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3
302화
엘리시아 화원의 기사단 창설 소식을 들은 국정 운영의 최측근 줄칸.
“좋은 생각입니다.”
그는 재호의 결정을 환영했다.
“물론 지금도 엘리시아 화원은 세상 그 어디보다 안전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엘프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원정을 나설 때까지 그들이 움직이진 않아 늘 걱정이었습니다.”
“그, 그래?”
오히려 그건 재호도 원하는 바.
기사단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주렁주렁 달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기사 임명은 오로지 폐하의 권한이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감히 제가 기사단장으로 적합한 인물을 추천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기사단장은 이미 뽑았어.”
“오! 적임자가 있었습니까? 누구입니까?”
…라고 말하던 줄칸은 기사단장의 정체를 듣자마자 얼굴이 굳었다.
“…진심이십니까?”
“일단은 그런데?”
“저, 정말로 악마를 기사단장으로 임명하겠단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먼저…….”
말을 쏟아 내려던 줄칸을 미리 막은 재호.
“나도 알아. 악마를 기사단장 자리에 앉히는 게 미친 짓이라는 거.”
“그런데 왜…….”
“걔가 하고 싶다니까.”
“아, 아니 고작 그런 이유로 기사단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단 말입니까?!”
줄칸이 당장이라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듯,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어지간해선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줄칸이거늘… 재호는 새삼 자신이 내린 결정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이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잖아. 이미 내 평판은 개판이야.”
[악명 : 18,020]패로우의 기사단장 임명으로 더 증가한 악명 수치.
11,000대의 명성이 간신히 중화시켜 주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대륙의 공적으로 찍혀 늘 시체 상태였을지도 몰랐다.
“허허…….”
재호의 반박에 할 말이 마땅치 않자 흘러나온 줄칸의 헛웃음.
아무리 악명이 높다 하더라도 더 높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싶었으나, 부질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따르기로 한 이 임모탈리언 왕은 보통 정신 나간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후… 기사단의 모든 권한은 폐하께 있으니 제가 감히 무어라 할 수 없긴 합니다. 그래도… 부디 기사단의 기사만이라도 평범한 사람으로 뽑아 주십시오.”
겨우 나온 마지막 부탁에 재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걱정 마.”
어차피 누가 가든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거란 사실은 숨긴 채로.
* * *
고잉헬 호의 선원들이 저마다 흩어져 각자의 일을 보고 있을 때, 사번타자는 다시 바다로 향했다.
내 꿈은 바다에 있다!
비록 재호의 아트리우스 발견으로 인해 항해의 가치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곤 하더라도…….
“결국 아트리우스를 통해 바다를 건너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지. 대규모 항해단이나 군함들의 이동을 위해선 바다를 개척해야 한다.”
사실 그 부분에 대한 해답도 이미 있었다.
재호가 얻은 절대 해도!
그것만 얻을 수 있다면 바다 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사번타자는 그 해도를 얻길 원했고 재호는 조건을 걸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를 제시해라.
그 신뢰라는 건 결국 실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재호가 도저히 자신에게 해도를 보여 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당장은 자신 역시 절대 해도를 보더라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극도로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작은 배에 몸을 실은 궁극적인 이유는 그러했다.
절대 해도를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항해 관련 스킬들을 올리는 것!
운슬라 해양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쫓겨 나온 자신이 그들을 다시 설득하는 건 어려웠다.
‘어차피 절대 해도를 믿지도 않겠지.’
그래서 더 큰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어차피 운슬라 해양단은 재호에게 납작 엎드린 상황이고 자신은 재호의 항해사가 되었다.
‘알시아의 인정을 받아 절대 해도를 얻은 뒤, 운슬라를 되찾아 바다의 제왕으로 도약하는 거다!’
처얼썩-
그의 각오에 화답하듯, 작은 배가 파도에 높이 튀어 올랐다.
“응?”
그 짧은 순간, 파도 너머 특이한 배를 발견했다.
“뭐지? 해적인가?”
해적선이라면 피하는 게 좋았다.
무자비한 그놈들에게 잡히면 이 항해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테니.
“그런데… 분명 돛이 없었는데.”
배를 움직이기 위한 기본 동력 장치인 돛이 보이지 않았다.
그게 없으면 저 정도 규모의 배를 움직일 방법이 없을 터.
단 하나 예외적인 경우가 바로 고잉헬 호였다.
‘하지만 그런 게 또 있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로 좁혀졌다.
“난파선인 모양이군.”
사번타자는 방향을 돌려 배가 보인 방향으로 향했다.
난파선은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주유소 같은 것.
안에서 쓸 만한 아이템들이 있을 수도 있었고, 하다못해 선체의 나무도 배 수리 재료로 쓸 수 있었다.
당장은 보급품이 충분하지만 많이 챙겨 놓는다고 해서 나쁠 것 없었다.
쏴아아-
가까워진 난파선.
속도를 줄여 가까이 붙인 사번타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난파선이라기엔… 뭔가 깔끔하군.”
커다란 배의 선체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좋았다.
난파선이라고 오해가 될 정도로 어설픈 실력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부서진 흔적은 없었던 것이다.
“흠… 아직 반응이 없는 걸 보면 빈 배인 건 확실하겠지.”
부웅-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위로 날려 고정한 뒤, 갑판 위로 기어올랐다.
“후우… 쓸데없이 높네.”
반쯤 올라와 잠시 숨을 고르던 때.
“구욱-”
퍼더덕-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새가 주변을 날아다녔다.
“응? 웬 부엉이?”
“구우욱- 너 뭐냐-”
“헉?!”
부리에서 튀어나온 완벽한 언어에 사번타자는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뭐야?! 새가 말을 해?”
“구욱- 도둑놈! 도둑놈!!”
“시, 시끄러워!!”
주인 없는 배를 터는데 왜 도둑질…….
“어?”
불현듯 떠오른 생각.
‘설마… 안에 누가 있나……?’
저런 특이한 새가 이런 난파선에 그냥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꿀꺽-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 사번타자는 조심스레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내려가고 있는데 계속 제자리에 머무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
쑤우욱-
“으아악!!”
갑자기 위로 쑥 끌려가는 밧줄.
“차, 착각이 아니었잖아!!!”
어마어마한 힘에 깃털처럼 딸려 올라가는 상황.
‘뛰, 뛰어내려야 하나?!’
하지만 그 생각을 읽은 것인지, 발톱을 바짝 세운 말하는 새가 그의 어깨를 콱 잡았다.
“으어어어!!”
제압된 채로 결국 끌려 올라온 사번타자가 갑판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쿠웅-
“으억!”
뭐라도 해 보겠다는 듯, 급히 일어나 칼을 꺼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할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하하…….”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헛웃음.
그 웃음을 들은 상대가 얼굴을 찌푸렸다.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그리 말하는 상대는 2미터 정도 거구의 독수리 머리 인간.
“어허, 이런 건방진 놈을 봤나. 남의 배에 도둑질하러 왔다 잡혔으면서 웃어?”
텅-
커다란 목봉을 내려놓은 땀범벅의 코끼리 인간이 자신의 커다란 귀를 수건처럼 쥐곤 얼굴을 벅벅 문댔다.
쿠구구-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독수리 인간보다 훨씬 거대한 코끼리 인간.
“으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확실했다.
베어고릴즈의 영상에서 보았던 위스트넌 대륙의 수인!
그놈들이 분명했다!
“뭔데? 뭔데? 해적이야?”
“도둑놈이래.”
“도둑? 그럼 결국 해적 아냐?”
주변을 포위하듯 둘러싸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하자 사번타자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왜… 왜 수인이 이 바다에…….’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 머리가 어질어질한 그때.
“어허! 손님일 수도 있는데 왜들 그렇게 겁을 주는 거냐?”
무겁지만 차분한 목소리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큰형님! 큰형님과 같은 인간이요.”
“?!”
사번타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간?!’
터벅- 터벅-
수인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남자.
‘…인간이라고?’
잠시 그런 의심이 들었으나 확실히 인간에 가깝긴 했다.
푸드덕-
주변을 날아다니던 부엉이가 그 남자의 어깨에 사뿐히 앉았다.
사번타자의 어깨를 사정없이 뚫어 버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구욱- 내가 잡았다!”
“쯧, 잡긴 뭘 잡아.”
그리 대꾸한 남자의 묵직한 시선이 사번타자를 향했다.
“그래서… 자네는 무슨 생각으로 우리 헬스함을 찾은 거지?”
헬스함이라 불린 배의 주인, 지존우람이 그에게 물었다.
* * *
우람과 함께 배에 탄 수인들은 모두 무인도에 있던 녀석들이었다.
정확히는 무인도 중심부에 있던 괴수의 정체가 바로 수인들이었는데, 우람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발견을 한 건지도 몰랐었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항해를 하는 상황은 더더욱 말도 안 된다는 걸.
이런 상황이 된 과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그러니 생략하자고.”
“…예?”
우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던 사번타자가 당황했다.
가장 중요한 걸 뛰어넘어서 어쩌겠다는 건가?
“그… 어쨌든 저 수인들은 안전한 거 맞습니까?”
갑판 아래쪽에서 나무로 만든 각종 운동 기구들로 운동 중인 수인들을 훔쳐보며 물었다.
“글쎄. 안전하다고 할 순 없지. 녀석들은 내 부하가 아니니까.”
“예? 아까 분명 큰형님이라고…….”
“어디까지나 호칭일 뿐이지 상하관계를 뜻하는 건 아니야. 난 그저 녀석들을 훈련시켜 주는 트레이너이자 동료로 함께하는 것뿐이지.”
“…….”
더 복잡하게 만드는 관계 설명이었다.
“대체 왜… 수인이 헬스를 하는 겁니까?”
“뭐, 육체 단련과 근육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것이겠지.”
그래서 저들이 우람을 따라나선 것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섬에서 성장한 우람의 육신, 그것에 감탄한 수인들이 호기심을 보인 것.
“…….”
세상에 별의별 컨셉종자들이 있다지만, 위스트넌 대륙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수인들을 상대로 헬스를 시키는 놈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한 사번타자.
‘분명 베어고릴즈의 방송에서 수인 발견 최초 타이틀이 안 떴었지. 그 말은… 이 아저씨가 수인들을 최초로 발견해서일지도 몰라.’
일부러 헛소리를 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것일 뿐, 실은 대단한 실력자일지도 몰랐다.
‘애초에 수인들이 헬스하려고 플레이어를 따라온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딱 봐도 엄청 강해 보이는 우람이니 힘으로 굴복시켰을 거란 게 합당한 추측이었다.
“뭐,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으니 이만 가 보게나.”
우람은 사번타자를 순순히 보내 주었다.
난파선인 줄 알고 왔다는 불쌍한 사람을 뜯어먹을 정도로 매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번타자의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저… 혹시 이대로 계속 항해를 하시는 겁니까?”
“음? 글쎄……. 목적지를 따로 정해 둔 건 아니네만, 일단 최종적으론 대륙으로 돌아가야겠지.”
“그럼 한동안은 계속 항해를 하신다는 거군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구먼. 헌데 왜 그런 걸 자꾸 물어보는 건가?”
“사실 전 꽤 괜찮은 항해 스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바다와 함께 살아왔죠.”
“그런가…….”
힐끔 움직인 눈동자는 헬스함 옆에 매인 사번타자의 조각배를 향했다.
아무리 봐도 바다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조촐한 배의 상태.
“저건 홀로 바다 수행을 나서기 위해 고른 배입니다! 그리고 생각을 바꿔 보십시오. 대륙에서 여기까지 저런 배를 혼자 끌고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지.”
사번타자는 강력하게 어필했다.
무조건 여기에 붙어야 한다!
그의 본능이 그리 외치고 있었다.
바다에서 본 그 어떤 해적들보다 특이한 구성원은 자신에게 대단한 모험과 경험치를 안겨 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
“어허- 자네 영 수상하군.”
‘더 수상한 건 아저씨인데요.’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순 없었다.
대신 열의에 찬 눈빛만을 그에게 우람에게 계속 쏘아 보낼 뿐.
그리고 마침, 의심하는 우람에게 사번타자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만한 사건이 바로 생겨났다.
“큰형님!”
열심히 운동 중이던 수인들이 갑자기 우람을 불렀다.
“저기 수상한 녀석들이 다가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범선.
“엇? 저, 저건……!”
사번타자는 돛에 크게 그려진 그림을 보곤 헛바람을 들이켰다.
“뭔지 아나?”
우람의 물음에 사번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월급루팡단이라고 꽤 유명한 해적들입니다. 그런데 활동 지역이 여기가 아닌데 왜…….”
“흠, 그래? 해적 녀석들이란 거군.”
척-
우람이 손을 들어 올리자 수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사번타자는 이 배에 돛이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가자! 저 괘씸한 놈들을 물리치러!”
“뿌우우-”
“냐아앙!”
저마다의 울음소리를 내며 초대형 노를 저었고 헬스함은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