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10
209화
재호의 한 줄 평에 키노는 쿡쿡거리며 웃었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날 주는 거 아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느니라. 드래곤의 정수는 드래곤의 일생이 담긴 것. 오기크 그 똥강아지의 거친 성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수는 함부로 욕심을 내다간 크게 다칠 수도 있지. 그래서 네게 주는 것이야.”
“그 말이 그 말 아냐?”
“우리는 다음이 없지만 임모탈리언인 넌 상관이 없지 않느냐.”
“아, 뭐 그런 거라면…….”
죽어도 상관이 없는 자신은 정수의 단물만 쪽쪽 빨아 먹을 수도 있을 테니까.
“쯧… 아무튼 잘 쓸게.”
정수를 챙겨 넣은 재호.
“후훗. 알겠느니라. 그럼 우리는 이 불쾌한 장소에서 얼른 돌아가도록 하자꾸나.”
“예.”
파앗-
아무렇지도 않게 마법을 시전한 일장로는 키노와 함께 현장을 떠나 버렸다.
“다 챙겼어?”
재호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헤헤……. 드래곤본이라니…….”
답 대신 홀린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다키스트.
티나는 어디서 구한건지 모를 밧줄로 열심히 오기크의 이빨을 묶고 있었다.
“너 설마 그걸 목에 걸려고?”
“네!”
“…….”
드래곤 뼈로 만든 장식을 갖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해서 설마 했더니…….
“됐고 이리 줘. 그걸 지금 목걸이로 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나마 작은 이빨이라고 고른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재호의 몸통만 한 크기였다.
“드워프들한테 부탁해서 다듬어 달라고 할게. 그거 질질 끌고 어떻게 다니려고.”
“앗!”
재호는 안타까워 하는 티나에게서 목걸이(?)를 빼앗아 인벤토리로 넣었다.
“알시아님! 여기요.”
그리고 메이가 따로 빼 놓은 재호 분량도 챙겼고.
“그럼 우리도 돌아가자.”
별 문제 없이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재호.
하지만 난관은 아직 남아 있었다.
* * *
지상으로 다시 올라온 재호 일행.
“머릿수가 줄었군.”
기다리고 있던 오우거들이 말했다.
“두 명은 돌아갔어.”
“둘? 난쟁2! 둘째다!”
난쟁2를 바라보는 형제들의 표정은 영 어두워졌다.
“역시 둘째 형님 이상하지 않수?”
“좀 더 오우거 같은 게 영…….”
“…….”
그걸 보며 재호는 생각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데, 왜 형제들은 의심만 하는 것인지.
“그럼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이지?”
첫째 난쟁1의 물음.
“엘리시아 화원. 그런데 너희가 머물게 될 곳은 다른 곳이야. 엠베이 숲이라고. 거기 거인 하나가 살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
“거인족? 오! 거인족을 보는 건 오랜만이군.”
“먼 친척을 보게 되는 거요?”
거인 이야기에 오우거들도 기뻐하니 다행이었다.
불곰성을 포위하고 있던 라군 왕국 병력은 재호 일행을 막지 않았다.
이미 키노에게 홀린 바포 공작이 한바탕 난리를 친 탓이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눈에 담긴 적개심은 여전했으니.
‘나중에 한바탕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군.’
전럭협 쪽에 이야기를 해 라군 왕국 감시를 좀 해야 할 듯 싶었다.
혹여나 전쟁이 날 것 같다 싶으면…….
‘먼저 쳐야지.’
화원 근처에서 싸움을 일으킬 순 없었다.
“키, 키노 여왕님! 키노 여왕님은 어디 가셨느냐!! 아아……! 나의 여왕님!”
바포 공작의 불쾌한 외침을 뒤로하고 불곰국을 떠난 재호.
그런데 일행은 얼마 가지 못해 다시 멈춰야 했다.
그들을 가로막은 한 무리의 산적들 때문이었다.
“산적이 아니다!”
“우린 와띠스 도적단!”
“와! 띠스!”
“……?”
갑작스러운 퍼포먼스에 재호는 당황했다.
그리고…….
“산적이나 도적이나 비슷한 거 아냐?”
“무슨 소리!”
와띠스 도적단의 우두머리인 와띠스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도적은 자유롭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산적은 산이라는 지역적 한계에 스스로를 가둔 것! 해적 역시 마찬가지!”
“아… 그래…….”
뉴월드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컨셉종자들이 있다는 걸 경험한 재호는 적당히 대답하고 넘어갔다.
“그래서 궁극의 도적단이…….”
“와띠스 도적단이라고!”
다시 울컥하며 정정해 준 와띠스.
“그래 그래. 어쨌든 도적단이란 거잖아.”
절그럭
재호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도적단이 외딴 곳에서 앞을 막았으면 뻔하지 뭐. 조져!”
“……잠깐만.”
와띠스는 당황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선제공격은 언제나 자신들의 몫!
그것이 도적단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
“젠장! 우리도 조져… 가 아니라! 잠깐! 우린 대화를 하러 온 거다!!”
도적 부심에 잠시 본래 목적을 망각했던 와띠스가 정신을 차렸다.
“맞아 날붙이도 좋은 대화 수단이긴 해.”
“그게 아니라! 너 우리 몰라?!”
“응? 내가 어떻게 알아.”
재호는 와띠스에 대해서 몰랐다.
과거 보물 상자 운반 당시, 고블린 마차를 노린 이들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딱히 누구였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기억에 남은 건 직접 충돌한 골드투스가 전부.
“……젠장! 어쨌든 우린 거래를 원한다!”
“거래?”
“그간 우리는 드래곤 레이드의 전리품을 노리는 불곰 길드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다. 즉, 너희들이 쉽게 불곰 길드를 제압하고 나올 수 있었던 건 우리 덕도 일정 부분 있다는…….”
“조져.”
“?!”
대꾸할 가치도 없는 소리였다.
재호의 단호한 명령에 티나와 다키스트는 곧장 공격을 개시했다.
“정령화장! 이 놈들을 쓸어버리면 되는 거냐?!”
난쟁1의 물음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쟁2! 강하다!”
쾅쾅쾅-
가장 먼저 뛰어 나간 난쟁2.
“제, 젠장!! 우리도 싸워!! 버텨야 한다!”
촤좌좍-!!!
사방에서 쏘아지는 화살들!
미리 숨겨 놓은 궁수들의 공격이었다.
“이거 봐! 결국 산적단이잖아!”
“도적단이다!!! 몇 번이나 말해!!”
와띠스는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고 재호를 향해 마주 달려들며 소리쳤다.
“그리고 네가 선빵 쳤잖아!!”
“주변에 부하들 잔뜩 숨겨 놓은 놈이 할 말이야?!”
촤르르-
재호가 던진 모종삽이 와띠스의 팔을 묶었다.
“흥! 내 힘 스텟을 뭘로 보고!”
완력으로 재호의 사슬을 버티는 와띠스.
“어차피 그 괴물 NPC가 없는 한 너흰 우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다!”
콰악-
재호는 두 다리를 바닥에 단단히 고정한 채, 팔을 쭉 뻗었다.
“흡!”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회전.
회전력은 발목, 무릎, 허리를 타고 올라오며 더 증폭되었고, 사슬을 쥔 손까지 전해졌을 땐 몇 배나 강한 힘이 되었다.
콱!
“억?!”
힘에 요령까지 합쳐진 재호가 승리하는 건 당연한 일.
중심을 잃은 와띠스가 앞으로 기울여졌고 재호가 사슬을 당겼던 힘을 이용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이라고 외치지만 사실은 부츠의 스킬이 발동되었다.
쾅!!!
와띠스의 가슴을 제대로 때린 재호는 멀어지려는 그를 다시 사슬로 잡았다.
푝-
“으악!!!”
혼이 나갈 듯한 데미지!
방송으로만 보던 재호의 미친 데미지를 처음 경험해 본 와띠스는 질겁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으나 재호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으니.
이후 사기라고 해도 될 정도의 스킬인 이 시작되었다.
* * *
드래곤을 상대로도 버텼던 무식한 피지컬의 오우거들.
그런 녀석들이 일곱이나 있으니 어중간한 무력의 와띠스 도적단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대표 도적단으로 명성을 떨친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지난번, 보물 탈취 작전 때도 이중 삼중 함정을 놓았던 그들 아니던가.
-길마님! 이제 준비됐습니다!
-큭! 빨리 시작해!!
재호 일행이 생각보다 빨리 오는 바람에 미처 준비를 마치지 못했던 함정 하나.
그걸 위해 지금까지 버틴 것이었다.
푸슈우우우-
“음?”
주변을 뒤덮기 시작한 검은 안개.
[에 당했습니다.] [시야가 제한되며 움직임이 절반으로 둔화됩니다.]걸쭉한 안개가 주변으로 뭉쳐지더니 움직임이 느려진 게 확 느껴졌다.
“으하하!! 어떠냐! 우리가 아무린 준비도 안 하고 왔을 줄 알았어?”
기고만장한 와띠스의 외침이 어둠 너머에서 들려왔다.
“흑마법과 연금술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초강력 디버프 아이템이다. 구하는데도 아주 고생했지.”
“도적단이면서 돈은 많은 모양이야?”
“무려 드래곤의 사체야. 거기서 나오는 가치는 분명 어마어마할 테지. 이 정도 지출은 지불할 수 있어!”
안개 영향 밖에 선 와띠스와 다른 길드원들.
그들의 눈에는 재호 일행이 선명하게 보였다.
원한다면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상황.
“그러게 진작 거래를 받지 그랬어. 괜히 목숨 잃는 것보단 낫잖아.”
죽으면 드랍되는 아이템은 랜덤.
게다가 확률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건 사망 직전에 노출된 아이템들이었다.
하지만 와띠스와 같은 도적 계열은 그런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바로 시체의 인벤토리를 뒤져 랜덤하게 아이템을 챙길 수 있었으니까.
“자, 과연 언제 살려 달란 소리가 나올지 한번 볼……?”
그들이 여유 부리며 조롱하던 그때, 갑자기 재호가 뭔가를 꺼내더니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퐁-
꼴깍꼴깍-
“??”
그들이 마시는 건 포션.
“구와악! 붹! 뭐, 뭐야 이거!”
“우욱…….”
“어? 이거 맛있는데요. 더 주세요!”
티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헛구역질을 해댔으니.
맛이 없습니다.]
원정을 떠나기 전, 무기를 찾기 위해 들른 엠베이 숲에서 만들었던 발광종유화 원액!
‘단순히 시야만 방해되는 거면 괜찮지만 움직임까지 저해되면 곤란해.’
와띠스는 재호 일행이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덕분에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절반 가까이 느려진 건 컸기 때문에 발광종유화를 꺼낸 것이었다.
[*효과] [1. 어둠 속에서 모든 전투 능력치가 25% 증가합니다.] [2. : 발광종유화의 향기에 취한 상대가 6초간, 완벽한 암흑에 빠집니다. 암흑 빠진 상대는 모든 능력치가 12% 감소하며, 1번 효능이 적용됩니다.(재사용 대기시간 : 5분)]훨씬 가벼워진 몸놀림.
그리곤 와띠스 도적단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뭐, 뭐야?! 어떻게 우리 위치를 알고 있는 건데!!”
당황한 와띠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재호에게서 계속 느껴지던 데스 아로마가 아닌, 다른 종류의 진한 향기가 코를 찔렀고.
[발광종유화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에 취하였습니다.] [주변이 암흑으로 물듭니다.] [모든 능력치가 12% 감소합니다.]“이게 뭐야!!”
뜬금없는 알림에 당황한 와띠스.
그리고.
[상대의 시야가 어둠에 잠식되었습니다.] [에 당한 상대에 대한 당신의 전투 능력이 25% 증가합니다.]재호에게 반대의 알림이 떴다.
“가자!”
6초의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불리한 상대 입장에선 너무나 긴 시간.
그리고 철저히 불리한 입장인 건 와띠스 도적단이었다.
거기다 와띠스는 이미 도 착실히 쌓여 있었으니.
* * *
발광종유화의 등장으로 전투는 싱겁게 끝나 버렸다.
와띠스 도적단은 그 6초를 버티지 못했다.
또한 그들이 간과한 것 하나가 오우거들이었다.
어마어마한 거구인 그들은 처음부터 안개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뭘 하나 멀뚱멀뚱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자 마구 날뛰기 시작해 싹 밟아 버렸다.
“진짜 이해 안 되는데 말이야.”
문득 재호가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무작정 덤벼드는 애들이 끊이지 않는 거지?”
와띠스 도적단의 다중 함정과 철저한 준비를 ‘무작정’으로 폄하해 버린 재호.
“음… 방금 걔들은 무작정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다키스트가 그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네가 노려지는 거야 당연하지.”
현재 재호의 입지는 조금 기묘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레이드 보스.
지난 크로킹과의 전투를 치를 당시, 크로킹이 재호와의 싸움을 레이드라 칭한 탓에 그런 표현이 쓰이고 있었다.
“실제로 너한테 걸려 있는 것들도 너무 많고.”
위명은 물론, 지금까지 재호가 꿀꺽한 귀한 아이템들도 한가득.
“와……. 그러면 이번에 알시아 님이 받은 보석. 그거도 알려지면 노리는 사람 더 많아지겠네요?”
오기크의 정수는 그럴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뭐,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알려질 일도 없지.”
사용해 재호에게 흡수된 이후에나 죽여 얻을 수 있지, 그 전에는 딱히 의미가 없었다.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그리 말하고 지나간 자리.
스으-
완벽히 은신하고 있던 한 사람이 나타나 재호가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