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65
264화 [외전]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 용궁호.
하지만 그 안에서는 한시도 쉴 수 없는 생존 투쟁 중이었다.
촤아- 촤아-
3조 4교대로 며칠 째 용궁호의 물을 퍼내고 있는 그들.
“으히히… 또 물이야…….”
“바닷물 원래 이렇게 단가……? 헤헤헿.”
“헛소리 말고 물을 퍼내! 퍼… 내……? 퍼내는 게 뭐지?”
“her sorry?”
여기저기서 들리는 정신 나간 소리.
멀쩡한 이는 오직 한 명이었다.
“다들 정신을 놓았군.”
우람은 혀를 차며 정신을 바다 아래로 보내는 와띠스 도굴단을 바라봤다.
“죄다 정신력이 너무 약해.”
우람에게 고작 6시간 정도의 반복 작업은 지루한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도 그는 보통의 사람은 지루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반복 작업을 해 왔으니까.
바로 헬스!
물론 아무리 헬스여도 6시간 내내 20키로 아령만 들어 올릴 순 없는 일.
그래서 우람은 이 반복 작업에도 다양한 동작을 접목했다.
스쿼트! 덤벨컬! 런지! 데드리프트! 등등.
그런 식으로 물을 퍼내다 보니 우람은 이 게임의 인체 표현이 상당히 디테일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근육의 큰 움직임은 확실히 느껴지는군. 제법 힘쓰는 맛이 나.’
또한 정확한 자세로 소화하는 밀도 높은 운동의 결과도 속속히 입증되고 있었다.
[힘이 증가했습니다.] [힘이 증가했습니다.] [힘이…….] [체력이…….]단점은 힘만 무식하게 오른다는 점이지만.
‘하지만 그것이 나와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지.’
우람은 자기객관화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혹여나 충격을 받을까(?) 20년 동안 요리하는(식칼을 든) 자신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을 정도로.
‘내 처참한 순발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불끈!
생생하게 살아 요동치는 전신의 근육들.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반복 근력 운동의 효과가 1.5배 증가합니다.]3일 동안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반복한 결과물로 칭호도 얻어 냈다.
파앗-
그리고 잠시 후, 교대 시간에 맞춰 접속한 와띠스.
“아, 형님…….”
“후- 자네 왔군.”
운동을 멈춘 우람이 와띠스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음, 자네 얼굴이 영 형편없구먼.”
게임 속임에도 핏기 없이 새파랗게 질린 그의 얼굴.
요 며칠 반복하는 작업이 얼마나 괴로운지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하… 형님은 어떻게 그렇게 멀쩡하실 수 있습니까?”
하지만 와띠스 입장에선 우람이 비정상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저토록 멀쩡할 수 있는지…….
이 좁은 깡통 속에서 3일째.
물이라도 새지 않았으면 이렇게 괴롭진 않았을 것이다.
게임을 켜서 하는 거라곤 몇 시간 동안 물을 퍼내기뿐.
게다가 어제부터 배출구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기계공학 스킬을 올리고 있는 플레이어가 만들어 준 것인데, 아무래도 겉핥기 수준이었던 모양.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 작전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큰소리쳐 놓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고 빠르게 끝날 줄은 몰랐다.
버티자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결국엔 가라앉고 말리라.
“자네. 고작 그런 말을 하려고 날 데리고 온 건가?”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나? 우린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네. 포기했을 뿐이지.”
“하지만…….”
“생각해 보게 와띠스. 자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과연 이보다 어려웠었나?”
“……?”
“지금의 이 상황은 우리들이 살아온 삶과 같아. 쉴 새 없이 발버둥 쳐야 하지만 누구도 그 노력은 알아주지 않지.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 바로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형님…….”
“아마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수많은 후회와 미련을 남겼을 거네. 그 괴로움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겐가? 조금만 더 해 보지 않았던 지금을 곱씹으며 고통 받을 텐가? 아무도 모르는 허무한 최후보다는 끝까지 살아남아 신대륙에 올라서는 것이 이 노력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 아닌가?”
“크흡……!”
우람의 말이 맞았다.
토끼는 절대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간을 내놓아야 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배짱으로 살아남는 것이 토끼!
“토끼띠답게 행동하게. 용궁호라고 해서 용궁을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우람의 말에 와띠스는 눈을 질끈 감더니 냅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풍덩-
무릎까지 고인 바닷물.
물이 줄줄 새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흉한 꼴을 보이지 않아도 되었으니.
촤아-
토끼처럼 눈이 빨갛게 물든 와띠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형님!”
비록 이곳의 모두가 우람보다 확실히 강하지만 정신력만큼은 우람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와띠스 도굴단의 정신머리를 싹 고쳐 주십시오!”
“…각오는 되었는가?”
“예!”
힘찬 와띠스의 대답.
다른 길드원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으나 이미 두 사람은 둘만의 세계에 갇힌 상태.
“좋네.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지. 마침 정신력 강화는 내 전문이니까.”
척-
우람이 양동이 두 개를 와띠스에게 내밀었다.
“일단 덤벨컬부터 시작하겠네.”
그렇게 용궁호는 용궁헬쓰가 되었다.
* * *
항해, 아니 비행 4일째.
행글라이더에 매달린 다섯 명의 생존자들.
소규모 길드인 ‘라이너’의 소속인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대화도 끊긴 상황이었다.
이 미친 짓이 대한 짙은 회의감 때문에…….
일단 저질러 버린 것까진 좋았다.
고잉헬 호를 제대로 쫓아온 건 자신들이 유일했으니까.
‘아니, 굳이 따지면 저놈들…….’
라이너의 길마 탄탄보가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고잉헬 호 뒤에서 쫓는 잠수정.
자신들의 방식도 상당히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저건 더 심했다.
‘부러운 놈들……. 보나마나 현질로 만든 거겠지.’
저 안에서 편하게 이동하고 있을 놈들을 생각하니 배알이 꼴렸다.
어쨌든 중요한 건 자신들의 상황.
아직까지 그럭저럭 버티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곧 끝일 것 같았다.
쿠르르르-
저 멀리 수평선을 덮은 시커먼 먹구름.
벌써부터 요동치는 행글라이더를 통해 폭풍우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접속한 동안엔 어떻게든 버틸 순 있으리라.
하지만 접속 종류 이후에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추락할 게 확실했다.
-대장.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거 같지……?
-하하, 뭐… 그래도 덕분에 간만에 신났어.
-맞아. 언제 이런 경험을 해 보겠어?
-오히려 알시아한테 고맙네. 뻔히 보고서도 우릴 살려 줬으니…….
역시 미래를 짐작한 다른 길드원들이 길드챗에 유언을 남겼다.
-어? 너희 드디어 돌아오는 거냐?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이미 죽고 대륙으로 돌아간 다른 길드원들의 환영.
-후… 미안하게 됐다…….
탄탄보는 길드원들에게 사과했다.
이걸 위해 행글라이더를 제작하고 훈련하느라 그렇게 고생했건만.
-미안하긴. 진심으로 재밌었다니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탄탄보는 잘 알았다.
이미 그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니까.
‘아쉽다…….’
탄탄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대륙 꼭 가고 싶었는…….’
아쉬움을 애써 삼키는 그때였다.
“어?”
폭풍우를 응시하던 탄탄보는 눈을 끔뻑이다 벅벅 비비고는 다시 바짝 힘을 줬다.
-야! 너희 혹시 저거 보이냐?
-응? 뭐?
-저기 폭풍우 지역 양쪽으로!
-……어? 저거 뭐지?
-저거 아무래도… 배들 같은데?
탄탄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폭풍의 바깥쪽으로 꽤 먼 곳에, 수십 척의 배들이 늘어서 있었다.
마치 파리를 기다리는 파리지옥풀처럼…….
-해적인가?
누군가 그리 말했다.
-아마도.
-뭐, 알시아라면 저런 거 그냥 털겠지.
-근데 숫자가 좀 많아 보이는데?
-숫자가 뭔 상관이야. 이 미친 배가 항구 초토화시키는 거 봤잖아.
-하긴……. 어쨌든 가기 전에 꽤 재밌는 구경하겠네.
길드원들은 그리 말했지만 탄탄보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기회다…….”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계산을 끝내곤 길드원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전했다.
-뭐? 정말로 그렇게 하겠다고?
-그, 그게 돼? 그냥 이용만 당하는 거 아냐?
길드원들의 우려에 탄탄보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우리에게 기다리는 건 추락뿐이야. 그럴 거면 차라리 이게 나아.
미칠 거면 끝까지 미쳐라!
-어중간하게 정신 차려 봐야 우리만 손해야. 그러니까 한번 해 보자!
행글라이더를 타고 쫓는 이런 짓을 한 이상, 확실히 끝장을 봐 놓으리라.
-물론 너희들이 반대한다면 난 하지 않을게. 어때?
탄탄보의 물음에 한참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쳇, 대장 말이 맞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도 아쉬워.
-나도 동의. 이래나 저래나 죽을 거라면 뭐든 해 보는 게 정답이지!
길드원들 모두가 동의하자 탄탄보는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고잉헬 호의 갑판 위, 한가롭게 풀피리를 불고 있는 재호!
-그럼… 갔다 올게.
척-
탄탄보는 행글라이더를 조작해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마음을 급하게 먹진 않았다.
너무 서두르다간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격추를 당할 수도 있었으니.
그렇게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탄탄보가 크게 소리쳤다.
“알시아! 잠시 대화하자!!”
촤아아-
파도소리에 묻힌 소리.
“알시아!!!”
촤악!
“알시……!”
철썩-
“이 미친 고릴…… 헉?!!”
푹-
갑판 위에서 뭔가가 번쩍이더니 탄탄보의 가슴팍에 박힌 화살.
“커헉?!!”
[치명타가 터졌습니다.]전체 체력의 3분의 1이 날아가 버렸다.
엘프들에게 많이 맞아 본 테일러가 개인 방송에서 남긴 말.
이젠 정설이 된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이래서 그런 거구나!’
정말 더럽게 아팠다.
“그, 그만 둬!! 미안해! 잘못했어! 다시 보니 알시아 너무 잘생겼다! 멀어서 내가 제대로 못 봤다!!”
쐐액-
속사포처럼 변명을 쏟아 내는 순간 목덜미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화살 하나.
꿀꺽-
운이 좋아서 빗나간 게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재호가 활을 든 티나를 말리고 있었으니까.
* * *
갑판 위로 탄탄보가 내려섰다.
펄럭-
어지럽게 날리는 행글라이더를 대충 정리하고 인벤토리에 넣은 그는 크게 심호흡하고 재호와 마주 섰다.
우-람.
‘생각보다… 압박감이 심하군.’
이것이 세계 최강 플레이어로 꼽히는 자의 위엄인가 싶었다.
‘아니면 단순히 덩치가 큰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재호와 대화를 할 기회를 얻었으니.
“갑자기 이렇게 내려와서 미안합니다.”
일단 사과부터.
“아니, 별로 놀랍지도 않아.”
멋대로 선체에 작살을 박아 놓고 목숨 건 비행을 즐기던 사람이 배 위로 내려온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애타게 날 찾은 이유가 뭔데?”
재호가 생각하는 건 역시 합승 요청이 아닐까 싶었다.
언제까지고 저들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건 말이 안 되었으니.
하지만 탄탄보가 생각한 건 그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었다.
“우릴 고잉헬 호의 선원으로 받아 주십시오!”
우드득-!
돌발 요청에 깜짝 놀란 골드투스의 고개가 부러질 정도로 격하게 돌아갔다.
‘미친 건가?’
고잉헬 호의 선원으로 넣어 달라고?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고잉헬 호의 선원들에게 어떤 저주에 걸려 있는지.
“너… 그게 뭔지나 알고 하는 말이야?”
재호도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 이 배에 귀속이 되어 부활 위치가 고정되며, 알시아 님이 소집 명령을 내리면 무조건 이 배로 오게 되지 않습니까?”
“정확하게 알고 있네? 그런데도 선원이 되겠다고?”
재호가 풀어 주지 않으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저주인데도 그것을 자처하는 모습은 상당히 생소했다.
“그리고 우리가 너희를 받아 줘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고…….”
어차피 이 배를 운용하기 위한 머릿수는 충분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인원을 불리다 보면 아래에 있는 녀석들이 또다시 선상 반란의 꿈을 품을지도 몰랐다.
“…저희는 정말로 신대륙으로 가고 싶습니다.”
“안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리고 저희들은 알시아 님을 보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행글라이더를 타고 쫓아올 생각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알시아 님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말로는 못 할 말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알시아 님이 혹하실 만한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정보?”
“예! 이 정보를 저희들의 가치 증명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탄탄보는 하늘 위에서 자신들이 보았던 것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또한 그것을 위해, 앞으로의 항해를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어필했고.
처음엔 심드렁하던 재호도 탄탄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후엔 생각이 바뀌었다.
확실히 꽤 그럴싸한 제안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