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32
231화
고잉헬 호 선상에서 벌어진 술판.
비어보틀이나 퍼실이나 엄청난 주당으로, 거의 생수 마시듯이 술을 들이마셨다.
얼떨결에 함께 자리한 재호도 그 페이스에 맞춰야 했으니…….
[지나치게 과음하였습니다.] [신체를 통제력이 하락합니다.] [힘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힘 능력치가 20% 증가합니다.] [술이 깨기 전까지, 최대 체력이 20% 감소합니다.] [주량이 증가합니다.]‘미치겠군.’
눈앞이 빙빙 도는 것이 정말로 술에 취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두통은 없다는 것.
최소 한 달 동안 매일 마셔야 할 것 같은 술을 약 30분 만에 끝내 버린 두 선장들은 다시 자신들의 배로 돌아갔다.
그리곤 해적 대회의가 열리는 장소를 향해 나란히 항해하기 시작했다.
“후…….”
괜히 움직이다간 바다로 떨어질 것 같아 갑판에 드러누운 재호.
중요한 퀘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않았다면 잠시 게임을 껐다가 왔으면 싶은 심정이었다.
“티놔. 시막이는?”
멋대로 꼬이는 혀.
이 역시 만취의 효과였다.
“아직 경로를 벗어나지 않고 안내 중이에요.”
그럼에도 용케 알아들은 티나가 대답했다.
“구래?”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드넓은 바다에서, 그저 우연히 같은 방향이 걸린 걸까?’
지금까지의 경험 상,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재호가 쌓아 온 경험치들은 보통의 플레이어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것들.
그런 재호가 느끼는 ‘느낌적인 느낌’은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될 것이었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항해.
전속력으로 치고나갈 수가 없다 보니 여유는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었고, 재호는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알시아. 슬슬 내 인내에 한계가 오는군. 쓸데없는 전투에 이어 천박한 해적들과 술을 퍼마시질 않나.”
투아디도 망망대해에서 해적과 느긋이 항해하는 지금 상황에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음을 드러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며 안 돼.’
어차피 방향이 같으니 고잉헬 호가 먼저 치고 나가도 저쪽에선 딱히 의심은 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최대 속도로 나아갈 것을 명령하려던 순간이었다.
촤아아-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온 심악이가 촉수를 꿈틀거리며 뭔가를 알리기 시작했다.
“왜? 문데?”
재호가 묻자 녀석은 촉수 하나를 들어 정면의 먼 바다를 가리켰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는 건 없었으나, 돛대를 타고 높이 올라간 티나는 뭔가를 발견했다.
“섬들이에요!”
“섬들?!”
설마 저곳이?!
뿌우우우우-
우우우우-
그때, 양쪽의 해적선에서 뱃고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설마……?’
재호가 느꼈던 ‘느낌적인 느낌’.
그것이 슬슬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으니.
“으갸갸갹! 드디어 도착했군!”
“몇 개월 만에 오는지 모르겠네.”
어렴풋이 들려오는 두 선장의 말에 재호는 극심한 두통이 오는 것 같았다.
‘일이 꼬여도… 어떻게 이렇게 꼬이는 거지?’
액스페이스 본단으로 추정되는 곳과 해적 대회의가 열리는 장소가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은 있었다.
어쩌면 섬만 모여 있을 뿐, 액스페이스의 본거지가 아닐 수도…….
‘아니지. 그래도 일이 심각하게 꼬이는 건 마찬가지잖아!’
이러나저러나 머리 아픈 상황.
과연 어느 쪽이 자신에게 더 나은 상황일 것인지 고민을 했으나, 곧 의미 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자. 죽으면 죽는 거지 뭐.’
만취한 상태에서나 할 법한 무책임한 용기를 가지고서, 배는 서서히 섬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원격 폭발 범위에 접근하였습니다.]재호가 가진 폭탄 리모컨에서 신호를 보내왔다.
심해 악어가 제대로 찾아왔음을.
* * *
섬까지 도착하려면 아주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재호는 급히 골드투스와 만났다.
-야. 혹시 액스페이스 해적이냐?
“왜 코앞에 두고 귓속말로 해?”
“마뤄 하면 혀 꼬여숴 아노 대.”
“……그래 귓속말로 하자.”
-아무튼 저쪽이 액스페이스 본거지인 거 같은데, 저기서 해적 대회의 열린다는데?
-보스를 본 적이 있긴 한데… 해적 느낌은 아니었는데.
-해적 느낌이 뭔데? 아니면 아닌 거지.
-아니, 그런 거 있잖아. 좀 짠 내 나게 생긴 거. 근데 보스는 오히려 귀공자 타입이야. 얼굴은 본 적 없지만.
골드투스가 봤던 액스페이스 보스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복장을 한 남자로, 얼굴 쪽은 벨벳 커튼으로 가려진 탓에 볼 수 없었다.
-딱 듣기에도 완전 흑막인데?
-애초에 액스페이스라는 조직 자체가 어둠의 조직이야. 그런 건 전혀 문제될 이유가 없지.
-아, 골치 아픈데…….
본래 재호가 계산한 바는 단순했다.
투아디에게 화려한 폭발을 보여준 뒤, 유유히 돌아가는 것.
하지만 이곳에서 해적 대회의가 열린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잡범들도 아닌, 대해적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했다.
심지어 해적왕이란 작자도 온다고 한 상황.
그들이 과연 폭탄 하나에 죽을까?
괜히 터뜨렸다간 어떤 지옥이 벌어질지, 충분히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물론 고잉헬 호라면 도주가 충분히 가능할 테지만…….
‘위험해……. 거물이 너무 많아.’
일망타진한다면야 제국으로부터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했다.
스리조 선장 하나와 싸우는데도 그 고생을 했는데, 비슷한 급의 대해적 넷과 해적왕까지 상대하라고?
‘어쩔 수 없군.’
시간적 여유가 없긴 하지만 폭탄 상자를 훔쳐 나올 수밖에.
섬을 통째로 터뜨려 버리겠다고 투아디에게 호언장담한 게 있긴 했지만 이건 정말 아니었다.
촤아아아-
[대해적 해역으로 진입하였습니다.] [위대한 해적 의 의지가 고잉헬 호를 감쌉니다.] [배의 통제 권한을 상실합니다.]“?”
바다의 의지에 조종당하기 시작한 고잉헬 호.
이러면 도망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
[고잉헬 호가 의 의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합니다.]“헉?”
역시 저주 받은 배다웠다.
‘일단 자연스럽게 움직이자.’
바다 자체가 살아 있는 건 아닐 터.
일종의 광역 저주에 해당하는 앙굴라의 의지였기에 연기만 하면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섬.
“음, 저 섬이 폭탄인가?”
투아디의 물음에 재호는 미리 준비해 놓은 거짓말을 쉰들러를 통해 전달했다.
“응? 일단 이쪽 섬에서 볼일부터 좀 본 뒤에 터뜨리겠다고?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지?”
[투아디의 호감도가 감소합니다.]투아디와의 호감도?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일단 최대한 빠르게 털어서 나와야 대결을 하든 말든 할 수 있었으니.
쿠웅-
그때, 입항하던 과정에서 항구와 충돌을 일으킨 고잉헬 호.
“?”
“??”
비어보틀과 퍼실은 물론, 항구의 모든 이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잉헬 호를 쳐다봤다.
앙굴라의 의지에 의해 조종을 받고 있을 텐데, 왜 배가 충돌한 것인지 의문인 상황.
고잉헬 호에는 전문 선원들이 전혀 없었으니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흠흠……. 술을 너무 마셨놔? 배과 흔들린 것 같은뒈?”
취해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단 필사적 어필.
그 백치미가 먹힌 것인지, 그들은 고개를 갸웃하기만 하고 넘어갔다.
‘망할. 이거 언제 멀쩡해지는 거지? 술 깨는 꽃 같은 건 없나?’
다양한 종류의 디버프 제거 옵션의 꽃들은 있었으나, 숙취 해소를 위한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대해적님이십니까!”
고잉헬 호로 다가온 항구의 관계자가 재호를 향해 소리쳤다.
“구래. 알… 이 아니라 테일러다!”
재호는 손에 감고 있던 대해적의 증표를 보여 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모든 방문자들은 이곳 5번 섬에서만 활동이 가능하며, 해적 대회의는 내일 밤에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적왕께서 아마 새로운 대해적의 탄생과 관련해 따로 만남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아뢌다.”
“그럼 머무시는 동안 좋은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아! 혹쉬 숙취해소제 같은 건 없놔?”
“예?”
해적들이 그 정도로 미친 듯이 마시면서도 멀쩡할 수 있는 데엔 뭔가 특별한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술을 깨는 데엔 당연히 술 아니겠습니까?”
“…….”
“이곳 항구엔 좋은 선술집들이 많습니다. 아무 곳이나 잡고 들어가셔도 좋을 겁니다.”
“……고맙돠.”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한 뒤, 재호는 다시 골드투스를 찾았다.
* * *
-어떻게 훔치지?
이곳의 지리를 아는 건 골드투스밖에…….
-나도 몰라. 5번 섬이라고? 내가 가 본 곳은 2번 섬이랑 보스가 있는 1번 섬이 전부야.
-폭탄이 있는 곳은 4번이라며? 그러면 바로 옆에 있는 거 아냐?
-그렇기야 하겠지만 4번 섬이 어디인지도 모르잖아. 안내판을 붙여 놓은 것도 아닌데.
-흠…….
역시 이런 상황에서 가장 쓸 만한 건 암살자.
그래서 재호는 테일러에게 주변 정찰을 요구했다.
-뭐, 그런 건 내 전문이지. 금방 확인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
-네가 그렇게 말하니 영 못미더운데. 일단은 알았…… 어?
테일러에게 대답을 해 주던 재호는 문득, 한 가지 수상쩍은 걸 깨달았다.
재호의 뾰족한 시선이 골드투스를 향했고, 그녀는 그 시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너 설마 함정 판 거냐?
-??
-귓속말 되잖아!!!
-……어?
그러고 보니 액스페이스 본단으로 왔음에도 귓속말이 멀쩡히 되고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일이 여기까지 꼬인 게 무엇 때문이었던가?
그 배경엔 골드투스와의 귓속말이 막혔던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 아냐! 오해야! 분명 난 귓속말이 안 됐다고!!
-지금은 멀쩡히 되잖아!
-그건… 아! 어쩌면 2번 섬에서만 안 된다거나 그럴 가능성도 있지!
-그쪽보다는 네가 액스페이스 조직원으로서 함정을 팠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데?
-아니야! 아니라고!! 그럴 거면 더 쉬운 방법들이 많았을 거라고!!
억울해 미치려는 골드투스.
다행히 그 억울함은 잠시 후에 돌아온 테일러의 귓속말 덕분에 해결이 되었다.
-야, 여기 장난 아닌데? 단순 해적 소굴이라기엔 너무 이상해! 게다가 특정 지역에선 귓속말도 막히는 거 같아. 그런 곳들은 특히나 중요한 장소가 아닐까?
-그래?
그 사실을 전해들은 골드투스는 재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다시 한 번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4번 섬이 어딘지는 확인했어?
-어. 대충 보니까 여섯 개의 섬들이 원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가운데 있는 하나가 1번 섬이고 4번은 여기서 반대편이야. 그런데…….
-그런데?
-여기 액스페이스도 있는 것 같은데? 2번 섬이 액스페이스 본거지라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재탕하자 재호는 관심을 끊곤 다시 골드투스와 귓속말을 시작했다.
-4번 섬은 여기서 반대라는군. 쯧, 일부러 헷갈리게 해 놓은 모양이야.
-그전에 사과 안 해?
-미안.
-표정에서 너무 영혼 없는 거 아냐?
-아, 술이 취해서 그래.
-…….
골드투스는 결국 그 정도에 만족하고 넘겼다.
-내가 알기로 액스페이스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돈이 거기로 모이는 걸로 알거든. 해적질까지 병행하고 있다면 섬 하나 정도는 쓰는 게 납득은 돼.
-그렇다면 거쳐 가야 할 섬이 꽤 많은데…….
경계가 삼엄하다고 하니 잠입 특화가 된 테일러와 달리, 재호(만취한)나 골드투스는 어려울 터.
게다가 시간도 이젠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투아디를 좀 더 설득해 보려고 해도…….
“안 된다. 이미 한계야. 그런 소리를 했다간 당장 우리 모두를 터뜨려 버릴 거다.”
쉰들러는 질색하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방법은… 1번 섬을 가로질러 침입하는 것뿐인데.
-……너 혼자 가. 난 안 가.
제 발로 자수하러 온 상황이라 안 그래도 발이 저리거늘, 보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맨 정신으론 절대 안 할 선택지였다.
‘쯧……. 미치겠네.’
생각하는 시간조차 아까운 때.
하지만 도저히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 갈지 감도 안 오니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냥… 골드투스를 넘기고 폭탄 상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골드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너 XX! 이상한 생각했지?!
-?!!
-표정에 다 보였어!
-무슨 소리야. 애초에 내 표정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는 건 극소수라고. 혼자 움찔한 거 아냐?
-?!!
그것 또한 사실이었으니.
-어? 알시아! 큰일 났다!
그때, 테일러에게서 온 요란스러운 귓속말.
-왜 또?
-액스페이스 놈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네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응? 뭐라고?
-이번에 새로 대해적이 된 게… 왠지 알시아 너 같다고…….
-!!
-게다가 골드투스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 테일러 선장? 이번에 새로운 대해적이 테일러 선장이라는데? 야. 이거 무슨 소리야?
조졌다!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물론 테일의 항의는 못 본 체했고.
‘아니, 애초에 골드투스 이 녀석은 2번 섬에서 벗어나 본 적도 없다면서 어떻게 이쪽 소식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섬 거주 인력과 외부 인력의 차이였으나, 그런 것까지 따져가며 확인해 볼 상황이 아니었다.
이젠 정말로 긴박해졌으니까.
“테일러 선장님!”
배 아래에서 재호를 부르는 목소리.
“해적왕께서 대해적들을 소집했습니다!”
“……!”
진짜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