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14
213화
스피단이 떠나고 난 뒤, 한참 소식이 없었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니까.’
아마 천계에서도 재호의 제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오가고 있으리라.
그래도 언젠가는 답이 올 수밖에 없었다.
체감이 크게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천과수는 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했으니.
잠시 그들에 대한 건 접어둔 채, 재호는 페르마 사막을 가로질렀다.
목적지는 엠베이 숲 접경 지역.
그곳에서 작업장을 만들어 고잉헬 호의 개조가 진행 중이었고, 마침내 오늘 완성이 되었단 소식을 받은 것이었다.
“기대가 되네요.”
함께 온 메이의 말.
메이는 지난번 드래곤 원정에서 돌아온 뒤, 드워프들에게 아이템 제작 맡긴 것을 찾을 겸 함께 온 참이었다.
“아! 저기 보이네요!”
지평선 너머로 보이기 시작한 고잉헬 호의 트레이드마크 심연 등불초 돛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주변에 설치된 다른 거대 구조물들.
자세히 보니 크레인이랍시고 설치해 놓은 것 같았고, 재호가 전혀 예상 못 한 초대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불안한데.”
“왜요?”
“저게 저 정도로 거창하게 진행될 작업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재호가 바란 건 간단했다.
그저 선체 아래에 튼튼한 바퀴 몇 개를 달아주는 것.
그리고 오우거들이 그걸 끄는 게 재호의 계획이었다.
“흠. 일단 외형상 크게 바뀐 건 없어 보이는…….”
은 착각이었다.
능선을 지나 고잉헬 호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에 서니 큰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
한참 침묵하다 뒤늦게 입을 연 메이.
“대단… 하네요. 아무리 봐도 퍼레이드용으로는… 안… 보이지만…….”
“…….”
한 번씩 체크하지 않은 재호의 실수였다.
기본 틀 자체는 그대로이긴 했다.
하지만 선체 아래에 달아 달라던 바퀴가 문제였다.
단순한 바퀴가 아닌, 무한궤도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사막이든 늪지대든, 거침없이 다니기에 좋긴 하겠지만, 미적인 감각이라곤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드워프의 센스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그들은 뛰어난 기술자들이지, 디자이너들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저희가 어떻게 치장하면 가리는 것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메이가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해 주었다.
“뭐… 그렇게 해 봐야지.”
사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따지고 보면 고잉헬 호를 오우거가 끄는 걸 고려한 시점부터 미적 감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도 했으니까.
“오! 드디어 왔군!”
현장에 있던 드렐리어를 비롯한 드워프들, 그리고 고블린들이 재호 일행을 맞이했다.
“잠깐. 고블린은 왜 여기 있는데?”
불안해진 재호.
“허허, 그들 또한 대단한 기술자들 아닌가? 이번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네.”
고블린들이 줄 수 있는 도움의 범주는 아주 좁았다.
“어디야? 폭탄 숨겨 놓은 거 있음 당장 말해.”
“끌끌, 폭탄이라니. 그런 건 없어.”
쉰들러가 말했다.
“대신 그대의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기적의 기계공학을 드워프들과 완성했지.”
“그게 더 불안한데…….”
“자자, 백날 떠들어 봐야 뭐하겠나? 이리로 와 보게!”
드렐리어와 쉰들러가 재호를 배 안으로 이끌었다.
끼이이-
선체 가운데에 생겨난 전에 없던 미세한 틈.
드렐리어가 뭔가를 조작하자 그 부분이 아래로 내려오며 선체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어냈다.
“아주 무서운 배야. 강제로 변형을 가하면 금방 원래의 형태로 복구되는 탓에 작업이 어려웠지만, 일정 시간 유지를 시키면 형태가 고정되고 흡수하는 것 같더군.”
과연 저주받은 배.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체 아래로 올라서자마자 보인 어처구니없는 풍경.
“……이게 뭐야?”
선체에 달린 무한궤도가 단순히 배 아래를 받치고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그 무한궤도와 연결된 온갖 복잡한 장치들!
“이, 이게 다 뭐야?!”
재호가 경악해 소리치자 드렐리어와 쉰들러가 흐뭇한 표정으로 설명해 주었다.
“고블린표 증기 기관이지. 이곳에서 석탄을 태워 만들어낸 동력으로 바깥의 바퀴를 움직이는 거네.”
무한궤도라는 명칭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이기에 똑같은 바퀴로 취급하는 그들.
“우리는 며칠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 어떤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커다란 걸 지탱하려면 바퀴 몇 개를 붙인다고 해서 될 것이 아니거늘.”
“그렇다고 무작정 바퀴를 많이 붙여 봐야 이 거대한 배를 짊어지곤 금방 망가질 테지. 매번 그 커다란 덩치 놈들을 끌고 다니는 것도 흉물스럽고.”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것!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잘도 무한궤도를 만들어냈군.’
뉴월드 내에서 일어난 기술의 진보에 재호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지. 따지고 보면 기계 공학이란 분야가 있는 것 자체부터 이상한 세계잖아?’
게임에서 이것저것 현실성을 따져 봐야 무엇하리.
“그러니까 오우거 없이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단 거지?”
“그렇네! 게다가 항해 역시 가능하지. 이 괴물은 자가 수복을 하려는 성질이 있지 않은가? 스스로 진화를 받아들인 이상, 이 바퀴들 역시 자신의 일부분이라 인식하고 있지.”
“그러면 바퀴만 했어도 되는…… 아니다, 아냐.”
재호는 말을 참았다.
어차피 대륙 원정을 다니기엔 바퀴보다 무한궤도가 훨씬 유리한 건 사실이니.
당장 이 페르마 사막만 하더라도 바퀴로 움직이겐 무리가 있었다.
“후후, 만족하니 다행이군.”
“끌끌, 역시 이곳으로 오길 잘 한 것 같아. 아주 재밌는 일들의 연속이야.”
드렐리어와 쉰들러의 만족스러운 후기에 재호는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이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았다.
* * *
뉴 고잉헬 호의 구경을 마친 재호 일행.
그 뒤 드렐리어를 따라 엠베이 숲 대장간으로 향했다.
“자네들의 물건은 다 완성되었어. 드래곤의 뼈… 드래곤본이라니! 내 살아생전에 드래곤본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나도 드래곤이랑 싸우게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어.”
그리고 받은 전해 받은 완성 아이템들.
새로운 아이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재호는 따로 제작 의뢰를 하지 않았다.
메이와 티나의 물건만 찾으러 온 것.
“일단 여기 메이 자네가 맡긴 것.”
재호는 메이가 어떤 의뢰를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받아든 걸 보니…….
“허허, 드래곤본으로 이런 걸 만들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드렐리어가 그런 말을 하는 게 백번 이해가 되었다.
메이가 제작 의뢰한 건 다름 아닌 모종삽이나 호미, 가위 등등, 화원을 관리하기 위한 연장들이었다.
“와! 고마워요.”
메이는 그것들을 확인하곤 만족스럽게 웃었다.
“너도 무기 같은 거라도 만들지 그랬어?”
“하하, 무기는 어차피 제가 쓸 일이 없는데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메이가 무기를 휘두른 건 재호와 처음 럭시 숲에서 빠져나올 때가 끝이었다.
엘리시아 화원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곤 전혀 그럴 일이 없었던 것이다.
마계를 가거나 드래곤 레이드에서조차 그녀는 단 한 번의 공격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아무도 가지지 못한 어마어마한 업적은 챙겼으니…….
그래서 실용성을 택한 것이었다.
화원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금방 장비가 상하기 일쑤인 메이.
인간 거주 구역의 상인들이 파는 기성품은 썩 품질이 좋지 않았고, 드워프들에게 의뢰하려 해도 시시하다고 받아 주지도 않았다.
그나마 재료로 드래곤의 뼈 정도 가져가서 그들이 받아준 것이지.
“이제 저도 템빨 좀 받을 수 있겠네요.”
“뭐… 축하해.”
흡족해하는 메이에게서 고개를 돌린 재호는 잘 가공된 드래곤 이빨 목걸이를 걸고 킥킥거리는 티나를 바라봤다.
‘참나, 그 양반들 표정 참 가관이었지.’
티나가 정말로 드래곤을 잡고 돌아온 날, 그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경악했다.
그 반응을 보곤 역시나 그들이 티나에게 한 소리는 허풍이란 확신을 가졌고.
‘이미 그 양반들이 가진 드래곤본 장신구들이 변색에 오염까지 된 걸 보면 뻔한 일이지만.’
어쨌든 만족한 두 사람과 함께 재호는 다시 엠베이 숲을 나서 고잉헬 호로 돌아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트오세 영지로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배를 움직일 일꾼들이 있어야겠네.”
무한궤도 장치를 구동시키기 위한 인력.
재호는 고잉헬 호와 함께 승계된 선원들을 불렀다.
* * *
“후……. 드디어 오늘이군.”
불곰 길드의 대표 탱커 중 한 명인 버팔로.
그는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크게 심호흡했다.
잔뜩 긴장한 모습…….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바로 플레이어들에게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대륙의 최강 제국, 미드스트 제국의 본성 안으로 들어가는 날이었으니까.
고작 본성에 들어가는 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손에 꼽히는 극소수의 플레이어들만이 경험해 본 신비의 영역이었다.
그나마 많이 알려진 곳은 엘리시아 화원의 명물로도 유명한 밀키웨이 정원.
“멀리서 본 밀키웨이 정원은 확실히 엘리시아 화원 쪽이 더 멋지긴 했지. 재수 없게…….”
먼발치에서나 보았던 제국의 밀키웨이 정원.
하지만 이번에 버팔로의 목적지는 다른 곳이었다.
바로 황실 기사단.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국 퀘스트로, 황실의 호위 기사가 되는 게 목표였다.
게다가 그는 불곰국이 황재호에게 초토화된 이후 길드도 탈퇴해 버려 타이밍도 적절했으니…….
“이거만 넘어서면… 그간 내가 본 손해도 극복이… 크흑…….”
북받쳐 오른 감정에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 버팔로.
스으-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캡슐에 누워 뉴월드로 접속했고…….
[출항 집합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집합 제한 시간 만료되어 강제 소환됩니다.]“??”
파앗-
순식간에 뒤바뀐 장소.
기사들의 땀 냄새가 나던 장소였는데…….
갑자기 아찔할 정도로 진한 꽃향기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버팔로에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익숙한 향기였으니.
“커헉! 데, 데스 아로마!!!”
본능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그의 어깨를 누군가 턱 짚었다.
“으응?”
엘리시아 화원에서 헤어진 뒤, 본 적 없는 전 동료들의 얼굴들이 보였다.
“오랜만이야, 버팔로.”
“너도 왔구나?”
“일단 이 삽부터 받아.”
절망적인 환영 인사.
“으… 으으… 으아아아악!!!!”
그는 목이 찢어져라 울부짖었다.
푸른산호 섬에서 재호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 이 노예 신세에서 벗어난 다른 이들…….
잘 보이겠다고 자살 공격도 했던 자신이 왜 마음을 바꿔 배신을 한 것인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후회가 되었다.
* * *
무한궤도를 가리기 위한 재호의 노력 끝에, 고잉헬 호는 제법 그럴듯한 퍼레이드카 형태가 되었다.
“음……. 돈 무지 많은 졸부가 만든 상여 같기도 한데요?”
솔직한 메이의 평가는 귀를 막아 차단했고.
고잉헬 호 안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꽃들로 채워 넣었고, 축제 현장에서 작업을 할 이들도 승선했다.
“저도 마음 같아선 꼭 가고 싶지만 남을게요.”
하지만 메이는 함께 나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출발부터 돌아오기까지의 일정을 모두 감당하기엔 화원이 걱정된 탓이었다.
“어차피 일 있으면 부르면 되니까요.”
그렇게 아쉬움을 삼키고 화원으로 돌아간 메이.
그 뒷모습을 본 재호는 하루라도 빨리 새로 뽑은 직원들을 키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메이도 좀 더 자신의 게임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자, 그럼 출항!”
재호의 명령과 함께…….
팍- 촤아-! 팍- 촤아-!
갑판 아래 최하층에선 전신에 검댕이를 바른 선원들이 삽질을 시작했다.
“크흑……. 어쩌다 이 꼴이…….”
“망할! 버팔로 말을 듣지만 않았더라면…….”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너희들한테 무슨 말을 했다고!!”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재호가 관용을 베풀어주지 않는 이상, 그들이 이 지옥을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아, 다른 방법이 하나 있긴 했다.
선상 반란!
하지만 드래곤까지 잡고 온 재호를 누가 건드릴까?
게다가 이 배의 다른 선원으론 수많은 엘프들도 있었으니…….
영원한 노예 신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