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49
248화
대륙 전체에 슬슬 퍼져 나가는 전운을 사람들도 분명히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지금까지 특별한 움직임 없이 잠자코 있던 제국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폭발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진짜 전쟁 나는 건가?
└근데 지금까지 제국이 이렇게 대놓고 움직이는 경우는 한 번도 없지 않음?
└없었지. 뭔가 세계관에 분기점이 온 거 같기도 함.
-이거 혹시 엘리시아 화원이랑 한판 뜨는 거 아님? 거기도 분위기 계속 안 좋았는데.
└미치셨음? 그 싸움이 된다고 생각하냐?
└엘프들 전투력 봤잖아. 몇 백 명의 전투력이라고 하면 제국도 걍 바를 거 같은데?
└엘리시아 화원에 있는 엘프들이 죄다 전투 요원인 건 아님. 물론 기본 피지컬만으로도 어지간한 상위 유저 수준은 되지만, 상대가 제국이라고 하면 또 말이 다르지.
-뭐, 어쨌든 황재호랑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하네.
└그치. 저번에 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고.
-너희 이럴 때가 아니라 엘리시아 화원이든 제국이든, 그 근처에서 짱박혀 있어라.
└ㅋㅋ난 이미 대기 타는 중.
└등신들. 난 그 저주 받은 배 선원이라서 알시아가 부르면 바로 소환되지롱.
└엌ㅋㅋㅋ 노예 새끼. 근데 부러움…….
-너희들 여기서 떠들고 있을 때 아님. 지금 황재호 움직이기 시작했거든.
└??
└???
* * *
쿠웅- 쿠웅- 쿠웅-
대륙을 가로지르는 엘리시아 화원의 군대.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플레이어 무리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여기 힐러 구해요! 탱커 셋, 딜러 다섯 대기 중이요!”
“여긴 힐러 넷, 탱 셋 팟이요! 딜러님들 몸만 오면 됩니다!”
“야! 힐러가 무슨 넷이나 필요해! 하나만 줘!”
재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헐레벌떡 모여들기 시작해, 이젠 그들 사이에서도 전투를 위한 파티를 꾸리고 있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엘리시아 화원의 가용 전투력이 모두 동원됐다고 보입니다.”
“엘프, 고블린, 저 이상한 거인들과 심지어 테크노 오크까지.”
“저쪽에 보시면 아나볼릭 교단도 있습니다! 역시 몸이 대박인데요.”
수많은 개인 방송 및 방송국들이 바쁘게 현 상황을 내보냈다.
“엘리시아 화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꽃배도 움직이는 걸 보면 바다로 가는 걸까요?”
“하지만 방향을 보면 내륙 쪽이거든요. 설마… 정말로 제국과 싸우려는 것일까요?”
“아! 잠시… 소, 속보입니다! 제국에서도 대규모 군이 움직이는 게 확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재호가 제국과 한판 해보려는 것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머릿속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야, 솔직히 승률로 따지면 제국이 더 높은 거 아냐?”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럼 여기 붙어 있을 게 아니잖아.”
“전투 벌어지면 차라리 이 뒤에서 엘리시아 화원 공격해서 제국 쪽 공적 챙기는 게 나을 듯.”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그때, 행렬 후미의 사람들이 문득 귀를 쫑긋했다.
“음? 무슨 소리 안 들려?”
“내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
“뭔 개소리야? 집중해 봐.”
하나 둘, 걸음을 멈추고 귀를 세우자 확실히 들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구-
저 멀리… 지축이 뒤흔들리는 소리가.
“이건… 엘리시아 화원 군대가 아닌데?”
“설마 제국 아냐?”
“습격?!!”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좌편 멀리 보이는 언덕 너머에서 말 탄 기수 한 명이 나타났다.
“엇? 저건… 라셀 왕국 기 같은데요?”
누군가 그 기의 정체를 알아보자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두두두-
이어 기수를 앞세운 채, 언덕 너머에서 수많은 기병과 병사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싸우는 거야?”
“뭐야? 알시아는 전혀 싸울 거 같은 분위기가 아닌데?”
“그럼… 연합?!”
두두두-
말을 타고 먼저 치고 나온 지휘관 분대는 곧장 고잉헬 호로 다가왔고, 갑판에 선 재호와 인사를 나누었다.
“알시아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어, 도움을 주어서 고맙다. 라셀 국왕께도 감사를 드리지.”
그리 말하는 재호의 시선은 지휘관이 아닌, 그 뒤에 선 이를 향했으니.
-뭐야? 너도 왔어?
다름 아닌 테일러.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릴 순 없잖아.
굳이 재호를 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쟁에 참가할 명분이 있었으니, 그는 눈치 보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었다.
-너 이거 어디 가는지는 알고 있냐?
-응? 몰라?
-…….
다만 신용 받지는 못하고 있는 테일러였다.
구구구구-
그때, 이번엔 반대편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말발굽 소리.
펄럭-
역시 깃발을 휘두르며 나타난 또 다른 군대는 바로 슈티물 왕국이었다.
“허허, 오랜만이오! 알시아 왕!”
“어? 국왕님이 직접 온 겁니까?”
군을 이끌고 직접 나타난 톰슨 국왕의 모습에 재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들끼리의 중요한 일 아닌가?”
그리 말하며 윙크를 하는 톰슨 국왕.
재호는 거기에 담긴 의미를 읽어냈다.
재호, 젠트르노 황자, 톰슨 국왕.
셋을 이어주는 삼각 동맹.
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직접 나타난 것이었다.
한편, 갑자기 나타난 두 왕국의 군대에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야, 이거 어쩌면 정말로 제국에 비벼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알시아 대박! 제대로 각오한 모양이야!”
이 규모면 제국과 정말 한판 해볼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활활 타오르는 분위기는, 이후 젠트르노가 이끄는 제국군마저 연합군으로 합류하자 확 식어 버렸다.
“대체… 뭘 하는 건데?”
이 대군의 목적지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으니…….
* * *
대륙을 가로지르는 행군 끝에, 연합군이 도착한 곳은 서대륙 북부의 최대 항구 도시인 데저트티어.
“하하하! 다들 잘 왔네!”
그리고 그곳에 기다리고 있던 말칸트 대왕이 재호 일행을 환대했다.
이미 사절을 통해 크루마 쪽과 합의가 되어 있었고, 당연하게도(?) 말칸트 대왕은 신이 나 병력을 꾸린 상태였다.
“동원할 수 있는 함선은 최대한 모았다오. 아마 모든 병사를 리젤란 숲까지 나를 순 있을 테지. 하지만 문제는…….”
리젤란 숲이 자리한 섬, 통칭 리젤란 섬에 상륙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점이었다.
“교단 쪽의 이야기에 따르면 해안은 물론, 인근 해역들도 악마들이 점령을 한 상태라는군. 아무래도 대륙의 병사들은 해전엔 취약하니, 무작정 밀고 들어가면 우리가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하다오.”
“그건 제게 맡겨 주십시오.”
재호는 해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세워 놓은 계획이 있었다.
병사들이 행군에 지쳐 있었기 때문에 며칠간의 충분한 휴식 후, 출항이 잡혔다.
그리고 이 연합군의 목적도 플레이어들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악마 토벌.
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건 황재호 한 명만의 일이 아닌 제국까지 참여한 초대형 대륙 퀘스트다. 빠지는 건 멍청한 짓이다.]리젤란 숲을 공략하는 것에 담긴 목적은 명백했다.
그곳이 엘프들의 고향이며, 재호가 그곳을 되찾아주려고 한다는 것을.
실제 어떤 퀘스트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순 없었지만, 지금까지 리젤란 숲을 방치해 두던 대륙이 이제 와서 움직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전에 재호가 빨빨거리며 대륙을 뛰어다닌 것이 이걸 위한 사전작업이란 건 확실한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
그런 상태에서 이 전쟁에 참전하려니 남 좋은 일만 해 주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여기서 빠지는 건 너무 손해 아닌가?
└그렇긴 한데…….
└정확히 뭘 하려는 건지라도 알면 적당히 이득 챙겨서 빠질 텐데…….
-아니, 애초에 상대가 리젤란 숲의 악마들이면 승산이 있긴 함?
└그러게. 대륙이 괜히 그냥 내버려둔 게 아닐 텐데?
└나도 좀 의문이네. 뉴월드 내 모든 나라 대부분이 해군은 제대로 구성이 안 된 걸로 아는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하다. 어떻게 땅덩어리 이렇게 개성 없이 디자인했지?
└크레이터가 빡대가리라서 그런 모양이지.
-어쨌건 여기서 빠지는 건 무조건 손해임. 뉴월드 최대 규모의 이벤트인데.
└ㅇㅇ몰라도 일단 덤벼야 함. 뒤져서 조기 탈락하는 것만 최대한 피하고.
└연속 접속 시간 관리나 잘들 해 놓으셈. 시간 겹쳐서 배 못 타지 말고.
그렇게 출항 날짜가 시시각각 다가오며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어 갔다.
* * *
뉴월드를 서비스하는 월드와이드 사.
유례없는 초대형 이벤트를 앞둔 월드와이드 역시 그 어디보다 지독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한편 그와 관련해 다른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는데, 바로 현장 라이브 중계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현장에도 수많은 개인 방송인들과 방송국에서 촬영 중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야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고, 특히 전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생생한 현장 중계.
그래서 월드와이드 쪽은 이에 대해서 며칠째 한창 논의 중이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사태가 뉴월드 세계에서 큰 분기점을 만들어 낼 것이란 걸.
이미 재호가 몇 번의 대형 사건을 일으키긴 했으나, 그런 것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뉴월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게이머들을 위해 이번만큼은 월드와이드 쪽에서 직접 현장 중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게임 내에 제작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 중이었다.
물론 원칙으로 따지면 후자가 전적으로 옳았다.
그건 모두가 명백히 동의하는 바였다.
그런 짓을 했다간 자칫, 어느 정도 규모의 퀘스트라면 무조건 공개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재호의 개인 방송이었다.
대부분의 상위 유저들은 자신이 진행하는 퀘스트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더라도 라이브는 택도 없었고, 중요한 부분은 칼질이 된 채로 나오는 게 대부분.
“그래도 황재호 선수는 대체적으로 다 공개하는 편이지 않습니까? 이야기를 해 보는 게…….”
라이브를 안 한다 뿐이지, 방송국 쪽에 영상은 늘 제공해 왔던 재호.
확실히 그런 쪽으로 무신경한 기질이 있었으니 사정을 이야기하면 충분히 이해해 줄지도 몰랐다.
“그럼… 제가 가 보지요.”
“?!”
묵묵히 듣고 있던 서동혁 대표의 발언에 회의에 참석했던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 대표님이 직접 가신다고요?”
“왜? 안 되는가?”
“그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대표가 일개 플레이어를 만난다?
물론 재호를 ‘일개’로 분류하는 건 무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엄청난 논란이 생길 것이 자명했다.
안 그래도 한국 개발사라서 같은 한국인을 밀어주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굳이 접촉을 하려면 통화로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면 너무 성의가 없지 않은가? 이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자신과 상관도 없는 많은 이들을 위해 큰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인데.”
월드와이드가 전적으로 아쉬운 상황.
“……그렇다면 비중도 없고, 존재감도 없지만 직함은 그럴듯한 사람을 보내시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동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으나, 말을 꺼낸 이는 딱 거기에 부합하는 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 * *
“흠흠, 해서 괜찮으시다면 라이브 방송을 해 주실 수 없으신가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팔짱을 낀 채 마주 앉은 재호의 위압감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을 마친 남자.
바로 관음팀… 아니, 관찰팀의 팀장 이현호였다.
비록 재호의 등장으로 그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곤 하나, 그러면 뭐하나.
그만큼 다른 팀의 중요성도 오른 것을.
게다가 재호가 워낙 대형 사건을 일으키고 다닌 탓에 어지간한 정보들은 실시간으로 오픈되고 있었다.
그리고 관찰팀은 이제 재호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의 퀘스트 동선을 체크하는 입장이 되었고.
“크흑…….”
문득 북받쳐 오른 감정에 울컥한 현호.
“왜, 왜 그래요?”
그 모습에 재호는 흠칫했다.
그냥 잠시 고민만 했을 뿐인데… 이게 다 큰 어른이 울 정도인가?
“아, 죄송합니다. 그저…….”
말끝을 흐리니 재호의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보아하니 총대 메고 온 것 같은데……. 직장 내 왕따 같은 거라도 당하는 건가?’
그리 생각하자 현호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뭐, 어차피 나야 공개되어도 상관은 없긴 하니까. 그나저나 세계 최고 게임사라고 해도 결국 똑같군.’
고개 끄덕임 한 번으로 현호의 곤경을 해결해 줄 수만 있다면 당연히 허락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