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55
254화
재호를 보자마자 곧장 정체를 꿰뚫어 본 스노우.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후후, 그렇단다. 이 공허한 장소에 찾아올 인간은 정령화장 말고는 없을 테니.”
묘하게 키노와 비슷한 말투.
재호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스노우와 천과수 한 그루가 전부.
여기가 천계 최악의 감옥이라고?
“이곳은 끔찍한 장소이니라. 수감자의 마음속,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을 건드리는 곳이거든.”
“고통스러운 감정……?”
그게 천과수?
“조금 부끄럽구나. 그대에게 이런 것을 보이려고 하니.”
스노우의 말이 끝나자 곧 이 이상한 공간에 다른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마치 원래 이 공간에 있던 것처럼 홀연히 나타난 한 사람.
재호는 새로 나타난 그 사람을 알아보았다.
“키노?!”
키노가 왜 여기에?
하지만 재호의 외침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키노는 천과수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 천과를 하나 따더니 크게 깨물었다.
“커헉!”
격렬한 기침과 함께 비틀거리는 키노.
“쿨럭! 커허억!!”
툭-
한 입 베어 먹은 천과를 떨어트리며 쓰러진 키노는 덜덜 떨리는 고개를 들어 스노우를 노려봤다.
“어, 어찌… 네가 날……!”
그리고 그런 키노를 무덤덤하게 내려다보는 스노우.
“널… 널 죽어서라도 저주하겠다……! 넌 내 딸이… 아니…….”
화르륵!!
거세가 타오르는 키노의 전신.
그 모든 장면을 본 재호는 깨달았다.
이것이 스노우가 말한, 그녀의 가장 아픈 감정임을.
‘하지만 왜?’
재호는 스노우의 속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스노우는 천과를 주지 않기 위해 키노 눈앞에서 천과수를 태워 버리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 이의 가장 큰 괴로움이 실제론 죽지도 않은 키노의 죽음이란 말인가?
“……설마.”
재호는 뭔가 깨닫고 급히 도감을 열었다.
그리고 천과수 부분을 다시 펼쳤으니.
[천과수] [천계의 귀한 과일 나무입니다.하지만 하늘길이 끊어진 이후, 생존을 위해 천과수는 스스로 몸을 줄여 현재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효능] [1. 마를 퇴치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보입니다.] [2. 대부분의 저주에 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3. : 천과수의 열매는 천상의 빛을 머금고 있어 어떠한 마기에도 뛰어난 저항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넘어갔던 1번 효과.
[마를 퇴치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보입니다.]과거 악마의 저주에 당한 인간들을 스노우가 천과를 이용해 구해준 적이 았다고 했으나, 키노는 저주가 아닌 반쪽짜리 악마.
그런 키노가 천과를 먹었을 때… 방금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렇다면 스노우는 사실…….
“키노는 설마… 그 사실을 모르는 건가?”
재호는 물음에 스노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 필요가 없지. 그 무서운 어머니가 무슨 짓을 할지 알고.”
“…….”
확실히 키노의 뒤틀린 성정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무모한 짓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난 천과를 먹은 악마가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곤 크게 괴로워했다. 천과에 대해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하고, 쓸데없는 희망을 품도록 만든 게 나였으니까.”
그래서 스노우는 천과수를 불태웠다.
혹여나 키노의 손에 들어갈까 두려워.
“그것을 위해 틴라이트가 큰 도움을 주었지. 천과수는 애초에 불에 타지 않으니까. 어머니는 자신이 천과수들을 태운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실은 키노의 착각일 뿐, 모든 천과수를 태운 건 스노우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노우가 천심옥에 갇힌 것도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재호는 스노우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꼬일 일도 아니지 않았나? 굳이 왜 숨겼던 거지?”
“그것은 금제였다. 천과의 담긴 강력한 항마의 힘을 악마들에게 알려선 안 되는 것. 아마 내가 어머니에게 진실을 말했다면…….”
천계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악마 키노를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으리라.
그래서 스노우는 스스로 모든 걸 뒤집어쓰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천과수 하나를 남겨둔 건…….”
“틴라이트가 남겨두었다. 누군가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훗날 자신의 후계자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지.”
터무니없는 가능성.
너무 운에 기댄 틴라이트의 계획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어진 스노우의 말에 재호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네가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틴라이트는 예언자라고 봐도 무방하겠구나. 브레잘의 힘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봉인과… 자신의 유지를 남겨두기 위해 저주 받은 사막까지 이용했으니.”
즉, 영원히 피지 않는 이펠츠 꽃이 럭시 숲에 존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란 소리였다.
자신의 후계자가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수백 년 전 그는 모든 걸 고려를 했다는 뜻.
“재밌구나 재밌어. 그 계획을 들었을 때 난 비웃었지만, 그는 확신을 가졌으니. 다음 정령화장이 되는 이는 자신 못지않은 괴짜가 될 것이라고……. 지금 보니 알겠구나. 네가 걸어온 모든 길이 범상치 않았음이 확실히 보이니.”
“…….”
재호는 헛웃음이 나왔다.
모든 건 시스템의 안배가 만들어낸 상황이겠지만, 어쨌든 그 말도 안 되는 짓들을 자신은 다 해내지 않았는가?
“그리고 틴라이트는 말했었다. 그대가 찾아오면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 뒤, 결정을 내리라고.”
“……뭘?”
불안한 목소리로 물은 재호.
하지만 스노우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담긴 의미가 ‘죽음’이란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수천, 수만 번 반복된 이 끔찍한 가정을 보는 것도 지쳤으니. 어차피 세월의 흐름 속에 어머니도 생을 마감했겠지.”
스노우는 진실을 알리는 것으로 틴라이트와의 약속을 끝맺었다.
대체 왜 이런 약속을 자신에게 제안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렇게…….
“키노는 살아 있어.”
“……?”
당황한 스노우.
“아니, 상식적으로 이미 죽은 사람이면 내가 그쪽 기억만 보고 키노라는 걸 알아봤겠어?”
“?!!”
듣고 보니 그랬다.
“어, 어머니가 아직… 계신다고……?”
떨리는 목소리.
“악마답게 다른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아직 살아남았지. 혼자서 드래곤이랑 맞장도 뜰 정도로 건강해.”
거기까지 이야기한 재호는 고민이 되었다.
키노가 하고 있는 짓을 스노우에게 말해야 할 것인가?
현재 키노는 스노우가 다시 대륙으로 내려오길 바라고 있었다.
표면적으론 눈앞에서 천과수를 태울 것이니 뭐니 하지만, 진심은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하면 스노우만 더 괴로워지지 않을까?
-이미 키노가 살아 있다는 걸 말한 시점에서 그른 거 아냐?
재호의 귀에 대고 속닥이는 꼰대.
“……그것도 그러네.”
재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스노우를 바라봤다.
스노우는 초조함에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를 빙빙 돌고 있었으니.
그 불안한 모습에 재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또 한 번 이 퀘스트의 분기점에 도달했음을 직감했으니.
저벅- 저벅-
그때, 재호의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다 되었소.”
재호를 다시 데리러 온 방글라우스.
“이 줄을 잡고 따라오시오. 중간에 놓치면 길을 잃게 될 테니 주의하시길.”
그가 내민 황금 동아줄을 잡은 재호는 스노우를 돌아보았다.
아마 재호가 떠난 뒤, 그녀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끔찍한 지옥이 펼쳐지리라.
“…….”
-아냐. 그거 좋은 생각 아냐.
꼰대가 재호의 귀에 속삭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난 안 그래도 천계라서 숨 막히는데.
꼰대마저 필사적으로 말렸다.
“나도 알아.”
재호는 두 정령을 툭툭 쳐내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파앗-
다시 올라온 천심옥의 구멍 위.
“여기까지오.”
방글라우스는 재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마 다시는 천계를 올 수 없을…… 어?”
딱딱하게 굳어 버린 그.
지진이 난 듯, 마구 요동치는 그의 시선은 재호의 넓은 등 뒤에 숨은 이를 향했다.
“가, 감히!!!”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빛을 뿜어내며 무기를 뽑아든 그가 재호를 향해 겨누었다.
“내 그토록 경고했거늘! 기어코 일을 저지르는 것이오?!!”
“어……. 보였어?”
재호는 민망한 얼굴로 등에 매달린 스노우를 다시 가리며 물었다.
-거 봐라. 안 된다고 했지 않느냐?
-아무리 멍청해도 안 속는다니까.
역시 나름대로 스노우를 가리겠다고 재호의 어깨에 서 있던 정령들도 정색하며 말했다.
* * *
재호를 따라 천계로 온 다른 일행들은 주변을 구경하며 한참을 기다렸다.
“살다 살다 천계를 다 와 보네.”
완식을 중얼거림에 다키스트는 콧방귀 꼈다.
“누가 보면 뉴월드에서 사는 사람인 줄 알겠네.”
“뭐, 말이 그렇단 거지. 그리고 아예 틀린 말도 아니잖아. 천계를 와 본 사람은 지금 여기 있는 우리가 전부인데.”
천계의 존재가 밝혀진 이상, 이후에 다른 누군가가 다시 방문하게 될 테지만, 최초 방문자의 명예는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기록되어 뉴월드에 역사에 영원히 회자될 대단한 업적.
“후……. 푸른 산호섬에서 마계도 갔다 왔어야 했는데.”
완식은 그때를 상기하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자신과 진아를 제외하면 전부 마계를 다녀왔으니.
“근데 저 양반은 뭐해?”
완식은 바닥을 기어 다니며 혼자 뭔가 깨작거리고 있는 메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마 도감 작업 중일걸?”
“……안 그럴 거 같으면서 은근히 재호보다 열심히란 말이야.”
그러면서 언제쯤 재호가 돌아올까 하는 그때.
쿠르르르-
갑자기 천계 저 먼 곳에서 불안한 땅울림이 들려왔다.
“이거…….”
“…아마 그렇겠지?”
“그렇겠지.”
“맞는 것 같은데.”
일행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황재호 이 자식이 여기서도 뭔가 사고를 친 게 분명하다고.
쿠아아앙-!!!
멀리서 솟구치는 검은 불꽃.
그 불꽃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하늘을 어지럽혔다.
“딱 봐도 황재호 짓이네. 천사가 저런 불길해 보이는 시커먼 불을 쏴 댈 리 없으니.”
완식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제 놀랄 것도 없었다.
그저 대기하다가 도망치면 되겠…….
푸화악-!!
쫙 펼쳐지는 거대한 검은 날개.
모두가 본 적 있는 날개였다.
재호의 드래곤 레이드 영상에서…….
“블랙 드래곤?!”
그게 왜 여기서?!
죽은 거 아니었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
-야! 뭔데?! 갑자기 웬 용이야?!
완식은 재호에게 급히 귓속말을 보냈다.
-아, 용 아냐.
-응? 그럼 뭔데?
-나야.
-……?
* * *
완식에게 한 말 그대로였다.
이미 스노우를 데리고 나와 버린 이상, 재호는 천계의 공적이 된 상황.
하지만 천계 전체를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여기서 탈출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래서 마왕 레이드에서도 아껴놨던 물건을 하나 더 사용했다.
[블랙 드래곤 오기크의 힘의 정수] [등급 : 신화] [오기크의 힘이 깃든 강력한 보석입니다.만약 당신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이것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 조심하십시오.
강력한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 [사용 시, 용인(龍人)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최초 변신 시, 강력한 버프를 획득하며 이후, 당신에게 흡수되어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0 상승합니다.] [ : 수치화된 모든 능력치가 10분간, 10배 증가합니다.]
바로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힘의 정수 하나.
헌데 이 이란 게 상당히 난처했다.
눈알 색만 바뀌었던 대악마의 정수와 달리, 이건 외모 자체가 변해 버렸다.
서로 다른 종이라서 그런지, 사실상 용이나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니, 도리어 오기크보다 몇 배는 더 무섭게 변했다.
용의 모습이었으나, 대가리의 인상이나 분위기는 재호의 원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어지간한 하급 천사들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을 정도였다.
콰과과과-!!
위력은 살벌했다.
대악마의 정수까지 흡수한 상태에서 능력치 뻥튀기가 되어 버리니 간수장 방글라우스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도 괜히 천사들을 죽이면 후처리가 곤란해진다.’
그렇게 자신을 막아서는 천사들을 살살(?) 때리며 탈출하는 것에 집중한 재호.
푸확-
한 손에 스노우를 움켜쥔 채 어색한 날갯짓을 시작했고, 다행히 금방 적응이 되었다.
바다도 능숙하게 컨트롤했는데, 날개 정도야.
콰아아아-
재호는 빠르게 비행해 동료들에게 돌아왔다.
“으악!! XX!!! 너 꼴이 왜 그래?!”
평소 재호의 얼굴이 묘하게 보이는 드래곤의 모습에 완식이 질겁했다.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튀어.]“알시아 님?!”
어지간해선 놀라지 않는 엘프조차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비주얼.
개중, 가장 놀란 건 스피단이었다.
“아, 알시아 님!!!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지금도 연신 천계 이곳저곳을 향해 브레스를 쏘아대며 파괴 행각을 벌이는 재호에게 그가 울부짖었다.
[아, 미안! 그래도 다 생각해 놓은 게 있어.]“아무리 봐도 생각을 가지고 하는 짓으론 안 보입니다!!”
기절하기 직전의 스피단.
그리고 재호가 일으킨 소란에 저 멀리서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천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네 이놈!! 당장 멈춰라! 차원문을 닫아라!!!]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이의 외침에 재호는 냅다 동료들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저, 저는 아닙니다!! 전 여기 있을 겁니다!”
그사이에 낀 스피단이 다급히 외쳤으나…….
[꽉 잡아!!]재호는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올라 꺼지려고 하는 빛의 기둥을 빠르게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