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48
247화
계획과 전혀 다른 스피단의 난입에 재호는 입을 쩍 벌렸다.
‘네, 네가 왜 지금 나와!’
아무리 봐도 스피단은 그저 열 받아 튀어나온 것밖에 안 보였으니.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화아아-
어딘가 작위적인 햇빛이 재호를 비추기 시작하자 탄보르의 시선이 그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엔 창가 밖에 거꾸로 매달린 채 거울로 열심히 빛을 쏘아 보내는 티나가 있었다.
“…….”
재호는 이 완전히 꼬여 버린 상황에 이마를 부여잡았다.
“역시 그랬군요.”
한편, 의기양양한 미소를 띤 탄보르.
“인정하겠습니다. 이 정도 정성이라면 저라도 속아 넘어갔을 겁니다.”
“흠흠,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아직 가능성은 있었다.
탄보르는 중요한 지점에서 헛다리를 짚고 있었으니까.
“더 들을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아뇨. 있습니다.”
재호는 단호히 말했다.
“제가 조금 과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바보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해선 어떠한 협조도 얻을 수 없다는 걱정에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제가 거짓을 말한 건 이것 하나뿐입니다.”
재호는 티나에게 손짓을 했고, 이윽고 그녀는 거울을 치우곤 스피단이 들어왔던 창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스피단은 정말로 천사입니다.”
“……파핫!”
차라리 재호에게 흘러나오던 후광이 진짜라고 했으면 믿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천사?
천사라고?
“제 깨달음이 모자라서 그런지, 저자는 전혀 천사로 보이지 않는군요.”
탄보르는 스피단을 쳐다보며 말했다.
“천사가 어찌 순백의 날개와 청렴한 황금 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입니까? 그러고도 천사라 할 수 있습니까?”
“…….”
재호는 스피단을 원망스럽게 노려봤다.
그러게 좀 꾸미자니까.
물론 스피단에게서 인간과 다른 신성함이 느껴지긴 했으나, 외모적으로 확 두드러지는 건 아니었다.
고작 해야 눈이나 스타일 정도가 특이할 뿐.
그래도 그런 느낌적인 느낌만으로도 ‘아, 천사구나.’라는 게 느껴졌으나, 탄보르는 그 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대체 인간들은 천사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런 거추장스러운 건 대천사나 천사장님들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스피단은 억울해하며 소리쳤다.
“감히 드높은 천상의 존재들을 모욕하지 마십시오. 비록 천사의 발길이 끊어진지는 오래되었으나, 그분들은 언제나 대륙에 귀를 기울이고 계십니다.”
탄보르의 경건한 충고에 스피단이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이거 다 자업자득이다?”
재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스피단에게 말했다.
“적당히 이미지메이킹 했어야지. 사람들이 천사에 대해서 완전히 오해하고 있잖아.”
“거기까지만 하십시오. 알시아 왕.”
탄보르는 재호와 스피단이 계속해서 천사에 대해 막말(?)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대륙의 수많은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대가 악마들을 거느리고 있음을. 그런 존재에게 천사께서 창이 아닌 손을 내밀어 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그 악마들은 회개했습니다.”
정확히는 힘에 짓눌린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악마는 악마입니다. 천사라면 모름지기, 모든 마계의 존재에게 신성한 철퇴를 내려야 합니다. 절대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 리 없습니다.”
“…….”
재호는 불댕댕이를 귀여워하던 스피단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히려 불댕댕이가 스피단에게 시종일관 이빨을 드러내며 물어댔었고.
‘이거 곤란한데.’
천사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은 대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고 있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재호가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고 판단한 탄보르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반론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네 사기극은 끝이란 확신에서 나오는 여유.
“……스피단.”
재호는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부름에서 불안함을 읽은 스피단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부탁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호는 말을 이었고.
“너도 가짜 천사 취급 받는 것에 열 받아서 냅다 뛰어든 거잖아. 안 그래?”
“그… 렇습니다만…….”
인정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이미 저질러 놓은 게 있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꽉 막힌 교황님에게 진짜 천사의 격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뭐 없겠어?”
“그, 글쎄요…….”
“모르겠어? 나는 왠지 알 것 같은데.”
“모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후우…….”
재호는 긴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들었다.
“퀘스트 조건을 추가하자.”
“예?”
재호는 인벤토리에서 천과 세 개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그걸 가지고 천계로 올라가. 그리고 좀 높은 사람 한 명만 잠시 데리고 내려와.”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어처구니없어 하며 소리치는 스피단.
헛웃음을 터뜨리는 건 탄보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천계가 이웃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 정도로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친밀한 사이이긴 하죠.”
재호는 다시 스피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능해?”
“안 됩니다. 고위 천사는 차원을 넘어오는 것부터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저는 말단 천사라서 가능한 것이지, 그분들께서 굳이 그런 감정적인 일을 저지를 필요는 없습니다!”
“가능하긴 하다는 거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 세 개 받고. 지금부터 매 주 천과수 한 그루당, 천과를 열 개씩 천계로 올려주도록 하지.”
“?!”
“어때? 본래라면 천과수 100그루를 다 심은 뒤에나 천과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잖아? 그걸 미리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그, 그건…….”
난처한 표정의 스피단.
하지만 확실히 고민이 될 만한 재호의 거래 조건이긴 했다.
하지만 둘이서 밀당을 하는 모습을 여전히 여유롭게 바라보는 탄보르는 생각했다.
‘이미 교황청 주변엔 단단히 결계를 쳐 놓았다. 어떤 눈속임을 쓰더라도 소용이 없지.’
무슨 수작을 부리더라도 바뀌는 건 없었다.
그렇게 확신했다.
* * *
화아아아-
옵티마 교단 위로 내리쬐는 어마어마한 광채.
마치 빛에서 멜로디가 보이는 듯, 아름답게 일렁이며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그 빛 가운데로 기다란 다리가 내려오더니 재호와 탄보르 교황이 있던 곳과 이어졌다.
머-엉
탄보르는 물론, 재호조차 넋이 나가 버렸으니.
스피단이 재호의 제안을 받고 천계로 떠나고 약 15분 뒤, 일어난 현 상황.
자신만만해하던 결계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눈부신 존재에 모든 이들이 본능적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저게… 진짜 천사……!’
스피단이 들으면 거품을 물을 소리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나타난 존재가 뿜어내는 위엄은 스피단에게선 전혀 느껴볼 수 없던 것이었으니까.
사르르-
마치 빛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존재가 탄보르 앞에 섰다.
그리고 뒤따라 내려선 스피단이 공손히 소개했다.
“광휘의 대천사 라시우르 님이십니다.”
[광휘의 대천사 라시우르를 만났습니다.] [명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신성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저주 저항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체력 및 마나 회복력이 증가합니다.] [지능 수치가…….]‘이건 진짜다!’
스피단을 만났을 때, 명성이 오르는 것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천사는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온갖 보상이 줄줄 떠 버렸다.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급 차이.
“아아…….”
탄보르 역시 감히 거스르기 힘든 압도적 신성력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눈앞의 존재는 감히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존엄한 분이란 걸 안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오, 옵티마 신의 제1대천사 라시우르시여…….”
“?”
탄보르의 말에 재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나타난 대천사가 옵티마와 관련이 있는 건가?
재호가 스피단을 힐끔 쳐다보자 그는 나중에 설명해 주겠다는 눈치를 보냈다.
-고개를 들라. 옵티마의 교황.
아름다운 음성이 귀를 간질였다.
-너는 어찌 옵티마 님의 사자를 기만하고 모욕하였느냐?
“죄, 죄송합니다!!”
그는 창백해진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모두 제 수양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 어리석은 두 눈이 내면은 보지 못하고 외면에만 집중하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 말은 내가 이토록 요란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내게도 똑같았을 것이란 소리구나.
“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천계와 중간계의 연결이 약해졌다고 하나, 옵티마 신을 따르는 자들의 눈이 이토록 어두워졌을 줄은 몰랐구나.
“용서해 주십시오!”
-옵티마 교단의 교황은 들으라. 알시아 왕은 현재 천계와 중간계의 새로운 연결을 위해 홀로 힘겨운 싸움을 준비 중이니라. 허나 그것을 옵티마 교단이 막고 선 꼴이니, 천계에서도 이에 대해 많은 비난이 나오고 있느니라.
“헉?! 죄송합니다! 저희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라시우르 님께서 곤란해하셨다니……!”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다시 목소리에 담기기 시작한 자애로움.
-앞으로 너희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충분히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입니다! 다시는 옵티마 님의 이름이 먹칠을 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좋다. 그렇다면 믿고 돌아가겠느니라.
그러고 슬그머니 돌아서는 라시우르는 재호를 향해 윙크를 했다.
“?”
그리고 어느새 손엔 새빨간 천과가 들려 있었으니.
아삭-
한입 크게 베어 물은 그는 엄지를 척 들어 올리곤 하늘로 사라져 갔다.
“…….”
이게 뭔가 하는 재호와 달리, 여전히 땅에 고개를 박고 있는 탄보르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스으으-
따스한 빛이 사라지자 순간 찬 공기가 확 느껴지는 공간.
그제야 탄보르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알시아 왕이여.”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대를 따르겠습니다.”
* * *
또 한 번 세상이 난리가 났다.
옵티마 교단에 나타난 기이한 현상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으며, 그 추측 끝에 한 가지는 확실히 확인이 되었다.
이번에도 황재호가 있었다.
-XX 또?
└응 또시아야.
└뭐 좀 이상하다 싶으면 다 황재호야.
└대체 뭐 꾸미고 있음? 이번에 동부 대륙 쪽 교단 황재호가 싹 훑지 않았음?
└맞아. 교단에 좀 높은 직급 가진 애들 없음? 뭐 알 수가 없네.
-근데 소문에 이번에 옵티마 교단 쪽에 있었던 애들은 온갖 버프 보너스 받았다던데 트루?
└ㅇㅇ 맞음. 전에 엘리시아 화원에 천사처럼 보이는 거 하나 있었잖아. 그거랑 연관이 있는 거 아닐까 싶은데.
└하긴. 뭔가 척 봐도 글로벌 이벤트 수준으로 특수 효과 장난 아니던데. 화신이라도 내려왔던 거 아닐까 싶음. 이미 황재호 신의 화신은 한 번 본 적 있잖아. 마계에서.
한편, 재호는 완식과 진아의 감사 인사를 받고 막 옵티마 교단을 나서고 있었다.
‘원래라면 내가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들은 나설 기회조차 없었고, 도리어 대천사가 나타난 덕분에 버프만 잔뜩 챙겼던 것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재호는 스피단에게 물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덕분에 도리어 다른 교단들보다도 더 확실한 지원을 약속 받았다.
“가자마자 제가 얼마나 바쁘게 돌아다녔는지 아십니까?”
스피단은 에헴 하고 가슴을 폈다.
“대천사님을 설득하는 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런 것치곤 라시우르의 표정에선 여유와 장난기가 느껴졌었는데?
하지만 신나서 떠벌이는 스피단을 보고 있으니 괜히 따지고 들면 안 될 것 같았다.
“운 좋게 라시우르 님께서 과거에 옵티마 교단과 연이 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쪽의 사정과 제 ‘설득’에 결국 도와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럼 라시우르는 원래 옵티마 신이랑 관련이 없어?”
“예. 라시우르 님은 무신론자입니다.”
“…….”
무신론자 천사라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무리하시긴 하셨으니, 아마 이번에 돌아가시면 최소 1년은 주무실 겁니다.”
“뭐? 그 정도야?!”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야 말단 천사이기 때문에 천계 자체의 에너지만으로도 장기 체류가 가능하지만, 대천사 정도가 되면 자신의 힘까지 끌어내야만 합니다. 그 후유증을 감수하고서 내려오셨으니……. 그래도 오랜만에 천과를 맛보아서 편히 눈 감으실 겁니다.”
“그거… 어감이 되게 이상하네.”
“그나마도 천과 덕분에 1년입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최소 50년일 테니까요.”
“…….”
그래도 스피단의 이야기를 통해 재호는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천과의 힘이 대단하긴 한가 보군.’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대천사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대륙으로 오게 만들 정도인 걸 보면…….
어쨌든 그렇게 큰 준비는 마쳤다.
이제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가, 원정을 위한 최종 점검을 진행하며 기다리면 되었다.
열심히 대륙을 돌아다닌 성과의 결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