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27
226화
“그건 어렵겠군.”
쉰들러의 입에서 나온 절망적인 대답.
“투아디 대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이미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는 뜻. 게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는데… 소문에는 곧 사막으로 진입한다고 들었어.”
“흠, 역시 너무 촉박해. 애초에 왜 이렇게 늦게 알려준 것이냐?”
“…….”
원래는 골드투스가 폭탄 상자를 가져오면 그걸 쓰려고 했으니까.
‘내가 안일했네.’
재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늘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기약 없는 투아디 퀘스트는 잊고 있었다는 걸.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모든 퀘스트에 대처했고, 그때마다 무사히 넘어간 덕에 나쁜 버릇이 들어 버렸다.
“흠……. 지금부터 바로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대왕에게 대적하기엔 부족할 거다. 이 대결은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쉰들러의 냉정한 한마디.
하지만 그 속에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으니.
만약 재호가 투아디에게 패배한다면 현재 엠베이 숲으로 이주한 고블린들은 어떻게 될까?
‘애초에 이 퀘스트가 발동된 원인이 쉰들러가 날 왕으로 추대하면서인데.’
그런 이들을 과연 투아디가 가만히 둘까?
“……작전을 짜자.”
“?”
재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남은 시간, 어떻게든 폭탄 상자를 되찾는 거다!”
* * *
기세 좋게 외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액스페이스는 아마 너나 나와는 절대 만나려 하지 않을 거다. 관련이 있는 다른 이들 역시.”
골드투스의 이야기에 재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만나서 대화로 해결될 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테일러를 이용해 액스페이스와 대리 접선을 해 볼까도 싶었으나…….
‘돈도 다 털어 와서 힘들다던데……. 그러지 말자.’
재호도 양심이란 게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현실적인 방안은 하나였다.
“액스페이스를 털자.”
“……풉.”
고잉헬 호 갑판에 널브러져 있던 골드투스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걸 지금 계획이라고 말하는 거야?”
액스페이스의 정확한 위치는 그 누구도 몰랐다.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액스페이스에서 제공하는 마법 스크롤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장소.
힌트라고 해 봐야 바다 어딘가.
하지만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는 사방이 바다였으니.
“어? 그런데 여긴 지구처럼 둥근 세상이 아닌가?”
문득 든 의문.
바다 너머엔 대체 뭐가 있을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래서 어쩔 건데? 정말로 액스페이스를 찾겠다고?”
골드투스의 핀잔에 재호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찾아야지. 찾아서 다시 훔쳐내…… 엇? 잠깐만.”
그때, 불현듯 재호는 한 가지 기가 막힌 계획을 떠올렸다.
“야. 이거면 네 문제도 해결될 수 있어.”
“뭔 개소리야?”
“굳이 폭탄 상자를 훔치려고 할 필요도 없어. 그냥 액스페이스를 찾아 바로 폭탄을 터뜨리는 거야.”
“…대체 그 말 중, 어떤 점이 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건데?”
“그거 터뜨리면 어지간한 섬 정도는 통째로 날려 버릴 수도 있을 걸?”
“……하아.”
골드투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폭탄이 그 정도로 강하면 밸붕이지.”
“그 안에 든 폭탄 양을 네가 모르니까 하는 소리고.”
동시에 재호는 투아디와의 결투를 잠시라도 물릴 만한 변명거리도 떠올렸다.
“그 전에 무조건 액스페이스 본단을 찾아야 해.”
“애초에 그거부터 불가능하다고!”
“그렇게 널브러져 있으면 불가능하지.”
그리 말한 재호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전럭협을 통해 액스페이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재호 역시 배를 맡겨 놓았던 라셀 왕국의 투차르 항구 도시로 향했다.
바다에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항구 쪽 사람들이 좀 알지 않을까?
그곳의 영주인 투차레아 백작의 힘을 빌리기 위해 재호는 영주 저택을 방문했고.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재호와의 한 끼를 원했던 투차레아 백작은 거의 울 지경이었다.
‘이 양반은 대체 왜 이렇게 나랑 밥을 먹으려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은 언뜻 찝찝하기도 했으나, 이 정도로 맹목적 호의를 보인다는 점은 재호에게 확실히 유리했다.
“액스페이스 말씀입니까?”
재호의 물음에 투차레아 백작이 되물었다.
“그 녀석들은 워낙 은밀하게 숨어 있다 보니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녀석들이 내 물건 하나를 훔쳐갔거든.”
“뭐,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 좀도둑놈들이 감히 알시아 폐하의 물건을 훔쳤단 말입니까!! 여봐라!! 당장 액스페이스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해 가져와라! 영지의 모든 뱃사람들을 대상으로 쓸 만한 정보를 내놓는 이에겐 보상을…….”
투차레아 백작의 급발진에 재호는 눈을 끔뻑였다.
‘대체 뭐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 호감 표시.
살아보며 이런 경험을 해 본 건 부모님 말곤 본 적이 없었기에 당혹스러운 것도 당연했다.
어쨌든 포상금까지 건 투차레아 백작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정보들이 수집되었다.
골드투스가 알려준 유일한 힌트.
액스페이스의 본단은 일곱 개의 작은 섬들이 모여 있다는 것.
하지만 그에 대해서 많은 정보들을 얻었으나, 개중 쓸 만한 건 정말 단 하나도 없었다.
“이 자식들! 이딴 헛소리들을 뱉은 놈들을 당장 붙잡아…….”
“됐어. 그 정도만 해 둬.”
재호는 또다시 급발진하려는 투차레아 백작을 제지했다.
“하지만!”
“자네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으니까. 이 정도면 해 두자고.”
“큽……. 이런 무능한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아냐.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런데 말이야…….”
아무래도 확인은 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괜히 외면하고 있다 또 예상 못 한 큰 사태로 키울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으니까.
“자네는 왜 이렇게 내게 과잉 호의를 보이는 거지?”
재호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는 투차레아 백작.
“예?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뭐가 당연한데?”
“그… 흠흠…….”
목소리를 슬쩍 낮추더니 재호에게 속삭이듯 말하는 투차레아 백작.
“라셀 여왕님과 훗날 혼인을…….”
콰악-!!
“커, 커헉!”
냅다 멱살을 틀어쥐는 재호에게 목이 졸린 투차레아 백작이 기침을 해댔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냐?!”
“죄, 죄송합니다! 이 사실은 어디에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뭔 소리야! 누굴 테일러로 알아?!!!”
“테, 테일러? 테일러 백작이 설마 라셀 여왕님과……!!”
“아, 그게 아니라.”
테일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어쨌든 그동안 날 인간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단 뜻이지?”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폐하는 충분히 자격이…….”
“자격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재호는 투차레아 백작을 놓아주곤 손을 탈탈 털었다.
“난 그런 어린애한테 관심 없으니 괜한 소리로 이상한 소문을 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아.”
“아, 알겠습니다.”
기분 나쁜 오해를 받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재호는 얼른 저택을 떠났다.
‘참나……. 누굴 범죄자로 만들려고.’
미리 단물은 다 빨아먹었기에 망정이지, 괜히 미리 물었다간 도움을 받기에도 찝찝해질 뻔했다.
“후……. 그나저나 문제는 결국 액스페이스 본단에 대해 알아낸 건 전혀 없다는 건데.”
전럭협을 통해 정보를 수집 중이긴 하지만,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 게 사실.
‘그렇다고 바다를 싹 다 뒤지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사막을 뒤지는 것보다 더 극한 난이도였다.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방법을…….’
“우욱!”
그때, 갑자기 헛구역질을 해대는 티나.
“아, 미안.”
재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사과했다.
생각에 빠져 걷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어시장 쪽으로 와 버린 것이었다.
엘프들은 바다 냄새나 생선 비린내에 쥐약이었으니.
지금까진 재호 옆에 찰싹 붙어 그나마 버티고 있었으나, 어시장의 농도 진한 냄새는 데스 아로마로도 감당이 안 되었다.
스으-
“얼른 나가자.”
다시 걸음을 돌려 어시장에서 멀어지려던 그 순간.
“어어! 조심해! 귀한 거라고!!”
“캬- 대단하구먼! 어망에 걸린 건가?”
“대박쳤지. 뭐, 어망이 상하긴 했지만 심해 악어를 잡은 게 어디야.”
“……?!!”
부러질 듯 고개가 돌아간 재호.
막 어선에서 내려지는 죽은 생명체는 작긴 해도 진짜 심해 악어였다.
‘크기를 보니 새끼인 모양인데?’
그리고 그 죽은 심해 악어를 보는 순간, 재호는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렸다.
‘어쩌면…….’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 또한 보았다.
* * *
투차르 항구에서 벗어나 외딴 해안가로 나온 재호.
그곳에서 재호는 크게 심호흡한 뒤 외쳤다.
“도와줘!!”
[바다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심해 악어는 나타날 것입니다.]이런 방식으로 정말 녀석을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긴 게임이니까.’
시스템이 알아서 해 주리라!
그렇게 외치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고개를 꾸벅대고 끼룩대는 갈매기 소리가 점점 멀어질 때쯤.
“어? 알시아 님.”
자신의 드래곤본 목걸이로 바닥에 낙서를 하던 티나가 귀를 쫑긋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뭔가 들려요.”
“응?”
“뭔가… 거대한 것이 파도를 가르는…….”
그러면서 티나의 시선이 먼 바다를 향했고.
“?!”
재호도 발견했다.
바다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물결을!
구우우우-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쳐든 건 역시나 심해 악어!
“아직 살아 있었구나!”
벌떡 일어난 재호가 녀석을 반갑게 맞이했다.
구우우-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꿀렁이는 촉수들.
‘저건 여전히 별로네.’
낮은 수심 탓에 더 다가오지는 못하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
“너 내 말 알아듣지?”
구우우우우-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내가 곧 바다에 나가야 하거든?”
구우-
철썩- 철썩-
바다로 간다는 한마디에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녀석.
그 탓에 해안으로 넘치는 파도를 피해 재호는 후다닥 달려야 했다.
“진정하고. 아무튼 섬을 하나를 찾아야 해. 아니, 일곱 개라고 해야 하나? 액스페이스라고 하면… 넌 모르겠지? 아무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일곱 개의 섬이 모인 장소를 찾아야 해. 할 수 있겠어?”
구우- 구우-
녀석을 열정적으로 자신의 촉수를 흔들어 댔다.
“좋아. 그럼 부탁할게. 혹시 찾아내면…….”
어떻게 소식을 받지?
생각 못 한 문제에 재호는 멈칫했으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상관없겠구나.”
자신의 계획은 이러나저러나, 고블린 대왕 투아디를 데리고 바다로 나와야 했다.
“나중에 바다로 나올게. 그때 보자.”
구우-!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준 것에 흥분한 모양인지, 심해 악어는 반대로 펄쩍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깊은 바다로 사라졌다.
“저게 정말로 찾아낼까요?”
티나의 물음에 재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뭍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보단 낫겠지.”
만약 못 찾아내면?
“……투아디를 수장시키든가 해야지 뭐.”
만일을 대비해 고잉헬 호에 엘프들을 가득 태워야 할 듯싶었다.
* * *
둥둥둥-
사막의 모래를 진동시키는 요란한 북소리.
사막을 횡단 중인 수많은 마차들은 모두 기계공학이 접목되어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콰르르-
치이이이-!
마차와 이어진 굴뚝으로 뿜어져 나오는 거센 불꽃과 증기들.
뉴월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기말 기계 문명 행렬.
그 가운데, 유난히 거대한 마차에는 메기와 두꺼비가 반반 섞인 듯한 존재가 올라타 있었다.
짧은 팔다리에 불룩 나온 배.
온몸에는 화려한 보석들로 치장이 되어 있는 그 존재가 바로 고블린 대왕 투아디!
그리고 그 행렬과 일정 거리를 둔 채,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투아디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었다.
혹시나 발생할 대형 사건에 대비해, 한 줌이라도 보상을 건지려는 목적을 가진 이들.
먼저 덤벼들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이미 몇 번, 용기 내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털린 이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전설급 보스 몬스터!
사람들은 그렇게 판단했고, 그래서 일단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역시…….”
“아무래도…….”
라셀 왕국을 지나치고 사막으로 진입한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상하고 있었다.
‘또시아다!’
라고.
-알시아! 알시아! 지금 고블린 대왕 곧 도착할 것 같아!
모습을 숨긴 채 역시 쫓고 있던 테일러가 귓속말을 보냈다.
-알고 있어.
-이제 어쩔 건데? 충분히 대비해 놓은 거야?
그 순간.
척-
투아디는 살찐 손을 들어 올렸고.
둥둥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긴 행렬이 멈췄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뒤쫓던 이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그 순간.
두두두두-
저 멀리 보이는 모래 언덕 너머로부터 거대한 꽃봉오리가 나타났다.
“저, 저건!!”
많은 이들이 보자마자 눈치챘다.
“저주 받은 이앙기!”
쿠구구구-
언덕 위로 웅장하게 나타난 고잉헬 호!
그리고 갑판 위, 선장 황재호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