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럭시 숲의 트리안 마을.
그곳에 마련된 커다란 원탁에 다양한 엘프 부족의 장로들이 빙 둘러앉았다.
엘다 장로 역시 함께 자리해 있었고, 표정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제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이유는 막 끝난 재호의 이야기 때문.
리젤란 숲 토벌.
고향에서의 삶을 기억하고 있는 고령의 엘프들은 지금도 가끔씩 꿈을 꾸곤 했다.
아름다웠던 리젤란 숲의 풍경들을.
그곳에서 노닐던 평화롭던 하루하루를.
그리고 재호가 그곳을 되찾아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망설일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는…….
“인간들이 가만히 내버려둘까요?”
엘다가 말했다.
이미 한 번 세게 맞았던 뒤통수.
이번엔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 않은가?
엘프들은 분명 대륙에서 손꼽히는 전투 종족들이었다.
능력치나 레벨 여하를 떠나, 재호의 피지컬보다도 훨씬 뛰어난 게 엘프들의 피지컬이었으니까.
또한 용맹하기는 어떻고?
단신으로 드래곤을 잡겠다고 달려드는 티나만 봐도 그들이 악마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남은 불신과 상처는 쉽게 극복이 불가능했다.
이미 리젤란 숲을 잃으며 엘프들은 큰 피해를 입고 뿔뿔이 흩어졌던 경험이 있었다.
정령화장 틴라이트의 도움으로 대륙 각지에 흩어져 몸집을 줄인 채 살아온 그들.
그리고 다시 등장한 정령화장 알시아, 재호 덕분에 하나로 뭉쳐 다시금 엘프족의 부흥을 꿈꾸고 있는 상황인데…….
그걸 또 잃어버리게 된다면 엘프족은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저희들 모두 같은 생각입니다.”
다른 장로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엘다의 말에 동조했다.
“비록 신목께서도 이젠 대륙에 자리 잡은 상황이라 리젤란 숲을 예전처럼 돌리는 건 어렵겠지만, 저희들의 고향인 그곳을 언제까지고 악마들의 손아귀에 쥐어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인간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
“이해합니다.”
재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마 자신이라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하지만 이번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번 원정에서 확실히 동원해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전력이 몇 가지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재호와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제국까지 나서면 우리를 건드릴 수 있는 세력은 없다고 봐야겠지.’
또한 예상 못한 사고로 불로장생초를 잃어버리긴 했으나, 오히려 그 덕분에 제국의 협력을 확실히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불로장생초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걸어 보고 있는 황제가 신의를 저버리고 뒤통수를 치진 않으리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적당해 빼돌려 놓긴 하고…….’
보험은 언제나 챙겨 놓아야 했다.
“흐음……. 하지만 정령화장님께서 저런 이야기를 꺼내셨다는 건 그만큼 준비가 되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지금까지 정령화장께서 보여준 기적과 같은 업적을 생각해 보세요.”
하나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알시아 님.”
그리고 여론이 리젤란 숲을 되찾는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을 때, 엘다가 나지막이 재호를 불렀다.
“혹시라도… 저희가 또다시 인간에게 배신을 당한다면…….”
재호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척 들어 올려 엘다의 말을 막았다.
“만약 인간이 또 한 번 여러분들을 배신한다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악마로 대할 것입니다.”
“?!”
그 한마디에 담긴 분명한 의지.
그걸 모든 엘프들이 확실히 느꼈다.
대륙을 몽땅 태워 버리겠다는 것을.
‘그,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엘프들의 달아오른 의욕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었다.
* * *
평화롭기 그지없던 엘리시아 화원에 흐르는 전운.
엘프들의 비장한 표정과 흉흉한 기세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서도 퍼져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재호의 최측근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애초에 재호와 황제가 맺은 비밀스러운 약속이었으니.
그렇다고 엘프들이 인간들에게 무슨 일인지 말할 리도 없었고.
-최근에 엠베이 숲 대장간 쪽도 분위기 흉흉하다더라.
└맞아. 요즘 상품 진열대에 물량 줄었던데. 근데 또 대장간 작업은 평소보다 더 빡세다더라.
└뭐지? 또 황재호 뭔가 꾸미고 있는 거 아냐?
-나 아는 사람이 전럭협 길드원이 다니는 헬스장 파트너 지인한테 들었는데, 황재호가 전쟁 일으킨다고 함.
└전쟁? 엘리시아 화원 인접 국가들일아 꽤 우호적인 관계지 않나?
└그건 모르지. 근데 전쟁 가능성 있다고 본다. 솔직히 나였으면 진작 엘프들 끌고 대륙 통일 전쟁 일으킴.
└제국이 있는데 그짓거리를 한다고?
└제국이 뭔 상관? 제국이라고 해서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 거 같냐?
└누가 들으면 드래곤이 고작 네임드 도마뱀인 줄 알겠네.
-ㄴㄴ내가 정확히 알고 있음. 내 친구가 저번 해적왕 레이드 당시에 참가했던 선원 중 한 명이랑 아는 사이인데…….
온갖 소문만 무성했으나 누구 하나 정답을 맞히지는 못했다.
한편, 재호도 바쁘게 돌아다니며 원정을 준비 중이었다.
바로 우호적 관계를 가진 주변국들과 교단들을 방문해 이번 원정에 협조를 구하는 것.
다행히 마탑 쪽은 뤼니오르가 대신 조치를 취해 주겠다고 했기에 일은 확 줄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재호는 평소 함께 다니는 티나, 그리고 생소한 두 명도 함께 나섰다.
“절 그렇게 무시할 땐 언제고…….”
그중 한 명은 천사 스피단.
리젤란 숲 토벌 원정의 이면엔 재호의 은밀한 목적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대외적으론 악마 토벌 성격이 강했다.
악마와 완벽히 상극에 자리한 종족이 바로 천사 아니던가?
스피단을 들러리로 세우면 설득 효과가 몇 배는 더 강하리라.
“사실 네가 진짜 활약해 줘야 할 곳은 따로 있어.”
지금 향하는 라셀 왕국이나 젠트르노 황자와 역시 밀약을 맺은 슈티물 왕국은 당연히 힘을 보태어 줄 터.
이런 곳에서야 그냥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해도 충분했다.
“진짜 중요한 건 교단 쪽이야.”
제국 입장에서도 껄끄러운 게 교단들.
재호가 아무리 제국의 협력을 등에 업었다고 하더라도 교단을 멋대로 휘두르는 건 어려웠다.
“일단 리젤란 숲으로 향하는 걸 막지 않겠다는 답만 들어도 성공이지만, 명색이 천사가 있는데 그 이상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겠어?”
연합 교단의 성기사단 정도는 지원해 줘야지.
“아니… 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닙니까? 더군다나 대륙의 교단들이 무조건 천사에게 예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천사들도 각기 다른 신을 모신다고.”
“알고 있어. 그래서 저 사람도 왔잖아.”
재호가 가리키는 이는 또 다른 뉴페이스 뤼노.
뤼노는 자신의 걸작, 소름다움을 대중에게 보이지 못한 탓에 굉장히 실망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황제와의 만남을 대중에게 공개할 순 없었으니.
또한 실제 재호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자신조차 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
그 말은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란 뜻일 테니, 예술적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대중에게 또 욕만 먹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재호는 이번 일에 뤼노를 동참시켰다.
그의 끓어오르는 패션 혼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그 교단의 신이 현신한 것처럼 보이도록 이분이 옷을 만들어 줄 거야.”
“그, 그런 불경한 짓으로 신을 사칭해선 안 됩니다!”
스피단은 기겁하며 반발했으나,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왜냐?
“너 이거 진짜 열심히 해야 해. 이번에 교단 돌면서 천과수도 심을 거거든.”
“?!!”
그 무엇보다 강력한 협박이었다.
* * *
예상대로 주변국들은 재호의 제안에 흔쾌히 수락했다.
“대신 불로장생초 한 뿌리만 더 안 되는가?”
라셀의 도자기 피부를 뽐내며 라셀이 그리 묻긴 했으나.
“요절하고 싶으면 더 드리죠.”
재호는 단호히 대답했다.
이제 중요한 건 교단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5대 교단이라고 불리는.
옵티마 교단.
백트 교단.
쿠시온 교단.
노마인 교단.
사므 교단.
제국 내에 있는 옵티마, 백트, 사므 교단은 후에 한 번에 방문하기로 했고, 우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노마인 교단을 찾았다.
노마인 교단은 특이하게도 어느 한 나라 내에 자리 잡은 게 아니라 독자적인 영지를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5대 교단 중,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호는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샤샤샥-
빠른 손놀림으로 노마인 교단 맞춤 천사 옷을 만드는 뤼노.
노마인 교단과 접촉하기 위한 준비였다.
“노마인 교단의 복장은 아무래도 실용성을 많이 따져서 만들어진 것 같군요. 전투 교단이라는 이미지에 어울립니다.”
“그래요?”
재호가 보기엔 비실용적인 건 다른 교단과 다름없었다.
아나볼릭이라는, 진짜 쌈질에 특화된 패션의 교단을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고귀해 보이도록 만들어야 하니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순 없겠죠.”
“전 원래 고귀합니다!”
스피단이 억울해하며 소리쳤다.
“후후, 제 예술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이군요.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아니, 그렇게 시간을 투자할 일은 아냐.”
재호는 뤼노를 계속 닦달했고, 약 30분 만에 옷을 완성했다.
하늘거리는 고급 천들을 덧대어 완성한 그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걸레 아닙니까?”
체념하고 순순히 계획에 동참하려던 마음이 싹 사라진 스피단이 물었다.
“…….”
재호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으나, 자신의 예술적 소양이 부족함을 탓하며 침묵했다.
“어허! 걸레라니! 이건 평화와 투쟁의 의미를 담은 아름답고 결연한 화합의…….”
분개하며 거칠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 스피단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미친 인간 아닙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두려움에 찬 스피단의 말에 재호도 백번 공감했다.
하지만 재호는 눈치가 있었다.
“예술에 대해 모르면 그냥 다물고 있는 게 나아.”
“…….”
“아, 그런데 혹시 너 스스로 후광을 좀 내거나 할 순 없어?”
“예?”
그래도 저런 실험적인 패션을 소화하고 교단을 속이려면 특수 효과 정도는 강력하게 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날개 같은 건 없어?”
“예?”
“머리 위에 황금 고리나.”
“그, 그게 뭡니까?”
“좀 더 천사처럼 보일 만한 요소들 말이야. 연출이 필요해.”
그러면서 재호의 시선은 티나를 향했다.
* * *
노마인 교단을 방문한 재호는 귀빈으로서 확실히 대접을 받았다.
푸른 산호섬에서 악마와 전면전을 벌였던 것도 있었고, 대륙 내에서 여러 위업들을 달성한 전력이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
‘그래도 교황을 만나지는 못하는구나.’
황제에게 받은 직인을 보여주어 이 일에 제국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였는데도 그랬다.
‘황제의 도장 정도론 교황과 일대일 대면은 안 된다.’라는 건, 그만큼 5대 교단이 대단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뜻.
“헌데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신 것인지…….”
대주교의 물음에 재호는 방문 목적을 솔직하게 밝혔다.
“리젤란 숲의 악마를 토벌하고자 합니다.”
“?!!”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 대주교.
“그, 그렇다면 저희를 찾아오신 건…….”
“네. 이 원정에 힘을 보태어 주셨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으음……!”
대주교는 곤란함에 침음했다.
재호가 황제의 직인을 지니고 있다는 건, 제국 또한 악마 토벌에 나선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제국이 왜 이런 일에 동조하고 나섰단 말인가?
더군다나 리젤란 숲을 단단히 포위하고 있는 교단들에겐 일언반구도 없이.
“으음…….”
대주교는 곤란함에 침음했다.
이건 자신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아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 위험한 모험을 노마인 교단이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교단들끼리도 암중 세력 싸움이 치열하거늘, 혹여나 함부로 나섰다가 자신들만 큰 피해를 입으면 어쩌란 말인가?
푸른 산호섬에서도 교단 연합이라는 합의를 이루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죄송합니다만…….”
대주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곤 교단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꺼냈다.
“노마인 님의 계시가 없는 지금, 저희는 함부로 성기사와 사제단을 움직일 수 없습…….”
탕탕-
“음? 무슨……?”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창 두드리는 소리에 대주교가 두리번거렸다.
‘저 자식 뭐하는 거야?!’
하지만 재호는 분명히 보았다.
교황청 높은 곳, 해와 일직선상에 위치한 열리지 않는 창을 힘으로 열려고(?) 안간힘인 스피단을.
콰직-
와장창!!!
결국은 창을 발길질로 깨트린 스피단.
화아아-
그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밟고 스피단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주 우아하고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