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
2화
“도감…… 도감을 보자…….”
칭호 획득과 동시에 생겨난 두툼한 책을 펼쳤다.
하지만 모양만 책일 뿐, 그 안에 담긴 정보는 팝업으로 즉시 확인이 가능했다.
[lv1. 이펠츠 꽃] [관찰 진행률 : 10%] [럭시 숲 일대에 흔히 발견되는 꽃.] [lv1. 꽈리 덩굴나무] [관찰 진행률 : 10%] [테라스 대륙에서 가장 흔한 덩굴나무 종류.]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었고 자잘한 설명들도 나열되어 있었다.
“채우는 맛은 있겠네.”
자신이 뉴월드를 즐기기 위한 또 하나의 목적이 생긴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계속해서 도감을 채워가던 재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숲 너머로 향했다.
“음?”
그러다 도착한,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탁 트인 공터.
“와……!”
그곳은 새하얀 꽃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만개한 꽃들에선 민들레 홀씨 같은 것들이 반짝거리며 하늘을 솔솔 날아다니고 있었으니, 황홀함 그 자체였다.
“이것들도 이펠츠 꽃이네.”
을 통해 확인한 재호는 조심스럽게 꽃 사이를 거닐었다.
“음?”
그때, 문득 눈에 들어온 한 송이의 이펠츠 꽃.
헌데 다른 꽃들과 조금 달랐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봉오리 상태였고, 크기도 조금 더 컸다.
“이상한데?”
주변을 대충 둘러봐도 아직 꽃을 못 피운 건 이 녀석이 유일했다.
“……예전 생각이 나네.”
중학교 시절, 학교 화단의 구석에 소심하게 봉오리를 맺은 꽃 하나.
주변의 다른 꽃들은 모두 만개했지만, 녀석은 봉오리를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재호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녀석을 돌보았고, 마침내 작은 변화가 일어난 순간…… 사건이 터졌다.
재호를 향해 앙증맞은 꽃잎을 자랑하던 녀석이…… 양아치 놈의 발에 짓밟히고 말았으니까.
재호의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학창 시절의 재호는 주먹 좀 쓴다는 녀석들의 도전 상대처럼 인식되었으니.
재호도 울었고 일진도 울었던 과거의 기억이었다.
“그래. 비록 엄연히 다른 녀석이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재호는 결심했다.
이 녀석이 무사히 개화해 다른 꽃들처럼 홀씨를 날릴 수 있도록, 자신이 이곳에서 돌보아 주기로.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하고 말리라.
띠링-
그 결심을 내리는 순간, 재호의 눈앞에 팝업 창이 떠올랐다.
역시나 이펠츠 꽃이 맞았다.
헌데…….
“‘영원히 꽃피지 않는’은 뭐야?”
불길하기 짝이 없는 수식어.
‘꺼져, 애송이 녀석!’이라고 도발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근성이라고 하면 재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가 외쳐대던 ‘사나이는……’ 컬렉션에 근성도 있었으니까.
‘사나이는 근성!’
물론, 그 대상이 꽃이라는 걸 아버지가 안다면 당장 멱살 잡힐 일이었다.
* * *
약 한 시간 정도 곁에서 꽃을 지켜보았다.
[lv1. 영원히 피지 않는 이펠츠 꽃] [관찰 진행률 : 10%]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이펠츠 꽃입니다.]“그러고 보니 이상한데?”
재호는 의문이 들었다.
똑같은 이펠츠 꽃이면 도감에 새로운 종류로 분류되지 않았을 터.
‘아예 다른 종류인 건가?’
어쩐지 비밀을 담고 있는 듯한 설명에 재호는 재차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하지만 이대로 멍하니 지켜만 봐선 안 될 일이었다.
‘정보를 좀 얻어야겠어.’
꽃은 정말 좋아하지만 실제로 키워 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현실이 아닌 뉴월드!
괜히 섣부른 시도를 했다 도리어 꽃을 죽여 버릴 수도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재호는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 스타팅홀로 향했다.
‘멀리도 나왔었네.’
아까는 미처 못 보았던 작은 오솔길이 스타팅홀을 따라 나 있었다.
‘저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마을이 나온댔지.’
접속 세 시간 만에, 마침내 재호는 ‘일반적인’ 플레이를 시작했다.
* * *
럭시 숲에서 게임을 시작하면 자그마한 산골 마을인 트리안 마을에 처음으로 도착하게 돼 있었다.
이곳엔 튜토리얼 퀘스트를 위한 NPC와 뉴비들을 위한 상인들이 존재했으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트리안 마을이 엘프들의 마을이란 점이었다.
그리고 뉴월드 세계에서, 엘프는 인간에게 적대적이었고.
뉴비들이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보통의 튜토리얼 과정은 뻔했다.
‘이 낡아빠진 검을 줄 테니 다람쥐 열 마리를 잡아오게나.’라거나 ‘저 허수아비를 상대로 칼을 휘둘러보게.’ 등의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
하지만 트리안 마을은 달랐다.
아니, 재호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달랐다.
“멈춰라!!!‘
위협적인 제스처를 보이며 막아서는 엘프들.
5분 정도만 가면 나온다던 마을인데, 그 마을이 보이기도 전에 재호는 엘프들에게 저지를 당했다.
‘엘프들이 적대적이라고 듣긴 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
“몬스터랑 말이 통할 리가 없잖아! 공격해!!!”
“?! 잠깐! 잠깐만!!!!”
뭔가 아주 잘못된 듯한 저들의 판단!
몬스터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하잖아!’
하지만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자신의 코앞으로 엘프들의 주먹이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게임을 시작한 뒤론 꽃구경 말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재호.
당연히 무기도 없었고 싸움을 위한 기술도 없었…….
‘……싸움의 기술?’
그 순간,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지난 시절들.
그중에는 격투기 선수를 시키겠답시고 재호를 굴려대던 우람의 모습도 보였다.
인간병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재호의 아버지!
샥-
재호의 본능적인 위빙에 엘프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헛?!”
덩치에 비해 굉장히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자 당황한 엘프들.
‘어차피 모든 행동의 베이스는 내 피지컬이야!’
게임을 시작하기 전, 완식은 말했었다.
뉴월드에서 능력치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능력치가 높아도 전투 센스가 없으면 못 피하고 못 때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능력치 뻥튀기 노가다를 했으며, 그를 통해 모자란 피지컬을 보완하는 식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고레벨의 공격이라도 센스로 피하고 반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
물론, 바보처럼 평타 공격만 해 주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다지 현실성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아가리 파이터’들이나 하는 소리!
하지만 재호는 아버지가 직접 격투기를 시키고 싶어 했을 정도로 타고난 파이터였다.
피지컬도, 센스도, 인상도(?)
샥- 샥-
엘프들의 주먹은 연신 허공을 갈랐고.
[레벨이 월등히 높은 상대의 공격을 연속해서 회피하였습니다.] [회피력이 증가합니다.]퍽-! 퍽-!!
“?!!”
결국 여기까지였다.
아무리 타고난 피지컬로 어느 정도 비빈다 해도, 공격력은 극복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다.
“이 녀석!!! 움직임이 제법이야!”
엘프들은 감탄을 흘렸다.
“이 숲에 이런 몬스터가 있었다니……!”
울컥-
그들의 말을 듣던 재호는 결국 억울함을 토했다.
“야이 자식들아!! 어딜 봐서 몬스터야?!!”
“헉? 말을 하잖아?!”
진심으로 놀란 듯한 엘프들의 모습.
“그렇다면 악마인가?!”
가면 갈수록 심한 소리만 나왔으니.
“사람! 사람이라고!! 임모탈리언!!!”
[임모탈리언]뉴월드의 세계관에서 플레이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NPC들과 달리,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자들.
“뭐……?”
“임모탈리언……이라고?”
“저 얼굴에?”
서로 당황한 얼굴로 시선을 교환하는 엘프.
“하지만 임모탈리언이라는 증거가 어디…… 음?”
“킁킁?”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한 엘프들.
[ 칭호로 인해 엘프들의 호감도에 약간의 버프를 받습니다.]“?!”
의외의 효과에 재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이런 식으로?’
반면 엘프들은 재호에게서 느껴지는 꽃향기에 당혹감을 표출했다.
아무리 봐도 그런 취향(?)으론 보이지 않는 살벌한 외모인데…….
재호는 그들이 주춤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난 싸울 생각이 없어! 그저 이펠츠 꽃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이펠츠 꽃……?”
꽃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긴장감은 상당히 완화되었다.
“이펠츠 꽃은 럭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인데…… 왜 그걸 궁금해하는 거지?”
“어……. 꽃을 키우려고?”
그 한마디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꼬, 꽃을?!”
“말도 안 돼!! 분명 우리를 속이려는 수작이야!”
“하지만 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그들에게 재호는 한마디 덧붙였다.
“정확히는 ‘영원히 피지 않는 이펠츠 꽃’이란 건데.”
“?!!!!!”
경악하는 엘프와 함께.
[압도적인 격차의 강자와의 전투에서 생존하였습니다!] [명성이 증가합니다!]시스템 알림이 재호의 생존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 * *
“하아…….”
오늘 막 게임을 시작한 또 다른 뉴비인 메이의 한숨.
스타팅홀에서 눈을 뜨자마자 발견한 몬스터의 모습에 그녀는 아차- 했다.
‘이, 이래서 럭시를 가지 말라는 건가?!’ 하고.
하지만 잠시 관찰해 본 결과, 그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타팅홀 주변에 항상 상주한다던 튜토리얼 NPC겠거니 했지만…… 그녀는 도저히 말을 붙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팁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NPC가 아니란다.
천만다행(?)이라 생각하고 트리안 마을로 온 것까진 좋았다.
자신이 럭시를 택한 이유는 바로, 판타지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엘프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니까.
-럭시요? 거기 그냥 무조건 가지 말라던데요?
-럭시는 유저 자체가 워낙 적어서 모르겠네요. 애초에 스타팅 지역으로 인프라가 훨씬 좋은 도시들 많은데 굳이 갈 이유가 없죠.
-님들 럭시 개 좋음여 다들 오셈!
└이 새끼 백퍼 럭시임. 속지 마셈.
-‘전럭협(전 세계 럭시 협회)’ 회원으로서트 말해줌. 튜토리얼이랑 초반 퀘 클리어하면 회복약들 주는데 그거 잘 챙겨놓고 절대 쓰면 안 됨. 그래서 100개 모이면 그때부터 ‘포레스트 검프’ 시작하는 거임. 걍 맞고 물약 빨면서 무조건 달려야 함.
-엘프 인종 차별자들임!!! 절대 가지 마셈!
이런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
그럼에도 엘프를 향한 덕심으로 선택했지만…….
[*튜토리얼 퀘스트*] [당신은 엘프의 마을 트리안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엘프들은 이방인을 반기지 않습니다.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주민들과 성공적으로 인사를 나누십시오.] [성공 조건 : 트리안의 주민들과의 인사(0/10)] [보상 : 회복 버섯 20개]
이게 뭐가 어렵겠냐 싶지만…….
그녀는 물론, 럭시의 많은 이들이 실패하는 지옥의 퀘스트였다.
-안녕하세요!
-(무시)
-안녕하세요!!
-(무시)
[엘프 주민 가 당신을 불편해합니다.] [호감도가 내려갑니다.] [더 이상 내려갈 호감도가 없습니다.]-전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결국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메이는 멍하니 넋이 나간 채 길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후후……. 신입으로 보이는군. 혹시 자네 전럭협에 가입할 생각이 없는가?”
그런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럭시의 망령들.
삐리리리-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은 피리 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응?”
마을 밖에서 돌아오는 대여섯의 엘프들.
헌데 그들 사이로 우뚝 솟은 거인이 한 명 보였다.
“어? 저건……?”
메이는 그를 알아보았다.
스타팅홀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몬스터…… 아니, 사람?!
* * *
재호가 을 말하자말자 엘프들의 경계심은 한층 누그러졌다.
절호의 기회라는 걸 눈치챈 재호는 엘프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쏟아 냈다.
자신이 얼마나 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꽃집을 향한 자신의 욕망까지!
엘프들과 싸워서 이길 생각은 ‘피해 0’이란 걸 보는 순간 싹 사라진 상태.
어떻게든 말빨로 이 위기를 타개해야 했기에 더욱 필사적이었다.
[엘프들이 꽃을 향한 당신의 진심을 받아들입니다.] [*돌발 퀘스트*] [엘프들이 당신의 따스한 마음에 감동했습니다.아름다움의 기준은 결코 겉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엘프들이 당신을 정식으로 트리안에 초대하고자 합니다.]
갑자기 발생한 돌발 퀘스트.
그러곤 수락하자 누군가 불기 시작한 풀피리와 함께 마을로 온 것이었다.
‘자, 잘되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