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18
217화
“협…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골드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동시에 머릿속으론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렸고.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곳에서 잡혀 제국에 넘겨지는 것보다 재호의 제안을 받는 게 옳은 선택이긴 했다.
‘하지만 알시아가 저런 소리를 한다는 건… 역시 뭔가 아쉬운 게 있다는 뜻.’
보나마나 보물 상자일 테고.
‘좀 더 밀당을 해 볼까?’
급하다고 덜컥 물어 버기리기엔 재호를 쉽게 신뢰할 수 없었다.
“너무 대놓고 머리 굴리는 거 아냐?”
“그야 당연히 굴려야 하지 않겠어? 목에 칼을 들이민 채로 제안하는 조건이 나한테 좋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너 역시 날 그대로 보내기 아쉬우니 그런 걸 테고.”
“아니, 좀 더 일이 쉬워지냐 어려워지냐의 차이일 뿐이야. 네가 원하지 않으면 계속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
재호의 단호한 말에 골드투스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따지고 보면 서로 마냥 믿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뭘 믿고 자신과 협력하겠단 것인가.
“일단 듣고 결정해.”
“……뭔데?”
“네가 가져간 상자. 그거 보물 아냐.”
“……응?”
불쑥 나온 충격적인 이야기에 골드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푸…푸훗.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으라고?”
“믿고 자시고는 당장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 말을 해 줄 수가 없고. 근데 상자를 내가 쓸 일이 있어서 그런데 돌려받았으면 싶거든.”
“……너무 뻔뻔하게 요구하는 거 아냐? 듣고 보니 애초에 협조도 아니라 협박이잖아.”
“그럼 뭐 협박이라 하자. 근데 내가 한 말은 사실이야. 그 안에 들은 거 폭탄이야.”
“웃기는 소리.”
“어차피 그 상자 열지도 못해서 내용물 정확히 모르잖아. 안 그래?”
“…….”
“그래서 제안하려고 하는데, 내가 연락할 때 맞춰 그 상자를 가져와 주기만 하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골드투스 입장에선 그냥 날로 꿀꺽하겠단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내가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했으면 진작 난리를 치지 않았겠어? 하지만 전에 따로 만났을 때도 그냥 보내줬잖아. 안 죽이고.”
“야! 그런 식으로 날조하지 마! 싸워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라고!”
골드투스가 억울해 하며 소리쳤으나 재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액스페이스 본거지를 확인하게 되면 터뜨려서 날려 버리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됐어.”
제국이 알아서 조져준다고 하니까.
“그리고 이거.”
딸깍 딸깍
수상쩍게 생긴 스위치를 꺼내 버튼을 눌러대는 재호.
“이게 그 스위치야. 근처에 있으면 당장 터졌겠지만, 반응이 없는 걸 보면 다른 곳에 숨겨 뒀겠지.”
‘뻥카다… 분명 뻥카야…….’
그렇게 되뇌지만 이미 골드투스의 시선은 흔들리고 있었으니.
뒤늦게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보물 상자 탈취 작전 당시, 그걸 노린 수많은 녀석들.
괴물 같은 마차에 넣고 철저한 보안 장치까지 해 놓고 지키더니, 결국엔 폭발 엔딩이었다.
심지어 그만한 폭발이 일어난 뒤에도 재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너무 빠르게 자리를 떠나서 그렇다고 생각하려 해도…….
‘왜 그 직전 싸움이 끝나고서도 곧장 쫓아오지 않았던 거지?’
한번 생기기 시작한 의심은 스스로 생명을 품고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자.”
휙-
그때, 재호가 웬 열쇠 뭉치를 골드투스에게 던졌다.
“그게 상자 열쇠야.”
“?!”
“3, 2, 5, 1, 4. 열쇠에 적힌 순서대로 자물쇠에 넣고 돌리면 잠금이 해제되지. 네가 한번 직접 확인해 봐.”
“……진짜로 폭탄이라고?”
흔들리던 골드투스의 마음에 이젠 폭풍이 몰아쳤다.
‘이때까지… 나 뭐 한 거야……?’
그런 억울함이 차올랐으니.
“어때? 이 정도면 충분히 거래해 볼만하지 않아?”
당장 살아남고, 액스페이스 본거지가 통째로 날아갈 걱정도 없고.
“너… 이게 정말 사실이라고 해도 내가 어떻게 믿으란 거야? 이미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거짓말에 당했는데!”
“도둑놈이 피해자한테 훔쳐간 물건이 싸구려라고 화내는 꼴이네.”
재호의 어처구니없단 말에 티나는 물론, 버팔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어때? 네 입장에선 나쁘지 않잖아? 액스페이스 본거지에서 터질 걱정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너한테는 다행인 일인데. 그리고 내가 원할 때, 그걸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고.”
“…….”
골드투스는 그 열쇠 뭉치를 인벤토리로 챙겨 넣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재호는 잊고 있었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뭔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헤라는 왜 노렸지?”
“그건 말 못 해. 영업 비밀이야.”
“어허……. 여기까지 합의가 됐는데 그거 하나 말 못 해줘?”
“알시아님! 조질까요?!”
휙- 휙-
드래곤 이빨 목걸이를 들어올린 티나가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그냥 네가 하는 모든 일에 훼방을 놓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어.”
“뭐?”
그 무슨 지독하고 악의적인 의뢰란 말인가.
‘안티 짓인가?’
그런 의심에 재호가 물었다.
“액스페이스 작업 의뢰비 저렴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야?”
“돈만 주면 뭐든 다 한다고 해서 그게 푼돈이란 소린 아냐.”
그렇다면 평범한 안티는 아닌, 돈 좀 있는 이란 소리.
“흠, 내가 하는 것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 정도로 미워하는 돈 많은 사람이 누가 있…….”
스윽-
그러면서 재호의 눈길이 향한 건 버팔로.
“……뭐? 나 아냐! 이중인격도 아니고 의뢰를 해 놓고 이 짓거리를 하는 게 말이 되냐?!”
“왜 그래? 그냥 쳐다만 본 거야.”
“거짓말 마! 네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고!”
그건 원래 그랬다.
“뭐, 널 의심한 건 아니고, 그런 짓을 한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불곰이니까.”
그 다음은 피스앤러브, 그 담은 트리플체인, 그리고 다음은…….
생각해 보니 제법 광범위한 안티들이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더 이상은 안 돼! 나도 영업 수칙상,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해!”
의뢰자를 공개하는 순간, 자신은 물론 액스페이스의 신뢰도는 추락하는 일.
아무리 재호와 잠깐 동맹을 하더라도 그럴 순 없었다.
“알았어. 그건 그렇다고 치고.”
재호는 골드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해 보자고.”
“……쯧.”
영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방법이 없었으니.
텁-
골드투스는 재호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꾸욱-
“윽?”
놓아주지 않는 재호.
“만약 뒤통수치면…… 내가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액스페이스와 전면전을 할 거니까.”
“…….”
절대 빈말이 아니란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 * *
재호의 선원으로 변장을 한 골드투스와 다른 조직원들.
워낙 특이하고 거대한 배인 탓에 몇 명의 선원이 있는지 애초에 알 려지지 않았고, 재호를 향한 신뢰 탓에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그런 이유로 갑자기 모르던 사람이 나타나도 그들은 딱히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골드투스님.”
검댕이를 묻힌 채 석탄 사이에 쪼그려 있던 조직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저희 의뢰 내용은 알시아를 방해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왜?”
“이렇게 도움을 받아 숨어있는 걸… 제국 쪽에 자수하면 그것만큼 알시아를 엿 먹이는 건 없지 않습니까.”
“……와- 천재구나? 대단해-”
“하하, 제가 좀…….”
“뒤질래?”
“예?”
“자살하고 싶다고? 제국한테 자수하면 걔들이 봐준대?”
“어…….”
“걍 입 다물고 처박혀 있어. 괜히 까불다 죄다 지옥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으면.”
“예…….”
참신하고 끔찍한 아이디어로 동료를 다 죽일 뻔한 녀석을 구석으로 치워 버린 골드투스.
‘후- 어쩌다 이 꼴이…….’
연신 배를 들락날락하며 꽃을 나르는 재호나 엘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대체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저게 재밌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곧 주제넘은 호기심이란 걸 깨달았다.
용도 잡고 전쟁도 하고 왕국 하나도 날려 버리고 대악마도 잡고 마계도 갔다 오고…….
보통 플레이어들이라면 단 하나만 경험해 보기에도 부족한 초대형 이벤트들을 재호는 게임 시작한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모두 겪었다.
‘꽃집을 하면서 잘도 그런 것까지 하는군.’
문득, 세상은 왠지 불공평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자자, 뭣들 하는 거야?! 빨리 일해!”
그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갑판장 버팔로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니. 확실히 불공평하군.’
저런 머저리도 랭커가 된 걸 보면.
* * *
액스페이스는 잡히지 않은 채, 소득 없는 수색 작업은 서서히 소강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호의 축제 준비는 한참 불이 붙었으니, 트오세 영지의 풍경은 이전과 180도 바뀌어 있었다.
영주 저택 주변의 로터리를 중심으로 이어진 커다란 중앙 대로들.
그곳엔 각기 다른 컨셉의 컬러로 꾸며진 꽃길이 만들어졌고, 처음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령들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엘리시아 화원이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
영지민들은 이 꿈 같은 풍경에 신기해했고, 개중에 제법 재능이 있는 이들은 정령과 사소한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이 아름다운 꽃밭 속에서 웃음이 마르지 않는 영지민들.
그런 모습들을 헤라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제가 꿈꾸던 그대로에요.”
축제를 기획하며 그렸던 영지의 모습.
“모두 알시아 폐하 덕분이에요. 이 이후에도 계속 이런 풍경이 유지되면 좋을 텐데…….”
진한 아쉬움.
“헤라 씨가 하면 되잖아요?”
“네?”
재호의 말에 눈이 동그래진 헤라.
“제, 제가요?”
“충분히 가능해요.”
재호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바로 정령들이었다.
현재 헤라 주변에는 제법 많은 수의 꽃의 정령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건 즉, 꽃과의 교감 능력 자체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뜻.
그건 기술적인 노력을 통해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이런 단시간 내에는 더더욱.
헤라는 타고났다고 해도 될 정도였고, 재호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더욱 성장했다.
그리고 때마침 헤라가 다듬고 있던 화분에서 은은한 빛이 터져 나오더니…….
[감동과 기쁨의 화분] [등급 : 전설]마침내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화아아-
진한 향기가 퍼져 나가자 정령들이 팔랑거리며 화분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곤 까르르 웃으며 빙빙 날아다니니, 헤라도 자신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를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퀘스트 완료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아직 보상을 받지 않아 완료되진 않은 퀘스트.
하지만 보상은 모르는 상태.
“……알시아 폐하.”
자신이 만든 화분에 감격해 한참 내려다보던 헤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며칠간, 폐하를 도와 일을 하면서 봤었어요. 폐하의 제자들이 특별한 도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맞아요. 저와 메이가 만든 꽃 도감이 있어요.”
재호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건 알시아 님의 제자가 되어야만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녀의 눈에선 타오르는 열정이 보였으니.
[퀘스트 보상 내용이 갱신되었습니다.]그 순간, 새로운 알림이 떴다.
[보상 : 엘리시아 화원 트오세 지점 개업]“?!”
예상 못한 새로운 방향성.
체인점!
어쩌면 이런 쪽으로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 본 적 있었지만…….
‘퀘스트 보상으로 제안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
좋은 기회였다.
재호가 그토록 바라던, 좀 정상적인(?) 꽃집이 되기 위한 초석이 될 줄……!
“흠흠, 헤라 씨는 제 제자가 되기엔 늦었어요.”
재호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크게 실망한 표정.
[호감도가 하락…….]“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광속으로 떨어지는 호감도에 재호가 허겁지겁 말을 붙였다.
“이미 헤라 씨는 배울 것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다양한 꽃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점이야 있겠지만, 그건 제 도감을 통해 보완이 되겠죠.”
“예? 그렇다면…….”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도감을 공유해 드리죠. 단, 도감을 받은 모두에게 말했지만, 이건 그 어떠한 이유로도 외부에 유출되어선 안 됩니다.”
“무, 물론이에요!”
[헤라 포드와의 호감도가 최대치로 고정됩니다.]심한 널뛰기에 문득 헤라의 정신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정령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 순수의 결정체 같은 녀석들은 절대 또라이와는 교감을 하지 않…….
-?
-??
꼰대와 징징이가 동시에 재호를 쳐다봤다.
“?”
‘왜?’란 재호의 표정.
둘은 ‘너요, 너.’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흠흠, 그리고.”
재호는 슬쩍 본론을 꺼냈다.
보상 목록에 뜨긴 했지만 헤라 입에서 직접 나온 건 아니었으니.
“혹시… 꽃집을 해 볼 생각 없어요?”
“예? 꽃집이요?”
백작 부인에게 하는 제안이라기엔 좀 무리수이긴 했지만, 퀘스트로 뜬 걸 보면 가능서은 충분했다.
“네. 엘리시아 화원 트오세 지점으로…….”
“헉?!!!”
소스라치게 놀란 헤라는 급기야 눈물까지 글썽였다.
“여, 영광이에요!!”
‘음? 그 정도까지?’
순수하게 꽃을 사랑했던 헤라 입장에선 재호는 꽃의 대부와 다름없었다.
그런 존재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감격하는 게 당연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그렇게 엘리시아 화원 2호점 계약이 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