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9
28화
빠르게 훅훅 올라가는 채팅임에도, 눈에 콕콕 들어온 채팅 하나.
“하하, 주, 죽인다니요? 그런 무서운 말씀을…….”
―mocha : 리얼로 죽인대.
―nomind : 명복을 빕니다…….
―Eldyd : 럭시 숲에서 노예 생활만 하다 게임 접네.
―4_day : 근데 쟤들 성향이면 현실에서 찾아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
―ham6787 : 엌ㅋㅋㅋ 현실 사망 개꿀잼ㅋㅋㅋ
“하하하……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세계 최대, 최고 명문 길드인 불곰 길드가 저 같은 하꼬 방송인을 잡아서 뭐 한다고요?”
두두두두두―
그때, 저 멀리서 일어나는 모래먼지!
아주 광고하듯, 불곰 길드의 깃발을 휘날리며 나타난 백여 명의 사람들이 헬저트를 포위하듯 넓게 펼쳐 섰다.
“……으하……하하하! 그, 그럼 이만 방송을 종료하겠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후카는 도망치려고 했고.
쿠르르르―
―nomind : 뭐야 뭐야?
―Eldyd : 야야야야 방송 끄지 마!!! 뭔 일인데?!!
후카의 시청자 포함, 헬저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새로 나타난 불곰 길드 지원 병력의 반대편 하늘에서 푸른 마법진이 나타난 것이었다.
콰아아앙!!!!
이윽고 마법진으로부터 내리꽂힌 섬광 속에서 수십 명의 실루엣이 일렁였다.
후우우웅―
마법의 여파로 인해 휘날리는 모래.
“콜록― 콜록― 어우, 먼지…….”
그리고 그 모래폭풍을 뚫고 헬저트의 주인 황재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뭐야? 여기 왜 이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광경은 흉흉한 기세를 뿜는 수많은 사람들.
“헉?! 드디어 왔구나, 레드!!!!”
그 순간 대치 중이던 무리들 중, 누군가가 재호 뒤에 선 레드를 용케 알아보고 소리쳤다.
“레드?”
재호가 뒤를 돌아보니, 이미 함께 온 마법사들도 레드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저 눈치 없는 새끼들!!!!!’
누구 겜 인생 조지려고 작정했나?!
상황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이건 뤼니오르가 준 퀘스트였다.
어쩌면 승급까지 이어질지도 모를!
길드원들과의 전우애냐?
아니면 자신의 성장이냐?!
“뭐하냐, 레드?!! 빨리 우릴 도와!!! 너도 함께한다면 엘프 따위 깡그리 쓸어버릴 수 있어?!!!”
“뭐?”
“감히 인간 놈들이?”
그 이야기를 들은 엘프들이 팔을 걷어붙였고…… 레드는 결단을 내렸다.
엘프들의 전투력에 대해선 말이 많지 않았던가?
게다가 이미 선발대가 쥐어 터졌다는 것도 들었고.
그리고…….
‘럭시 황족…… 너무 무섭다고!!!!’
스으―
레드는 커다란 마법사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그러곤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목소리 톤을 한껏 낮춘 채로.
“가암히 이곳에서 이런 패악질을 벌이다니!! 적색 마탑은 이 일을 결코 두고 볼 수 없다!!!!”
“뭐? 저 미친놈이?!!!”
물론 불곰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아무도 속지 않았다.
“빌어먹을, 레드! 길드에서 널 징계할 거다!!!”
“됐어! 일단은 럭시 황족을 잡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놈을 붙잡아 불곰국 성문에 목을 걸어…… 쿨럭?!!”
[강력한 일격으로 인해 빈사 상태에 빠집니다.]“???”
입을 놀리던 플레이어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단 일격!
무슨 공격에 당한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상대가 아무리 물몸의 마법사 클래스라지만 엄연히 상위 플레이어.
그런 이가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인간 놈들……!”
말도 안 되는 기습을 선보인 이는 바로 엘프,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활!
엘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무기가 활이지만, 지금까지 재호조차 한 번도 못 본 것이 엘프의 궁술이었다.
꿀꺽―
엘프가 상대를 작정하고 죽이고자 마음먹지 않는 이상, 꺼내지 않는 무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감히 그런 망발을……!!”
“우리를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지만, 알시아님을 욕보이는 것은 더더욱 참을 수 없습니다!!!!”
“음?”
엘프의 외침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어쨌든 재호도 동의하는 부분이긴 했다.
초면에 다짜고짜 목을 자르겠다고 협박하는 걸 보면 상황 파악은 개나 줘 버리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여도 괜찮겠지.
“알시아님!!!”
“조집니까?!”
“제발 조지게 해 주십시오!!!”
마치 목줄에 묶인 투견처럼 으르렁거리는 엘프들!
끄덕―
마침내 재호의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촤좌좌좍!!!!!
섬전과 함꼐 쏘아지는 화살들이 불곰 길드 플레이어들의 전신을 사정없이 뚫었다.
“커헉―?!”
“자, 잠깐만!!!”
“반격해!!!”
“!!!”
“!”
그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광역 마법과 각종 회피 스킬들을 사용했다.
푹―푹―푹―
하지만 엘프들의 화살은 결코 빛나가는 경우가 없었다.
“크아아아악!!!!”
“아, 안 돼!!! 지금 죽으면 내 퀘스트가…… 컥!!”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곡소리.
“!!”
재호도 모래시계에 귀속된 스킬을 사용했다.
‘골렘까지 소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아직 재호의 레벨 및 마나 수준으로는 스킬까지는 사용할 수 없었다.
촤아아아―
모래가 뭉쳐지더니 나타난 십여 명의 사람들.
“뭐야? 소환사였어?!!”
“제길! 하필이면 제일 골치 아픈……?”
“응???”
재호가 소환한 병사들을 본 상대들은 당황했다.
그들의 모습은 ‘병사’라기보다는 ‘농부’에 가까웠으니까.
“이, 이게 뭡니까?”
하지만 당황한 건 소환된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
애초에 이름은 병사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꽃밭 관리였는데?
“일단 싸워!!”
간단한 명령이었다.
“이, 이야아아!!”
어차피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라 두려움은 없었다.
콕콕콕―
손에 든 호미와 삽 따위를 휘두르는 그들은 딱히 위협적이지 않았으나, 상대의 정신을 사납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 틈으로 엘프들의 화살들이 급소를 노리고 날아들었으니까.
“아아악!!!”
“이, 이건 말도 안 돼!!!!”
“NPC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X망겜 망해라!!! 꿱!!!”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백여 명에 달하던 불곰 길드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잿빛으로 변해갔다.
덜덜덜덜―
방송을 통해 중계 중이던 후카.
그 잔인한 학살의 현장을 지켜보는 그는 자신이 뭘 하려 했었는지도 잊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방송이 랭킹 1위를 넘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도.
* * *
‘이건…… 예상 밖이다. 이 정도로 격차가 클 거라곤…….’
사막의 모래 속에서 조용히 은신하고 있는 불곰 길드 소속 암살자 랭커 ‘테일러’는 구멍이 송송 뚫리는 동료들을 보고도 차마 나갈 수 없었다.
엘프들의 전투력이 상당할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음에도 압도적으로 털리는 중이었으니.
‘이데란 공성전에서 NPC를 상대로도 잘 싸웠기에 자만에 빠진 것일지도.’
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허허벌판에 살고 있는 엘프들이니 얼마든지 제압할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멸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불리한 진영에도 엘프들이 압도한 걸 보면 이들의 전력은 상식 이상이다. 게다가 원군의 등장 타이밍이 절묘했어. 공간이동을 통해 지휘부로 직접 습격을 해 올 줄은.’
모습을 계속 숨기고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에겐 혹시나 벌어진 사태를 대비한 2안이 있었으니까.
럭시 황족 납치!
단순히 죽이는 것이라면 쉬웠다.
하지만 이미 본대가 패배하며 엘프의 저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걸 깨달은 이상, 두 번 세 번 암살이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납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
랭커 암살자의 잠입은 네임드 NPC라 하더라도 쉽게 알아채는 게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런 난장판 속에서라면 더더욱.
뜨거운 태양 아래, 더욱 진하게 그려지는 그림자를 밟고 재호 뒤로 접근한 그가 미소 지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는 임무는 성공이나 다름없었다.
‘!’
테일러가 납치에 특화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라는 전설급 스킬 덕분이었다.
[당신의 악명에 상대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악명 수치가 대상보다 높을 시, 3초간 100% 행동 불능으로 만듭니다.]말도 안 되는 사기성!
암사자들은 기본적으로 구린 짓(?)을 많이 하고 다니는 클래스였다.
자연히 일반 유저들보다 악명이 월등히 높았고, 테일러는 랭커답게 특히나 더 높았다.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는 이 스킬을 통해 럭시 황족을 제압한 뒤, 귀환 스크롤만 사용하면 임무는 완료…….
[대상의 잠재 악명 수치가 너무 높습니다.]‘?’
테일러는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스킬 사용 실패의 반작용으로 1.5초간 행동 불능이 됩니다.]‘??????’
[행동 불능 상태로 인해 모습이 드러납니다.]“?”
이번 물음표의 주인은 테일러가 아니었다.
재호를 비롯한 주변 엘프들의 것.
[이 ‘뭐야 이건?’이라고 말합니다.]“나도 몰라!!”
쾅―!!!
우리 편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때린다!
재호의 커다란 주먹이 테일러의 안면으로 떨어졌다.
* * *
“아아…… 너무 잔인합니다! 뉴월드 오픈 이래, 가장 큰 이벤트였던 이데란 공성전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은 후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nomind : 미친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dkshk : 불곰 길드 어떡하냐? 진짜 너무 심하게 개 털리는데.
―OMGN : 안녕하세요. 뉴월드 전문 방송 OMGN 방송국입니다. 금일 방송에서 녹화된 영상들의 구매 및 현 중계에 대한 동시 송출에 대해 문의 쪽지는 보내드렸습니다.
―bbibbo : 헐? OMGN이다!!!
“헉?”
후카는 곧장 쪽지를 확인했고,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금액에 고민도 없이 가계약을 체결했다.
그로 인해 TV에서도 방송이 시작되었고, OMGN은 미리 대기 중이던 뉴월드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봤습니까?!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럭시 황족!!! 그가 맞았다고요!!!
―크흠…….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지금 시청자들께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엘프들의 전투력은 생각 이상으로 강합니다. 물론 지금 당하고 있는 수백 명의 불곰 길드원들이 최정예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약하진 않죠.
―글쎄요. 저는 반대 입장입니다. 일단 그들이 노린 건 엘프가 아니라 럭시 황족이라 불리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를 잡기 위해 불곰 길드의 최고 암살자인 테일러가 움직였어요!
―아, 그 부분은 저도 흥미롭습니다. 이제 제법 알려진 스킬인 는 사용자의 악명에 영향을 받는 걸로 알려져 있죠. 헌데 상대는 저항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테일러가 역으로 당했거든요? 럭시 황족에게는 어떠한 반사 스킬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어쩌면 지금까지 몰랐던 스킬의 패널티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나치게 성능이 좋았던 게 사실이거든요. 혹시 상대의 악명이 그보다 더 높으면…….
―푸핫―! 지난번에도 그러시더니 이번에도 말도 안 되는 추측을 하시는군요!
―아니, 뭐가 말도 안 됩니까? 오늘의 사건으로 인해 제 말이 정답임을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알게 모르게 진실에 근접한 추론이 있었으나, 이번에도 역시나 외면당했다.
두 진행자가 싸우는 그 시각, 재호는 열심히 테일러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크윽! 반격을 할 수가 없다……!’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엘프들의 공격 탓!
엘프들의 공격을 전사들은 깡으로 버틴다면(물약이 살살 녹고 있었지만) 암살자인 그는 민첩과 회피 스킬을 이용해 간신히 버티는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그대로 치명타가 터질 만한 부위들이라 반격은 쉽게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게다가…….
‘젠장 럭시 황족……! 이놈은 분명 나를 능욕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약해빠진 공격은 납득이 안 되었다.
특히 이따금 들어오는 ‘1’이라는 데미지!
흔히 말하는 예능 아이템이 분명했다.
부들부들―
상처가 난 자존심에 덜덜 떨리는 손.
“이놈이!!!! !!”
“!!!”
“헉?!!”
처음으로 시전된 재호의 스킬에 테일러는 잔뜩 긴장한 채로 대비했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스킬명…… 응?’
콰드드득―!!!!
사막의 모래를 뚫고 튀어 올라온 웬 거대한 덩굴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콰악―!!
“컥?!!”
순식간에 타고 올라온 덩굴은 테일러의 팔까지 제압해 버렸다.
그대로 아주 흉한 자세가 되어 버린 그!
쾅! 쾅! 쾅!!
“컥! 꿱! 꿕!!”
모래먼지가 자욱이 깔릴 정도로 거친 주먹질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