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70
269화 [외전]
요동치는 검은 파도.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괴성들 사이.
“프하- 프하-”
골드투스가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고 있었다.
“꼬록- 꼬록-”
그 뒤엔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셔 대며 개헤엄을 하는 다키스트.
“야, 야! 케헥! 나 체력… 꺽! 달아!!”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다키스트.
게다가 그녀의 운동 신경은 완식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는 걸 과거 스타트 드림팀 방송에서 증명한 바 있었다.
그나마 아직 죽지 않고 버틴 것도 한 팔로 골드투스의 다리를 꽉 붙들고 있었기 때문.
개헤엄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골드투스가 다키스트를 질질 끌고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왜 계속 물을 먹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이 멍청아! 고개를 수면 위로… 푸컥! 올렸을 때 숨을 쉬라고!!”
수영을 할 줄 아는 골드투스도 덩달아 염분 보충을 하는 상황.
“케헥켁! 야! 이거 이렇게 해서 언제 가?!”
다키스트는 목구멍 깊숙히 느껴지는 짭쪼롬함에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직 대왕고래는 저 멀리서 표류 중이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네가 발목 잡으니까 갈 수가 없잖아!! 쿠학-”
“어푸어푸- 아, 안 그러면 가라앉아 죽으라고?!”
전쟁터 안의 또 다른 전쟁터.
티격태격하며 겨우겨우 나아가던 그때였다.
촤아아아-
파도를 가르는 이질적인 소리에 동시에 돌아간 고개.
“어?”
“헉?!”
멀지 않은 곳에서 적 전투선이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피해야 해!!”
“케헥-! 바, 발버둥 치지 마! 그럴수록 더……!”
수영도 못 하면서 도망치겠다고 필사적으로 난리치자 골드투스까지 휘말려 허우적댔다.
그사이 다가온 전투선.
철-썩.
파도 높게 치솟으며 두 사람을 집어삼켰고, 이어 전투선 역시 파도를 타고 높게 튀어 올랐다.
“푸하!!”
“켁켁! 케헥!!”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두 사람 머리 위로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
빠각-
오독-
튀어 올랐던 전투선이 다시 떨어지며 두 사람의 머리를 그대로 찍어 버렸다.
“응? 방금 뭐 부서지는 소리 안 들렸어?”
전투선 갑판 아래, 포격을 준비하던 플레이어 하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소리는 뭔 소리? 파도 소리 말곤 들리지도 않는데.”
“그런가?”
“헛소리 말고 빨리 너도 움직여! 은근 슬쩍 쉬지 말고!”
“쉬긴 누가 쉬어!”
들고 있던 포탄 상자를 내려다 놓고 그들은 자리를 떠났고…….
삐걱- 삐걱-
빠그작-!
꽉 닫혀 있던 포문이 심하게 덜컹거리더니 통째로 뜯겨 나갔다.
“헉… 헉…….”
“사, 살았다……!”
허리를 걸친 채 축 늘어진 두 사람은 바로 다키스트와 골드투스!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는 그들의 체력은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었다.
퐁-
바로 포션을 따서 들이키는 다키스트.
“마, 맛있어! 포션이 이렇게 달았구나.”
소금물을 너무 마셔서 그런지 맛없기로 유명한 포션이 너무나 달게 느껴졌다.
“아, 꼭 이 상태에서 먹어야 해?”
골드투스는 짜증을 내며 몸을 빼내려 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어?”
꽈악-
“뭐해?”
“…이, 이상한데? 몸이…….”
대포 주둥이만 내밀 수 있을 만한 좁은 구멍에 서로 살겠다고 몸을 우겨 넣다 보니 꽉 끼어 버렸다.
“에이, 농담하지 마. 몸을 잘 돌려서 꺼내… 어?”
다키스트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허리를 돌려 보았지만 골반에 걸려 통과가 불가능했다.
“기다려 봐. 내가 다시 몸을 빼 볼…….”
쾅!
그 순간, 앞쪽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
“…….”
“…….”
두 사람은 어색한 표정으로 방금 나타난 상대를 쳐다봤다.
상대는 포탄 상자를 옮기던 플레이어.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상태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너무나 불리한…….
“끼아아악!!!”
하지만 걱정과 달리 상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도망쳐 버렸다.
“왜 저래?”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지만…….”
골드투스는 굳이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
푹 젖고 머리엔 피를 철철 흘리는 여자 두 명이 포문에 껴 있는 걸 보았을 때,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할지…….
“쳇,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부수자!”
골드투스는 자신의 무기인 건블레이드를 꺼냈다.
본래 조용히 들어올 계획이었지만 들킨 이상 사릴 필요는 없었다.
당장은 놀라서 도망쳤겠지만 곧 사람들을 끌고 자신들을 잡으러 올 테니까.
콰지끈-
선체를 통째로 부수고 내려선 두 사람.
“무, 물귀신이라고!! 귀신이 나타났다고!!!”
“이 미친놈아! 귀신이든 뭐든 그냥 잡으면 될 거 아냐?!”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골드투스는 전투를 준비했다.
“우릴 보자마자 도망간 걸 보면 애들 수준은 좀 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방심은 마.”
“야! 레벨은 내가 너보다 더 높거든?”
다키스트의 반발에 골드투스가 콧방귀 꼈다.
“레벨 앞세우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지 옆에서 봤으면서 그러냐?”
철컥-
건블레이드에 특수 탄약을 넣은 골드투스가 입구를 향해 겨누었다.
“…넌 뭐해?”
골드투스는 싸움 준비는 하지 않고 뒤에서 부산스러운 다키스트에게 물었다.
“그냥 싸우긴 아쉽잖아. 우리도 뭔가 활약을 보여야 나중에 방송에서 조명이라도 받지.”
그녀는 대포의 각도를 조절하며 말했다.
목표물은 멀지 않은 곳에서 나란히 항해 중인 다른 전투선.
쾅!
쾅-!
대충 세팅을 마친 뒤, 대포들을 순차적으로 쏘기 시작했다.
숙련된 포병이 아니라 속도는 느렸지만 의외로 정확도는 준수했다.
아무래도 마법사 클래스이다 보니 기본적인 원거리 공격 개념은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 제법인데?”
“하핫! 이 정도야!”
이 여세를 몰아 확실히 끝맺을 필요성을 느낀 골드투스는 버팔로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야! 우리 지금 적 배 빼앗았거든? 아니, 곧 빼앗을 거거든? 그러니까 거기 선원들 몇 명 행글라이더에 태워서 보내!
-행글라이더가 어디 있다고?
-몇 명 죽어서 그리로 갔을 거야!
-그래? 알았… 야! 잠깐만. 네가 뭔데 명령이야?! 알시아도 아니면서!
-잊은 모양인데 나 부선장이야!
-크윽…….
아무리 허울뿐인 감투라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버팔로는 그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골드투스의 직위를 부정하는 순간, 갑판장이라는 자신의 직위 또한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니까.
* * *
대왕고래를 향해 가던 전투선들은 난데없는 대포알 세례에 당황했다.
-야! 뭐하는 거야?! 왜 우릴 쏘는데?!
당황한 건 대포를 쏜 쪽도 마찬가지였다.
“야! 어떤 놈이야?!”
“선장님! 좌측 포실에 물귀신이 나타났다는데요?”
“뭔 미친 소리야?”
물귀신이든 뭐든 죽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아시지 않습니까? 선원들 대다수가 100레벨도 안 되는 거……. 지금 아래에 내려간 녀석들 싹 다 털리고 있답니다.”
다키스트의 짐작대로 전투선 선원들 대다수가 저레벨 플레이어들.
그나마 쓸 만한 이들은 모두 대왕고래에 탑승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선장님이 가보시는 게…….”
200레벨에 조금 못 미치는 그가 이 전투선의 최고 레벨.
“젠장! 귀찮은 놈들!!”
결국 그는 직접 아래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도 미처 생각 못 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물귀신이 대포를 어떻게 쐈냐는 것…….
* * *
대왕고래 쪽은 정리가 되었다.
적들은 전투 의지를 잃어버렸고 사번타자도 완벽히 제압이 되어 버렸다.
“크큭……. 너희가 이긴 것 같아? 이번 전투에선 너희가 이겼을지 몰라도 결국 승리하는 건 우리다.”
킬킬 웃으며 조롱하는 사번타자.
“와, 실제로 보니 더 살벌하네? 대체 이런 무식한 대포는 뭐냐?”
완식은 고래의 숨결을 보며 감탄했다.
“너희들에게 숨결의 위력을 보여 주지 못한 건 아쉽지만…….”
“알시아 님! 남은 놈들은 모두 잡아 왔습니다!”
사만다가 굴비처럼 주렁주렁 묶어 온 대왕고래의 선원들.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번 전투만 승리했을 뿐, 전쟁에 승리하는 건…….”
“근데 이 배 버리기 좀 아깝지 않냐?”
“…….”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 주지 않자 사번타자는 시무룩해졌다.
그래도 자신이 운슬라 해양단의 보스인데 대우가 너무하지 않은가?
“어? 얘들 뭐야? 운슬라였어?”
그때, 뒤늦게 돛 위에 달린 깃발을 확인한 완식의 외침에 사번타자는 더욱 침울해졌다.
‘우리가 누군지도 모른 상태에서 계속 싸웠다고……?’
뒤늦게 밀려오는 진한 허무감.
대체 자신들은 지금까지 뭘 위해서 이렇게 필사적이었단 말인가?
“…못 해.”
“응?”
시종일관 무시하던 재호 일행이 혼자 작게 중얼거리는 사번타자의 말에는 관심을 보였다.
“용서 못 한다……! 내가 상어 밥이 되더라도 네놈들 전부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
펑펑펑-!!
마침 절묘한 타이밍에 먼 곳에서 들려오는 폭음.
“마구 쏟아져라, 죽음의 비여!! 으하하하!!”
두 팔을 번쩍 벌리고 한껏 조롱하는 사번타자.
“크하하하!! 으하하! 푸하… 하?”
뭔가 이상한 걸 느낀 그의 웃음이 점점 잦아들었다.
“……?”
포탄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에 들려오는 건…….
콰과광! 쾅!! 콰르르-
대왕고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난 폭발 소리.
“뭐, 뭐야?”
사번타자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그의 시선은 파도 너머, 저들끼리 싸우며 박살 나는 전투선들의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얍삽하게 도망만 다니던 고잉헬 호도 어느새 적극적으로 전투에 가담 중이었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는 결코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물귀신에게 배를 강탈당했을 거라곤…….
* * *
고잉헬 호 vs 운슬라 해양단.
결과는 운슬라 해양단의 대패.
대단한 자신감으로 모든 배마다 각기 생방송 중계를 했던 운슬라 해양단은 설레발부터 참혹함까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보여 주었다.
-이 정도면 불곰보다 더 수치사 아니냐?
└그럴듯. 근데 역시나 알시아는 세네.
-이걸 보고도 모르겠냐? 엘프 완전 밸붕이라고! 멍청하게 월드와이드랑 황재호랑 뒷거래한 입장 발표를 그냥 받아들이면 안 된다!
└야. 너 방송 안 봤지?
└안 본 듯. 이번 전투에서 엘프가 한 게 뭐 있냐?
└ㄹㅇ엘프는 그냥 배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애초에 엘프가 없었으면 배를 지키지도 못 했음.
└개소리ㄴㄴ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내가 볼 땐 엘프 없었어도 이건 운슬라가 개털렸을 거임.
-아무리 봐도 운슬라가 안일했음. 사실 전투 초반 정도까지만 해도 알시아가 진짜 털릴지도 모른다고 봤거든? 근데 너무 일찍 축포를 터뜨린 거 아닌가 싶음.
└맞아. 공중 폭격 건만 제외하면 황재호 전력은 알려진 그대로였음. 근데 아직 촉수 괴물도 안 나타난 상황에서 왜 저렇게 안일하게 했는지 모르겠음.
└그냥 계속 포위한 채 포격만 했어도 지금보단 나았을 거임.
전투에 대한 분석으로 다들 시끄러운 와중에, 누구보다 들뜬 사람이 있었다.
“우후후……. 대박이야…….”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든 채, 음흉한 미소를 흘리는 이는 OMGN의 은지수 피디.
“으흐흐- 벌써 편집팀은 비상 대기 중입니다.”
그녀의 말에 대답해 준 사람은 메이의 대학 선배이자 친구 유하의 오빠 이은택이었다.
메이를 캐스팅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제는 이은택 대리가 되었고.
현재 OMGN을 전성기를 이끄는 대표 인물들로, 그건 모두 메이와 그녀를 통한 재호와의 인맥 덕분이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재호의 해전 영상도 곧 받기로 했고.
이번에도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 은 예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은 피디님!”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그리던 그녀를 다급하게 찾아온 다른 직원.
“응?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급해?”
“보, 본부장님이 찾으세요.”
“…왜?”
왜 상대가 저렇게 다급하게 찾았는지 알 것 같았다.
본부장이라고 듣는 순간, 그녀의 미간도 처참히 구겨졌으니까.
“그, 글쎄요. 애초에 본부장님이 이유를 먼저 알려 준 적도 없잖아요?”
좋은 일로 부르는 경우도 절대 없었고.
“에휴……. 또 뭔 생트집을 잡으려는 건지. 일단 알았어. 그럼 은택이는 이따 메일 오면 알려 줘.”
“알겠습니다. 오늘은 잘 참고 오십시오. 저번처럼 욕하면 안 됩니다?”
남은 커피를 그대로 버린 은 피디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해 주곤 본부장실로 향했다.
홍창택 본부장.
그는 예전부터 아래 직원들 사이에서 평이 안 좋았는데, 무능한데다 성질만 요란하기로 유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은 피디를 대놓고 미워했는데, 직속상관인 자신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데다 국장님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아 직권 이상의 권한도 가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수시로 불러 잔소리를 하는 것뿐.
하지만 이번엔 단순히 그것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
“…뭐라고요?”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은 피디는 다시 물었다.
“쯧. 늘 두 번 말하게 하는군.”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홍창택은 그녀가 잘못 들은 게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해전 특집은 권성주 피디가 담당하기로 했다네. 그러니 관련 자료가 넘어오면 모두 제공하도록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