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최악의 상황!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여기서 이 죽음의 꽃향기가 느껴지는 것인가!
원인이야 뻔했다.
“알시아!!!”
분노한 크로킹의 외침이 숲속에 쩌렁쩌렁 울렸…….
“어, 왜?”
“헙?!”
번-쩍.
폭발과 함께 번쩍인 섬광.
그리고 바로 옆에서 드러난 악귀 같은 얼굴에 크로킹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반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공격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고, 금방 드리운 어둠 탓에 재호의 모습 또한 어디로 사라졌는지 제대로 포착이 불가능했다.
“헉! 여기 알시아… 컥!”
이번엔 다른 쪽에서 들려오는 비명.
폭발로 인한 섬광이 번쩍일 때마다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재호.
그때마다 비명과 함께 한 사람씩 쓰러지고 있었으니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다.
“젠장! 왜 남의 나라에 와서 난리를 치는 거냐!!!”
이곳은 엄연히 라셀 왕국의 영토.
있어도 엘리시아 화원에 있어야 할 인간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단 말인가!
촤르륵-
“윽?!”
기습적으로 날아든 사슬에 팔이 묶인 크로킹!
촤악-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완력에 끌려온 크로킹은 어둠 속에서 재호의 그늘진 얼굴과 마주했다.
“왜 여기 있냐고?”
화르륵-
재호의 오른손에서 타오르는 화염창.
콰과과광-!!!
다른 불곰 길드를 향해 쏘아진 스킬이 삽시간에 일대를 휩쓸었고, 상당수가 치명상을 입었다.
“그냥 지나가다 들렀어.”
재호의 시큰둥한 대답.
“뭐, 뭐라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 느낀 크로킹은 재호의 속박 속에서 최대한 공간을 비틀어 검을 쳐올렸다.
하지만 이미 재호에게 한 번 졌었거늘, 두 번째 싸운다고 크게 다를까?
그는 몇 번의 죽음으로 레벨 다운 피해도 입은 반면, 재호는 드래곤까지 잡은 후였으니까.
“흐아앗!!”
콰드드득-
그래도 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한칼만……! 딱 한칼만 먹이자!’
그러지 못하면 최소 일 년은 못 잘 것 같으니까!!
* * *
재호가 크로킹에게 한 말은 놀리려고 한 게 아니었다.
정말로 그냥 들른 것.
라셀 왕국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화원을 돌아가던 중, 테일러에게 귓속말이 온 게 시발점이었다.
-크로킹 근처에 왔대.
-응? 그걸 왜 굳이 나한테?
-……왠지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어차피 준비는 다 된 것 아냐?
-그… 렇지?
그런 영양가 없는 대화를 마치고 조금 걷다 보니 재호는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가서 도와주면 테일러 입장에선 명분이 더 사는 것 아닌가?’
사실 테일러와의 친분을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 도와줄 필요는 없긴 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혹시나 이 일로 테일러의 신상에 예상 못 한 불똥이라도 튄다면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 스킨헤드는 악명 높으니까.’
인터넷에서 본 온갖 글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아주 무시무시한 놈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예 전장에 난입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주기로 했다.
왕국 병력과 영지의 기사들로도 제압을 하기엔 충분한 전력이지만, 만약 불곰 길드가 테일러에게 트집을 잡자면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재호가 모습을 비추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들은 오로지 재호에게만 집중을 할 테고, 병력 구성, 테일러의 배신 가능성 등등, 그런 것들은 전혀 신경 쓰지 못 할 테니까.
그리고 그 계획은 완벽히 적중했다.
“으아아아악!!! 죽어! 죽으라고!!”
자신의 신세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장본인을 눈앞에 둔 크로킹은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살의를 가득 담은 감정적 공격들은 철저히 계산적이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재호에겐 닿을 수 없었으니.
두두두두-
어느새 주변 정리를 마친 병사들이 근처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알시아 폐하! 저희가 돕겠습니다!”
기사들의 외침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을 죽이는 건 목표가 아니었다.
생포해 라셀 왕국으로 압송하는 것이 최종 목적.
NPC들의 나라에서는 죽지 않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다양한(?) 징벌 수단이 있을 테니, 그들에게 맡기려는 것이었다.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엘리시아 화원의 즉결 심판원도 있긴 하지만…….’
크로킹과 불곰 길드는 위험했다.
아무리 약화되었다고 해도 일반적인 길드 규모 이상이었고, 상당한 실력자들이 많았으니까.
‘그곳에서 이를 갈고 있는 다른 놈들이랑 작당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터질 거야.’
가능하면 서로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기사들 앞으로! 적들의 우두머리를 포획하라!”
처저적-
방패를 세운 뒤, 압박을 시작한 기사들.
재호가 잽싸게 전장을 벗어나자 기사들의 합격진이 시전되었다.
“크흑! 황재호……! 이 빌어먹을 자식!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
결국 기사들에게 제압당한 크로킹이 목구멍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갑자기 ‘알시아’가 아닌 ‘황재호’를 외치는 크로킹의 모습에 재호는 흠칫했다.
‘설마 날 진짜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이웃집에 사는 테일러도 아니고(?) 자신을 찾아 한국까지 오진 않겠지.
* * *
불곰 길드의 라셀 왕국 압송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엘리시아 화원의 등장으로 인해 예전과 달리, 라셀 왕국에도 제법 많은 플레이어들이 왕래하기 시작한 탓이었다.
-불곰도 이제 끝장이네.
└동네북이 따로 없음.
-근데 왜 뜬금없이 라셀 왕국에서 잡힌 거임?
└저기 테일러 있잖아. 저번에 운 좋게 영지 얻었는데 거기 꽤 잘 돌아간다고 함.
└ㅇㅇ맞음. 보니까 땅도 크고 관리도 잘 되어 있더라. 지난번 전투 흔적도 다 복귀되었고.
-보른 영지인데 거기 나쁘지 않음. 엘리시아 화원 하고도 그리 멀지 않고.
└엘리시아 화원 하고 가까운 게 왜 장점이냐?
└그러니까 네가 아직 쪼렙인 거야.
└뭔데 설명 좀.
-엘리시아 화원에 가까이 있을 때 장점.
1. 산지 직송으로 꽃템들 구할 수 있음. 거래소 통해서 구매하는 것도 거리에 따라 수수료 붙는 거 알지? 그만큼 절약 가능함.
2. 황재호 근처에 있으면 대형 퀘스트 터질 때, 잽싸게 쫓아가서 숟가락 얹기 유리함.(정보 : 난 아직 한 번도 못 얹음.)
└그럴 거면 그냥 엘리시아 화원에 자리 잡는 게 낫지 않음?
└가 보셈.
└정보 : 엘리시아 화원은 뉴월드 대표 부촌이다. 고로 물가가 비싸다.
└게다가 주변에 적당한 사냥터가 없는 것도 문제임.
-아무튼 보른 영지 좋음. 돈도 많은지 혜택 많이 주고 세금도 낮음.
└그래? 난 이번에 가 보니까 다른 데랑 비슷한 거 같던데?
└비슷하긴. 오히려 더 높음. 불곰놈들이야 뻔하지.
└엥? 뭐지? 정말 올랐네?
└초반에 그런 식으로 사람 모은 뒤에 본격적으로 등 처먹으려는 모양.
└에이씨. 더럽다 더러워. 보른 영지 안 감 ㅅㄱ
-야! 세금 좀 올릴 수 있지. 염가로 혜택 보다 좀 올랐다고 그렇게 욕할 수가 있냐?
└뭐냐? 너 테일러냐?
└개소리 ㄴ. 그냥 보른 영지 주민임.
└나도 지인이 테일러랑 아는데, 지금 재정에 살짝 문제 생겨서 잠시 세금 올렸다 함. 금방 다시 낮출 거라는데?
└야. 옹호하는 놈들 진짜 테일러 아냐? 아이피 앞자리 같은데?
└ㅋㅋㅋ야 VPN 꺼졌어.
“크흑, 젠장…….”
인터넷에 옹호 댓글을 달다 정체가 들통난 테일러는 눈물을 쏟았다.
“잠깐만 세금 올렸다가 다시 낮춰 줄 거라고…….”
재호는 불곰 길드의 후처리까지, 테일러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써 주었다.
대신 그 대가로 테일러는 금고를 탈탈 털어야 했지만.
“빌리는 거야. 금방 갚을게!”
재호는 그렇게 말했지만… 날짜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확 다시 엎어 버려?!”
그런 생각도 들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랬다간 지금 가진 것들을 몽땅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잘나가던 불곰 길드가 어쩌다 저렇게 됐는데.
“조금만 버티자… 조금만…….”
그러면서 다시 PC를 끄려던 그때.
“응?”
테일러의 눈에 방금 뜬 게시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속보! 지금 고블린 대왕 뜸!]“고블린 대왕?”
고블린이라 하면 무엇이던가!
지금이야 재호 탓에 폭탄으로 유명했지만, 이전에는 보물로 더 유명했다.
그런 종족의 대왕이 나타났다고?
일단 테일러는 그런 존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대왕이라는 호칭을 달고 있으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보물을 가지고 있을까?!’
게다가 댓글에도 보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몇 개 언급되어 있었다.
-내 친구가 예전에 고블린 대왕 만난 적 있다 함. 부티 장난 아니라고 함.
└ㅇㅇ 나도 봄. 보자마자 눈알 뒤집고 달려들 정도로 돈 많아 보인다더라.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안 알려져 있지?
└고블린 대왕이 정확히 어디서 출몰하는지 모르니까.
└그래? 하긴 뉴월드 서비스 기간을 놓고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된 건 아니니까.
-그럼 가서 잡기만 하면 대박이겠네?
└그렇게 쉽게 잡히는 거였음 진작 누가 잡았겠지.
└맞음. 대왕이라고 이름까지 붙었는데 쉽게 잡히겠냐?
-뭔지 몰라도 뉴월드 최대의 일확천금의 기회인 건 확실함.
일확천금!
테일러는 그 단어에 확 꽂혔다.
‘하지만 댓글 말대로 아직 잡았단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이유가 있을 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뭐긴 뭐야. 눈치 싸움이지.”
어차피 테일러의 클래스는 암살자 계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몰래, 조용히 지켜보다 실리만 챙기면 되었다.
‘대왕 고블린의 이동 방향만 확실히 체크해 두고…… 어?’
계속 자료를 모으던 중, 이상한 걸 발견한 테일러.
“이동 방향이…….”
현재 대왕 고블린의 위치는 남부 대륙이고 이동 방향은 동쪽.
그 방향에 위치한 건…….
“라셀 왕국?!”
알아서 와 주는 고블린 대왕!
하지만 테일러는 우선 침착성을 유지했다.
갑자기 대륙에 등장한 고블린 대왕이 라셀 왕국을 왜 오겠는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왕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으니.
“알시아는 뭔가 알고 있을 거야.”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더군다나 최근 재호는 영지 금고를 탈탈 털어가기도 했지 않은가?
“확실해. 알시아가 원인이야!”
* * *
테일러가 잔뜩 들뜬 채로 게임에 접속해 재호에게 귓속말을 와다다 쏘아 보내는 그때, 안타깝게도 재호는 접속 중이 아니었다.
찰칵- 찰칵-
커다란 블루스크린 앞, 어색하게 선 재호는 연신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바로 오늘이 일성 그룹 모델로서의 첫 활동을 위한 날이었던 것이다.
그래 봐야 얼굴이 내걸리는 정도지만.
‘뭐, 이런 것도 한 번씩 기분 전환에 나쁘진 않지.’
재호는 나름대로 만족하고 열심히인 것에 비해 표정은 계속 좋지 않은 사진작가.
“쓰읍…….”
그는 담배 충동을 느끼는지, 연신 볼펜을 입에 물었다 뗐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스텝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사진작가의 눈치를 살폈고.
“쓰으으읍.”
평소라면 진작 불호령이 터져 나왔으리란 걸 모두가 알았다.
제 성질대로 못 하니 저리 초조해한다는 것도.
“하긴. 무섭긴 무서우니까.”
“누가 황재호한테 뭐라 할 수 있겠어.”
“후우우…….”
그 속닥거림에 다시 흘러나온 한숨.
그가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도 괴로워하는 이유는 그들 말대로, 재호 때문이었다.
‘젠장! 뭘 어떻게 찍어도 살벌하기 짝이 없잖아!!’
평소 표정도 무섭고 웃어도 무섭고 활짝 웃으면 살 떨리게 무서웠다.
가만있으면 만 원, 포즈를 잡으면 십만 원을 꺼내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으니.
블루스크린에 어떤 배경을 합성해 보아도 그곳이 저승이었다.
‘이러는데 어쩌라고!’
오늘 찍는 사진은 함께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일성과 재호 협력을 연출해야 했다.
헌데 뭔 짓을 해도 그런 이미지는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화원에 있는 스샷들을 봤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
고심에 빠져 중얼거렸던 그는 문득 깨달았다.
“꽃!!”
버럭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서 쑥덕거리던 스텝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혹시 자연물 배경 없어? 최대한 밝고 화사한 걸로!”
“네? 자, 잠시… 이런 거요?”
스텝이 보여준 것은 담쟁이덩굴과 그 위로 화사하게 핀 꽃들.
“아냐, 아냐! 그게 아냐! 더! 더 화사한 거!”
배경이 칙칙해서 불가능했다.
약간의 어둠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황재호의 깊은 어둠이 중화될 수 있으니까!
“음?! 스톱! 뒤로! 아까 그거!”
“예? 이, 이거요?”
그가 원하는 컨셉 배경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빠르게 돌려보던 스텝은 당황했다.
사진작가가 고른 건…….
“윽!”
모니터 앞에 있던 스텝이 순간 눈부심을 호소할 정도로 강렬한 채도!
빨강, 파랑, 초록, 삼원색 각기의 값을 255로 고정한 채 만든 듯한 극한의 촌스러움에 그제야 사진작가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느낌이 좀 사는군.”
그리 말하는 사진작가의 등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