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6
305화
찰-칵!
찰-칵!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카메라 소리.
글로벌 케이팝 그룹의 리더가 방문했으니 일성 플라워즈 내에서도 난리가 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그보다 더 흥분한 건 방문객인 대표 강원수와 치프였다.
“으하하! 황재호 선수! 진짜 너무 팬입니다! 브이튜브도 매일 10번씩은 보고 있습니다. 아, 죄송한데 사진 한 번만 더 찍을 수 있겠습니까?”
숙소에서 고함을 치던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신이 난 강원수는 치프와 함께 정신없이 재호와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실 대표 역시 재호의 어마어마한 팬이었다.
그리고 치프가 사고를 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과라는 명목을 앞세워 재호를 직접 만나 볼 절호의 기회라고.
숙소에서 괜히 요란을 떤 것도 실은 매니저에게 자신의 사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괜히 과장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치프를 데리고 잽싸게 온 것 역시 이런 사심이 있었으니.
“하하, 감사합니다!”
과거 재호가 찍었던 실험적(?) 컨셉의 광고 이미지를 모아 만든 팬북에까지 사인을 받은 뒤에야 강원수는 진정했다.
“실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
돌변한 태도에 재호와 두표는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네, 뭐……. 사과를 하고 싶으시다고 통화로 말씀을 하신 건 들었습니다. 그런데 뭘 사과하시겠다는 건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군요.”
두표의 말에 강원수는 옆에 앉은 치프의 등을 때렸다.
“이 녀석이 멋대로 기사단 테스트를 보곤 덜컥 합격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급히 찾아왔습니다.”
“아…….”
공과 사는 확실히 구별하는 그.
그가 봤을 때 이건 분명히 사과를 해야 될 일이었다.
엄연히 소속 아티스트가 다른 글로벌 스타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기에.
“하하, 그렇지 않아도 저희도 많이 놀랐습니다. 황재호 선수도 치프 씨라는 건 전혀 모르고 뽑아 버려서 말입니다. 아! 혹시나 말씀드리지만 황재호 선수가 악어가족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혹시 무례하게 들릴까 얼른 덧붙인 두표.
“하하, 아닙니다. 길가다 만나는 팬들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못 알아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전혀 문제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까지 치며 강원수가 대답했다.
“아무튼… 사실 이렇게 급히 찾아온 건, 혹여나 황재호 선수에게 작은 피해라도 가기 전에 바로잡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악어가족이 복귀하게 되면 게임은 거의 못 하게 될 것이 기정 사실.
“괜히 자리만 축내 황재호 선수의 플레이에 지장을 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기사단에서 나가려고 합니다. 흠흠.”
쿡-
“윽, 죄송합니다.”
강원수가 치프의 옆구리를 찌르자 그도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아… 그렇군요. 다만 게임 내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제가 관여하는 게 없어서 말입니다.”
두표는 재호에게 배턴을 넘겼다.
“뭐, 사과까지 해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거죠.”
재호의 말에 치프의 얼굴에 언뜻 떠오르는 아쉬움.
“근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뽑은 기사 후보들 중에 제일 눈에 띈 분이 파피장군이었거든요. 움직임 진짜 좋던데요?”
다시 활짝 피어오르는 웃음꽃.
“하하, 치프가 원래 무용하던 녀석이라 운동 신경이 정말 좋긴 합니다. 아마 잘 모르실 것 같아 설명을 드리자면 메인댄서 포지션도 맡고 있죠.”
단순히 무용을 배워서 좋다고 하기엔 재호가 본 치프의 움직임은 과한 감이 있었다.
그야말로 타고난 운동신경.
‘아깝네. 젤 괜찮아 보이긴 했는데.’
버팔로를 비롯한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원들이 알면 섭섭할 속마음.
아쉽지만 저들의 양해가 들어온 이상, 재호는 받아들여야 했다.
강원수의 말대로 그룹 활동을 재개하면 게임을 할 여유는 전혀 없을 테니까.
“흠흠,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때 치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활동이랑 게임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무슨 소리냐? 절대 안 돼.”
강원수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치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저희 저녁엔 계속 시간 비잖아요.”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즐겜러로 남겠다는 거야? 황재호 선수에게 민폐를 끼치면 어쩌려는 거야?”
플레이타임이 짧을수록 다른 기사들에 비해 성장 속도는 현저히 느릴 터.
그럼 결국 재호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다.
“레벨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대표님도 알잖아요. 저 진짜 잘 싸운다고요. 연습생 때… 읍읍!”
“어허,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얼른 치프의 입을 틀어막은 강원수.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니고 엘리시아 화원인데…….”
힐끔-
“?”
슬쩍 재호의 눈치를 살피는 은밀한 강원수의 눈동자를 재호는 놓치지 않았다.
‘이거 설마……?’
문득 떠오른 의심.
어처구니없는 추측이지만 강원수가 우람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느낌 탓에 무시하기 어려웠다.
만약 그 느낌대로라고 하면…….
“뭐, 치프 씨 말이 맞긴 합니다. 게임 내 전투력은 레벨로만 갈리는 건 아니거든요.”
재호는 조심스레 치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 아마 치프 씨 정도면 아이템이 갖춰지면 어지간한 고레벨 유저한테도 전혀 밀리지 않을 거라 봅니다.”
그건 재호가 직접 경험해 봤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치프는 티나를 상대로 피지컬이 밀리지 않음을 증명해 냈고.
“크흠……. 치프가 그렇게 잘합니까?”
“솔직히 작정하고 시작한다면 엄청 유명해질 겁니다. 이미 충분히 유명하시지만…….”
재호의 말에 고민하는 듯한 강원수의 모습.
“하지만 역시 한정된 접속 시간에 알시아… 아, 아니. 황재호 선수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는군요.”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제 주변 사람들 모두 편안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대표님!”
열의에 찬 치프의 외침.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끙……. 어쩔 수 없군.”
마치 기다렸다는 듯, 허무하게 결론이 나는 고민.
“단, 황재호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것 같다면 넌 기사단을 나와야 한다?”
“물론이죠!”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황재호 선수.”
“아, 네…….”
하지만 재호는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막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냥 처음부터 쇼였던 것 같네.’
그런 의심에 찔러 보았는데,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었다.
사실 강원수는 재호와 사적으로 아는 사이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한 잘만 한다면 그룹 차원에서도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을 테고.
두 사람만 따로 조용히 온 것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잔소리꾼인 매니저가 껴 봐야 자신의 숨겨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황재호 선수!”
“혹시나 이 한심한 녀석 사고를 치면 꼭 말씀해 주십시오.”
치프의 아이돌식 인사를 받으며 배웅해 준 재호.
그리고 오토바이로 돌아가는 두 사람이 슬그머니 주먹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 * *
[속보) 악어가족의 리더 치프! 엘리시아 화원 기사단 합류!] [소속사 미네랄워터 측 “사실이다.”, 향후 악어가족 활동은?] [내부자 증언 “돈과 명성에 눈이 먼 미네랄워터의 강원수 대표의 무리수.”] [황재호, 과연 치프의 기사단 합류에 특혜 없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대로 연예계까지 진출을 노리는 황재호? 전문가들 “아이돌을 하기엔 나이가 많아.” 입을 모아…….] [악어가족 팬덤 악어새 “우리 치프 하고 싶은 거 다 해!”]최고의 플레이어와 최고의 아이돌 스타의 만남은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가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뒤로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거란 게 추측이 많이 나왔고, 그게 무엇이든 뉴월드 세계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니까 더 제대로 해야지.’
치프는 주먹을 불끈 쥐며 생각했다.
자신이 결코 낙하산이거나 사업적 측면에서 여기 있는 게 아니란 걸 증명해 낼 것이…….
쿵-
“반갑다. 나는 엘리시아 화원의 헬리시아 기사단의 단장 패로우다!”
마침내 첫 대면한 기사단장을 본 치프와 다른 기사 후보들의 표정은 똑같았다.
‘악마?! 방금 헬리시아라고 했지?’
‘부, 붉은노을이잖아!!’
‘이 미친놈 악마를 기사단장으로 앉혔다고?!!’
‘어쩐지 왜 기사단장이 도시 안에선 모습을 안 드러내나 했더니…….’
말은 하지 않아도 들리는 듯한 마음의 소리들.
“집중해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몇 번이고 죽게 될 테니까!”
패로우는 가슴에 바람을 잔뜩 넣은 채 소리쳤다.
“본 단장은 너희들이 하기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다!”
‘그냥 대놓고 악마인데?’란 표정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약속해 줄 수 있다. 이 모든 훈련 과정을 마치면 너희들은 마계 최강의 전사들이 되어 있을 거다!”
“??”
“???”
아무리 봐도 번지수 잘못 찾아온 느낌이 들었지만 어렵게 획득한 기회를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믿어야 한다!’
‘알시아 꽁무니 쫓아다녀서 손해 본 인간은 하나도 없다! 크로킹 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되뇌는 기사 훈련병들.
“자, 그럼 사막 구보부터 시작하지. 강한 정신에 강한 체력!”
“이, 이렇게 갑자기요?”
“사막에 가면 죽어요!”
“럭시 숲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도 개고생했는데!!”
결국 못 참고 쏟아지는 뉴비들의 항의.
신분을 속인 고렙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뉴비들에겐 어려운 일.
사막의 타오르는 열기는 1레벨이 버티기에 버거웠다.
“아니! 너희들의 열정을 더 뜨겁게 태운다면 이깟 사막의 열기 따위는 한기로 바뀔 거다!”
“…….”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악마 기사단장은 구시대적인 정신력 추종자라는 사실을.
* * *
기사단이 창설되고 약 이틀이 지난 시점.
화원을 돌던 재호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주변 공기가 상당히 탁해진 느낌인데.”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그 거슬리는 느낌에 재호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특별한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흠… 화원 바깥쪽인가?’
인간 거주 구역과 인접한 쪽을 다시 살피던 재호는 즉결심판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
원인을 발견했다.
최근 신입 유입이 없어 잠잠하던 그곳이 어쩐 일인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그것도 대부분이 여성 플레이어들.
“아악! 이거 놔! 난 치프 님 보러 가야 한다고!!”
“엉엉, 우리 치프 갈증 나서 죽어!”
그곳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에 재호는 어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악어가족 팬들이구나.’
치프의 소식이 쫙 퍼졌으니 팬들이 몰려드는 것도 당연했다.
현실에선 절대 다수가 인터넷을 통해서나 접하는 슈퍼스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하지 않을까?
하필 뉴월드의 커스터마이징 기능 자체도 극도로 제한적인 탓에 치프의 매력 넘치는 외모도 여전했으니.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이 상황은 마치 자신이 아이돌과 팬들의 소통을 무력으로 막아선 듯한 그림이었으니.
분명 잡혀 올 만한 짓을 했으니 잡혀 왔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소문이란 건 어떤 식으로든 왜곡되고 부풀려지기 마련.
어느 순식에 치프를 인질로 잡은 악당이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아악! 이거 놔! 이 치프보다 못생긴 놈들이!”
“어?! 저기 저거! 알시아 아냐?!”
그때 또다시 새로이 잡혀 오는 몇 명의 팬들.
“이 괴물! 우리 치프를 놓아줘! 어떻게 악마에게……!”
“악어가족을 이용해서 장사하지 마라!! 아악!”
재호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덤벼들려는 그들의 기세가 놀라웠다.
팬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재호는 곧장 엘리시아 화원 외곽, 아나볼릭 교단 옆에 임시로 만들어진 기사단 훈련장으로 향했다.
인간 거주 구역 쪽에도 여성 무리들이 많이 보였고, 그들은 모두 파란빛이 도는 초록색의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게 악어가족의 대표색이란 걸 재호는 알 수 없었다.
‘종교도 있나?’
그런 생각만 할 뿐.
잠시 후, 훈련장에 도착한 재호.
그곳 역시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는데, 정작 훈련장 쪽에 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또 외부 훈련 나간 건가?’
괜히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아 다시 몸을 돌린 재호.
퍽-
“악!”
“응?”
그 순간 난데없이 재호에게 부딪히더니 자빠진 나뒹구는 한 사람.
“알시아가 사람 팬다!”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 소리를 꽥 질렀다.
“뭐, 뭐라고?! 내가 언제!”
당황한 재호가 기겁하며 훈련장 주변의 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곧 쏟아질 무수한 욕설과 오랜만에 과포화 될 노역소 걱정을 하는 순간.
“아, 저거 또 저러네.”
“야! 꺼지라고!”
놀랍게도 팬들의 손가락질은 재호가 아니라 부딪혀 넘어진 상대에게 향했다.
“분탕 치지 말고 꺼져!”
“악어가족과 악어새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고!”
“사생은 팬이 아니다!!”
그들의 반응을 보고 재호는 알 수 있었다.
즉결심판원으로 잡혀 온 팬들은 재호의 추측대로 잡혀 올 만한 짓을 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