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92
291화
뉴월드 대륙에 존재하는 마탑은 총 다섯 개.
각각 적색, 청색, 녹색, 황색, 백색으로, 순서대로 화염, 빙결, 바람, 대지, 전격 마법들을 연구했다.
그들은 독자적인 마법 진영이었으며, 마탑 연합이라는 이름에 묶여 있더라도 근본적으론 경쟁 관계였다.
허나 연합이라 하더라도 대표는 있어야 하는 법.
정기적인 마법 경연 대회를 펼쳐 의장탑을 선출했는데, 그 자리는 이미 몇 년째 변함이 없었다.
바로 백색 마탑.
강력한 마법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으로도 알려진 최고 전투 마법 단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머리 좀 쓸 줄 안다면 무조건 백탑을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괜히 ‘머리 좀 쓸 줄 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은 게 아니었다.
다양한 속성 마법들 중, 복잡하고 어렵기로는 단연 1위였으며 그곳에 속한 NPC들도 천재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질투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죠.”
재호의 파티 중, 유일한 정통 마법사인 레드가 말했다.
“아마 직접 만나신다면 가장 까다롭기도 할 겁니다. 그만큼 자존심도 어마어마하게 강한 놈들이니 말입니다.”
“뤼니오르 씨가 괜히 곤란해 한 게 아니었군.”
“뭐, 그나마 백탑과 겨뤄 볼 만한 곳이라고 하면 적탑일 겁니다.”
적탑의 경우는 백탑과 반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백탑이 소수 정예라면 적탑은 가성비.
다른 마법들에 비해 비교적 다루기 쉬우면서 강력한 위력을 뽑아낼 수 있는 화염 마법들이라 마법사 지망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즉, 그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형성된 압도적 인구수 덕에 백탑과 견주어 볼 만하다는 것이었다.
의장탑은 줄곧 백탑이 가져감에도 그들이 멋대로 마법 사회를 쥐고 흔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럼 다른 마탑들은 어떤데?”
“다른 곳들 말입니까? 별로 인기 없죠. 애초에 활용도가 많이 떨어지는 데다 습득 난이도나 위력이 화염 마법보다 어려워서 말입니다.”
그리 듣고 보니 다른 속성 마법은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건 청탑일 겁니다. 빙결 마법도 어쨌든 전통적인 마법 속성이니까요. 문제는 전반적으로 온난한 기후의 대륙에서 얼음 마법의 위력을 뽑아내기가 어렵다는 점이지만. 바람 마법은 위력이 좀 떨어지고, 대지는…….”
레드의 얼굴에서 떠오른 안쓰러움에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네? 아 뭐… 황탑은 다섯 개의 탑 중 가장 불쌍한 곳입니다. 아무래도 고정되어 있는 땅을 강제로 움직이는 마법이다 보니 비효율의 극치인데다 전투에서 써먹기엔 느리기도 해 최악입니다. 그나마 제압기 및 디버프 스킬로 쓸 만하다는 이야기는 있는데, 그럴 거면 그냥 흑마법사를 하는 게 좋으니까요.”
거기까지 들은 재호는 문득 하나가 궁금해졌다.
“흑마법사 탑은 없어?”
“소문은 이래저래 있는데 실제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탑 연합에서 흑마법사들은 인정해 주지도 않고 말이죠.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마법들도 정통 원소 마법이라기 보단 저주들이고,”
본래 대륙 내 흑마법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다.
그저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보조 딜러 겸 서포터로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주류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일 뿐.
“의외네. 키노를 생각하면 흑마법사들도 탑 하나쯤 가져도 될 것 같은데.”
드래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과연 대마법사들도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하하, 그건 아마 키노 님이 유난히 오버파워인 걸 겁니다. 그분 인간이 아니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랬지. 맞네, 그걸 깜빡했네.”
인간과 악마의 혼혈이라는 태생적 조건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이후로도 재호는 레드에게 마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확실히 적탑의 최상위급 마법사인 레드는 줄칸보다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시간 내줘서 고마워. 덕분에 마탑 연합을 만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겠어.”
“하하! 아닙니다! 저야말로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레드는 고잉헬 호의 엔진으로 몸을 내던질 때보다 더 기뻐하는 얼굴로 꽃집을 떠났다.
그리고 옆에서 함께 들은 줄칸과 다시 논의를 시작했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틀 뒤, 마탑 연합이 찾아왔다.
* * *
엘리시아 화원 외곽의 사막 지역.
그곳의 텅 빈 공간에 갑작스레 돌풍이 일어나며 모래폭풍을 일으켰다.
그 기현상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잠시 후 잦아드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 녹색 로브를 입은 네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지?”
“저건 마법사 로브 아냐?”
“녹색? 녹색이면 녹탑인가? 녹탑 마법사들이 갑자기 왜?”
마탑 연합의 방문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쩌저적-
사막 한가운데 난데없이 생겨난 얼음 기둥.
복잡한 마법 수식을 따라 조각되던 얼음 기둥이 빛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나갔고, 그곳엔 파란 로브의 마법사들이 서리를 뿌리며 서 있었다.
“청탑도?”
“뭐야?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쿠르르르-
이번엔 사막의 대지가 뒤흔들렸다.
쾅!!
바닥에서 솟아오른 모래무덤이 흩날리며 황색 로브의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마지막으로…….
쿠르르르-
갑자기 사막에 몰려들기 시작한 먹구름.
해가 가려지며 주변이 어두워졌고, 그 어둠 속에서 강력한 벼락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꽈르르릉-!!
뒤늦은 천둥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한 흰색 로브의 마법사들.
“헉?! 백탑이다!”
“설마 했는데 백탑도 왔어!”
레드의 말처럼 백탑은 마법사 사회에서 초엘리트.
평소에도 거의 보기 힘든 이들이 공간 이동까지 해서 엘리시아 화원을 찾은 것이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려고 한다는 걸 모두가 예상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빠르게 퍼졌고, 인근에서 활동 중이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재호가 또 대형 사건을 일으킬 거라는 기대와 함께.
* * *
엘리시아 화원 인간 거주 구역의 최고 노른자 자리에 세워진 일성 전자 회장 옥한돌의 별장.
그곳으로 들어서는 각기 다른 색 로브의 마법사들을 보는 한돌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뿌듯하군.’
자신의 손으로 만든 별장은 지금도 엘리시아 화원은 이미 대륙 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화원 내부를 직접 구경하는 건 할 수 없는 외부인들.
대신 바깥에서 구경하는 건 가능했는데, 한돌의 별장은 그걸 위한 최적의 장소였으니까.
지금도 이용을 원하는 귀족들의 예약이 반년 뒤까지 이어져 있을 정도였다.
‘부득이하게 오늘 방문 예정이던 귀족을 돌려보내야 했지만…….’
[당신이 소유한 건축물에서 마탑 연합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당신이 소유한 건축물의 가치가 증가합니다.]이 보상 덕분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마탑 연합이 차지했다는 말에 귀족들도 다행히 별 말 없이 물러났고.
“흐음, 대단하군.”
“확실히 소문만큼이나 대단한 풍경이로군.”
“허허, 어떤 소문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난 기대 이상이오.”
테라스에 선 마법사들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들의 지위를 생각한다면 결코 쉽게 나오지 않을 찬사.
“그나저나 조금은 괘씸하군.”
그들의 시선이 탑주들과 재호가 회담을 하고 있을 별장 안쪽을 향했다.
“우리를 왕성이 아닌 외부의 별장에 초청을 하다니.”
“듣기로는 엘리시아엔 성이 없다고 들었소. 저기 보이는 초라한 오두막이 알시아 대왕의 거처라더군.”
“허어… 그렇단 말이오? 저런 곳이라면 이해를 못 할 것도 없긴 하군.”
“껄껄, 소문엔 알시아 대왕이 저 모든 꽃들을 관리한다던데, 황탑과 어쩌면 통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소? 서로 친숙한 흙냄새가 날 테니 말이오.”
“하하하!”
다 같이 웃음을 터뜨리는 마법사들.
웃지 않는 건 적탑과 황탑의 마법사들뿐이었다.
적탑의 마법사들은 재호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에 웃지 않은 반면, 황탑의 마법사들은 자신들을 향한 조롱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사실 황탑에선 굳이 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오.”
“그러게 말입니다. 어차피 발언권도 거의 없을 텐데.”
“…….”
대놓고 하는 무시에도 황탑 마법사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가슴 아픈 사실이기도 했으나, 그 이상으로 그들의 자존감이 낮아 반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탑주님…….’
그들의 서글픈 눈동자는 회담장을 향했다.
저 안에서 붉어진 얼굴로 더한 수모를 겪고 있을 황탑 탑주 오클랜드를 걱정하며…….
* * *
“오! 그러면 토질의 성분이나 상태 파악은 물론, 조절도 가능하다는 겁니까?”
“그, 그렇네만…….”
“그렇다면 대규모 공사 같은 것도 가능합니까?”
“그 정도는 쉽게…….”
“혹시 사막화된 땅을 바꾸는 건?”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네만 이론적으로는 가능…….”
하지만 바깥에 있는 황탑 마법사들의 걱정과 달리 오클랜드는 재호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었다.
마법사가 된 지 60년, 그 어디서도 이런 관심은 받아 본 적 없었던 오클랜드는 얼떨떨하면서도 내심 흥분되었다.
무엇보다 언제나 자신을 내려다보던 다른 탑주들의 표정이 가관이었으니.
오직 뤼니오르만이 재밌다는 듯,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크흠! 알시아 대왕.”
결국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백탑 탑주 스토믹.
“이 자리는 마탑 연합과의 자리이지 그대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오.”
“아! 죄송합니다. 하하, 아시겠지만 제가 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잠시 흥분해 이 자리를 망각했군요.”
[대마법사 스토믹의 호감도가 감소합니다.]백탑주와.
[대마법사 아이시클의 호감도가 감소합니다.]청탑주에 이어.
[대마법사 프링의 호감도가 감소합니다.]녹탑주까지 일제히 하락한 호감도.
하지만 재호는 자신의 행동을 책망하지 않았다.
[대마법사 오클랜드의 호감도가 크게 증가합니다.]자신은 원하는 바를 달성했으니까.
‘황탑……. 마법사 세계의 아싸이자 늘 쭈구리인 존재들.’
그러나 며칠 동안 재호가 세운 계획을 위한 핵심적인 존재였다.
이미 뤼니오르는 도와주기로 했다.
허나 연합과의 힘겨루기에서 재호가 이득을 취하려면 뤼니오르의 지원만으론 어려웠다.
또한 혼자서 연합의 의견에 반하는 걸 하기도 부담스러울 테고.
그래서 재호는 황탑을 공략하기로 했다.
‘외로움에 지친 황탑을 아군으로 만든다!’
비록 마탑 연합 중 최약체라곤 하지만 엄연히 연합의 일원.
적탑과 함께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면 저쪽에서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호감도가 크게 증가할 거라곤 예상 못 했네.’
재호의 작은 관심이 그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지 알 수 있었다.
“다들 환영합니다. 뤼니오르 님이야 이곳이 익숙하겠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으시겠죠.”
재호의 인사.
평소 ‘뤼니오르 씨’라고 부르는 재호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님’을 붙였다.
“뭐, 그럭저럭 볼만한 장소이더군요.”
시큰둥한 스토믹의 대답.
“마음 같아선 여러분 모두를 화원 내에서 맞이하고 싶었으나, 최근 화원 내의 토양 상태에 문제가 생겨 그럴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고, 그런 말을 하면서 재호의 시선은 슬그머니 오클랜드를 향했다.
마치 오클랜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듯이.
[대마법사 오클랜드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쳐다보기만 해도 오르는 호감도!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군.’
재호의 은근한 어필에도 이런 극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면 대체 평소엔 어땠단 말인가?
스으-
고개를 돌린 재호는 다른 사람들과도 차례로 시선을 교환했다.
이제 이들의 방문 목적에 대해 들어야 하는 상황.
“오늘 마탑 연합의 대표 분들께서 방문하신 이유를 저는 아직 알지 못하는데… 혹시 이젠 알 수 있겠습니까?”
재호는 최대한 예를 갖추어 말했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군. 과연 시원시원한 점이 마음에 드는군요.”
청탑주 아이시클의 대꾸였으나, 목소리에선 냉기가 풀풀 흘렀다.
“후후, 그녀의 마법적 특질 때문이니 오해는 마시지요. 우린 대왕과 싸우고자 온 것이 아니니.”
대신 아이시클을 변호해 준 녹탑주 프링.
그리곤 이어 그녀가 방문 목적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리 마탑 연합은 새로 발견된 고대 왕국 아트리우스의 조사를 진행하는 데 대왕의 도움을 얻고자 합니다.”
그건 핵심이 아니었다.
이미 레드벌룬을 통해 ‘대규모 마법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마력 연구’라는 정체불명의 목적을 들었으니.
“흠, 무엇에 대한 조사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마탑 연합의 극비 사항이라 대왕께는 알려 줄 수가 없겠네요. 하지만 힌트를 드린다면 대왕의 엘리시아와…….”
“엘리시아 화원입니다.”
“…흠흠, 어쨌건 대왕과 아트리우스 쪽엔 어떤 피해도 없을 겁니다.”
쉽게 목적을 이야기하지 않는 프링.
이미 예상한 바였다.
아니었으면 뤼니오르가 진작에 이야기해 주었을 테니까.
그래서 재호도 단호하게 나갔다.
“말씀하시지 않는다면 저는 어떤 협력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의 꿍꿍이와 마법 연합 내에 자신의 힘을 확실히 침투시켜 놓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이 회담에 나온 재호의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