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33
232화
흘러가는 대로 가자고 했지만… 이건 그 수준이 아니라 휩쓸려 가는 상황이었다.
“아뢌다.”
일단은 선착장으로 내려선 재호.
“알시아 님! 알시아 님!”
“쿨럭!”
하필 이 타이밍에 잔뜩 신이 나서 재호에게 달려오는 티나.
“알시아……?”
재호를 데리러 왔던 해적의 의문.
“내… 내가 개인적으루 좋아하는 대륙의 악당이돠!”
급히 변명을 했고.
“아!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아주 흉악한 놈이라지요.”
재호의 어마어마한 악명 덕에 충분히 설득력은 얻었다.
“흠흠, 곧 따라가쥐. 먼저 가 있도록.”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지체하시면 안 됩니다.”
“아뢌다.”
잠시 그를 보낸 뒤, 재호는 티나와 마주했다.
“무슨 일이야?”
“헤헤, 이거요.”
항구로 구경을 나가 보겠다고 갔던 티나의 손에는 작은 병이 들려 있었다.
“술 깨는 데 효과가 좋대요.”
“?!”
숙취해소제 없다더니!
“주인이 하도 요란 떨면서 내놓지 않으려는 걸 어렵게 구했어요!”
“티놔…….”
감격한 재호는 그 병을 받아선 퐁 하고 마개를 열었다.
왜 굳이 저 냄새나는 곳으로 가나 했더니, 다 나를 위해서였…….
“쿠톼하!!!”
단번에 탁 털어 삼키자마자 재호는 불을 뿜었다.
[불타는 해적 화주 원액을 마셨습니다.] [술이 깨기 전까지, 체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해적들이 당신의 용기에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해적들 사이에서 당신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만취 한계를 돌파하였습니다!] [당신은 개망나니가 되었습니다.] [행동에 주의하십시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것입니다.] [체력 수치가 100으로 고정됩니다.]이 순수한 엘프가 간악한 해적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모양이었다.
숙취해소엔 술이 최고라고…….
* * *
재호는 아주 기괴한 체험을 하고 있었다.
분명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멀쩡히 머리는 돌아가고 있는데…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시스템이 큰 틀은 가지고서 재호의 몸을 움직여 주고 있다는 점.
‘유체이탈을 한 느낌이 이런 거려나?’
비틀거리며 자신을 찾아왔던 해적에게 다가간 재호.
티나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재호를 따라왔으나,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말해 뭐하겠어.’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딸꾹-
화르륵-!
취기에 딸꾹질을 할 때마다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불꽃.
“헉?! 뭐, 뭡니까? 설마 불타는 해적 화주 원액을 마신 겁니까?!”
“어브어 아라러?(어떻게 알았어?)”
“예?”
알아듣지 못한 해적.
재호의 발음은 얼핏 듣기에 심해 악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젠장…….’
욕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
“와……. 대단하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감탄하는 해적.
“그 끔찍한 괴물을 원액 그대로 마시는 건 다른 대해적님들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테일러님은 외모답게 성공하셨군요!”
“이에 무어아 드다해?(이게 뭐가 대단해?)”
“크- 멋집니다. 저도 언젠가는 꼭 화주 챌린지에 도전할 겁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술을 마시겠습니다!”
“…….”
그러시던가.
재호는 그를 따라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로 향했다.
척-
다리를 건너기 전, 따라온 티나를 막아서는 다른 이들.
“테일러 선장님 외에 다른 분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뭐? 헛소리하지 마!”
크게 반발하는 티나.
하지만 재호는 그녀를 향해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괘으아.(괜찮아.)”
그러면서 주먹을 내밀었으니.
“…알겠습니다.”
안타까워하면서도 티나는 재호와 주먹을 마주쳤다.
덥썩-
“?”
“?!”
헌데 술취한 재호의 몸이 멋대로 티나의 작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
“아, 알시아 님……!”
왠지 감격한 듯한 티나의 표정에 재호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미아애! 애 모미 마으 아드어.(미안해!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알겠습니다!”
“?(?)”
비장한 티나의 대답에 재호는 당황했다.
이 녀석 뭐라고 알아들은 거지?
* * *
티나와 헤어진 뒤, 가운데에 위치한 1번 섬으로 이동한 재호.
다리를 건너자 그곳엔 다른 대해적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언코트 해적단의 선장, 대해적 바그거너를 만났습니다.] [포트리스 해적단의 선장, 대해적 스퀴드탱크를 만났습니다.]비어보틀과 퍼실, 그리고 나머지 두 대해적들인 바그거너와 스퀴드탱크.
이미 구면인 앞선 둘과 달리, 처음 보는 바그거너와 스퀴드탱크는 재호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해적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곤 하지만 지나치군.”
바그거너는 시뻘겋게 익어선 잠시도 가만히 서 있지 못하는 재호의 모습에 혀를 찼다.
“그건 네놈들도 마찬가지야. 아직도 해적이라고 하면 술만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니.”
스퀴드탱크는 옆에 있는 세 선장을 향해 말했다.
“참고로 우리 포트리스 해적단은 얼마 전, 무사고 항해 2,500일을 달성했다. 이게 바로 금주의 효과지. 덕분에 하루에 두 번씩 배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그로 인한 절약 효과는…….”
“으갸갸갹- 또 시작이군. 네놈의 금주론은 땅것들에게나 말하라고!”
“흥. 할 거면 네놈이나 처마시지 말 것이지, 네놈 졸개들은 뭔 잘못이냐? 그래서 네 선원들 불만이 많은 것이다. 복지가 그 모양이니.”
퍼실까지 비난에 가세하며 어느새 그들은 저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욕설을 마구 날리며 싸우는 그들의 모습은 대해적이 아닌 동네 주정뱅이들 같았으나…….
‘나를 향한 관심이 사라졌으니 잘됐지 뭐.’
곤란한 상황이라 괜히 그런 걸로 트집을 잡히면 곤란했다.
“딸꾹-”
화르륵-!
그 순간, 재호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화염.
“음?!”
“저, 저건……!!”
선장들은 그 진한 알코올 화염의 정체를 단번에 간파했다.
“설마 불타는 해적 화주를 마신 거냐!!!”
“아, 아냐……. 그냥 마신 게 아냐! 저렇게 화염이 일어난다는 건 원액을 마셨단 뜻이야!”
“으갸걀! 우리와 마실 때 뭔가 시원찮다 싶더니 이걸 위해서였군!”
“므어 소오야?(뭔 소리야?)”
저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이유를 재호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자그마한 술이 대체 뭐기에?
그리고 티나는 대체 그런 걸 어떻게 구해온 것이고?
“쳇. 그 화주 원액을 마셨다면…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군.”
스퀴드탱크도 재호의 위업(?)에 찬사를 보내었으니.
“……으허허허! 내아 이 엉오야!(내가 이 정도야!)”
일단은 눈치껏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이 의미 모를 행위를 통해 재호를 바라보는 해적들의 눈빛이 확 달라지긴 했으니까.
“선장님들! 이제 슬슬 가셔야 합니다!”
마침 안내를 위해 마차를 끌고 나온 해적의 외침에 그제야 찬사를 멈춘 그들이 움직였다.
* * *
1번 섬의 중심부에 위치한 웅장한 저택.
각기 다른 마차들을 타고 이동한 그들은 해적왕이 기다리고 있는 홀에 도착했다.
‘음, 골드투스 말대로군.’
해적왕은 얼굴을 가린 채, 한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었다.
복식 역시 대륙의 귀족과 흡사했으니, 도저히 해적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모든 해적들의 제왕, 해적왕 을 만났습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악명이 크게 증가합니다.]철저히 숨겨진 정체.
입장한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자 들어왔던 문이 닫히곤 고요한 침묵이 내리앉았다.
대해적들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대해적의 위압감.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우우웅-
묵직한 저음이 홀을 묵직하게 울렸다.
“갑작스러운 해적 대회의 소집에 많이 놀랐을 것이라 생각하오.”
“으갸갹- 물론이오. 어지간히 위급한 일이 아니면 늘 정례 회의에서나 보았을 테니까.”
“무슨 일이지? 이 정도로 급히 소집한 이유가.
해적왕을 향한 위압감과는 별개로, 존대는 사용하지 않는 대해적들.
“그만큼 긴급한 사태가 발생했다오.”
그리고 그들의 말투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해적왕.
그 특이한 관계에 재호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잠시, 이어진 해적왕의 말에 재호는 술이 번쩍 깨는 느낌이(느낌만) 들었다.
“우리 쪽 간부 하나가 변절을 했다오. 그리고 그자는 우리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엘리시아 화원의 알시아 왕과 결탁한 것을 확인했소.”
“쿩!”
화르륵-
꾹꾹 눌러 참았음에도 비집고 나오는 딸꾹질과 작은 화염.
스으-
재호는 해적왕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걸 확실히 느꼈다.
동시에 자신의 정체도 알고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소? 테일러 선장… 아니. 알시아 왕?”
역시!
“뭐, 뭐라고?!”
“저자가 대륙의 인간 악마라고?”
“난 팬티를 입고 사슬 채찍을 들고 다니는 변태라고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역겨운 꽃향기는 풍기고 다니는 미친놈이 있다고 들었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서로 다른 설명.
척-
커다란 손을 들어 좌중을 진정시킨 해적왕이 말을 이었다.
“알시아 왕. 본인의 정체를 숨기면서까지 여길 찾아온 이유가 뭐지? 게다가 골드투스까지 앞세워서 말이야.”
모든 걸 알고 있는 해적왕.
“무으 소이이 모으에웅.(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
소통이 불가능한 재호의 혓바닥.
게다가 통제되지 않는 몸도 문제였다.
쾅!
통제를 벗어난 ‘알시아’는 해적왕의 지적에 짜증이 난 것인지, 냅다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쳐 버렸다.
[만취한 주먹질에 1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재호의 체력이 100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무려 10이나 깎여 버렸다.
“아으 이 이잉. 이안함미다.(아 이런 미친. 미안합니다.)”
진심과는 달리 손가락은 삿대질에 ‘고블린 수화 마침표’까지 날려대고 있었으니.
“으갸갹- 해적왕. 당신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군.”
“?!”
그때, 재호를 옹호하고 나선 비어보틀.
“그게 무슨 이야기요?”
해적왕의 차분한 물음에 그가 비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자는 불타는 해적 화주 원액을 마셨거든.”
“…….”
“맞아. 테일러 선장은 우리 중,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뤘어. 단순히 우리를 속이기 위해서 화주 원액을 마셨다곤 보기 어려워.”
퍼실까지 나서서 거들었다.
“음, 맞는 말이야.”
“내가 술을 안 좋아하지만 화주 원액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
바그거너와 스퀴드탱크까지 동의해 버리자 재호는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
대체 그 불타는 해적 화주가 뭐기에!
“확실히 그 점은 간과할 수 없지.”
심지어 해적왕조차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화주는 오롯이 해적으로서의 명예만을 위한 것. 그건 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먹는 순간, 죽음의 위기에 빠지게 되지.”
‘아, 그래서…….’
체력이 거의 바닥으로 고정되어 버린 게 그 탓인 모양이었다.
다른 선장들이 쉽게 성공할 수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고.
“하지만 그대들이 모르는 것 하나가 있다오.”
바로 재호는 임모탈리언이라는 것!
“뭐, 뭣이?!”
“그, 그렇다면…….”
그 사실 하나로 분위기는 갑자기 돌변했다.
“이런 비겁한……! 임모탈리언이면 죽어도 죽는 게 아니잖아!”
“죽음 다음이 있다면 누구나 화주에 도전할 수 있을 거다!!”
“실망이군! 생긴 것과 다르게 너무 치졸하군!”
“이으까지 난 아우거도 앙 해써!(지금까지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재호의 격한 항의.
정체가 탄로 난 것 이전에, 화주고 뭐고, 죄다 재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짓들이었다.
그저 사고였고, 그 사고를 보고 저들끼리 지레짐작한 것 아니었나?
“아마 그대에게서 나는 진한 꽃향기를 숨기기 위해 무리를 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 얼굴과 기괴한 패션까지 숨길 수 없다.”
해적왕이 손가락을 척 들어 재호를 가리켰다.
“알시아 왕. 말하라. 액스페이스와 우리 해적 연합의 철천지원수인 그대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가 뭔지. 게다가 배에 타고 있는 수많은 고블린들……. 우리와 전쟁이라도 하려고 온 것인가?”
“…….”
술 취해서 대화조차 쉽지 않은 상황.
그때.
-야야, 알시아.
-?!
귓속말이 막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테일러에게서 귓속말이 걸려온 것이다!
-뭐야? 어떻게 귓속말한 거야?
-외부에선 당연히 안 되지. 지금 나도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온 상태야. 이 섬들이 의외로 경계가 빡세진 않더라고.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배로 돌아갔더니 골드투스가 웬 상자를 찾아보라던데.
-?!!!
재호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한 것이지?
테일러보고 상자를 훔치라고 하면 되는 거였잖아!
-참나. 나도 얼마나 테일러 그 녀석이 못미더웠으면 그 생각을 못 한 거지?
-……야, 이거 귓속말이야.
-아, 미안. 술 취한 뒤로 귓속말로만 말하다 보니 헷갈렸네.
시무룩해진 테일러의 표정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어쨌든 상자는 찾았어?
“알시아 왕! 말하라!”
다시금 재촉하는 해적왕.
-일단 찾긴 했어. 그런데 도저히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었어. 그러다 네가 이쪽에 있다고 해서 왔지.
-하긴.
그걸 들고서 여기까지 온다면 잠입이 절대 불가능했다.
‘게다가 테일러가 의외로 좋은 판단을 내리기도 했고.’
그저 재호가 있는 곳엔 언제나 대형 사건이 터지니, 누구보다 빠르게 한 숟가락 하기 위해서 들어온 것이었지만.
-테일러, 네가 할 일이 있어.
-헉!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
재호는 빠르게 명령을 내린 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좌중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아으.(나는.)”
[고블린 대왕 투아디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투아디가 고잉헬 호 탈취하였습니다.]콰아아앙-!!!
이윽고 들려오기 시작한 폭음.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블린들이 이 섬에다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