. 그거보다 더한 말도 들어봤는데.”
“…….”
태연히 그런 말을 하는 재호의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느낀 사만다였다.
결과적으로 재호는 크루와상의 상단과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재호가 무언가를 아이템을 판매할 시, 크루와상이 선독점으로 유통하는 것.
“이곳에서도 상단 건물이 필요하겠군요.”
사만다의 말에 재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안트 씨가 정신을 차린다면 말이죠.”
* * *
“엘프들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합니다. 그들은 동화 속, 혹은 소설에서 본 것처럼 마냥 고귀하고 친절한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에 대한 지독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으며, 잘못 건드리면 바로 죽일 준비가 된 살인마입니다.”
브리즈는 맞은편에 앉은 지안트에게 말했다.
물론 혹여나 엘프가 들었다간 큰일 날 소리였기에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서.
“하지만…… 그들은 인격 모독은 물론, 인종차별은 서슴없이 하는 악ㅁ…….”
“쉬잇! 생각해 보십시오. 인간들은 그렇지 않은지. 말했지 않습니까? 엘프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들도 똑같은 생명체이며, 동시에 이 세계에선 인간이라 하면 치를 떨 정도입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뉴월드 역사 속, 엘프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러니 엘프들과 말이라도 섞어 보려면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
브리즈 눈이 번쩍였다.
“무조건 대가리 박고 비는 겁니다!”
“……예?”
지안트의 당황한 표정.
지금까지 무게 잡고 진지하게 말하던 것에 비해, 터무니없는 해결책이지 않은가?
“제가 시범을 보여드리죠.”
그러곤 지나가는 엘프에게 다가갔다.
“아, 안녕하십니까?!!!”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을 자랑하며, 브리즈의 허리가 180도로 접혔다.
“오늘 날씨는 마치 엘프님들의 청아함을 닮은 듯합니다!”
사막인데?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 뭐야? 일방적으로 저런 미친 인사를 하고 간다고?!’
브리즈가 보인 시범은 아무리 봐도 납득 불가였으나, 놀랍게도 엘프 쪽에선 반응이 있었다.
“흥, 그래도 인간치곤 조금 괜찮은 것 같군.”
혼잣말만 남기곤 휭 멀어져 가는 엘프.
“어떻습니까?”
뿌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묻는 브리즈.
‘미친놈…….’
하지만 지안트의 표정을 대체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브리즈는 환히 웃으며 그의 등을 밀었다.
“자, 그럼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 보죠. 어차피 지안트님의 호감도는 바닥! 실수하더라도 잃을 건 없습니다!!”
조금 묘한 격려를 받으며 나선 지안트의 표정엔 하기 싫은 티가 물씬 느껴졌다.
“표정은 상관없습니다! 엘프들은 저희를 똑바로 쳐다봐 주지 않거든요!!”
“……크윽!”
불현듯 터져 나온 눈물.
“괜찮아요, 괜찮아. 다 겪는 일입니다!”
브리즈는 따스하게 그를 쓰다듬어 주었다.
“끅……. 이, 이거 꼭 해야 하는 겁니까? 그냥 돌아가면 되잖아요…….”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저길 보십시오.”
브리즈가 가리키는 곳엔 재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