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20
219화
처음엔 권력가들과의 인맥을 위해 참가했던 수많은 귀족들도 하루가 지나자, 축제를 순수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권력만을 바라보고 있기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꿈같은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어우러져 즐기는 사이, 재호는 또다시 젠트르노 황자와의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이번엔 그 말고도 슈티물 왕국의 톰슨 국왕도 함께 있었다.
그 역시 젠트르노와 한 배를 타기로 한 상태.
젠트르노를 황제로 만들기 위한 팀이었고, 그곳에 톰슨 국왕도 끼어든 것이었다.
물론 재호와는 입장이 조금 달랐다.
톰슨은 사실상 거부권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
말도 안 되는 조건의 조공을 바치거나, 아니면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모험을 하거나.
만약 젠트르노 혼자 그런 제안을 했다면 그는 좀 더 오랜 시간 고민이 되었을 터.
그러나…….
스으-
톰슨의 시선이 슬그머니 재호를 향했다.
‘알시아 왕…….’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괴물 같은 존재.
임모탈리언들이 대륙의 평범한 인간들보다 여러 방면으로 뛰어난 성장 속도를 보이긴 한다지만, 재호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톰슨 역시 대륙 판세를 읽는 눈을 가진 이로서, 재호의 위세가 제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거슬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이와 젠트르노가 협력하기로 했다면…….
‘충분히 함께해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가 한 판단의 근거는 그러했다.
“두 분 모두 날 이해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오늘의 결실만으로도 제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젠트르노는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모자랍니다. 황실 내에서의 제 기반은 너무나 약하기에, 외부의 지지를 더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젠트르노는 제국의 외교 핑계로 바깥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았으니, 앞으론 본격적으로 바빠질 터였다.
“그러니 묵묵히 기다려 주십시오. 기회는 누구도 예상 못 한 순간에 갑자기 다가올 테니…….”
찰랑-
잔을 들어 가볍게 흔든 젠트르노가 두 사람을 향해 싱긋 눈웃음을 지었다.
“잘 부탁합니다.”
* * *
축제는 화려하게 막이 내렸고, 젠트르노 황자와 톰슨 국왕도 트오세 영지를 떠났다.
그제야 포드 백작 부부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재호.
“너무 정신없는 일주일이었네요.”
재호의 말에 두 사람은 힘없이 웃었다.
“하하……. 그렇습니다. 갑자기 미드스트 제국 황자님이라니…….”
사실 고생한 건 키이프 백작 한 명이었다.
헤라는 재호를 따라 축제 준비를 하느라 그들을 상대할 일이 전혀 없었으니.
“그나저나…… 꽃집 말입니다.”
키이프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말 괜찮은 겁니까?”
“예? 괜찮냐뇨?”
재호가 이해 못하고 다시 묻자 키이프는 헤라를 돌아보았다.
“혹여나 폐하의 명성에 누를 끼칠까 걱정이 되어서 말입니다.”
“…….”
그 말에 헤라는 아무 대꾸도 못 했다.
사실 그녀 역시 정말로 자신이 엘리시아 화원 2호점을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으니까.
‘그 이전에 귀족이 꽃집을 해도 상관없는지가 의문인데.’
어쨌든 그런 문제라면 재호가 격려를 해 주면 될 일이었다.
스으-
재호가 내민 한 권의 책.
“음?”
고개를 갸웃한 키이프와 달리.
“헉! 서, 설마 이건……!”
헤라는 입을 틀어막으며 몸을 떨었다.
“진지한 마음가짐만 있다면, 나머지는 이 도감이 헤라 씨를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덜덜덜-
심하게 떠는 손으로 도감을 받아든 헤라가 천천히 첫 페이지를 펼쳤다.
사락- 사락-
목차부터 천천히 읽으며 넘어가는 헤라.
“대, 대단해요! 정말 꽃들에 이런 효과가 있는 건가요?”
“그렇긴 한데 도감만 보고 작업한다고 해서 무조건 효과가 있진 않을 거예요.”
관찰 진행률이 100%라고 해서 그 꽃을 100% 다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필요한 여러 꽃들의 모종이나 하우스 설비 등, 준비할 게 많아요. 본격적으로 화원을 운영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물론이에요! 각오하고 있었던 걸요.”
헤라는 도감을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
“열심히 해서 엘리시아 화원의 명성을 깎는 일이 없도록 할게요!”
헤라의 각오에 재호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 *
축제가 끝난 뒤, 영지 내에 설치된 모든 작품들을 회수한 뒤 재호는 배에 올랐다.
‘성공적이군.’
한마디로 축제는 대박을 쳤다.
감동을 받은 많은 귀족들이 재호에게 문의를 해 온 것이었다.
‘보상으로 500만 골드도 두둑히 받았고 체인점도 하나 생겼으니……. 앞으론 더 바빠지겠군.’
홍보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역시 젠트르노 황자였다.
그를 보기 위해 온 수많은 귀족들이 자연스레 축제에 녹아들었으니.
‘역시 괜찮은 것 같아.’
재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젠트르노와 손을 잡으면 자신의 꽃집 홍보는 대륙 전체에 이루어지리라!
치이이-
거대한 배가 서서히 움직이며 트오세 영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선원들은 다시 소집한 상태였고, 돌아온 그들은 갑자기 숫자가 늘어난 머릿수에 당황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골드투스는 상당히 유명인사였으니.
어느 정도 트오세 영지에서 멀어진 뒤, 재호는 골드투스를 따로 불렀다.
“약속은 했으니까.”
재호의 말에 골드투스는 믿지 못하겠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정말로… 놓아주는 거냐?”
“굳이 그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하겠어. 그리고 수배령도 일단은 중단해 놨어.”
“뭐?”
그건 골드투스도 알고 있었다.
며칠 전, 갑자기 시스템 알림을 통해 수배령이 일시 중단 되었다는 게 뜬 것이다.
“설마… 그걸 네가 했다고?”
“당연하지.”
“마, 말도 안 돼!!! 제국 수배령을 네가 어떻게!”
믿을 수 없단 듯 소리쳤으나, 사실이었다.
재호는 젠트르노 황자와 동맹을 맺은 뒤, 사담을 나누던 중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 하나를 들었었다.
“알시아 왕. 당신이 액스페이스를 비호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바로 재호가 골드투스를 따로 만났고, 그들을 배에 숨겨주고 있단 걸 그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해합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런 영리한 방법을 쓸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군주. 내가 당신을 좋게 보는 것 중 하나도 바로 그런 점이지요.”
그런 그릇된 오해를 남기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재호는 확실히 골드투스를 쥐고 흔들 만한 카드를 손에 넣게 되었다.
“여차하면 다시 수배령을 요청할 수 있으니까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고.”
“…….”
이런 협박도 가능해졌으니까.
‘뻥카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골드투스를 압박하기엔 충분했다.
“일단 알긴 알겠는데… 네가 때맞춰 칼같이 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잖아.”
어쩌다 대륙 멀리 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어려운 일.
“아무리 그래도 그 무거운 상자를 인벤에 넣고 네 근처에만 어슬렁거릴 순 없어.”
“아, 그것도 내가 생각해 놓은 게 있어.”
[고잉헬 호가 계약을 걸어옵니다.]“?”
웬 계약?
“이 배의 선원이 되는 계약이야.”
“…싫어! 노예잖아.”
재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은 골드투스가 꽥 소리 질렀다.
골드투스는 똑똑히 보았었다.
제 잘난 맛에 살던 불곰 길드 랭커들이 재호에게 설설 기는 모습을.
그리고 재호의 집합 명령에 강제로 소환당하는 처참한 꼴을…….
한 녀석은 뭔 짓을 하고 있었는지, 팔을 앞으로 한 채 입술을 쭉 내밀고 나타나기도 했었다.
“걱정 마. 넌 안 부를게. 어차피 다른 녀석들도 평소엔 자기 볼일 다 보고 다닌다고.”
“자기 의사 결정권이 사라지잖아! 네가 오라면 닥치고 올 수밖에 없는 개 같은 처지를 내 스스로 선택하라고?!”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런 걸 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면 뭐, 우리의 거래는 여기까지인 거지. 티나! 배 돌리자! 황자 쫓아서 제국으로.”
“넵! 갑판! 배 돌려!”
선장실을 벌컥 열고 외치는 티나.
“젠장! 끝까지 불러 달라고! 갑판이 아니라 갑판장이라고 갑판장!”
버팔로의 반발에 티나는 눈을 뾰족하게 떴다.
“너 따위는 ‘장’을 달 수 없어.”
매몰찬 티나의 말에 버팔로는 대꾸하지 못했다.
이미 반복된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이 이상 반발하면 얻어맞는단 걸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
신속하게 회전하기 시작한 고잉헬 호.
“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한다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골드투스는 계약을 맺었다.
[가 고잉헬 호의 선원이 되었습니다.]그 슬픈 알림과 함께, 골드투스는 액스페이스를 이끌고 배를 떠났다.
“하하, 뭐가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잘 됐군요!”
눈치 없는 액스페이스 조직원의 말.
“알시아도 액스페이스와 완전히 척을 지고 싶진 않단 거겠… 컥!”
“왜, 왜 그러십니까!!”
골드투스가 어떤 희생을 했는지 모르는 그들의 헛소리에, 결국은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 * *
그래도 뱃일(?) 좀 했다고 제법 익숙해진 불곰 선원들.
거침없이 대륙을 항해하던 중, 고잉헬 호 갑판으로 갑자기 눈부신 빛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헉?! 뭐야!”
티나에게 ‘장’을 빼앗긴 갑판 버팔로는 깜짝 놀라 무기를 빼들었다.
이젠 자신도 모르게 배를 지키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재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참……. 현실도 게임만큼 쉬웠으면 좋겠다.’
어쨌든, 재호는 이 기이한 현상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왜냐면 이미 이런 걸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살금- 살금-
이번엔 구르지 않겠다는 듯, 조심스럽게 빛의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천사 스피단.
“?!!”
직감적으로 상대의 정체를 알아챈 버팔로가 입을 쩍 벌렸다.
“황재호 이 미친 샊…… 꺽!”
천사까지 알고 지내는 재호에게 거친 감탄사를 토하려던 버팔로는 티나의 몽둥이에 입이 틀어막혔다.
“……대체 이게 다 무엇입니까?”
딴죽을 걸기엔 이상한 게 너무 많아 함축적으로 질문한 스피단.
“뭐긴. 내 배야.”
“…천계의 배도 육지로는 다니지 않습니다만.”
“그래? 생각보다 시시한 곳이네.”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한 소리는 아닙니다.”
미간을 구긴 스피단은 갑판 위로 내려섰다.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천계의 대회의의 결과를 전해 드리러 왔습니다.”
“꽤 의견이 분분했던 모양이야. 이렇게 오래 걸린 걸 보면.”
“아뇨. 대회의는 금방 종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내려오기까지 이만큼 시간이 걸린 이유는?
“당신이 고문을 한 탓에 몸을 회복하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음?”
고작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한참이나 걸렸다고?
“너 엄청 허약하구나.”
울컥-
욕을 실컷 퍼붓고 싶었지만 천사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스피단은 간신히 참았다.
“어쨌든 대회의 결과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파앗-
두루마리 하나를 펼친 스피단이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천계 퀘스트*] [천계 대회의에서는 당신의 요청에 대한 답으로, 스노우와의 면담을 허락하였습니다.단, 면회는 당신이 확실히 천과수 재 번성에 성공한 뒤, 천계의 천뇌옥에서만 가능합니다.] [성공 조건 : 천과수 번성(1/100)] [보상 : 스노우 면회]
성공 조건이 야박한 건 여전했으나, 그래도 보상이 훨씬 직접적으로 바뀌었다.
‘뭐, 말로 때우나 스노우 한번 보여주는 거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결국 자신들이 손해 보는 건 없는 게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런 괘씸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어차피 천과수 번성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다른 퀘스트들이 많았다.
천계 퀘스트는 보너스 보상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별로 거슬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용케 허락해 줬네? 고문까지… 아니, 운동하고 온 널 보고 천계가 화낼 줄 알았는데.”
“…….”
스피단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울며불며 이야기해도… 대천사나 천사장들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는 걸.
“음? 그건 고문이 아니라 운동이지 않느냐?”
“겨우 그걸로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냐?”
“요즘 젊은 천사들은… 쯧쯧. 나 때는 말이야- 악마 발냄새에…….”
등등의 소리만 들었으니.
아무도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당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충격과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몸살에 앓아누웠다 이제야 회복해 다시 내려온 참이었다.
“아무튼… 뿌득… 그렇습니다… 으드득…….”
스피단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 잠시만! 천계는 그럼 어떻게 가는데? 천과수 100그루를 다 심으면 데리러 오는 건가?”
“아닙니다. 인간은 천사들과 달리, 정식으로 차원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차원문? 그게 어딘데?”
“…….”
후다다닥-
“?!”
갑자기 냅다 빛의 계단을 밟고 도망가 버리는 스피단!
난데없는 행동에 재호는 의아해 했으나… 잠시 후, 설마 하는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곳으로 고개를 들었다.
차원문.
과거, 신목이 천계, 중간계, 마계, 세 차원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기둥을 무너트리고 차원을 넘어온 게 악마들.
‘아예 꽉 막혀 있는 곳으로 넘어오진 않았을 테고, 애초에 통로였으니 넘어오기 쉬웠…….’
거기까지 생각을 한 재호는 깨달았다.
왜 스피단이 급하게 도망쳤는지.
새로운 신목이 충분히 힘을 회복해서 새로이 기둥 역할을 하게 되지 않는 이상, 천계를 가려면 리젤란 숲으로 가야한다는 소리.
“……티나. 다음에 저 천사가 다시 내려오면 산 채로 잡아.”
“넵! 두 눈 부릅뜨고 대기할게요!”
티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