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8
307화
엄청난 폭발로 일어난 높은 파도.
다행히 투차르 해안에 큰 피해를 입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박된 배들 일부가 파손되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워매, 저기서 뭔 일이 일어난 거지?”
“아까 알시아 대왕님이 엘프와 저기로 가지 않았나?”
“내가 봤어. 웬 배 하나가 저리로 가더니 폭발해 버리던데?”
해안에 몰려든 사람들이 떠들며 웅성거렸다.
평민들도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곳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재호가 있다는 것 역시.
그런데 그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재호에게 저런 무서운 일이 일어났으니 걱정이 되었다.
어쩌면 저기 불타는 배처럼, 이 작은 도시에도 화마가 덮칠지도 모른다는…….
“응? 저게 뭐지?”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수면 아래 두 개의 실루엣.
분명 두 팔과 머리가 달린 것이 인간 같았으나 헤엄 속도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빨랐다.
“헉?! 저, 저게 소문으로만 돌던 인어 아냐?!”
“인어?! 그렇다면 인어가 저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
긴장한 구경꾼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금세 해안까지 도달한 두 인영이 순식간에 선착장 위로 솟구쳐 올랐다.
“헉?!”
“크, 크시팍티누스 인어와 참돔 인어인가?!”
…는 재호와 티나였다.
“뭐라고?”
용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나오자마자 시비를 거는 티나.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붉은 피부는 왜 참돔 인어라 불렸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근데 난 뭐라고 했지? 시팍… 이란 건 들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쌍욕을 하진 않았을 거라며 재호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알시아 대왕님! 폐하!!! 괜찮으십니까아아!!”
말을 타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투차레아 백작.
“무,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어찌나 놀랐는지……. 혹시나 오해를 하실까 말씀을 드리지만 저는 절대……!”
“일단 진정해, 투차레아 백작. 의심은 전혀 안 하고 있으니까.”
“그, 그렇습니까?”
그제야 조금 안도한 듯, 그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렇다면 폐하에게 일어난 일은… 사고입니까?”
“아니, 날 노리고 공격한 건 맞아.”
다시 핼쑥해진 그의 얼굴.
“항해 경로를 보면 이쪽에서 출항한 배는 아닌 거 같은데, 혹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나?”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투차레아 백작의 지시에 항구 관리자가 불려 왔다.
그에게 항구에서 출항한 중형 이상의 범선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최근 며칠 동안 어선 말고는 입출항한 배가 없습니다.”
하지만 바다 위를 항해하는 모든 배는 무조건 출발지가 있었다.
게다가 재호가 직접 봤던 배나 선원들의 수준을 보면 결코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있는 구성이 아니기도 했고.
“인근의 다른 항구가 있나?”
“며, 몇 곳이 있긴 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은 북쪽의 구에타 항구가 있고 범위를 좀 더 넓게 보면 세 곳 정도의 다른 항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들 모두 타 영지에 있어 저희 쪽에선 알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중간 중간 작은 어촌 마을들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하게 많아질 터.
“알기가 어려우면 끝인 줄 알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장 알아내라!!”
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진심을 보여 주어야 하는 투차레아 백작은 그를 윽박질러 댔다.
동시에 눈치도 살살 살피고 있으니 재호는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왠지 그냥 두면 며칠은 불면증에 시달릴 것처럼 보였으니…….
“이렇게까지 노력해 준다니 정말 고맙군.”
결국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 준 재호.
“감사합니다!!”
그제야 얼굴이 조금 펴진 투차레아 백작이었다.
* * *
투차레아 백작이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는 사이, 재호도 따로 움직였다.
투차르 항구의 뒷골목에서 레드벌룬을 찾았고, 이 사태를 발생하자마자 재호가 찾아올 걸 예측했는지 그들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왕님.”
게다가 재호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이미 정리해 놓으며 VVIP 대접을 확실히 해 주는 레드벌룬.
“아직 전부 확인되지 않았으나, 다행히 가장 의심되는 지역은 이미 파악되었습니다.”
“뭐? 벌써?”
새삼 레드벌룬 정보 수집 능력이 대단한 것을 깨닫는 재호.
“예. 금일 오전, 구에타 항구에서 선적 불명의 선박 하나가 출항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남하를 했는지 확인은 되지 않으나, 남은 지역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높은 확률로 그럴 것입니다.”
“구에타 항구……. 아까 항구 관리자에게 듣기론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던데.”
“맞습니다. 그리고 혹시 라셀 왕국의 세력 구조에 대해 좀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다수의 귀족 가문들이 은밀히 라셀 왕국의 정통성에 의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 대충을 알고 있지.”
테일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라셀 국왕을 따르는 왕정파와 그 반대파로 왕국 내부가 조금 소란스럽다며.
“구에타 항구를 보유한 캘리 영지, 그리고 캘리그라피 자작이 그 반대파 쪽에 속해 있습니다. 알시아 대왕님을 향한 불만은 충분히 있을 만한 인물이지요.”
“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닐 것이다.
배에 타고 있던 이들은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똑똑-
“지부장님. 추가 정보입니다.”
그때 대화를 나누고 있던 비밀방으로 찾아온 다른 조직원이 두툼한 문서를 다시 건넸다.
“음… 음? 이거…….”
얼굴이 굳은 그는 빠르게 모든 내용을 확인한 뒤 재호에게 추가로 설명해 주었다.
“이거 생각보다 규모가 큰 사안으로 보입니다. 반대파 쪽에 임모탈리언 조직 하나가 개입한 정황이 있습니다.”
“역시…….”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조직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최근 대왕님께서 추진 중인 대운하 건설 또한 방해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는군요.”
그 정보로 재호가 만났던 정체불명의 시위대의 흑막 또한 확정되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플레이어 조직과 라셀 왕국 반대파 귀족들의 합작품.
어지간한 명성이나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귀족과 손을 잡는 건 불가능한 일임에도 뭉쳤다는 건, 이해관계가 확실히 일치했다는 뜻이었다.
바로 어떻게든 재호를 방해하기 위한 것.
‘성가시네.’
재호는 지금까지 수많은 적대 길드 및 플레이어들을 상대해 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뒤에서 움직이는 경우는 처음이었고, 차라리 무식하게 힘으로만 들이받던 불곰 길드는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귀족들과 손을 잡은 임모탈리언들을 확인할 방법은 없나?”
“죄송합니다. 아직 그것까지 확인이 되진 않았습니다. 파악이 되는 즉시 엘리시아 화원 쪽으로 정보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탁 좀 할게.”
말은 그리했으나 사실 크게 기대는 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빠르게 파악되는 사안임에도 플레이어 조직에 대한 힌트가 없다면 작정하고 숨겼다는 뜻이니까.
* * *
당장 아트리우스와의 교류를 시작하기로 한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심해 통로를 열었다간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니.
‘결국 제일 큰 문제는 라셀 왕국의 불안정한 내부 정세인데…….’
아무래도 라셀 국왕의 너무 어린 나이가 귀족들에게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큰 장애물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권력을 되찾는 과정에서나 즉위 이후에도 재호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운 탓에 그들의 불만도 많을 테고.
그들 입장에선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이긴 할 터였다.
자신들이 제2의 아리프 대공이 되고 싶었을 테니까.
투차르에서의 볼일을 마치고 다시 복귀 길에 오른 재호.
가는 동안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으나 별 사건은 없었다.
대신 테일러의 귓속말을 받으면서 재호가 직접 일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생겼다.
-야, 정보 좀 얻었다. 반대파 쪽에서 웬 플레이어 놈들 하고…….
“아, 그건 들었어.”
-…그, 그러냐? 그럼 엑스틱 자작하고 디파드 자작에 대한 건?
“그건 좀 관심이 생긴다.”
-후후……. 이거 진짜 고급이다? 내가 이걸 어떻게 얻었냐고 하면……. 별로 안 궁금하지?
“응.”
-그래……. 아무튼 말이야…….
리픈강을 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자리한 디파드와 엑스틱 자작 가문.
그들은 반대파 귀족 연합에 있긴 했으나, 전통적인 아싸 가문들답게 그곳에서도 별 관심을 못 받고 있었다.
그들로선 섭섭할 만한 대우였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거지파드 놈들 보다야…….”
“거지틱보단 낫지.”
딱 좋은 비교 대상들이 있었기에 정신 승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네가 벌인 대운하 공사로 문제가 터졌지. 왕실 쪽에서 승낙을 해 버리면서 저쪽 녀석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 거야. 근데 재밌는 점이 뭔지 아냐?
“뭔데?”
-사실 엑스틱이나 디파드는 대운하에 찬성한다는 거야.
“응?”
자신의 영지가 왕명에 의해 옆 나라에게 강제로 개방될 처지인데 찬성을 한다?
-라셀 왕국과 요즘 제일 핫한 엘리시아 화원을 잇는 중간 거점으로 도약하고 싶단 거지. 게다가 매번 물난리가 나서 영지의 3분의 1은 못 써서 늘 식량난에 시달리는데, 교역 중심에 있게 되면 그것도 해결이 되는 거지.
즉, 두 거지 영지가 동대륙에 생겨날 새로운 무역 1번지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근데 최근에도 둘이 싸웠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나도 모르겠다. 자기들끼리 이해관계 충돌이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어쨌든 확실한 건 네가 본 시위대는 그쪽 영지민들이 확실한데, 걔네 의지가 아니라 반대파의 의지가 간섭했을 가능성이 높단 거야.
“그렇단 말이지.”
테일러의 정보는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야, 고맙다.”
-응? 어어-
재호의 감사에 당황하는 테일러.
“그 반응은 뭐야?”
-아, 아니. 네가 감사도 할 줄 아는구나 싶었지.
“내가 그렇게 몰상식하게 살진 않았을 텐데? 네가 감사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 게 아닐까?”
-휴, 그래. 그 소리 들으니 마음이 편하다.
“…….”
테일러의 사고방식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귓속말을 끝냈다.
“티나, 복귀는 조금 미루자.”
“앗?! 어딜 가는 거죠?”
이젠 본래의 피부색이 거의 다 돌아온 티나가 물었다.
“엑스틱이랑 디파드 자작령에 들러 봐야 할 거 같다.”
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면 뒤에 숨은 플레이어 세력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 * *
먼저 도착한 곳은 강남에 위치한 디파드 자작령.
지금까지 봤던 귀족 영지들 중, 독보적으로 초라한 풍경을 보니 아싸 귀족이라는 게 금방 납득되었다.
귀족의 권력과 부는 비례하는 것이니까.
그나마 강을 끼고 있어 토지 자체는 꽤 비옥했으나, 농지가 너무 작았다.
아래로는 산맥이 자리하고 강 하류로 갈수록 홍수가 자주 일어난 탓에 늪지화 되어 농사가 불가능했던 땅이기 때문.
‘그 와중에 영주 저택은 잘 지어 놨네.’
영지민들은 대부분이 초막에서 살고 있는 반면, 영주 저택은 꽤 번지르르했다.
게다가 주변으로 야트막한 벽도 둘러쳐 놓아 나름 성 느낌도 내 놓았고.
뉴월드 세계에 살아가는 귀족들의 평균이라 신선할 것도 없었다.
재호는 그대로 저택 정문으로 향했다.
문은 두 기사가 지키고 있었는데, 한 명은 쪼그려 앉아 졸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창으로 바닥에 낙서를 하며 노는 중이었다.
하지만 재호가 다가가자 본능적으로 느낀 거대한 존재감에 둘은 동시에 정신을 차렸다.
“헙?!”
“뭐, 뭐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호의 압박감에 두 기사의 몸은 눈에 보일 정도로 떨렸다.
‘…레벨 엄청 낮나 본데.’
지금껏 어마어마하게 강한 기사들만 봐서 그런지, 이런 반응은 상당히 생소했다.
무장만 그럴싸하게 갖춘 일반 병사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난 엘리시아 화원의 알시아다. 디파드 자작을 만나러 왔다고 전해라.”
일단 재호는 자신의 정체와 방문 목적을 알렸다.
“아, 알시아……? 알시아?!!!”
“케헥!”
쿵-
미안할 정도로 요란하게 놀라는 기사들.
심지어 쪼그려 앉아 있던 기사는 급하게 일어나다 현기증이 일어나며 기절해 버렸다.
“자, 잠시…….”
허겁지겁 안으로 달려가는 기사.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그 모습을 본 티나의 평가에 재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 내 수호 기사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다만…….”
영주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정문의 기사들이 이 정도이니 별로 기대가 되진 않았다.