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38
237화
고잉헬 호로 복귀한 뒤, 섬을 떠나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할 것은 해상에 둥둥 떠다니는 보물들을 건져 올리는 것.
골렘에 사용된 보물의 양은 어마어마했으나, 그중 절반 정도가 골렘 소환으로 사라져 버렸다.
거기다 폭발로 또다시 많은 양이 소멸해 버렸고.
그럼에도 바다 위엔 눈 닿는 곳마다 황금빛 보물이 떠다니고 있었다.
저것들을 버려두고 그냥 갈 순 없는 일.
“여기도 있다! 저기도!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 할까!!”
눈이 뒤집힌 쉰들러의 외침에 선원들이 연신 그물망을 던져댔다.
물론 다른 고블린들 역시 잔뜩 흥분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제 고블린들은 재호를 새로운 왕으로 완전히 인정하고 복장했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웅대한 폭발도 보았고, 투아디도 이젠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단순한 녀석들이야.’
재호가 투아디를 죽인 것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인간들처럼 왕가의 정통성이 없는 탓일 수도 있었다.
누가 더 대단한 폭발 쇼를 보여주냐에 따라 왕이 바뀌는 걸 보면…….
‘그나저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해적 소굴을 처리해 버린 게 아니었다.
바로 액스페이스의 본거지 역시 함께 날려 버렸다는 것.
현재 골드투스가 폐허가 된 섬으로 진입해 조사 조사 중에 있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액스페이스는 대륙 정세를 파악하고 해적들의 암중 영향력을 높여가기 위한 조직이었다는 것이었다.
즉, 언젠가는 이들도 대륙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는 뜻.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지만.
그리고 액스페이스가 사라지고 골드투스는 목숨을 쫓길 일이 사라지자 재호에게 털어놓았다.
재호를 사사건건 방해해 달라고 의뢰한 이의 정체를.
‘이수민…….’
재호는 혀를 찼다.
수민과 썩 좋은 사이가 아니었단 건 자신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대회에선 아예 노골적으로 재호와의 일대일 싸움을 요구하며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고.
하지만 액스페이스까지 이용해 그런 치사한 짓을 할 줄은 몰랐다.
‘그냥 아무 방해나 해 달라는 게 뭔 소리야…….’
대체 얼마나 자신이 미웠으면 그런 요상한 의뢰까지 한단 말인가?
게다가 딱히 수민에게 무슨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알시아 님.”
재호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티나가 재호를 불러 깨웠다.
“붙잡은 해적들은 어떡할까요?”
“해적들? 아…….”
그 어마어마한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은 해적들은 상당수.
그들 전부는 이제 거점도 없었고, 우두머리도 없었으니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배의 노예로 쓸까요?”
“……노예라는 포현보다는 선원이라고 하자.”
그래도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기존 선원들이 있긴 했으나, 인원이 좀 모자라기도 했고 솔직히 영 못미더웠다.
“그 자식들은 틈만 나면 뒤통수를 치려고 안달이 나 있으니.”
다음이 없는 NPC와 플레이어의 태도 차이는 그런 점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일단 다 건져서 쓸 만한 녀석들은 적당히 추려 고잉헬 호의 선원으로 쓰고, 나머지는 포로로 잡아 둬. 대륙으로 돌아가면 한몫 두둑하게 챙길 수 있겠지.”
그렇게 사태가 서서히 정리되어 갈 때쯤, 이번엔 테일러가 다가왔다.
“흠흠, 알시아.”
“넌 또 왜 그렇게 불안한 표정이냐?”
“으, 응?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머리를 긁적이던 테일러가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사실 여기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네가 투아디를 만나서 출항을 한 것까지는 알려졌지만, 해적왕이니 대해적이니 하는 것들은 전혀 모르잖아.”
“아마 그렇겠지?”
“그래서 그런데… 사실 내가 배에 오른 뒤로 계속 녹화를 해 놨거든.”
차마 생방은 할 수 없었지만 모든 것들을 녹화는 해 놓은 테일러.
“아마 이게… 상당히 돈이 될 게 분명하잖아? 그래서 좀 파는 게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그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재호는 피식 웃었다.
“나도 녹화는 다 해놨어.”
“……어?”
당황한 테일러가 멍청한 소리를 냈다.
이번에 바꾼 일성의 엘리시아 캡슐은 방송 및 녹화 쪽으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던 것이다.
재호가 접속하는 순간부터 종료할 때까지, 자동으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으니.
“뭐, 그래도 내가 없는 곳에서의 기록도 있으면 더 풍성하긴 하겠지.”
시무룩해하는 테일러의 모습에 재호가 얼른 덧붙여 주었다.
“그, 그렇지?!”
“근데 이거 영상 공개되어도 괜찮은 거야?”
재호와 테일러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건 비밀이었다.
다른 선원들 역시 테일러가 재호를 위해 움직인 건 어디까지나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만 생각할 뿐.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적당히 편집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너한테 말한 거야. 한국 쪽 방송에 넘기려고…….”
러시아 방송에 넘겼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알고.
하지만 어마어마한 입지를 쌓은 재호라면 한국 방송국 쪽에서 쉽게 악마의 편집을 하진 못하리란 게 테일러의 판단이었다.
“알았어. 그럼 나중에 게임 종료하면 나한테 보내줘.”
“헤헤, 고마워! 근데 값은…….”
“그건 방송국 쪽이랑 협의를 해 봐야할 것 같은데. 실제 방송 분량에 네 영상이 얼마큼 쓰이냐에 따라 다를 거야.”
“아! 그런 거구나. 알았어!”
개인 방송만 줄곧 했었지, 방송국을 통해서는 출연을 해 본 적이 없는 테일러는 들뜬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멀리서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버팔로도 슬그머니 다가왔다.
“저기… 알시아.”
“?”
“언뜻 들으니까 테일러가 너한테 영상 파는 것 같던데… 혹시 나도…….”
랭커 정도 되는 이들이 이런 대형 퀘스트를 막무가내로 플레이 했을 리 없었다.
즉, 버팔로뿐 아니라 골드투스, 그리고 다른 선원들도 재호 몰래 녹화는 다 해 놓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차례로 재호를 찾아왔고.
어쨌든 이 사태의 핵심인 재호의 허락을 구해 놓아야 혹여나 생길 법적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까.
* * *
[긴급 독점! 바다 한가운데서 벌어진 대해적과 해적왕과의 전투!] [단독 선공개! 그 누구도 몰랐던 해적왕의 존재!] [진짜 선공개! 대해적부터 해적왕까지!]전 세계 각국에서 앞다투어 공개하기 시작한 재호와 해적들의 혈투.
출처는 고잉헬 호 최하층 선원들이 재호에게 허락을 얻은 뒤, 자국 방송국들에 판매를 한 것이었다.
개중에는 개인 방송을 통해 업로드를 한 이들도 있었고.
테일러나 버팔로, 골드투스처럼 재호를 통해 방송 자료를 제공한다면 더 큰 화제성을 가지게 되겠지만, 그런 요청을 할 정도로 재호와 친하거나 신뢰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들은 재호의 뒤통수를 몇 번이나 친 경력이 있지 않은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자신들의 전적 탓에 재호를 믿지 못했던 것이다.
-근데 왜 정작 당사자인 황재호는 아무것도 공개 안 함?
└그러니까. 얘들은 그냥 저 시커먼 곳에서 삽질하는 게 반 이상인데?
-그래도 후반부는 볼만하네. 상황이 너무 급전개 되어서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삽질하다가 대해적 만나서 싸우고, 돌아와서 삽질하다가 다른 대해적들 만나고, 또 삽질하다가 나와 보니 해적왕이 나타났다. 이거지?
└요약 기가 막히네.
-좀 제대로 된 거 없어?
└알시아가 분명 뭔가 갖고 있는 거 같은데.
└좀 기다려 보셈. 아마 황재호는 또 OMGN 쪽으로 공개하겠지.
그 추측은 정확히 맞아 들어갔다.
사건이 일어나고 정확히 4일 뒤, OMGN에선 특집 방송이 되었다.
본래라면 풀 버전을 당장 다음 날에라도 방송을 했을 테지만, 테일러가 등장하는 부분을 적절히 편집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그렇게 공개된 해적왕 레이드의 과정.
그것이 공개되자 앞서 했던 자잘한 방송들은 모두 잊혀졌다.
-황재호는 대체 가만있어도 어떻게 저런 게 굴러 들어오냐?
└굴러들어 온다고 해서 다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지.
└ㅇㅇ맞말. 사실 우리도 주변을 둘러보면 퀘스트거리 사방에 널려 있음. 근데 좋아 보이는 거만 골라서 하려고 할 뿐이지.
└ㄴㄴㄴ저 정도로 대형 퀘스트가 좋아 보이는 게 아니면 뭐임? 그냥 운이 더럽게 좋거나 월드와이드에서 밀어주는 거 아니면 말이 안 됨.
-양심 없는 새끼들이 글 막 쓰네. 너네 게임 제일 처음 시작할 때 뭐했냐? 튜토리얼 NPC 찾아가서 기본 칼 받고 허수아비 때리기부터 안 했냐? 인터넷 보고 육성법 찾아보고 제일 안전한 루트 따라서 캐릭터 키운 거 아님? 그러고서 황재호처럼 저렇게 되길 바란다고?
└나도 이거에 동의. 황재호는 시작부터 말도 안 됨. 실수로 가는 거 아닌 이상, 누가 럭시 숲을 감? 그리고 누가 사막에서 꽃을 키움?
└ㅇㅇ확실히 일반적인 루트는 아님. 그리고 너네 그거 알아야 함. 황재호 레벨 아직 200도 안 됨. 보통 황재호가 지금까지 게임한 기간이면 200은 충분히 찍어야 함.
└야. 이미 전투력이 레벨 500은 되는데 뭔 상관이냐?
-근데 하나 궁금한데, 그러면 해적왕도, 대해적도 죽었으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임? 황재호가 해적왕인 건가?
└그러게. 뭔가 분위기로 봐선 딱히 그런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그러면 지금 바다로 가면 누구든지 해적왕 노릴 수 있다는 거 아냐?
└……어?
그렇게 대해적 시대가 열렸다.
* * *
평화로운 바다를 항해하는 고잉헬 호.
그리고 그 뒤로 반파된 작은 배 몇 척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곳에 타고 있는 건 죄다 해적 포로들.
한 명 한 명이 결국은 돈이었으니 내버려두고 올 수 없었다.
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부가 효과도 하나 있었으니.
[해적들의 존경심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대해적과 해적왕을 털어버린 것도 모자라 화주까지 마셔 칭호까지 얻은 재호는 해적 잡졸들에겐 그저 경외의 대상.
더군다나 망망대해에 버리고 가도 될 해적들을 굳이 살려서 데려가고 있었으니 저런 알림이 뜨는 것도 당연했다.
‘뭐… 어차피 사라질 존경심이긴 하겠지만 영 불편하네.’
재호가 해적들이 탄 배를 힐끗 쳐다보자…….
“히이익! 누, 눈 마주쳤어!”
“날 보셨어! 날 보아주셨다고!”
“닥쳐! 나야!”
이런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러면 엘프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저러면 괜히 마음이 불편한데…….’
그렇다고 해서 해적들을 데려다가 어디다 쓰겠는가?
바다 생활을 하던 해적들이 대륙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곳은 감옥과 단두대뿐이겠지.
“알시아 님! 슬슬 대륙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티나의 외침에 재호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마침내 몇 주간의 바다 생활을 끝낼 때가 된 것이다.
돌아가면 할 일이 많았다.
화원의 상태도 체크를 해야 했고, 한참 진행 중인 사막 테마 파크도 확인을 해야 했다.
‘메이가 보여준 스샷을 보면 상당히 많이 진행된 것 같던데.’
그렇다면 이제 그곳에서 일을 할 사람을 구해야 했다.
플레이어가 아닌 NPC들로.
‘그 사람들을 어디서 구하냐가 문제…….’
자신들의 터전을 벗어나 외딴 사막으로 오려는 NPC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최근 일성 쪽에서도 본격적으로 허가를 내고 투자가 시작된다고 하니, 그것만 해결이 된다면 모든 준비는 완료되는 것이었다.
“인력… 인력…….”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뒤로 향한 재호.
“헉! 날 보셨어!”
“아까도 너라면서! 이번엔 나야!!”
난리가 난 해적들.
“……!”
그리고 그들을 본 재호의 눈이 반짝였다.
* * *
재호의 해적왕 레이드 방송을 본 수민.
그리고 수민은 그곳에 골드투스가 함께 있는 걸 보곤 입을 쩍 벌렸다.
이어 액스페이스가 깡그리 사라졌단 사실에 절망했다.
이렇게 되면 그가 들였던 돈들은 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분명… 황재호 그 자식은 다 알고 있을 거다.’
자신이 액스페이스에 의뢰를 했었다는 걸.
그리 생각하면서부터 그의 몸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두려움.
그것이 원인이었다.
재호를 향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에 자신을 향할 조롱과 비난.
그런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며칠을 앓던 수민은 문득 깨달았다.
‘내가 왜 고작 게임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거지?’
고작 게임이라기엔 뉴월드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으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내가 게임 내에서 범죄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까지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
그의 눈이 흉험하게 빛났다.
‘내가… 내가 직접 하면 돼…….’
재호와의 정면 대결은 불가능하지만, 자신의 실력이라면 재호가 하는 일들을 방해하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그 와중에도 현실 감각은 잃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혹여나 이성을 잃었으면 알시아가 아닌, 현실의 황재호에게 덤벼들었을 수도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