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29
228화
사막을 지나 산을 넘고 마침내 바다로 나온 고잉헬 호.
수륙양용이라는 진보적 기술력을 뽐내며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기 시작했으니.
이번 일을 앞두고 또 한 번 대규모 개조가 진행되어 고잉헬 호의 꼬리 쪽에는 프로펠러까지 달린 상태였고, 그만큼 고속 항해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목적지는 없었다.
‘어디로 갈 질 알아야 고속 항해를 하지.’
일단은 최대한 먼 바다로 나아갈 요량이긴 했지만…….
‘녀석이 빨리 나타나 줘야 하는데.’
남은 시간은 약 85시간으로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는 언제 심해 악어가 나타나는 가에 따라 달라질 터였다.
망망대해를 목적 없이 표류하면서 흘러가는 시간.
70시간… 60시간…… 40시간…….
아무런 목적도 없이 떠다니고 있으니 투아디도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챘다.
“똑바로 가고 있긴 한 것이냐?”
“응? 당연하지.”
재호의 대답은 쉰들러가 통역해 주었다.
“계속 같은 바다를 맴돌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그럴 리가. 바다 나와 봤어? 안 나와 봤으면 말을 말아.”
“흐음……. 뭐, 아직 시간이 남긴 했지만 서두르는 것이 좋을 거다.”
“물론.”
서두르고 싶었다.
하지만 심해 악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그렇게 또 시간은 흐르고…….
10시간.
이젠 가만있어도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오는 상태.
‘일단 투아디를 갑판 끝으로 유인한 다음에…….’
그리고 어떻게 해야 투아디를 바다 아래로 던져 버릴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돈 자루를 던져 버리면 스스로 뛰어들지 않을까요?”
티나의 의견.
“저 뚱보가 맨몸으로 뛰어들도록 만들려면 얼마나 커다란 돈 자루여야 할지 감도 안 오는데…….”
당연히 기각되었다.
그리고 5시간이 남은 시점.
폭풍우를 만나 거친 항해를 하고 있던 그때.
“엇! 소리가 들려요!”
“응?!”
티나의 말에 재호가 벌떡 일어났다.
“무언가… 거대한 무언가가 파도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왔구나!”
파도 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티나가 그리 말하는 걸 보면 틀리지 않았으리라.
“심해 상어야!”
촤아악-
높은 파도 위로 튀어 오른 거대한…… 해적선.
“응?”
콰아아앙-!!!
뱃머리에 달린 세 개의 강철 뿔이 그대로 고잉헬 호의 옆구리를 들이받아 버렸다.
콰드득!
뿔이 선체를 뚫으며 두 배는 한 몸이 되어 버렸고, 곧이어 해적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탈이다!”
“낄낄낄! 아주 돈 냄새가 진하게 나는구먼!”
가식적이고 습관적인 멘트.
꽃향기가 났으면 났지, 고잉헬 호에서 돈 냄새 같은 게 날 리 없었다.
“싹 다 털……어?”
기세 좋게 고잉헬 호 갑판으로 넘어온 해적들이 갑판 위에 선 이들의 모습에 당황했다.
“엘프……?”
엘프가 왜 바다에?
“그, 그러고 보니 이 배… 좀 이상한데?”
온통 꽃으로 치장된 꼬라지는 결코 정상이 아니었다.
바다놈들이야 워낙 다양한 또라이가 있다곤 하지만, 이런 건 아니었다.
바다 엘프라니.
“에라이! 상관없어! 어차피 바다 사나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덤… 컥!”
그렇게 유언을 남긴 해적은 화살에 꿰뚫린 채 고꾸라졌다.
“감히 이곳에 냄새나고 축축한 발을 들이다니! 용서할 수 없다!”
잔뜩 성난 엘프들은 해적들을 향해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이익! 어디 숲짐승 놈들이 바다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게 까불어!”
“그렇다면 바다에서 영원히 잠들면 딱이겠네!”
기본 스펙 자체가 엘프들이 월등하다보니 전투 양상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뒤, 반대편에서 나타난 또 다른 해적선으로 인해 상황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들이받은 배 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해적선.
콰과광!!!
그곳에서 쏘아진 대포가 고잉헬 호를 사정없이 때려댔다.
어차피 이 배는 자가 복구 된다지만, 그것도 적당히 부셔졌을 때 이야기.
이 배의 전 주인이던 흨우 선장의 경우엔 잠수함으로도 썼었으나…….
‘그랬다간 엘프들에게 치명적이니까.’
하지만 마땅한 원거리 대포에 대한 대응책이 없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원거리 공격은 엘프들의 활이 전부.
퍼레이드 용으로 개조를 하며 꼴보기 싫은 대포들은 모두 뜯어내 버린 상태였다.
쿵- 쿵- 쿵-
그때, 소란에 갑판 위로 걸어 나온 투아디가 분노해 소리쳤다.
“어떤 썩을 놈들이 감히 내 보물을 노리고!”
혼자 지레짐작으로 발끈한 투아디.
결과적으로 보물이 목적이긴 하지만 해적들이 알고 오지는 않았을 터.
“헉?! 뭐야? 고블린도 있어?”
“유후-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투아디와 고블린들을 본 해적들은 휘파람을 불었다.
고블린 하면 보물 아니었던가?
해적들은 이제 고잉헬 호를 보물선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적들의 사기가 오릅니다.]‘이런 탐욕적인 놈들!’
재호가 할 말은 아니었다.
비록 투아디의 등장으로 적들의 기세가 오르긴 했지만, 고블린들이 전투에 가세하며 오히려 상황은 좋아졌다.
철컹- 철컹-
콰과광-! 쾅쾅-!
갑판 위에 빠르게 대포를 설치하더니 저 멀리 보이는 해적선을 향해 응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고블린제답게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대포.
늘 소금물에 절여진 해적들의 대포와는 수준이 다른 화력 쇼를 선보이자 해적들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단 걸 느꼈다.
“이, 일단 물러서자!”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던 해적들이 슬그머니 자신들이 타고온 배로 물러서기 시작했으나, 엘프들은 그런 적들을 쫓지 못했다.
고잉헬 호에서 벗어나는 순간, 심한 뱃멀미를 시작할 테니.
“버팔로! 선원들을 다 데리고 와!”
재호는 무기를 꺼내 쥐며 소리쳤다.
“이번엔 우리가 넘어간다!”
재호의 외침에 선원들이 순식간에 튀어나왔다.
“후후, 이미 올라와 있다구!”
“싸움이야? 우리도 끼지!”
이미 난리가 난 시점부터 갑판 위로 나와 있던 그들.
매일 삽질만 반복하던 일상 속, 오랜만에 맛보는 스릴감에 그들은 들떴다.
“자! 가 볼……!”
콰아아앙-!!!!
그 순간, 고잉헬 호에 처박혀 있던 배가 아래부터 반으로 뚝 갈라져 버렸다.
그리고 수면 위로 솟아난 거대한 촉수 괴물!
“?!”
그렇게 기다리던 심해 악어가 돌아온 것이다!
* * *
어지간한 배보다 더 거대한 심해 악어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였다.
순식간에 반으로 쪼개 버린 해적선을 촉수로 감싸더니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곤 여전히 고잉헬 호에 꽂혀 있는 남은 반쪽 역시 자신의 촉수를 이용해 뽑아냈다.
콰드득-
“으아아악!! 이게 뭐야?!!”
“살려주어……얽!!”
해적들은 비명과 함께 바다에 집어삼켜졌다.
구우우우-
포효하는 심해 악어.
“미, 미친! 저 괴물은!!”
이미 녀석과 구면인 선원들이 경악했다.
재호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절묘한 순간에 나타나선…….
“이 자식아!!! 우리도 싸우고 싶다고!!”
방해를 할 줄이야.
“칼! 칼질을 시켜줘!”
“으아아아!!”
펑펑펑-
저 멀리 있는 다른 해적선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풍덩-
“푸하! 푸하!”
해적선을 향해 헤엄치는 놈들까지.
며칠간 누적된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한편, 그들이 뭔 짓을 하든 관심도 없는 재호는 곧장 심해 악어를 향해 다가갔다.
“야야, 찾았어?”
어차피 귀도 안 들리는 투아디니 큰소리로 대놓고 물어보는 재호.
구오옹-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의 모습에 재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 최대한 빨리 가자!”
하지만 그 전에.
재호는 갑판 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심해 악어의 촉수 하나에 올라타선 아직 남은 해적선을 가리켰다.
“가자!”
구오오오!
“헉! 알시아! 우리도 데려가 줘!”
“제발 한번만 싸우게 해 줘!!!”
“……쟤들도 데려가자.”
너무 애처롭게 말하니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던 재호는 결국 명령을 내렸다.
* * *
드넓은 대양을 무대로 활동하는 대해적 삼턱 해적단.
그곳의 선장이자 칼날 같은 세 개의 턱을 가진 스리조 선장.
그는 최근 받은 긴급 해적 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걸, 상당히 특이한 형태의 배를 발견했다.
폭풍 속이라 제대로 확인은 안 되지만, 확실한 건 굉장한 부티가 느껴진다는 것!
한탕 크게 할 수 있겠단 확신이 든 스리조 선장은 곧장 돌격선을 보냈다.
제대로 대응을 못 하는 걸 보니 기본적인 방어 수단도 없는 호구 아닌가 싶었으니까.
“저게 뭣이여?”
항해를 하면서도 어지간해선 볼 일이 없는 심해 악어.
난데없이 나타난 그 녀석이 돌격선을 씹어 먹어 버린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쪽 배의 누군가가 갑자기 심해 악어의 촉수로 올라타더니 이곳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폭풍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선 채,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그는 저쪽 배의 선장이 분명했다.
“……설마?!”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해적들 사이에 도는 괴 소문 하나.
심해 악어를 다루며 물귀신처럼 몰래 다가와 배를 납치해 자신의 노예로 부려먹는다는 괴 해적.
“흨우 선장!!!”
해적이면서 해적들의 규율은 깡그리 무시하는 무뢰한!
“젠장! 재수 더럽게 없군!!! 전원 모든 포문을 열고 퍼부어라! 저 심해 악어가 달라붙지 못하게 막아라!!”
스리조 선장의 명령에 해적선은 돛을 크게 펼치곤 폭풍 속 무리한 전진을 시작했다.
동시에 측면의 모든 포에서 일제히 불을 뿜으며 심해 악어를 노렸다.
촤아아아-
잠수로 여유롭게 피하는 심해 악어.
하지만 그로 인해 애꿎은 피해도 발생했으니.
“어어어? 자, 잠깐만! 우린 푸헉-!”
“꼬로롫!!”
촉수에 잡힌 채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선원들.
물론 재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헌데…….
“꼬로로록(뭐, 뭐야?! 알시아 저 자식은 왜 저렇게 평온해?!)”
“꾸럵러러럭!(이 괴물이 쟤만 무슨 효과 주는 거 아냐?!)”
“꺼러럭! 뿌러러러걱!(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이상하잖아!!!)”
촉수 끝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은 재호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마치 혼자만 저항을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
촤아아아-
배 가까이 접근하자 심해 악어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푹 절어 염장된 다른 이들과 달리, 재호는 역시나 그 자세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쿨럭! 저 미친놈…….”
“인간이냐 저게?”
대체 어떻게 저런 경이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물론 개중엔 못 참고 눈치 없이 물어보는 이도 있었으니.
-야야! 너 어떻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버틴 거야?
-뭐긴. 그냥 버틴 거지.
-…….
테일러는 굳이 그런 걸 말할 때가 아니지 않냐고 핀잔을 들었다 생각했으나… 재호는 정말로 버틴 거였다.
심해 악어의 피부에 붙은 따개비를 잡고 오직 악력만으로.
구오오오-!!
마침내 도달한 해적선.
철썩-!
촉수들이 크게 요동치면서 재호와 선언들을 내던졌고, 모두 평균 이상의 실력자답게 갑판 위로 안전하게 착지했다.
[대해적 삼턱 해적단의 대장선에 승선하였습니다!] [*돌발 퀘스트*] [삼턱 해적단은 바다의 골칫거리인 해적 연합 5대장 중 하나입니다.그들은 바다의 지배자 노릇을 하고 있으며, 바다 위 황제인 해적왕을 추대하고 있습니다.
대륙의 미드스트 제국은 감히 황제란 이름을 사용하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으나, 해상 전투에선 확실히 열세입니다.
만약 당신이 해적 연합의 큰 축 중 하나인 삼턱 해적단을 쓰러트린다면, 제국에선 큰 감사를 표할 것입니다.
아니면 새로운 대해적이 되거나 말이죠.] [성공 조건 : 삼턱 해적단 스리조 선장 제거] [보상 : (선택1) 제국의 보상(???)
(선택2) 해적 연합의 새로운 대해적을 자청]
생각보다 더 대단한 상대인 모양.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일단은 쓰러트리고 봐야 할 상대.
“심악아! 배를 세워!!”
구오옹-
이젠 이름까지 줄여 부르기 시작한 심해 악어.
녀석의 활약을 생각하면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쿠드드득-!!
촉수를 뻗어 거대한 선체를 붙잡고 속도를 줄이긴 했으나, 대장선 이름값을 하는 건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네 이놈!”
쩌렁쩌렁 울리는 스리조 선장의 호통!
“흨우 선장!!! 감히 근본 없는 해초 같은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르는 것이냐!!”
“?”
뭔가 오해를 한 듯싶었으나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었다.
“조져!”
“크하하하! 숨어 다니기나 하는 놈들이 우리 해적단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얘들아! 맛 좀 보여줘라!!”
그의 명령에 사방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해적들.
“킬킬킬- 고놈 참 살벌하게도 생겼구만?”
“선장님! 저 녀석을 묶어다 뱃머리에 묶어 놓으면 아무도 우릴 못 건드리겠는데요?”
그들의 도발에 지지 않는 굶주린 자들.
“키히힉… 드디어 칼질이야…….”
“아까운 기회야. 난 천천히 싸울 거야……. 한 명씩 한 명씩 꼼꼼하게 태울 거라구……!”
긴 항해 속, 반복 노동에 지치고 미친 자들의 중얼거림에 해적들은 몸을 잘게 떨었다.
“보통 놈들이 아니구나.”
“조심해. 세상에서 젤 무서운 놈들이 뒤도 없는 미친놈들이니까.”
“뒤가 없기론 바다 사나이가 제대로 아니겠어?! 덤벼!!”
와아아아-!!
그렇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